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3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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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을 <소설로 읽는 페미니즘> 이라고 할까 하다가 과장인 것 같아 고쳐썼다.

두권으로 되어 있지만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는 소설. 그만큼 스토리텔링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채 키워지는 주인공의 행로도 흥미롭지만 칠레, 영국, 샌프란시스코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배경도 흥미롭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이민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을 읽으며 얻은 덤. 등장 인물도 다국적이다. 주인공 엘리사는 영국인과 칠레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고, 엘리사를 거두어 키워준 소머즈 가족은 1830년대 영국에서 칠레로 넘어온 영국인이며, 엘리사의 절친 타오 치엔은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중국인이다.

이 책의 제목 <운명의 딸>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삶을 열어나간다는 의미로 읽혀져야 맞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결혼에 실패한 로즈 소머즈가 그것을 자기의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결혼한 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독신의 삶을 사는 것도 그렇고, 친부모도 아니면서 친부모처럼 자기를 키워준 로즈 소머즈가 추천하는 번듯한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길고 긴 고생길을 걸어야했던 엘리사도 그렇다. 밥 먹기도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이름대신 네번째 아들로 불리며 자랐다는 중국인 타오 치엔 역시 남자이지만 이미 열려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삶 대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닦아가며 살아간 경우이다.

이들은 사회적 체면, 인종, 관습, 종교, 성적 억압, 왜곡된 현실이 만들어낸 굴레를 운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운명이라는게 있다면 이런 굴레를 극복하며 사는 삶이 오히려 운명이랄까.  

이사벨 아옌데 작가 연보를 훑어 보니 그녀의 행로 속에 소설의 배경이 다 들어가있는 듯 하다. 페루에서 태어나고 칠레에서 성장했으며 결혼 후 유럽에서 살다가 다시 칠레로. 이후 스페인, 베네수엘라를 거쳐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한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는 세상을 보는 안목부터 다를 듯. 남미와 미국의 역사, 중국 사회와 풍습까지 실로 풍부한 지식이 이야기 속에 유감없이 드러나 있고 스토리텔링의 강점을 더해주는데는 아마도 과감한 에로티시즘 묘사도 분명히 한몫 하지 않나 싶다. 그녀의 소설이 영화, 연극, 발레등으로 많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첫소설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게한 <영혼의 집>도 관심이 가지만 불치의 병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큰 딸 파울라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라는 <파울라>에 더 관심이 간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쓴 작가들의 일생은 그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험한 사람의 얘기는 그만큼 생생하고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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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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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델라.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해오고 있었으나 그 바램이 그리 강하진 않아서, 아마도 훨씬 더 나중에 읽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작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을 대학생때 극장에서 보며 다른 건 다 잊어도 너무나 야한 영화였다는 느낌은이무려 이십 년 넘게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밀란 쿤델라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작가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이 책을 읽기 전 기대였고, 결과를 말하자면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것은 내가 바보 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녔고, 마르케타는 농담을 절대 이해 못 하는 치명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52)

 

농담이 농담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때는 농담을 듣는 사람이 농담을 하는 사람의 의도를 이해 할 수 있을 때이다. 그것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쪽에서 미리 헤아리고 하는 것이 옳다. 농담엔 진담이 어느 정도 섞여 있기 때문에 농담과 진담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농담은 그런 개인적 성향 차이보다는 시대적 상황에서 오는 해석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 시대적 상황이라는게 이 소설에서는 체코에서 있었던 1948년 2월 혁명으로 대표할 수 있을 텐데, 이 혁명을 계기로 체코에는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구 소련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게 된다. 주인공 루드비크가 좋아하던 여자 마르케타에게 쪽지에 써보낸 농담이 둘 사이에 변화뿐 아니라 루드비크의 이후 몇년 인생 행로를 바꿔놓게 되는 사건은 바로 이 1948년 2월 혁명이 있은 다음 해에 일어난다.

그 쪽지에 쓴 내용이란,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비크" 였다.

다만 장난치려고 했다는 루드비크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루드비크는 학교에서 추방당할 뿐 아니라 도로 작업, 탄광 노동 등의 강제 노역으로 몇년을 보내게 된다. 마침내 사회로 복귀된 그는 자기의 추방을 찬성했던 사람들을 찾아 복수심에서 비롯된 행동을 한다. 학생위원장이었던 제마네크, 그의 부인 헬레나와 육체적인 애정을 나누지만 정작 제마네크는 부인인 헬레나를 두고 다른 애인을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복수행위에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는 루드비크. 더구나 제마네크 역시 예전의 제마네크가 아니었다 (사람은 변한다!).

