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밑둥만 남은 무우,
그냥 버리기가 아쉬웠던 어느 날. 

접시에 놓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주방 창가에 두었다. 

하루가 다르게 무우 밑둥에서 줄기가, 잎이 쑥쑥 자라났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만큼 컸네, 말을 건네는 기분이 좋았다. 
신통하구나, 나는 물 밖에 특별히 준 것이 없는데,
이렇게 잘 자라다니, 신통해, 대견해.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꽃까지 피울 줄이야.

  



 

 

 

 

 

 

 

 

 

 

 

 

 

 

 

 

 

 

 

 

 

 

 

 

 

 

 

 

 

 

 

너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나보구나,
이렇게 힘을 다해 꽃까지 피울 수 있었구나. 

너는 내가 지금까지 본 꽃 중 아주 특별한 꽃이다, 알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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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0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꽃이 저리 곱군요.
신비하여라.
참 자연은 거저 뭔가를 많이 줍니다 ^^

hnine 2009-06-01 16:05   좋아요 0 | URL
사진을 좀 더 잘 찍고 싶었는데 저리 나왔네요. 꽃이 참 여리고 소박하게 생겼어요.

sooninara 2009-06-0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스런 꽃이네요. 저도 무 쓰고 남으면 키워보고 싶네요.
위로 쭉쭉 뻣은 가지가 시원해 보이네요^^
칭찬은 무도 꽃 피우게 하는군요.

hnine 2009-06-02 00:54   좋아요 0 | URL
무우 밑둥 키워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이렇게 꽃까지 핀 적은 처음이네요. 정말 물 밖에 주는 것이 없는데, 아마 제 몸의 양분을 다 소진시켜가며 꽃을 피우고 있나봐요. 대견하지요.

마노아 2009-06-0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에요. 눈은 말할 것도 없구요.^^

hnine 2009-06-02 00:56   좋아요 0 | URL
가늘고 여리게 위로 쭉쭉 자라주는 것만해도 신통한데 어느 날 꽃이 핀 것을 보니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흙에다 옮겨 심어주면 계속 자랄까 의문입니다.

비로그인 2009-06-0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에서 저렇게 이쁜 꽃이 피나요.

hnine 2009-06-02 00:57   좋아요 0 | URL
괴물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무꽃이 저리 생긴 줄을요. 튼실한 무에서 저리 여린 꽃이 피네요.

qualia 2009-06-0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무우 밑둥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hnine 님...
그 마음 닮고 싶습니다.


hnine 2009-06-02 01:00   좋아요 0 | URL
qualia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제 마음이 별로 강단있지 못하니 다른 대상들에도 연민의 감정을 자주 갖나봐요. 같이 느껴주셔서 감사드려요.

프레이야 2009-06-0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꽃 처음 봐요. 색깔도 예쁘네요.
칭찬은 사람만 그걸 좋아하는 게 아닌가 봐요.
다 아는 사실인데 자꾸 잊고 살지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칭찬 한마디 꼭 해야겠어요.

hnine 2009-06-02 07:54   좋아요 0 | URL
무에서 꽃 핀 것 가지고 제가 좀 오버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통해서요. 이런 구실, 저런 구실 갖다 부치며 태만해지려는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프레이야님 말씀 듣고 저도 오늘 누군가에게 꼭 칭찬 한마디 하도록, 칭찬 꺼리를 찾아봐야겠어요.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영화로도 상영이 되어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하여 몇몇 용의자들이 추려지고, 사소해 보이는 단서들을 가지고 두뇌 명석한 어느 누군가에 의해 사건의 열쇠가 하나하나 풀려가는 동시에 그보다 좀 덜 명석한 사람이 하나 등장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느라 고전하는, 크게 보면 이런 구성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여지지 않지만, 그래도 기존의 추리 소설에서 못 보던 몇가지 극적인 요소들을 끌어오느라 애쓴 흔적이 보이는 소설이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대조, 비교해 놓은 점과, 그저 물질적인 욕심이나 감정적인 복수가 목적이 아닌, 다소 의외의 살인 동기 등. 그런 점들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유명해졌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펼쳐들 때 사건의 의외성, 엽기성이 아니더라도 어떤 긴장감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러한 긴장감이 별로 들지 않았음, 그래서 큰 감흥으로 읽지는 못했음을 고백해야겠다. 또 한가지, 지금까지 내가 비교적 최근에 번역된 인기 있다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다지 재미를 못느낀 이유를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는데, 마음을 울리는 문장, 소위 문학성이 뛰어나고 감동을 주는 구절을 기대하고 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고 건조한 문체, 아마 기계적인 번역도 한 몫 한다고 보는데, 문학 작품이라기 보다는 사건 일지 같은 느낌을 주거나, 짤막하고 똑 떨어지는 문장들. 페이지는 금방 쉽게 넘어가지만 그다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다지 매력을 못느껴 온 것 같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재미있다.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는 의의가 없다. 하지만 깊이까지 기대하며 읽지는 말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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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   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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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5-28 23:47   좋아요 0 | URL
천사와 악마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생을 끌고 나가기 위한 인간의 두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산다는 것이 무언가, 새록새록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예로부터 우리 나라의 아버지 상은 가부장적, 권위적 존재로 떠올려진다. 가족 구조가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아버지 상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 내용과 관련이 있거나 없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의 성격은 살면서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하여도 그 바탕은 역시 부모의 영향으로 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박 목월 시인과 그의 아들 박 동규 교수를 모두 알고 있었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두 분의 성향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돈을 못내 자취방에서 쫒겨 나와 잘 곳이 마땅치 않게 되어  하늘이 보이는 학교 온실에 가마니때기를 깔고 누워서도, 신세를 한탄하며 서글퍼 하기 보다는 하늘의 별을 노래할 수 있었기에 시인이 되었다는 박 목월 시인, 그런 아버지의 감성을 공감하고 오래도록 그 말씀을 기억하여 가슴 먹먹해하는 아들의 모습은, 아버지가 아들이고 아들이 아버지이게 한다.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도 목월 시인은 글 중에서 자식들을 얘기할 때 꼭 '어린 것들'이라고 한다. 부모가 보기엔 중학생이나 대학생이나 모두 그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어린 것들'인 것이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때문에 상과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아들에게, 진정 원하는 것이 그것이냐고 물음으로써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을 때 (앉혀놓고 긴말로 설득한 것이 아니라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단다), 박 목월 시인은 이미 아들이 문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음을 알고 계셨으리라. 만약에 국문학을 하다면 나중에 나와 함께 책을 쓸 수도 있고, 라는 아버지의 그 말씀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착잡한 심정을 누르고 힘이 되어주었다는 아들,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절, 집에 들어 온 도둑을 잡은 아들을 방으로 돌려 보내고 그 도둑과 통금이 풀릴 때까지 네 시간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아버지. 이런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일흔이 다된 나이에도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 생각에 때로 눈물이 나게 하는가 보다.
대학 국문학과 교수가 된 후에도 첫 논문집을 보시고 붉은 펜으로 여기 저기 수정을 해주시며 '침착하게 써야지'라고 엄격하게 지적해주셨다는 아버지 박 목월, 다섯 남매를 키우며 엄격하신 아버지이셨다고 하니까 어린 마음에 서운하고 아쉬운 기억들도 있을 법 한데, 아들은 아버지가 남겨 주신 것, 베풀어 주신 것들만 기억한다. 어려운 형편에 맘껏 자식들에게 못해 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버지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았던 행복을 고백한다.
가족의 의미가 모호해지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연대감 보다는 갈등이 깊어가는 현대를 살면서 이보다 더한 감동과 가르침이 없다. 이 책을 내게 된 경위에 대해 말하는 박 동규님의 머리말 부터가 그렇다.
이 세상에는 이렇게 따뜻하고 애틋한 아버지와 아들이 있구나, 부모가 자식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하는 구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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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6-0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봐야 할 책 같네요.

