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꽃밭 그림을 올린 적이 있어요.  정확한 제목은 <Flower meadow in north>였고요.

 
 
하랄 솔베르그 (Harald Sohlberg) 라는 노르웨이 출신 화가의 그림인데, 그때 처음 알게 된 화가라서 그 이후로 그림만 기억할 뿐 화가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제 마음에 드는 아래 그림을 발견하고 화가 이름이 어딘지 낯이 익어 찾아보니, 바로 위의 그림을 그림 하랄 솔베르그의 그림인거예요. 
 
하랄 솔베르그(Harald solberg) - 여름밤 
 
 
<Summer night>이란 그림인데, 더 크게 옮겨지지 않아서 유감이지만, 식탁이 차려진 2층 발코니에서 내다본 풍경이 몽환적이지 않나요? 지금의 오슬로 교외에 있던 솔베르그의 아파트라고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소재로, 거기에 자기 나름의 해석과 주관을 색과 구도로써 표현해내는 것이 이 화가의 특징인 것 같아요. 어딘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이 전해지는 그림들입니다. 
 
이 화가의 다른 그림을 좀 더 끌어모아볼까요? 
 
 
이건 <Fisherman's cottage> 라는 그림입니다.
맨 위의 <Flower meadow in north>에서 하얀 꽃들처럼, 이 그림에서는 저 높다란 나무들이, 즉 풍경을 이루고 있는 대상 일부가 아주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그리고 배경은 어슴프레하게. 
 
 
 
 
그렇지 않나요?  이건 <Autumn landscape>이라는 작품입니다. 
 
 
 
푸른 색의 밤이군요. <Night>이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어떻게 색을 썼기에 이렇게 묘한 입체감까지 나타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년에 이르러 솔베르그는, 그가 전하고자 한 가치들을 대중들이 알아보기를 무척 갈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수년을 일관적으로 작업해온 회화적, 정신적인 가치들을 대중들은 결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는군요. '회화적', '정신적'. '일관된' 그의 말속의 이 단어들이 바로 솔베르그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것들이랍니다. 
 
   
  As an older man, Sohlberg longed for confirmation that the public saw the values he wished to impart: "it is probably true that for simple and naive reasons my works have aroused sympathy. But I maintain that they have by no means been properly understood for the pictorial and spiritual values on which I have been working consistently throughout the years." The quotation contains three words which are keys to an understanding of Sohlberg: "Pictorial," "spiritual," and "consistently." The pictorial is means for expressing the spiritual, and one was obliged to stick to the spiritual values one held true.    
   
 
 
 
이젠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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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3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3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7-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그림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았어요. 좀 어둡긴 하지만 마음에 들어요. 이곳에 오면 제 바탕화면이 자주 바뀐답니다.^^

hnine 2009-07-13 07:28   좋아요 0 | URL
전 세번째 그림 처음에 보고서 르네 마그리트 그림인 줄 알았어요. 그 그림도 저도 좋아요 ^^

stella.K 2009-07-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참 훌륭하군요. 전엔 여기서 심심치 않게 그림도 볼 수 있었는데
님의 서재에서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hnine 2009-07-13 07:30   좋아요 0 | URL
stella님, 오랜만에 들러주셔서 반가와요. 제가 stella님 서재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림 구경 하면서였는데요 ^^

하양물감 2009-07-1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의 이름보다는 그림을 많이 기억하는 편입니다만..정말 맘에 드는 그림을 만나면 화가의 이름도 궁금해질 것 같아요.

hnine 2009-07-13 07:33   좋아요 0 | URL
처음에 저는 저 화가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솔베르그'라고 읽어야할지, '솔버그'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지.
그런데 이번엔 한글로 '솔베르그'라고 쓰여져 있는 책을 보니까 그냥 그렇게 읽으라는 것 같아서요 ^^
음악도 들어서 좋으면 그 음악을 기억할 뿐이지 작곡가까지 기억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09-07-1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매력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네요. 숲이 보이는 그림은 한참 들여다 보게 돼요.

hnine 2009-07-13 08:11   좋아요 0 | URL
예, 보는 사람 눈길을 끌어들이는 것 같지요. 다작의 화가는 아니었는지, 많은 그림들이 올라와 있지는 않아서 아쉬웠어요.
 

