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책은 무슨 책이냐, 라는 심정으로 책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 현실을 직시해보니 읽다만 책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끝내지 못한 이 책들을 2012년까지 끌고 들어가야 하는구나, 아하~
이런 와중에 꽤 긍정적인 변화는, 책을 대하는 내 마음이 관대해져서 펼치는 책마다 무조건 좋아 보인다 하핫 ;; 앗, 이 책이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어? 라던가, 이 책은 다량의 지식을 머리 속에 투여해주네... 뭐 이런 식으로 장점만 보이는 시기이다. 이것도 연말의 영향이라면 영향이라 할 수 있겠지.

1. 얼마전 책을 읽다가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않나. ㅜㅜ) 갑자기 중간에 "블랙스완" 어쩌고 하는 말이 나왔다. 그 "블랙스완"을 언급하는 모양이 마치 보통명사처럼 느껴져서 약간의 충격을 느꼈다. 내가 아는 '블랙스완'은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블랙스완'과 나심 탈레브의 책, 이 두 가지인데 그 책에 나온 것은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이었다. 하지만 전혀 부연설명도 없이 - 심지어 나심 탈레브 이름도 언급하지 않고 - 마치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말하듯이 너무 당연히 알아야할 단어인 것처럼 나와 있는 걸 보고, 어디가서 책 많이 읽는다고 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블랙스완"이나 "롱테일법칙"이나 뭐 이런 단어는 알아두어야 하는 거구나...

그래서 올해 구매해서 읽지는 않고 쌓아두었던, 이 방면 저 방면의 책들을 끄집어 내어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인데, 세상에 난 이렇게 재밌는 책들을 왜 빨리 안 읽고 푹푹 삶아두고 있었나 싶게 좋은 책들이 많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올해 서울 디지털포럼이었나?, 암튼 그런 행사때문에 니콜라스 카가 연사로 초청되어 서울을 방문했을때 사두었던 책이다. 올해 퓰리처상 논픽션부문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책인데,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인터넷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문학적이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건 아니건 간에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내가 요즘 잘 쓰여진 소설만큼 재밌다고 추천하고 다니는 책이다.
몇 년전에 차사고를 낸 적이 있다.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난 전혀 잘못하지 않았고 너네가 현장조사를 해보면 알거다, 하면서 나의 책임없음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험회사가 전하기를, 상대방의 말이 다르다면서 쌍방과실로 넘기려는 듯 하길래 엄청 화가 났었다. 세상에, 그럴 수가 있냐고.. 그쪽에서 거짓말 할 지도 모르는 거라고, 그렇게 부득부득 우겼는데, 보험회사 직원은 침착하게 "다른 각도, 다른 방향에서, 다른 시야를 가졌다면 다른 상황이 보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난, 당시 상황에서 나의 과실이 없음을 믿고있고, 사고 경위서를 보여준 사람들 모두가 그쪽 의견은 말도 안된다고 해주었지만, 그 보험회사 직원의 말은 좋은 충고였다고 생각한다. 옳은 말이었고, 무엇이든지 100% 확신하면서 말할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그야말로 "착각다반사"인 인간의 인지, 사고, 기억과 연관된 심리학적 실험들을 소개한 책이다. 나는 시작부터 충실한 독자가 되어, 시키는 대로(?) 인터넷 검색하여 비디오 클립 보면서 스스로를 테스트 해 보면서 읽고 있다. 아, 우리는 얼마나 착각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 별 다섯이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다.
위의 두 권이 재미있어서 "black swan" 이나 "the shallows" 같이 일반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책. <보보스>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이 쓴 <소셜 애니멀 The Social Animal> 도 읽어 보려한다. (원서 페이퍼백은 1월에 출시 예정인듯). 클레이 셔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 Cognitive Surplus> 도 함께.




2. 일년내내 사둔 미술책들도 죄다 꺼내어 어떤 책은 도록만 휘뤼리 보고 어떤 책은 큰 글씨들 위주로 따라가면서 이책 저책 보고 있는 중이다.그 중에서 정독하기 시작한 책들은 미술품 위작과 도난에 관한 이야기들.짝퉁 미술사와 FBI 예술품수사대
뉴욕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 관장이었고 미술품 감식 전문가인 토머스 호빙이 쓴 <짝퉁 미술사>는 (원제는 False Impressions인데 번역서 제목이 --;; )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서문에 소개된 그리스 조각상에 대한 일화때문에 사게되었다. LA의 야심만만한 게티미술관이 구매한 그리스 조각상을 보자마자 진위여부에 의심을 품은 전문가들 중 한 사람으로 토마스 호빙이 언급되는데, 바로 <짝퉁미술사>의 저자이고,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비슷한 주제의 책인 FBI 예술품수사대와 함께 읽고 있자니, 유명 미술관들에 걸린 미술품들 모두를 의심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아, 전부 수상해 -.-;;
두 권 모두, 왠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3. 영화화된 원작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네이션>은 우울증에 대한 인문서적인줄 알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알고보니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면서 대학을 마치고 작가생활을 하던 저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란다. 원제는
The Prozac Nation: Young and Depressed in America 이다. 몇 페이지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출판 연도가 1994년이다. 원서표지에 영화포스터 사진이 있어서 찾아보니 크리스티나 리치주연으로 2001년에 영화화 되었다고.
앨리슨 피어슨의 I don't know how she does it. <여자만세>란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가 최근 영화개봉과 함께 제목을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로 바꿔서 재출간 한 것같다.




보고 싶은 영화는 바로 맷 데이먼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We Bought a Zoo 이게 벌써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는 줄 몰랐다.
벤자민 미의 원작이 좋았는지 BBC의 다큐멘터리로도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존 르 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지루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주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아직 구매전.



조지 클루니의 디센던트도 원작이 있는지 몰랐어!! 이건 그냥 영화로 직접 ^^;;


그리고,


이 영화도 곧 개봉대기 중이다. >.<
4. 지금 읽고 있는 소설책은

올렌 슈타인하우어의 `마일로 위버` 스파이 소설 3부작중 첫번째인 <투어리스트>
워너 브라더스에 판권이 팔려 곧 조지 클루니 주연으로 영화화 예정이라고 하는데, 매우 복잡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21세기 초 새로운 냉전분위기에 휩싸인 동유럽 상황 (실제로 2007년 부시대통령이 MD미사일 시스템 구축을 앞두고 체코와 폴란드를 방문했을때 그 일대에 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둘러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행보, 9/11 이후의 이슬람과 미국의 대결구도등이 폭넓게 펼쳐있어 더더욱 팍팍 와닿는다.
마일로 위버 시리즈 3부작중 나머지 두 권도 빨리 출간되기를!
5. 아, 그리고 지난달에 신세를 많이 진 (?) 책이 있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화원전>에 다녀왔는데 (페이퍼 쓰다 임시저장해두었는데 오래되서 날라가 버렸다 ㅜㅜ), 훌륭한 보조 교사가 되어주었던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조선화원전>은 이번 겨울시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전시인데, 가기 전에 이 책을 완독한다면 관람효과가 상승할 듯.
게다가 알라딘에선 지금, 오주석 도서전 이벤트 중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11209_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