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나의 독서론

[릴레이] 나의 독서론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독서란 책을 읽는 일이다.
그것 아닌가요? 


'저에게' 독서란 시간날 때마다 하는 여가 활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독서를 간접 경험이라고 하던가요.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겪어내는 삶 앞에서 저는 간접 경험이라는 의미도 두지 않으렵니다.
심심할 때 커피를 마시듯이, 담배를 피우듯이, 음악을 듣듯이,
저에게 책읽기는 그런 류의 활동일 뿐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하고, 생각을 고치기도 하며, 생각을 없애기도 합니다. 잘 못 풀겠는 문제의 힌트를 얻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이 풀어놓은 것을 엿보기도 해요. 따라 해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차피 내 문제로 돌아오면 답이 꼭 들어맞지 않더라구요. 결국엔 내가 직접 풀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이게 다예요. 

싱겁죠? ^^ 

 

* 릴레이 주자들

  • Inuit님 (독서란 자가교육이다) 
  • buckshot님 (독서는 월아이다)
  • 고무풍선기린님 (독서란 소통이다)
  • mahabanya님 (독서란 변화다)
  • 어찌할가님 (독서란 습관이다)
  • 김젼님 (독서란 심심풀이 호두다)
  • 엘군님 (독서란 삶의 기반이다)
  • 무님 (독서란 지식이다)
  • okgosu님 (독서란 지식섭식이다. ) 여기도 #개드립
  • hyomini님 (독서란 현실 도피다. )
  • Raylene님(독서란 머리/마음용 화장품 이다.)
  • 하느니삽형님(독서란 운동이다)
  • foog님(독서란 이다)
  • 토양이님(독서란 모르겠다.)
  • 파이랑님(독서란 새벽 3시다.)
  • Demian   님(독서란 여행이다.)
  • Forgettable 님(독서란 이다.)
  • 하이드 님 (독서란 발견이다. ) 
  • Jude 님 (독서란 한밤중의 북풍이다.) 
  • 다락방 님 (독서란 하루키의 농담이다.)    
  • 브론테 님 (독서란, 끊임없는 설레임이다.)  
  • 물만두 님 (독서란 일상이다.)
  • Turnleft 님(독서란 사유다.)

     
    * 다음 주자 

    내일이 마감. 지금 지명해드리면 언제 생각해서 쓰시겠어요.
    저에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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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노아 2009-06-20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백합니다. ^^
    아무리 멋지고 훌륭해도 책 자신이 우리의 현실이 되어주거나 실재가 되어주진 않지요. 영향은 끼칠 수 있다 하더라두요.
    처음 이 릴레이를 시작한 사람은 알라딘까지 찾아와서 이 글들을 볼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hnine 2009-06-20 05:31   좋아요 0 | URL
    싱겁다를 담백하다로~ ^^
    책읽기도 그렇고, 사는 것도, 그저 담백하게 살고 싶네요.
    책읽기를 격하시켜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시는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마 감  

     :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일 해보자. 마감에 얽매여보자.
       스스로 정한 마감이라면 얽매여볼 만 할지도.

       어떤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울 때 하나 더, 언제까지 라는 것도 계획해보자.
       훨씬 막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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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2009-06-1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신 생각. 이제 곧 여름이면 더 지쳐갈수도 그렇게 되면서 자꾸 딜레이 되겠죠.
    저두 명심하겠습니다.

    hnine 2009-06-19 05:52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한번 아이 피아노 레슨 데리고 가서 3~40분 정도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는데, 자꾸 미루던 일거리를 가져가서 그 시간 동안에 하면 금방 해치우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이 일의 집중과 효율을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대전시 동구 우암로 190번지에 위치한 한밭교육박물관.
    우리 나라 전통 교육부터 현재 교육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는 교육 전문 박물관이랍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한밭'이란 대전의 예전 이름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고.
    한밭교육박물관 건물은 예전에 삼성초등학교 건물로 쓰이던 곳이었답니다. 1938년 지어져 대전에서는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이라는데 1992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여지기 시작했고, 삼성초등학교는 바로 옆에 새로 지어졌지요. 그래서 그런지 박물관의 외양부터 들어가는 입구까지, 마치 저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를 다시 방문하는 느낌이었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머, 어머~"를 연발하는 저를 보고 아이는 왜 저러나 했을 겁니다. 

