이번 여름도 지난 해 여름 처럼, 지지난 해 여름 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열흘 전 쯤 휴일 아침, 동네 한바퀴 돌며 담은 사진들을 보며 이 더위가 끝날 때를 기다린다.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더위를 밀고 서늘한 기운이 찾아들겠지만 올해 더위는 정말 힘들게 느껴져서,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졌는데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어떤 날은 집에서 뛰쳐 나와 시원한 카페를 찾아가기도 했다.

 

 

 

 

 

 

 

 

 

 

 

 

 

 

 

 

 

 

 

 

 

 

 

 

 

 

 

 

 

 

 

 

 

 

 

 

 

 

 

 

 

 

 

 

 

 

 

 

 

 

 

 

 

 

 

빨갛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산딸나무 열매,

그리고 갈색이 아닌 초록색 햇밤송이.

가을의 힌트라 여기고 오늘 더위도 견뎌봐야겠다.

택배일하시는 분,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쪽방촌에 사는 분들...

투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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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8-2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속은 싱그러운 여름이네요.
덩치 작고 마르신 할머니가 폐휴지 담은 큰 리어카 끌고 가는 모습 볼때 마음 아파요. 투덜거리지 말자 다짐 하지요.

hnine 2016-08-20 08:31   좋아요 0 | URL
한낮에 집에 있으면 어찌나 더운지, 도서관으로 가있기도 하고 (도서관 너무 좋아요), 땀 좀 식혀왔다가도 불 앞에서 저녁 준비하고 나면 머리까지 지끈거릴 때가 있어요. 내년에는 에어컨을 사야할지, 매년 망설이다가 가을을 맞는답니다.
그런데, 세실님 대문 사진 속 오른쪽 아가씨가 보림이 맞나요? 와~~ 동화속 공주님 같습니다!!

stella.K 2016-08-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사진 실력이 나날이 일취월장 하십니다.
저는 뭐 보다시피 몇년째 어딜 간다는 건 꿈도 못 꾸는 사람입니다만,
h님 사진 보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덥군요. 다음 주엔 꺾인다니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제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ㅋ^^

hnine 2016-08-20 13:15   좋아요 0 | URL
전공 티를 내려고 그러는지 제 사진은 제가 봐도 꼭 식물도감 같아요 (제가 생물학 전공 아닙니까 ㅋㅋ)
사실 저는 어딜 못간다기 보다 안간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몰라요. 어디가 막 가고 싶을때는 여건이 안되어 못갔고, 이젠 누가 잡는 사람도 없으니 가도 되는데 몸이 늙었는지 마음이 늙었는지, 어디 나서게 되질 않네요 ㅠㅠ
다음주엔 날씨가 꺾인다고요? 우휴, 말씀만 들어도 시원해지는 것 같네요. 저는 또 아파트 단지내 도서관으로 피서 다녀와야겠어요.
더위에 어디 가진 못해도 우리 건강하게 잘 버티도록 해요! ^^

stella.K 2016-08-20 13:33   좋아요 0 | URL
ㅎㅎ 어째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여기 깨어있기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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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제목이라는 생각으로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순간.

여기. 내가 서있는 곳. 숨쉬고 있는 공간.

깨어. 정신을 다른데 두지 말고 지금 내가 어디 있고 무얼 보고 무얼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있기. 존재하니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것.

더 줄여 한 단어로 하자면 이렇게 될까? 내 인생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말, 관(觀).

 

직지, 자기 마음을 자기가 바로 꿰뚫어보게 된 침묵 (33)

무섭고 날카로운 말이다.

 

더럽다와 반대되는 뜻으로 청정하다는게 아니라 더럽고 깨끗함이 없는 불구부정 (不垢不淨)의 자리 (39)

불교의 중심사상은 역시 무(無).