hnine 2009-06-01 11:00   좋아요 0 | URL
나중에 내 아이는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하니 반성도 많이 되고요. 당장은 아니라도 먼 훗날 애뜻한 추억으로 기억될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마음은 여지껏 정리 되지 못하고,
정리는 커녕 이것 저것 끌어다 붙이기까지 하여 
자꾸만 더 기분을 가라앉히는 어리석음만 범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하지만 잊지는 않고 싶습니다.
부질없는 흔적이나마 여기 저기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기억에 남겨 두렵니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이런 저런 일들, 
크게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은 다 하며 지냅니다. 

오랫 동안 찜만 해놓고 있던 심 보선의 시집도 사서 읽었고요.
'이런 사람과는 가능하면 연애만 해야지, 결혼까지는 별로 안 권하겠어' 라는 엉뚱한 생각도 했답니다. 결혼은 '현실' 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봐주세요.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이라는 시를 읽으면서는 감탄을 했습니다. 그걸 모두 공감하는 제 자신에게 감탄했다는 말씀입니다. 한 반 정도만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박 목월 시인과 아들 박 동규 님의 글로 엮인 책도 읽었어요. 

 

 

 

 

 

 

 

이렇게 따뜻한 아버지도 있구나, 감동받으며 읽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바로 이렇게 그리워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추억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아토피에 좋다는 것은 안해본 것이 거의 없습니다. 로션 하나, 비누 하나, 먹거리 하나, 아무거나 쓰질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았는데도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매우 신경쓰며 고르게 됩니다. 우연히 수제비누를 사용해보았는데 마음에 들더군요. 마침 집에 비누가 다 떨어졌길래 제일 순한 비누로 주문을 드렸습니다. 얼마나 귀엽던지. 

 

 

 

 

 

 

  

 

 

 

마음이 불안하면 저는 손도 불안합니다.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합니다. 그래서 만들었어요. 먹고 싶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요. 제빵기 두고, 일부러 손 반죽 해서 만들었습니다. 반죽이 질어야 나중에 부드러운 빵이 되기때문에 반죽, 힘들여 실컷 했습니다. 

 



 

 

 

 

 

 

 

해답 없는 문제로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하는 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지만
누가 소용있어서 하나요.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람,
어떤 일 뒤에 뒤끝이 없다는 사람이
저는 부럽습니다.
저는 그게 참 잘 안되던걸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이 위로가 되어 줄 때가 있고
참으로 허무하게 들릴 때도 있군요. 

저녁 때가 되었으니
저는 이제 다 뒤로 미루고 오늘 무슨 국과 반찬을 만들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도 불안한 나의 손은
어제 사다 놓은 마늘쫑을 다듬고 삶아
일부는 볶아 놓고,
일부는 여태 한번도 안해본 장아찌를 다 담궈놓았습니다. 
저녁 먹기 전, 오늘 농구하다가 부러뜨렸다는 아이의 안경부터 새로 하러 다녀와야 합니다. 

이렇게 시간들이 가고 있고,
저는 그 시간 속에 둥둥 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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