아빠께서 워낙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시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배우는 재미일까. 요즘 영어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중 그 어느 시간보다 재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오늘은 음식과 관련된 단어와 표현들을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mushroom' 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성운이 mushroom 이 뭔지 아니?"
아빠께서는 일단 성운이를 향해 물으셨다.
성운이는 잘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기만 했다.
'아, 난 알 것 같은데.' 생각하는 순간 아빠께서 이번엔 내게 물으셨다.
"겨운인 혹시 알아?" 
나는 성운이가 모르고 있다는 것에 약간 자만심을 가지며 대답했다.
"방향제요!"
그때 아빠의 그 어이없어 하시는 모습이란.
"방향제?"
'앗, 아닌가?'  분명히 우리집 욕실에 있는 방향제에는 'mushroom' 이라고 써있는데, 이상하다.
 아빠께서는 mushroom은  버섯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주시며, 어떻게 방향제라는 대답이 나왔냐고 의아해 하셨다. 그러고보니 욕실의 방향제 용기가 버섯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버섯 기둥에 해당하는 부분에 방향성분의 액체가 들어 있는. 그러니까 그 방향제 상품의 이름이 mushroom이었던 것을, 매일 욕실을 드나들며 나는 mushroom이 방향제를 뜻하는 말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나중에 공부가 끝나고 성운이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별로 소리내어 웃는 일이 없는 성운이에게서 박장대소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무색해질 정도로.
"겨운이 너 참 재미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잘 웃기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뜻밖에 성운이가 이렇게 크게 웃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기분이 좋았다.
가끔 우리는 내가 즐겨듣는 팝송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성운이는 클래식만 듣는다더라고 예전에 아빠로부터 전해들은 말과 달리 팝송에도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필 콜린즈 좋아하니?"
공부를 마친 후 내 책상 옆에 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성운이가 어느 날 물었다.
"필 콜린즈? 왜 갑자기?"
아마 어제 라디오를 들으며 끄적거렸나보다. 펼쳐져 있는 내 연습장 한 귀퉁이에 필 콜린즈라고 흘려 적어 놓은 것을 성운이가 가리켰다.
"어제 라디오에서 필 콜린즈 신곡이 나왔다고 하길래. 제목이 뭐더라"
"솔로 앨범이니?" 성운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필 콜린즈가 원래 솔로 가수잖아."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내가 대답했다.
"아냐, 원래 그룹 출신이야. 제네시스라는." 나는 처음 듣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래봐도 팝송은 내가 너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속으로 뻐기고 있던 나는,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끝까지 우겼다. 그런데 성운이는 같이 우기지도 않는다.
"나중에 한번 알아봐." 그러면서 그냥 웃고 마는 것이다.
성운이가 방에서 나간 후 바로 가지고 있던 팝가수 인명 사전을 뒤적거렸다. 지난 달 월간 팝송 부록으로 받은 것인데 그리 자세하진 않지만 웬만한 팝스타들은 다 나와 있다.
그런데 아, 성운이가 맞았다. '그룹 제네시스 출신의 필 콜린즈'.
도대체 성운이는 모르는게 뭐람. 잘 모르면서 맞다고 우겨댄 나의 모습과, 제대로 알고 있으면서도 우기지 않고 웃어 넘기던 성운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창피하기도 하고, 성운이라는 아이에게 더욱 호감이 가기도 하는, 이상스런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성운이가 얼마나 더 우리 집에 머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나고 나면 그 빈자리가 참 크겠구나 나는 벌써부터 그 걱정을 조금씩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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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7-1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의 배경은 몇 년도일까요? 요새 아이들도 팝송을 들을까 생각했어요.
성운이는 그저 엄친아가 아니라 성품도 차분하고 예의가 바른 듯해요.
여자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겠어요.^^

hnine 2009-07-11 21:15   좋아요 0 | URL
무릎팍도사에 나온 배철수의 고민이 바로 요즘 청소년들이 팝송을 안 듣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1980년대 초만해도 팝송을 참 많이 들었거든요.
성운이는 엄친아 맞는데 나중에 <착한 아이의 비극>을 겪게 되어요. 제가 엄친아를 별로 바람직하게 안 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날 나가서  보고 온 영화는 바로 이것
<아더와 미니모이 (Arthur and the minimoys)>

   

 

포스터에 영화에 관한 웬만한 정보가 다 나와나 있다. 뤽 베쏭이란 이름은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인지.   

'아더 (Arthur)'는 주인공인 열살 난 남자 아이 이름인데, 영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 나왔던 배우란다. 이 영화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미니모이 (Minimoys)' 란, 키가 2mm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사람들의 왕국.  
아더는 실종된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아내고자 2mm 꼬마로 변신하여 미니모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의 다른 포스터에는 제목이 <Arthur and the invisibles> 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스틸이미지

  

다른 포스터들도 한번 올려볼까. 