 

부모님 말을 다 듣다보면 바른길로 가기 어렵다. 부모가 자식 인생의 길잡이가될 수도 없다. 부모는 자기 나름의 어리석은 생각 속에서 자식이 오직 안전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자식을 해탈시키지 못한다. 그러니 자기 인생의 문제를 자기가 단도직입으로 살펴서 해결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애써도 해결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잠깐이면 해결하고 나머지 인생은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수행해서 죽기 전에야 깨닫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안 된다. 단박에 깨닫고 나머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43)

화두를 붙잡고 나선 스님이 아닌 이상, 단박에 깨닫고 행복하게!

내 아들이 너무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으로 크지 않기를 바란지 오래이다. 진심이다.

 

남편이 술을 마셔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는 부인의 생각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전제 위에서 남편을 고치려 듭니다. 그런데 남편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그런 전제 위에서는 3년이든 30년이든 아무리 기도를 해도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전제를 무너뜨려버리면 문제의 본질을 보게 된다. (60)

나이 먹어갈 수록 자꾸 길어져가는 전제, 선입견 리스트. 그래서 나이먹은 사람이랑 얘기가 통하기란 더 어려워지는지. 어쩌면 오늘도 책을 한권 더 읽으면서 그런 전제를 하나씩 늘려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구나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흐뭇해하면서.

 

어떤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고 그 곳이 절, 그게 바로 불교. (195)

지금 여기.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이론을 훨씬 뛰어넘는다. 지식으로, 머리를 굴려서 아는 알음알이가 아니다. 이것이 연기법 (緣起法). 한 면만 보지 말고 양면을 같이 보라는 것. 그러면 모든 모순이 해결된다. 한 면만 보니까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지.' 하지만 두 면을 같이 보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이 열린다. (228)

결혼해서 남편 사람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알게 모르게 이런 생각의 기술이 늘어가는 것 같다. 그것이 연기법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모르면서도 매일 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찾다보니.

 

'내가 옳다', '네가 옳다' 이렇게 시비하는 것이 색 (色).

옳다 그르다 하지만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다. 이쪽저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그냥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이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공 (空).

이 동네에서는 동산이라 하고 저 동네에서는 서산이라고 하지만 이 동네와 저 동네를 떠나서 바라보면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니다. 이게 공이다. (229)

 

법륜 스님에 대해, 그리고 그분의 말씀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불교 신자이신 내 어머니도 이분을 그닥 마땅찮게 생각 하시지만, 딱히 불교도가 아닌 나는 거부감보다 공감이 훨씬 커서, 내 생각을 닦고 고쳐먹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도움 받고 있는 처지에, 그저 감사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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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8-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륜 스님의 글, 좋군요.

˝부모님 말을 다 듣다보면 바른길로 가기 어렵다˝ - 이 말을 새기겠습니다. 이미 다 커 버려서, 저보다 기가 더 세서
제 말이 먹히지 않는 아이들이어서 제가 해 줄 말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알고 있어야겠어요.

(229)쪽의 글을 공감합니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음을 종종 경험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셔서 님께 감사드립니다.

hnine 2016-08-22 04:36   좋아요 0 | URL
제 아이는 이제 열여섯 살인데도 말 잘 안들어요. 말 잘 듣는 아이가 부모 입장에선 키우기 수월하긴 하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을 누르는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니까요.
아이가 말을 잘 안듣는다고 생각할때마다 저 말씀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답니다 ^^
 
피터 팬 펭귄클래식 4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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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은 아닌 또 하나의 예이다.

근래 읽은, 가장 상상력 넘치고 기발하고 유쾌하고, 한편 서글픈 이야기. 부디 내용을 안다고 해서, 그것도 대충 안다고 해서 피터팬을 안다고 하지 말기를.

