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메일의 Draft 폴더에는 5년 넘게 한통의 메일이 저장되어 있다.
2012년 1월. 지금까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세달 째 되어가던 때였다. 겨우 일에 적응이 되려고 하던 참인데 이번엔 임원진이 통째로바뀌고 일의 체계까지 대폭 바뀌어 도저히 앞으로 내가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심 고심 끝에 "저보다 더 적임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라는, 한마디로 일을 그만 두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쓰고 전송하기 직전, 혹시 조금이라도 무례한 표현이 있는지 읽어보라고 남편에게 보여주었는데 읽고난 남편이 그 일을 지금 당장 그만 두지 말고 조금만 더 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메일은 전송을 보류하고 Draft 폴더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세달 모자라는 6년을 해온 일. 이제 진짜 그만 하게 되었다.
열심히 했다.
그래서 여한이 없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있으니,
어디선가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