     

     

     

     

     

     

     

     

     

     

     

     

     

     

     



     

     

     

     

     

     

     

     

     

     

     

     

    학교 건물 같지요?
    1층으로 들어가면 예전에 교무실, 서무실, 교장실, 양호실 등이 있었음직한 자리에 관장실, 사무실, 자료실 등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복도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왁스걸레질'이라는 것을 하던 그 반들거리는 나무 마루 복도. 걸을 때 재미있는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소리 안 나게 몰래 걷기가 힘든 복도랍니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니 1층 끝에 태극기 전시실이 있습니다. 태극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인데 태극 무늬가 국기 뿐 아니라 돌에도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어요.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옛교실 재현실이 나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교실 모습과 아주 흡사해요.  

     

     

     

     

     

      

     

     

     

     

     

     

     

     짝이랑 함께 쓰던 책상, 청소할 때에는 저 나무 의자를 뒤집어 책상 위에 엎어 놓고 비로 교실 바닥을 쓸었었지요. 먼지 폴폴 날리는 속에서도 친구들이랑 쉴새 없이 얘기하고 장난치고... 

     

     

     

     

     

     

     

     

     

     

     

     

      

    풍금 또는 오르간이라고 하던 것인데 아래의 저 넓적한 페달위에 두 발을 올려 놓고 번갈아 계속 눌러줘야 소리가 납니다.  

      

     

     

     

     

     

     

     

     

     

     

     

     

     

     

    큭큭...난로 위의 도시락. 저보다 훨씬 높게 쌓여 있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씩 아래 있는 것과 위의 것을 바꿔주지 않으면 그날 점심 못 먹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복과 가방도 한쪽에 전시 되어 있고, 입고 사진 찍어봐도 된다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제1전시실전근대~개화기 교육 전시실입니다.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서원과 성균관, 고려, 조선의 향교, 서당 등이 교육 기관이었지요. 설명을 읽고 있자니 중학교 국사 시간에 배우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에서 살아납니다. '국자감' 거꾸로 하면 감자국이라고 아이들과 낄낄거렸던 기억도 나고요 ^^ 
    사서, 오경 등의 책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켠에 우리의 한글로 쓰여진 책들도  전시되어 있어, <월인석보>의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개화기 조선에는 근대식 학교가 세워지기 시작했지요.  

       

      

     

     

     

     

     

     

     

     

     

     

     

     

     제2전시실일제 강점기 교육 전시실 입니다.
    국어독본, 조선어독본, 비료교과서, 황국신민서사석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총쏘기 교육을 시키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있더군요.  

      

     

     

     

      

     

     

     

     

     

     

     

     

     

     

     

     

     

     

     

    제3전시실해방 이후의 교육 자료 전시실입니다.
    잇과공부, 초등 셈본, 바른생활 등의 책들은 몰라도, 아래의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책은 본 기억이 났습니다.  교과서가 참 소박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그림의 아이들도 참 착하게 생겼고요. 

     

       

     

     

     

     

     

     

     

     

     

     

     

     

     아래의 자연 책은 기억이 또렷이 났습니다. 저 표지의 자연책으로 배웠던 기억이요. 자연 책 표지의 그림은 물체의 구별을 위한 자료 사진인데, 저것을 배울 때 물체주머니 만들어오기 숙제가 있었지요. 요즘은 학교앞 문구점에서 쉽게 살수 있다고 들은 것 같네요.

     

     

     

     

     

     

     

     

     

     

     

      

     

      

    아래의 중학 국어 책도 기억이 나요. 졸업하고도 한동안 없애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국어책.

     

     

     

     

     

       

     

     

     

     

       

     

     

       이건 고등학교 생물책이랍니다. '무슨 생물 교과서에 이렇게 글씨가 많담~ ' 그림 하나가 한 페이지 글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서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아래의 책은 교련 교과서 입니다.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지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있었는데, 저보다 윗세대는 학교에 학도호국단이라는 것 까지 있었어요.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만. 아래 그림에 보면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목인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저는 응급처치 방법, 붕대 감는 법, 지혈대 사용법 등을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삼각건, 붕대, 지혈대는 교련 시간에 항상 준비해야할 준비물이었습니다. 

     

      

     

     

      

     

     

     

     

     

     

     

     

     

      

     

    사진 위의 나무 도시락은 모르겠고, 아래 양은 사각 도시락은 제가 쓰던 도시락을 가져다 놓은 것 같네요. 딱 저런 도시락이었는데. 물론 보온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아이가 보고 무척 신기해합니다.