이 책을 쓴 제임스 매튜 배리는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대식구 가정의 아홉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식구가 많으니 가정 형편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배리의 부모는 자식들을 키우며 종교와 교육의 힘을 강조하였고 기대도 컸다고 한다. 어머니가 제일 아끼고 기대하던 형이 죽고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배리는 어머니에게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 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보살핌과 배려를 받으며 커야할 아직 철없는 시기에 이미 거꾸로 어머니에게 그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은데 그것은 이후로 배리의 평생 역할이 되었고, 그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피터 팬이 등장하는 작품은 이것 하나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의 원제는 <피터와 웬디 (Peter and Wendy)>. 이 외에도 이 책에 말미에 실려 있는 또다른 짧은 소설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Peter Pan in Kensington Gardens)>, 희곡으로 쓰여진 <자라지 않는 소년 (Peter Pan, or The Boy Who Would Not Grow Up)>등이 있을 뿐 아니라 제목에는 들어가있지 않지만 피터팬의 전조는 이미 <토미와 그리젤 (Tommy and Grizel)>이라는 소설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가가 자신을 자라지 않는 소년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여러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책 <피터팬>에서도 첫 문장부터 의미 심장하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All childeren, except one, grow up.)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들이 여럿 있는데 이 책의 첫 문장도 그 리스트에 넣어두고 싶다.

피터가 아기였을 때 엄마 아빠가 피터가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지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죽어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집에서 켄싱턴 공원으로 도망쳐 나온다. 켄싱턴 공원은 실제 런던 시내에 있는 여러 공원들 중의 하나이고 저자인 배리가 자주 산책을 다니던 곳이라고 한다. 이후로 피터는 네버랜드에서 '잃어버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잃어버린 아이들'이란 보모가 한눈을 판 사이 유모차에서 떨어진 아이들을 말한다. 이 아이들은 일주일 안에 부모를 찾지 못하면 네버랜드로 보내지게 되고, 피터 말에 의하면 그 대장은 자기이다.

 

수줍음이 지나쳐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에, 키도 열여덟 살이 되어서도 150cm 남짓했다고 하는 제임스 매튜 배리.그는 여학생과 교제를 해본 적도 없고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수줍은 성격과 작은 체구의 배리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기다려지는 일이 아니었으며 어쩌면 그에게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남들처럼 저절로 자라서 되는 무엇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기 모습을 힘들게 극복하거나 변신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단계, 그래서 굳이 가고 싶지 않고 되고 싶지 않은 것이었을 수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부모, 특히 엄마와 아이에 대한 부분에서 아이에 대한 엄마의 역할, 즉 배리가 바라는 엄마의 역할, 자기가 엄마로부터 받았으면 했던 모습이 여기 저기서 발견된다.

훌륭한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잠든 밤이 되면 아이들의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서 낮 동안 마구 어질러진 생각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음 날 아침을 위해 머릿속을 정리한다. 만약 밤에 안 자고 깨어 있는다면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여러분 역시 엄마가 이렇게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걸 지켜보는 건 정말 재밌다.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은 서랍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러분의 엄마는 우스꽝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아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주워 왔지?' 하고 의아해하며 여러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찬찬히 살펴 볼 것이다. 그러고는 착한 생각은 마치 귀여운 새끼 고양이인 양 뺨에 갖다 대보고 나쁜 생각은 서둘러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릴 것이다. 아침이 되었을 때에는, 여러분이 꿈나라까지 갖고 갔던 심술궂은 장난과 못된 생각들은 조그맣게 접힌 채로 머릿속 맨 밑바닥에 놓이고 맨 위에는 그보다 예쁜 생각들이 펼쳐진 채로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46, 47)

실제 이런 일을 하는 엄마는 세상에 없지만 엄마에 대한 저자의 로망과 기대와 결핍이 가늠되지 않는지.

