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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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유해 세균의 침입은 물론, 내 호르몬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는 어떠한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있을 모체 적합성 여부 테스트를 통과하여 최상의 DNA 전달자로 선발만 되면 내 몸과 정신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나의 생명이 끝난 이후에도 나의 DNA가 이 지구상의 어느 호모 사피엔스 몸 속에 계속 전달되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특혜가 있을까. 이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을까. 내 육신은 끝이 있어도 끝이 아니게 될 것이다. 내 DNA는 계속 남아있을테니."

내가 가끔 상상해보는 미래이다. 가임기의 여성이 배우자를 만나 2세를 낳는 일. 이것이 앞으로는 가임기의 여성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2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여성을 선발하여 선택된 유전자로 구성된 2세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귀인 모시듯이 모시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본 것이다. 그것은 물론 그 여성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양질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생산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성이 일정 나이가 되면 누구나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따라, 또 특수화된 교육과 선발 과정을 거쳐 모성 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한 특수 계급층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심심할때 나 혼자 꾸는 백일몽 이라서, 어떤 근거도 논리도 없다.

 

호모 데우스. 이 책 속 유발 하라리가 제시한 미래 사회, 미래 인간을 읽어보니 그는 앞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걸어가게 될 길을 예측하느라 현재뿐 아니라 아주 과거에 우리가 걸어온 길까지 정말 공부를 많이 했더라.

신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만들어내야 했던 존재. 그런데 이제 인간이 그 신의 경지에 가까와지고 있다. 그러면 인간이 신이라고 믿고 있던 그 자리는 무엇이 대치하게 될 것인가. 두가지. 인공지능생명공학. 이 책의 내용을 두 단어로 요약하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다.

 

서론, 인류의 새로운 의제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목적과 의도를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두 구절을 가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왜 공부하는가? 역사가 불변하는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미래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면 왜 역사를 연구할까?

- 역사학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가 평상시 고려하지 않는 가능성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91쪽)

 

인본주의란 무엇인가?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다. (100쪽)

인본주의를 이렇게 간단하게, 그러나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을 처음 본다. 즉, 인본주의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이 신과 같아지는 지점이라는 말.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에서는 미래를 얘기하기 전에 우선 지금까지 사피엔스가 걸어온 길, 즉 과거를 얘기한다. 당연히 전작 사피엔스 내용이 많이 나오고 , 드디어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념 등장. 저자는 이 알고리즘이 이 책의 핵심개념일뿐 아니라 21세기를 지배할 개념이므로 알고리즘에 대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대놓고 얘기했다.

알고리즘이란, 같은 방법이 계속 반복되는 단계를 밟아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즉 일종의 방법론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들을 포함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9퍼센트는 감각, 감정, 욕망이라고 불리는 매우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126쪽)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우월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다음 세가지였다.

1. 사피엔스만이 영혼을 가진다.

2. 사피엔스만이 의식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3. 쥐, 개, 여타 동물들이 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인간과 달리 자의식이 없다. 즉 사피엔스만이 자의식,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1번의 영혼은 상대성 이론, 진화론과 같은 과학에 의해 반증된다.

2번의 의식적인 마음은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이미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의식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의해 반증된다.

3번의 자의식은 동물과 인간이 차이가 없다는 실험에 의해 반증된다.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없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 시스템의 의식, 감정, 감각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영혼이나 의식 같은 특별한 본질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을 누르고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그것은 더 능란한 손재주나 큰 뇌 덕분이 아니라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는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과학에 의해 인간의 믿음이 반증되었다고 해서 과학이 최종 결정 역할을 담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유발 하라리가 펼치는 일종의 반전이랄 수 있는데 이미 앞에서 과학과 종교의 범주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언급된 적 있으나 여기서 한번 더 확실하게 짚어주고 간다.

다른 어떤 동물들도 우리에게 맞서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영혼이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상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상호주관적 실재들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념이라는 허구들이 유전자 가닥들을 고쳐쓸 것이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기후를 재설계할 것이고 산과 강 같은 지리적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들이 유전암호와 전자암호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상호주관적 실재가 객관적 실재를 삼키고, 생물학은 역사와 융합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21세기에 허구는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214, 215쪽)

 

하! 과학 위에 있는 허구.

