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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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

1799 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기숙사가 딸린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기숙사에 틀어 박혀 몸이 쇠약해질 정도로 독서에 빠졌고, 졸업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문학에 입신하기 위해 법률 공부를 내던지고 작가 수업에 전념하였다. 그러나 발표하는 작품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여 무엇을 해도 좋으니 문학만은 포기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에 전념하리라는 의지와 노력으로 계속 작품 활동에 매진, 생전에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리오 영감>은 1835년 그의 나이 36세때 발표한 작품이며, 38세때 발표한 <메르카데>는 크게 성공하여 나중에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43세인 1842년부터는 <인간 희극>을 간행하기 시작하는데, 다양한 인간의 삶을 그린 소설 91편을 엮어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이 <인간 희극>은 이후 프랑스 문학사에 기념작으로 남게 된다. <인간 희극> 이라는 큰 틀 속에 발자크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하여 얻은 그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든 것을 구현하고자 했다.

 

발자크의 특징적인 소설 기법

발자크의 소설 기법을 얘기할때 '인물 재등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그의 소설 여러 군데에서 인물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개 2,000여명. 그 가운데 460명이 75편의 작품들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다 세어보고 조사하여 발표한 사람은 누구일지). 그러니 발자크의 다른 작품들을 읽다가 어디에서 다시 고리오 영감을 만나더라도 당황할 것 없겠다.

 

작품

발자크가 그러했듯이 고리오 영감에 등장하는 20대 초반 라스티냐크도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집안의 기대를 걸머지고 파리로 유학왔지만 그는 법학보다는 파리 사교계에 진출함으로써 성공을 누리려 한다. 사교계에 머리를 들이미느라 안간힘을 쓰는 중 만나게 된 백작 부인과 남작 부인 두 부인네가 자기와 한집에 하숙하는 고리오 영감의 두 딸임을 알게 된 그는 존재감없는 고리오 영감에게 잘 보임으로써 출세길을 열어보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라스티냐크가 무척 속물적인 근성만 가지고 있는 청년같지만 출세 지향적이긴 하나 정작 어떤 일이 닥칠때마다 그가 선택하는 쪽은 오히려 순수한 인간형에 가깝다. 제목의 고리오 영감보다 오히려 이 청년 라스티냐크를 통해 고리오 영감에 대한 것까지 작품 속에 묘사 되고 있으니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요 인물인 셈이다.

고리오 영감은 한때 국수만드는 공장을 하여 큰돈을 벌기도 하였으나 두 딸을 키워 번듯한 곳에 시집 보내고 그들의 허영과 욕심을 채워주는데 아낌없이 퍼주며 사느라 본인의 존재감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산지 오래이고, 라스티냐크는 이제 막 성공과 출세에 눈 뜨기 시작한 젊은이. 과연 이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으로 연대감이 형성될까 싶지만, 의외로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가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딸을 좋아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라스티냐크는 자기가 흠모해마지 않는 남작 부인의 아버지가 고리오 영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에 서로를 각별히 생각해주는 마음이 생겨난다.

 

발자크의 소설은 처음인데다가 이 당시 프랑스 사회상이라든지 문예 사조에 대해서 체계적인 지식이 없으니 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딱 그만큼의 기본 지식을 가지고 소감을 말한다면, 이 작품만 읽어서는 발자크 작품에 대한 의의와 가치를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상이 작품의 구성 속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가 있는지, 발자크의 자리매김에 어떤 공헌을 하였는지 쉽게 짚어내지 못하겠더라. 오히려 고리오 영감의 눈먼 자식 사랑과 두 딸의 허영심과 어리석음, 그것과 관련하여 작품의 결말까지, 개인사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가 어디에 어떻게 잘 드러나 있는가 싶다. 고리오 영감의 묘지에서 돌아오며 라스티냐크의 마지막 대사이자 작품의 마지막 문장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도 영 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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