수용소 생활 당시 만난 루체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끝내 육체적인 사랑을 허락하지 않고 루체는 떠나게 되고 이후의 루체를 거두어준 코스트카는 이 책의 4명의 화자중 한 사람이다. 루드비크의 옛친구이기도 한 코스트카와 야로슬라프와의 만남을 통해 루드비크는 지나간 날들의 진실을 알게 되고, 복수가 무의미하고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내 인생의 모든 일들을 전부 취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일들을 초래한 실수들이 내가 한 실수들이 아니라면 무슨 권리로 내가 그것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 (483)

도대체 우리의 인생에서 정작 우리가 관여하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가 다시 묻게 된다.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 (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483)

 

고향친구 야로슬라프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루드비크는 생각한다.

우리 운명은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끝나는 일도 종종 있다는 생각, 종말의 순간은 죽음의 순간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532)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한 구절이다.

 

생각보다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으나, 농담이라는 제목 속에 담긴 저자의 대의에 비해 엉뚱하고 (마지막 헬레나의 자살 소동 헤프닝) 아쉬운 부분 (루체라는 여자의 심리에 대한 불충분한 묘사)도 있기는 했다.

저자 소개를 읽업보면 밀란 쿤데라 자신의 인생 행로도 그의 작품 속 인물들 못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국인 체코와 프랑스를 넘나들며 겪은 고초는 작가 자신과 함께 그의 작품들도 겪은 일이기도 하다. 이 작품 <농담>도 체코어로 쓰였었으나 고국에서 추방되는 계기를 제공했을 뿐이고 나중에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고서야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중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프랑스어로 쓰였다고 하는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의 어려움은 어땠을지. 또한 모국어만큼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을지.

 

시대적,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낸 농담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애정에 편중된 방식의 복수극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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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8-04 05:16   좋아요 1 | URL
아마 취소할 수 있다면 인간은 계속 취소만 하다가 생을 다 소모해버릴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어떤 힘과 제도에 의해 일이 결정되어 버리니 인간은 속수무책이고 벌어진 결과를 취소할수는 더군다나 없다는, 좀 절망적인 의미로 쓰여졌지요.
이런 심각한 주제에 비해 중간중간 너무 가볍게 넘어가거나 엉뚱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좀 이해가 안된다고 했더니 남편이 옆에서 ˝그러니까 제목이 농담이라잖아~˝ 그러더라고요. (참고로 남편은 이 책 안 읽었습니다 ^^)
 

 

내 이메일의 Draft 폴더에는 5년 넘게 한통의 메일이 저장되어 있다.

2012년 1월. 지금까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세달 째 되어가던 때였다. 겨우 일에 적응이 되려고 하던 참인데 이번엔 임원진이 통째로바뀌고 일의 체계까지 대폭 바뀌어 도저히 앞으로 내가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심 고심 끝에 "저보다 더 적임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라는, 한마디로 일을 그만 두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쓰고 전송하기 직전, 혹시 조금이라도 무례한 표현이 있는지 읽어보라고 남편에게 보여주었는데 읽고난 남편이 그 일을 지금 당장 그만 두지 말고 조금만 더 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메일은 전송을 보류하고 Draft 폴더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세달 모자라는 6년을 해온 일. 이제 진짜 그만 하게 되었다.

 

열심히 했다.

그래서 여한이 없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있으니,

어디선가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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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8-03 12:2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좀 슬슬 했더라면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너무 과잉충성한게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아요.

세실 2017-08-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부러운걸요!

hnine 2017-08-03 13:0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세실님, 제가 짤린건데요 ㅠㅠ

프레이야 2017-08-0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시작!! 뭐든 응원합니다.

hnine 2017-08-03 16:04   좋아요 0 | URL
뭐든 응원해주신다는 말씀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당분간 책을 더 열심히 읽으려고요. 방학 숙제 없이 방학을 맞은 학생이 되었다 생각하고요 ^^

2017-08-03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8-03 16:06   좋아요 1 | URL
새로 언제 무엇을 시작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불안하게도 하지만 그 불안도 제가 마음 속에서 짓는 것이니, 그냥 좋게, 마냥 좋게 (^^) 생각하려고요. 몸이 아픈 것 아니라면 이 세상에 정말 심각한 일이란 몇 안된다는게 제 평소 생각이기도 하고요.
기운나라고 해주시는 말씀 감사드려요.

