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3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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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을 <소설로 읽는 페미니즘> 이라고 할까 하다가 과장인 것 같아 고쳐썼다.

두권으로 되어 있지만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는 소설. 그만큼 스토리텔링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채 키워지는 주인공의 행로도 흥미롭지만 칠레, 영국, 샌프란시스코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배경도 흥미롭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이민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을 읽으며 얻은 덤. 등장 인물도 다국적이다. 주인공 엘리사는 영국인과 칠레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고, 엘리사를 거두어 키워준 소머즈 가족은 1830년대 영국에서 칠레로 넘어온 영국인이며, 엘리사의 절친 타오 치엔은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중국인이다.

이 책의 제목 <운명의 딸>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삶을 열어나간다는 의미로 읽혀져야 맞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결혼에 실패한 로즈 소머즈가 그것을 자기의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결혼한 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독신의 삶을 사는 것도 그렇고, 친부모도 아니면서 친부모처럼 자기를 키워준 로즈 소머즈가 추천하는 번듯한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길고 긴 고생길을 걸어야했던 엘리사도 그렇다. 밥 먹기도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이름대신 네번째 아들로 불리며 자랐다는 중국인 타오 치엔 역시 남자이지만 이미 열려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삶 대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닦아가며 살아간 경우이다.

이들은 사회적 체면, 인종, 관습, 종교, 성적 억압, 왜곡된 현실이 만들어낸 굴레를 운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운명이라는게 있다면 이런 굴레를 극복하며 사는 삶이 오히려 운명이랄까.  

이사벨 아옌데 작가 연보를 훑어 보니 그녀의 행로 속에 소설의 배경이 다 들어가있는 듯 하다. 페루에서 태어나고 칠레에서 성장했으며 결혼 후 유럽에서 살다가 다시 칠레로. 이후 스페인, 베네수엘라를 거쳐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한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는 세상을 보는 안목부터 다를 듯. 남미와 미국의 역사, 중국 사회와 풍습까지 실로 풍부한 지식이 이야기 속에 유감없이 드러나 있고 스토리텔링의 강점을 더해주는데는 아마도 과감한 에로티시즘 묘사도 분명히 한몫 하지 않나 싶다. 그녀의 소설이 영화, 연극, 발레등으로 많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첫소설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게한 <영혼의 집>도 관심이 가지만 불치의 병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큰 딸 파울라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라는 <파울라>에 더 관심이 간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쓴 작가들의 일생은 그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험한 사람의 얘기는 그만큼 생생하고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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