소설 중 웬디는 결코 피터의 친구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피터의 엄마의 대변인, 저자인 배리의 엄마의 대변인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아이들은 처음으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 이와 같이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면서 자신들이 공정하게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가 아이에게 부당하게 대하더라도 후에 아이는 부모를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아이는 아닐 것이다. (155)

피터팬에 나오는 악인 '후크'선장. 이 책에서 후크가 단순히 아이들을 잡아가는 나쁜 해적선장으로만 그려져 있다면 그 단순함과 전형성때문에 이 책에 이렇게 애착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4장에서 그리고 있는 후크에 대한 묘사는 이런 선입견을 부수고도 남음이 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왜 아이들은 나보다 누구를 더 좋아할까 고민하는 모습, 후크의 악행 이면의 외로움, 인간적인 면모를 파고들어갔다.

 

자라지 않아서, 자라고 싶지 않았던 피터팬, 아니 제임스 매튜 배리.

당당히 장편이면서,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지루하기는 커녕 내가 왜 아이들 책을 읽고 있나하는 생각 한번 들새 없이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책. 실제로 이 책은 난 아무 결핍 없이 자랐다고 믿거나 '결핍이 뭐야?' 라고 할 어른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이 읽으면 안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모름지기 결핍이란 그 시기를 지나고 봐야 그게 결핍이었는지, 그리고 그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어른이 읽었을 때 더 공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순 책 피터팬. 읽고 나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뭔가 더 파고들어야 할 것 같아 자꾸 책장을 이리저리 넘겨 보게 되는 책.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보다 먼저 읽은 다음 책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어른이 된 피터와 앨리스가 다시 만나게 되어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진 연극 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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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에 끝내는 영화영작 : 완성패턴 - 추천영화 500과 명대사 영작문 240으로 한국인이 꼭 틀리는 영어문법 정리. 토스, 토익 라이팅, 토플 스피킹, 토플 라이팅 대비 4시간에 끝내는 영화영작 시리즈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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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고, 이후로 삼십년 넘게 영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지금까지, 크게 부정하지 못할 말이 있다. 영어 공부엔 외우는 것 이상이 없다는 말. 이렇게 가든 저렇게 가든 결국에는 외울때까지, 외워질때까지 가는 것이라고 본다.

4시간에 끝내는 영화영작 시리즈는 기본패턴, 응용패턴, 완성패턴, 현재까지 이렇게 세권으로 나와있는데 네이버 영화 평점 9.0 이상인 230개 영화에서 2,300개 명대사를 선정하여 문법패턴으로 분류하고, 실력 향상에 도움되는 대사 234개를 뽑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명대사를 뽑아놓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특히 영작문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문장을 선별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록되어 있는 문장들을 보면 읽어서 좋은 문장들이긴 하지만 과연 4시간 집중하여 끝내기로 작정할 정도로 영작에 많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유용한 문장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첫 단원에 나오는 문장을 보자.

이렇게 확실한 느낌은 일생에 한번만 옵니다. This certainty comes once in a life time.

한국 사람이 영작할 때 자연스럽게 만만하게 이용되는 문장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쯤 짚고 넘어갈만 하긴 하다. 하지만 꼭 기억해놓았다가 이용해야지 까지는 아닌 것 같다.

이어서 나오는 문제들도 꼭 이 문장의 패턴과 연관성이 없다.

1. 너는 너의 엄마의 눈을 가졌구나.

2. 나의 엄마는 (눈에) 단추들이 없어.

2번 문제는 영화 코렐라인에 들어가 있는 대사이긴 한데 과연 실생활에서 저 문장을 쓸 일이 있을까?

 

3단원의 문장은 반면 너무 평범하여 굳이 영화 속에서 찾지 않아도 될 문장이다.

당신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I would like to have dinner with you.

8단원의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 중인가? What are you thinking about?

11단원의 내 배에 구멍 내지 마 Stop blowing holes in my ship! 이라는 문장도 그 활용도와 이용도를 생각해보게 한다.

첫째, 에릭의 절친이 오늘 죽었어요 First, Erik's bestfriend died today.

17단원의 위와 같은 문장은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기를.