스틸이미지 

스틸이미지 

  

미아 패로우 (Mia Farrow)가 주인공 아더의 할머니로 나온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스틸이미지

  

마돈나, 데이빗 보위, 로버트 드니로의 목소리가 숨어 있는, 실사와 CG가  결합된 또하나의 환타지 영화인데, 픽사의 수준에는 못미친다는 평도 받았다지만, 나 같은 비전문가의 눈에는 충분히 재미있었던 작품. 

2006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국내에선 뒤늦게 개봉된 셈이다.  

이 영화는 오늘 개봉했는데 이외에도 방학을 며칠 앞두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초등학생들 대상의 영화들이 몇편 더 있는 것 같다.  

비바람이 제대로 몰아치고 있음에도, 영화보러 가자니까 두말 않고 따라나선 아이.
오늘 아침, 키우던 소라게 두마리중 한마리가 죽었다고 나에게 얼굴을 묻고 한동안 엉엉 울더니 이제는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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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영화지요? 그래픽이 어떻건 상관없이요. 이런 날씨에 영화 보러 가는 것도 나름 재미? 있었겠어요.

hnine 2009-07-09 22:14   좋아요 0 | URL
manci님도 보셨어요?
이런 날씨에 영화 보러 가는 것, 나름 재미있는 것 맞아요 ^^
 

오늘 아침 어느 분 서재에 갔다가 듣고 옮겨왔다. 
Schubert 전집을 사놓고서 알던 곡 몇개만 골라듣고는 아직 한번도 여유있게 다른 곡들도 들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 곡을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글 쓸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이다. 이 제목으로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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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이가 당분간 우리집에 와서 지내기로 했단다. 이모의 자랑스런 아들 성운이는 나와 동갑내기,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긴, 성운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무랄데 없는 아이였다. 이모 가족은 몇달 후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갈 예정이다. 다른 가족들도 그랬겠지만 특히 이모 가족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성운이는 아직 영어 회화 능력이 부족하여 영어 선생님인 우리 아빠에게 단기간 집중적으로 영어 특별 교육을 받기 위해 우리 집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게 누구였든 늘 또래 말상대가 그리웠던 나는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일요일 오전, 이모와 함께 짐가방을 들고 성운이가 왔다. 현관을 들어오면서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성운이는 내 또래라고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아이같지 않은 아이같았다. 나와 새운이에게는 짧게 "잘 있었니?" 인사를 하고는 곧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어디에 계신지를 물었다. 거하게 점심 상이 차려지고,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도 " 잘 먹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잊지 않더니 밥을 한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는 성운이는 그저 어른들 마음에 쏙 드는 그 자체였다.  
성운이를 남겨 두고 이모께서는 댁으로 돌아가시고, 특별히 할일이 없는 주말 오후, 아빠의 첫 영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이와 학년이 같다는 이유로 성운이와 아빠의 영어 공부에 나도 특별히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참석자로서 있을 뿐이고 아빠의 수업은 어디까지나 성운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빠께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교과서가 아닌, 회화 책을 준비하셔서 상황에 따라 이루어지는 대화를 중심으로 가르쳐 주셨다. 교과서 영어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성운이와 과일을 먹으며 물었다.
"너,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다면서?"
"응."
"무슨 책 읽어?"
"난 고전이 좋아. 세익스피어의 비극, 그리스 신화, 오딧세이는 여러 번 읽었고, 지와 사랑, 데미안, 아,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수레바퀴 아래서'인데, 혹시 읽었니?"
읽다니, 지금 성운이가 말한 것들 중에 내가 읽은 것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제목은 들어봤어. 아직 읽지는 못했고." 
아직 읽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을, 여러 번 읽었다는 성운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새운이가 묻는다.
"언니, 성운이 오빠랑 영어 공부 재미있어? 성운이 오빠 영어 잘 해?"
"뭐, 나야 들러리지 뭐. 영어 발음이 아주 나쁘진 않더라."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웬지 다음 영어 공부 시간이 기다려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건넌방에 짐을 풀어놓은 성운이도 지금 자려고 누웠을까? 아무리 남자 아이라지만 가족과 떨어져서 집생각이 나지는 않을까?  나는 잠이 오기는 커녕 눈이 더 말똥말똥해지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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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7-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친아 성운이군요!^^

hnine 2009-07-08 12:03   좋아요 0 | URL
딱 어울리는 단어인데, 겨운이 싯점에서 쓰느라 사용하지 않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