2017-08-03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8-04 05:04   좋아요 0 | URL
일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니 제 적성에도 아주 맞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다른 곳에서 또 제의가 오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출근하지 않고 제 집에서 할 수 있다는게 저 같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었지요.
제 친구들 중에도 직장 생활 계속 해오고 있는 애들은 이제 많이 지쳐하더군요. 거의 번아웃 증후군 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요. 체력의 고갈을 느낄 즈음 그만 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디 딱 아픈 곳이 나타나야 비로소 쉬게 되니 참...
저도 계속 쉴 수 있는 형편은 못되고요 ^^ 조급하지 않게 또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지요.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ualia 2017-08-0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화제의 서재글 꼭지에 올라온 hnine 님의 글 첫머리를 딱 읽었을 때, 평소 hnine 글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유형의 심리적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역시 열어보니 다사다난했던 스토리 대부분은 hnine 님 마음 깊은 곳에 접어넣으시고 짧게 축약하고 절제한 글이군요. 세 달 만에 끝났을지도 모를 쉽지 않은 스토리를 여섯 해나 계속 이어오신 것이었네요.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입니다. 저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은데, 온라인 상의 한 독자에 불과하지만 정말 응원해드리고 싶네요. 그래요. 어디선가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을 겁니다. 이 말씀엔 오히려 제가 응원받는 느낌이네요. 아자~!!! hnine 님, 화이팅입니다~!!!

hnine 2017-08-04 05:12   좋아요 1 | URL
이 사려 깊은 댓글이라니, 감동입니다.
제 원래 성격은요 qualia님 (속닥속닥 ^^) 계획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그 계획을 제 자신이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거나, 그러면 무척 불안해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자책하고, 그래서 주위 사람까지 불안하게 하는, 그런 성격이랍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저에게 득이 되는게 없더라고요. 지내고 보면 그렇게 마음 끓일 정도의 일이 아니었던 경우도 많았고요. 결혼도 남들보다 늦게, 그러니 자연히 아이도 남들보다 늦게, 공부도 남들보다 늦게 마치는 경험을 해오다 보니 성격이 많이 누그러 들었다고 할까요. 세달 만에 끝났을 수도 있을 일을 거의 6년 동안 해온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요.
응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여기 온라인 상에서 제일 솔직해지고 응원도 받고, 그러는 것 같아요 ^^

신지 2017-08-05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문이 닫히고 있으니,
어디선가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겠지.라는 말 참 좋네요.
어떤 새로운 문이 열릴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왠지 너무 늦지 않게 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

hnine 2017-08-05 11:55   좋아요 2 | URL
늦지 않게 새로운 문이 열리면 저도 좋겠어요. 그때까지 조급하지 말라고, 제 자신에게 당부하는 의미로 이 페이퍼를 쓴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 어디 나에게만 있는 일인가, 생각해야지요.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단, 이 더위라는 문이 어서 닫히고 가을이라는 문이 열렸으면 좋겠네요 ^^

nama 2017-08-11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문....‘ 이라는 글귀 요즘 제가 입에 달고 살아요. 아이들 성적표 가정통신문에도 인용했어요. 저도 새로운 문을 열 준비를 하려고 하거든요. 뜻대로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hnine 2017-08-11 20:10   좋아요 0 | URL
네, 어떤 곳으로 향하는 문일지 모르겠고,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감도 가져보고 그렇네요. nama님도 잘 되실거예요.
 

 

 

소서 (小暑) 여름 더위가 시작하는 날. 양력 7월 7일

 

...이미 지나갔다.

 

대서 (大暑) 더위가 가장 심한 시기. 양력 7월 23일

 

...이것도 지나갔다.

 

이제 다음 올 절기는,

 

입추 (立秋)  가을의 시작. 양력 8월 7일

 

!!!

 

 

 

무한반복하며 해가 지기를, 땅의 열기가 식기를 기다린다.