     

     

      

     

     

     

     

     

     

     

     

     

     

      

     

    깍지 낀 연필들, 양쪽으로 깎아 쓰던 연필들, 저 필통도 다 기억나요.

       

     



     

     

     

     

     

     

     

     

     

     

     

     

    제4전시실조선시대 교육기관 모형 전시실입니다.
    서당, 서원, 향교, 사부학당, 성균관 등의 모습과 그곳에서 공부하는 모습들이 모형으로 잘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책상, 책을 건성건성 읽을 수 없을 것 같지요. 

     

    여기까지 보면 2층 복도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아까 올라온 반대 쪽 1층이 나옵니다.

     제5전시실이어요. 전근대 남성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실이지요. 사랑방과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옆 제6전시실전근대 여성 생활 모습 전시실이고, 사랑방 대신 안방 모습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안방은 주부가 거처하는 방으로 집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간이며 집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경대, 머리 장식품 등이 있는데 어릴 때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할머니들도 머리에 비녀 꽂는 분이 거의 안계시니, 아마도 제 세대를 마지막으로 이 비녀라든지, 빗치개가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7전시실어전회의, 전통 시장 모형 볼 수 있는 방입니다. TV사극에서 많이 봐서 어전 회의의 장면은 그리 새롭지는 않았어요. 아이가 왜 어떤 사람은 빨간 옷, 어떤 사람은 파란 옷을 입고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문관과 무관으로 설명해주었는데, 맞나요? ^^    전통 시장 모형도 참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건물 밖으로 나오니 야외 전시장에 이 지게가 세워져 있는데 크기 별로 여러 개 세워져 있네요.
    한번 져 봐도 된다고 하셔서 작은 지게를 한번 져 봤습니다.

     



     

     

     

     

     

     

     

     

     

     

     

     

     우물 정 (井) 글자가 저절로 떠오르는 우물의 모습이지요.

      



     

     

     

     

     

     

     

     

     

     

     

     

     화단의 베고니아 색이 참 강렬해보이지요.

     

     



     

     

     

     

     

     

     

     

     

     

     

     

     해태의 모습도 찍어 주고요. 언젠가 아이가 저 해태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거든요. 그 얘기를 하면서 웃었습니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방문객은 저와 제 아이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박물관이었어요. 

     대전에 크고 작은 박물관이 열 아홉개 쯤 있는데, 올 여름에 시간 날 때마다 아이와 찾아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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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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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죽지 않겠다>라는 책의 제목이 단순히 책의 제목으로서만 보여지지 않는 시기를 살면서 읽어본 공선옥의 이 소설집은, '역시 공선옥'이라는 확인도 되었으나 전작 <명랑한 밤길>에는 좀 못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다.