 

기획 의도는 나름 새롭고 문장 선별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단순히 영화속 명대사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면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문장들이 더 세심히 선별되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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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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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

1799 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기숙사가 딸린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기숙사에 틀어 박혀 몸이 쇠약해질 정도로 독서에 빠졌고, 졸업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문학에 입신하기 위해 법률 공부를 내던지고 작가 수업에 전념하였다. 그러나 발표하는 작품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여 무엇을 해도 좋으니 문학만은 포기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에 전념하리라는 의지와 노력으로 계속 작품 활동에 매진, 생전에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리오 영감>은 1835년 그의 나이 36세때 발표한 작품이며, 38세때 발표한 <메르카데>는 크게 성공하여 나중에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43세인 1842년부터는 <인간 희극>을 간행하기 시작하는데, 다양한 인간의 삶을 그린 소설 91편을 엮어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이 <인간 희극>은 이후 프랑스 문학사에 기념작으로 남게 된다. <인간 희극> 이라는 큰 틀 속에 발자크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하여 얻은 그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든 것을 구현하고자 했다.

 

발자크의 특징적인 소설 기법

발자크의 소설 기법을 얘기할때 '인물 재등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그의 소설 여러 군데에서 인물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개 2,000여명. 그 가운데 460명이 75편의 작품들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다 세어보고 조사하여 발표한 사람은 누구일지). 그러니 발자크의 다른 작품들을 읽다가 어디에서 다시 고리오 영감을 만나더라도 당황할 것 없겠다.

 

작품

발자크가 그러했듯이 고리오 영감에 등장하는 20대 초반 라스티냐크도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집안의 기대를 걸머지고 파리로 유학왔지만 그는 법학보다는 파리 사교계에 진출함으로써 성공을 누리려 한다. 사교계에 머리를 들이미느라 안간힘을 쓰는 중 만나게 된 백작 부인과 남작 부인 두 부인네가 자기와 한집에 하숙하는 고리오 영감의 두 딸임을 알게 된 그는 존재감없는 고리오 영감에게 잘 보임으로써 출세길을 열어보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라스티냐크가 무척 속물적인 근성만 가지고 있는 청년같지만 출세 지향적이긴 하나 정작 어떤 일이 닥칠때마다 그가 선택하는 쪽은 오히려 순수한 인간형에 가깝다. 제목의 고리오 영감보다 오히려 이 청년 라스티냐크를 통해 고리오 영감에 대한 것까지 작품 속에 묘사 되고 있으니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요 인물인 셈이다.

고리오 영감은 한때 국수만드는 공장을 하여 큰돈을 벌기도 하였으나 두 딸을 키워 번듯한 곳에 시집 보내고 그들의 허영과 욕심을 채워주는데 아낌없이 퍼주며 사느라 본인의 존재감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산지 오래이고, 라스티냐크는 이제 막 성공과 출세에 눈 뜨기 시작한 젊은이. 과연 이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으로 연대감이 형성될까 싶지만, 의외로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가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딸을 좋아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라스티냐크는 자기가 흠모해마지 않는 남작 부인의 아버지가 고리오 영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에 서로를 각별히 생각해주는 마음이 생겨난다.

 

발자크의 소설은 처음인데다가 이 당시 프랑스 사회상이라든지 문예 사조에 대해서 체계적인 지식이 없으니 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딱 그만큼의 기본 지식을 가지고 소감을 말한다면, 이 작품만 읽어서는 발자크 작품에 대한 의의와 가치를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상이 작품의 구성 속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가 있는지, 발자크의 자리매김에 어떤 공헌을 하였는지 쉽게 짚어내지 못하겠더라. 오히려 고리오 영감의 눈먼 자식 사랑과 두 딸의 허영심과 어리석음, 그것과 관련하여 작품의 결말까지, 개인사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가 어디에 어떻게 잘 드러나 있는가 싶다. 고리오 영감의 묘지에서 돌아오며 라스티냐크의 마지막 대사이자 작품의 마지막 문장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도 영 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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