 

강아지가 어디갔나 봤더니 현관 앞 돌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있다 ㅠㅠ

 

 

 

 

 

 

 

 

 

- 눈 사진 보며 눈이라도 시원하게. 눈 덮고 누워있는 나뭇가지이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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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7-2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바람결이 달라졌어요.^^

hnine 2017-07-27 23:07   좋아요 0 | URL
낮에 아무리 더워도 밤에만이라도 선선해지면 낮 더위를 견딜 수 있는데 밤에마저 더우면 힘들어지더군요. 낮 최고기온도 33도까지는 간신히 버티는데 34도인날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나저나 이제 입추가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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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유해 세균의 침입은 물론, 내 호르몬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는 어떠한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있을 모체 적합성 여부 테스트를 통과하여 최상의 DNA 전달자로 선발만 되면 내 몸과 정신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나의 생명이 끝난 이후에도 나의 DNA가 이 지구상의 어느 호모 사피엔스 몸 속에 계속 전달되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특혜가 있을까. 이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을까. 내 육신은 끝이 있어도 끝이 아니게 될 것이다. 내 DNA는 계속 남아있을테니."

내가 가끔 상상해보는 미래이다. 가임기의 여성이 배우자를 만나 2세를 낳는 일. 이것이 앞으로는 가임기의 여성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2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여성을 선발하여 선택된 유전자로 구성된 2세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귀인 모시듯이 모시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본 것이다. 그것은 물론 그 여성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양질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생산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성이 일정 나이가 되면 누구나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따라, 또 특수화된 교육과 선발 과정을 거쳐 모성 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한 특수 계급층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심심할때 나 혼자 꾸는 백일몽 이라서, 어떤 근거도 논리도 없다.

 

호모 데우스. 이 책 속 유발 하라리가 제시한 미래 사회, 미래 인간을 읽어보니 그는 앞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걸어가게 될 길을 예측하느라 현재뿐 아니라 아주 과거에 우리가 걸어온 길까지 정말 공부를 많이 했더라.

신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만들어내야 했던 존재. 그런데 이제 인간이 그 신의 경지에 가까와지고 있다. 그러면 인간이 신이라고 믿고 있던 그 자리는 무엇이 대치하게 될 것인가. 두가지. 인공지능생명공학. 이 책의 내용을 두 단어로 요약하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다.

 

서론, 인류의 새로운 의제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목적과 의도를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두 구절을 가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왜 공부하는가? 역사가 불변하는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미래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면 왜 역사를 연구할까?

- 역사학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가 평상시 고려하지 않는 가능성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91쪽)

 

인본주의란 무엇인가?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다. (100쪽)

인본주의를 이렇게 간단하게, 그러나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을 처음 본다. 즉, 인본주의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이 신과 같아지는 지점이라는 말.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에서는 미래를 얘기하기 전에 우선 지금까지 사피엔스가 걸어온 길, 즉 과거를 얘기한다. 당연히 전작 사피엔스 내용이 많이 나오고 , 드디어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념 등장. 저자는 이 알고리즘이 이 책의 핵심개념일뿐 아니라 21세기를 지배할 개념이므로 알고리즘에 대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대놓고 얘기했다.

알고리즘이란, 같은 방법이 계속 반복되는 단계를 밟아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즉 일종의 방법론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들을 포함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9퍼센트는 감각, 감정, 욕망이라고 불리는 매우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126쪽)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우월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다음 세가지였다.

1. 사피엔스만이 영혼을 가진다.

2. 사피엔스만이 의식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3. 쥐, 개, 여타 동물들이 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인간과 달리 자의식이 없다. 즉 사피엔스만이 자의식,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1번의 영혼은 상대성 이론, 진화론과 같은 과학에 의해 반증된다.

2번의 의식적인 마음은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이미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의식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의해 반증된다.

3번의 자의식은 동물과 인간이 차이가 없다는 실험에 의해 반증된다.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없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 시스템의 의식, 감정, 감각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영혼이나 의식 같은 특별한 본질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을 누르고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그것은 더 능란한 손재주나 큰 뇌 덕분이 아니라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는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과학에 의해 인간의 믿음이 반증되었다고 해서 과학이 최종 결정 역할을 담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유발 하라리가 펼치는 일종의 반전이랄 수 있는데 이미 앞에서 과학과 종교의 범주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언급된 적 있으나 여기서 한번 더 확실하게 짚어주고 간다.

다른 어떤 동물들도 우리에게 맞서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영혼이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상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상호주관적 실재들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념이라는 허구들이 유전자 가닥들을 고쳐쓸 것이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기후를 재설계할 것이고 산과 강 같은 지리적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들이 유전암호와 전자암호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상호주관적 실재가 객관적 실재를 삼키고, 생물학은 역사와 융합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21세기에 허구는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214, 215쪽)

 

하! 과학 위에 있는 허구.