 

우리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도 해독해야 한다. (216쪽)

 

허구를 어떻게 해독해야하지?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사피엔스가 그 우월성을 어떻게 펼쳐왔고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으며, 그리하여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 현재까지의 상황 점검이다. 사피엔스가 그 우월성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 두가지 때문이었다. 문자성경.

2부에서 가장 마음에 새기고 싶었던 내용은 일전에 다른 페이퍼로 남긴 적있는 실제와 허구는 서로 배척 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 관계라는, 또한번의 유발 하라리식 반전이었다.

실제(예. 과학)가 허구(예. 신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에 맞게 실제를 바꿀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할 것이다.

 

과학이 부상함에 따라 적어도 몇몇 신화와 종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매우 난처한 질문 하나.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과학과 종교는 500년 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250쪽)

 

과학과 종교는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우는 부부 사이라지 않는가. 싸우긴하지만 아무튼 부부 사이라는 것. 친구가 아닌 부부이다. 친구와 달리 부부는 일종의 계약에 의해 묶여 있는 관계이다. 과학과 종교가 일종의 계약 관계라는 것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아서 초집중해서 읽고는 아슬아슬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과학에 의해 종교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대상이 되었던 신의 영역-그 영역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설정해놓은 것이니까-에 인간이 도달하게 됨에 따라 이제 인간은 예전의 신이 아닌 새로운 신을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신의 자리에 인간이 앉혀놓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다음 3부의 내용.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과학과 종교 사이의 계약 관계가 깨지게 된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알려진 사실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도달하게 된 지점을 종교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당대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이제 종교는 어떠한 선지자적 방향 제시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인간을 신의 경지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던 인본주의는 21세기에 이르러 기술 발전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된다. 핵무기와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의 지침 역할을 해주는 신의 자리를 대치하게 될 것은 생명공학인공지능이라고 저자는 결단력있게 주장한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인공지능이란 다름 아닌, 알고리즘을 기본 방법론으로 하고 있는 기기이다. 그가 알고리즘을 21세기의 핵심 개념이라고 처음부터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생명공학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얼마나 큰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지, 저자가 든 예들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서 또한번 놀라며 읽었다. 아마도 그는 역사 만큼이나 생명공학 분야의 공부를 해오고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에 의해 인본주의, 자유주의 철학이 무용지물이 되고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인간 사회에는 새로운 계급 형성이 이루어지는데, 소규모 엘리트 집단, 즉 '초인간' 계급과, 쓸모없는 대중이다. 전자의 초인간 계급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데우스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알고리즘과 생명공학이 근간이 되는 신흥 기술종교는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 (데이터교)가 될 것인데,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일 뿐이지 사례를 읽어보면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다. 차를 운전할때 우리는 우리의 순간적인 판단보다 네비게이터를 더 신뢰하지 않는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사소한 흥미거리를 즐기기 위해 우리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동의한 덕분에 공짜로 축적된 무지막지한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거쳐 막대한 양의 정보의 흐름을 형성하고 그것을 이용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려주고 판단을 내려준다. 나 한 사람의 경험을 근거로 한 결정을 신뢰하겠는가 아니면 막대한 양의 정보를 토대로 내려진 결정을 받아들이겠는가. 여기서 잠깐 장난스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만약 이 단계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된 결정을 거부하고 오로지 나의 경험에 근거한 결정에 의존하겠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백만배 더 정확한 데이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럴 인간이 있을까.

 

미래라고 하기엔 너무나 눈 앞에 가까이 보이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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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7-30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작 이런 논쟁적인 책(에 대한 서평)에 대해서는 왜 댓글이 하나도 없는 거죠??? 요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인공지능이 가장 뜨거운 화제이고 생각거리 풍부한 논제라 할 수 있는데요. 알라딘 사람들/블로거들은 왜들 이렇게 조용한 것이죠? 자기 의견 제시에 너무들 소극적인 건 아닐까요? 누가 좀 논쟁의 불씨를 당겨줬으면 하고 기대했습니다만... ―.― ^^

hnine 2017-07-31 05:02   좋아요 1 | URL
그냥 인공지능에 대해 논쟁을 하자면 가능할텐데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토론을 하자면 아마 저자 만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상태여야 할 것 같고, 그러려니 저부터도 벌써 움찔 해져요. 그 정도의 충분한 지식이 없거든요. 읽으면서 그저 조용히 공감하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생각거리가 풍부한 논제라는데는 저도 동감입니다. 이제 대세는 이미 인공지능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충분해야 할 것 같고요.
저는 qualia님께서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