    야쿠르트 배달원 엄마가 돈이 융통이 안되어 여기 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통사정 하는 것을 본 주인공은, 학급 공돈을 잠시 맡아 달라는 반장의 부탁으로 보관 중이던 돈의 일부를 엄마 가방에 몰래 넣어 놓는다. 나중에 엄마가 월급을 받으면 다시 채워놓겠다는 심산으로. 하지만 남은 돈 마저 오빠에게 뺏기고, 어쩔 수 없어 반장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후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니던 중, 문득 옆에서 모르는 누군가의 음성, '난 죽지 않는다니까. 내가 누구 좋으라고 죽냐, 죽기를' 하는 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나는 죽지 않겠다>의 내용이다.
    <일가>를 읽으면서는 다소 내용의 비약이 느껴졌는데, 느닷없이 오촌 당숙이라며 중국에서 주인공의 집으로에 찾아온 아저씨가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기한없이 길어지자 식구들의 불편함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사소한 일로 아빠와 다툰 후 엄마가 가출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자 아저씨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홀연히 주인공의 집을 떠난다. 주인공 역시 아저씨의 체류로 인해 불편해하며 아저씨가 떠나가 줄 날을 기다렸긴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문득 그 아저씨 생각에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제일 공선옥 답다고 느껴졌던 글은 <라면은 멋있다> 였다. 공선옥 특유의 자존심, 동정을 구하지 않겠다는 이 악물음이  잘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다는 말 대신 '가슴에서 버저가 울린다'라고 말하면, 굳이 가슴 아프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는 주인공은, 웬만큼의 배짱도 있고 자신의 상황을 비극적으로만 몰고 가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고, 마음의 여유와 감성을 잃지 않아 남자 친구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같이 있으면 자꾸 자신이 착해지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여자 친구 '연주'는 어쩌면 주인공보다도 더 맘에 드는 캐릭터였다.
    <라면은 멋있다>의 주인공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힘센 봉숭아>에서는, 주인공이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알바집 아줌마의 깨어진 봉숭아 화분을 사러가는 대목에서 내용의 다소 어색한 비약이 느껴졌고, 십대의 임신이라는 같은 경험을 엄마에 이어 딸도 겪게 되면서 평소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랑과 동지 의식으로 급전환 한다는 내용의 <울엄마딸>도 다소 싱거웠다.
    마지막의 <보리밭의 여우>는 의용군으로 갔던 작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귀향을 서로 쉬쉬하는 식구들과 마을 사람들 속에서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상황을 그린 이야기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이름 붙어 출판되긴 했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쓴 적이 없다는 작가 후기 중의 한 대목을 읽자니, 청소년기를 훨씬 지난 어른이 되어서도 소위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여전히 끌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어렴풋하게 답을 듣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온갖 잡다한 지식이라든가 딱딱한 이성의 지배를 받기 전의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였던 그때의 감성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지탱시켜주는 강력한 힘인 것만 같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정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저자, 여전히 공선옥은 공선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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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1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3   좋아요 0 | URL
    흔치 않은 타입이지요. 신경숙과의 차이가 바로 거기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신경숙은 그냥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상황에 푹 빠지는 수동성을 보이고,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 공선옥은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도드라지지요. 전 신경숙도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저에게는 공선옥이 조금 더 매력있네요. ^^

    2009-06-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6   좋아요 0 | URL
    바탕 색을 연노랑으로 바꾸고 나니 푸른 색 지붕과 안어울리잖아요. 그래서 지붕까지 바꿨네요. 서재 이미지 그림은 제가 만든 시나몬 롤 (다린이말로는 달팽이 빵) 맞아요. 저의 빵까지 알아봐주시다니, 감격입니다 ^^
     
    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Frindle>도 그렇고 번역본 제목 <프린들 주세요>를 봐도 그렇고, 제목의 뜻이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 이름 같지도 않고. 할 수 없다. 읽어보는 수 밖에. 더구나 저자인 앤드루 클레먼츠의 다른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기에 내친 김에 이 책도 읽어 보기로 했다.
    외국 작가의 어린이 책들은 이래서 재미있다. 아이라서 할 수 있을 기발한 생각들, 생각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는 기동력. 성인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잃어가는 그 호기심과 아이디어의 샘을 다시 보는 재미와 감동이란.
    아이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과 행동을 크게 나무라거나 제재부터 하려들지 않는 주인공 닉의 부모는, 이 책에서 그 점을 따로 강조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보통의 부모들의 반응이랄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라면 아직도 특이한 경우로 소개될 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인저 선생님의 모습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기존의 룰에만 연연하여 그것에 벗어나는 행동은 모두 일탈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끝까지 키워 주려 하는 모습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오지 않는 학생, 선생님이 교실에서 가르쳐주신 것에 역행하는 생각이나 말을 표현하는 학생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어 떠올랐다.
    또한가지,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꼭 드는 생각,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잠시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갔다가 온 것처럼. 
    약간의 갈색이 들어간 흑백 삽화도 재미있다. 번지기 요법인가? 마치 지면위에 곰팡이 (사랑스런 곰팡이라고 부르고 싶은) 가 피어있는 듯한 배경 그림, 책의 내용에 맞게 인쇄된 활자와 사전의 한 페이지, 도시 배경등의 사진을 여기 저기 꼴라쥬로 표현한 것등.
    아이가 빌려 온 책을 아침 한나절 먼저 읽고는 아이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재미도 보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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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2009-06-1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권장도서목록에 꼭 포함되던데...저도 아직 읽지 못했어요.
    맞아요 아이들 세계를 꼭 들어가 본것처럼 잘 쓰는 작가들 있죠.

    hnine 2009-06-17 14:00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이 눈에 많이 익은 책이었어요. 시간 있으실 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경황이 없으셔서 책 읽으실 시간도 마땅히 없으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