 

우리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도 해독해야 한다. (216쪽)

 

허구를 어떻게 해독해야하지?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사피엔스가 그 우월성을 어떻게 펼쳐왔고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으며, 그리하여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 현재까지의 상황 점검이다. 사피엔스가 그 우월성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 두가지 때문이었다. 문자성경.

2부에서 가장 마음에 새기고 싶었던 내용은 일전에 다른 페이퍼로 남긴 적있는 실제와 허구는 서로 배척 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 관계라는, 또한번의 유발 하라리식 반전이었다.

실제(예. 과학)가 허구(예. 신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에 맞게 실제를 바꿀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할 것이다.

 

과학이 부상함에 따라 적어도 몇몇 신화와 종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매우 난처한 질문 하나.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과학과 종교는 500년 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250쪽)

 

과학과 종교는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우는 부부 사이라지 않는가. 싸우긴하지만 아무튼 부부 사이라는 것. 친구가 아닌 부부이다. 친구와 달리 부부는 일종의 계약에 의해 묶여 있는 관계이다. 과학과 종교가 일종의 계약 관계라는 것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아서 초집중해서 읽고는 아슬아슬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과학에 의해 종교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대상이 되었던 신의 영역-그 영역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설정해놓은 것이니까-에 인간이 도달하게 됨에 따라 이제 인간은 예전의 신이 아닌 새로운 신을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신의 자리에 인간이 앉혀놓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다음 3부의 내용.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과학과 종교 사이의 계약 관계가 깨지게 된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알려진 사실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도달하게 된 지점을 종교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당대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이제 종교는 어떠한 선지자적 방향 제시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인간을 신의 경지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던 인본주의는 21세기에 이르러 기술 발전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된다. 핵무기와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의 지침 역할을 해주는 신의 자리를 대치하게 될 것은 생명공학인공지능이라고 저자는 결단력있게 주장한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인공지능이란 다름 아닌, 알고리즘을 기본 방법론으로 하고 있는 기기이다. 그가 알고리즘을 21세기의 핵심 개념이라고 처음부터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생명공학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얼마나 큰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지, 저자가 든 예들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서 또한번 놀라며 읽었다. 아마도 그는 역사 만큼이나 생명공학 분야의 공부를 해오고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에 의해 인본주의, 자유주의 철학이 무용지물이 되고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인간 사회에는 새로운 계급 형성이 이루어지는데, 소규모 엘리트 집단, 즉 '초인간' 계급과, 쓸모없는 대중이다. 전자의 초인간 계급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데우스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알고리즘과 생명공학이 근간이 되는 신흥 기술종교는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 (데이터교)가 될 것인데,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일 뿐이지 사례를 읽어보면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다. 차를 운전할때 우리는 우리의 순간적인 판단보다 네비게이터를 더 신뢰하지 않는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사소한 흥미거리를 즐기기 위해 우리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동의한 덕분에 공짜로 축적된 무지막지한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거쳐 막대한 양의 정보의 흐름을 형성하고 그것을 이용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려주고 판단을 내려준다. 나 한 사람의 경험을 근거로 한 결정을 신뢰하겠는가 아니면 막대한 양의 정보를 토대로 내려진 결정을 받아들이겠는가. 여기서 잠깐 장난스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만약 이 단계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된 결정을 거부하고 오로지 나의 경험에 근거한 결정에 의존하겠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백만배 더 정확한 데이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럴 인간이 있을까.

 

미래라고 하기엔 너무나 눈 앞에 가까이 보이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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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7-30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작 이런 논쟁적인 책(에 대한 서평)에 대해서는 왜 댓글이 하나도 없는 거죠??? 요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인공지능이 가장 뜨거운 화제이고 생각거리 풍부한 논제라 할 수 있는데요. 알라딘 사람들/블로거들은 왜들 이렇게 조용한 것이죠? 자기 의견 제시에 너무들 소극적인 건 아닐까요? 누가 좀 논쟁의 불씨를 당겨줬으면 하고 기대했습니다만... ―.― ^^

hnine 2017-07-31 05:02   좋아요 1 | URL
그냥 인공지능에 대해 논쟁을 하자면 가능할텐데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토론을 하자면 아마 저자 만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상태여야 할 것 같고, 그러려니 저부터도 벌써 움찔 해져요. 그 정도의 충분한 지식이 없거든요. 읽으면서 그저 조용히 공감하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생각거리가 풍부한 논제라는데는 저도 동감입니다. 이제 대세는 이미 인공지능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충분해야 할 것 같고요.
저는 qualia님께서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