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정 호 승


달라이 라마
당신에게도 용서할 수 없는 게 있지
용서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한 가지 용서하면
신은 나의 잘못을 두가지나 용서한다고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을 용서했느냐에 따라
신이 나를 용서한다고
불쌍한 내 귀에 아무리 속삭여도 

 
달라이 라마
당신에게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슬픔이 있지
용서만이 인간의 최선의 아름다움이 아닐 때가 있지
내가 내 상처의 뒷골목을 휘청거리며 걸어갈 때
내가 내 분노의 산을 헉헉거리며 올라가
기어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때
아버지처럼 다정히 내 어깨를 감싸안고
용서하는 일보다 용서를 청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용서할 수 없으면 차라리 잊기라도 하라고
거듭거듭 말씀하셔도

 
달라이 라마
당신에게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분노가 있지
히말라야의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설산에 홀로 뜬 초승달을 바라보며
문득 외로움에 젖을 때가 있지
야윈 부처님의 어깨에 기대어
용서보다 먼저 눈물에 젖을 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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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인간적이구나.
리사님 서재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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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3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이 와 닿습니다.
용서 참으로 어려운 고행이지요.

hnine 2008-01-31 00:56   좋아요 0 | URL
인간인 이상...그렇지요?

bookJourney 2008-02-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숨을 내쉴만큼 ...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

hnine 2008-02-04 09:03   좋아요 0 | URL
영화 '밀양'에서, 자기 자식을 죽인 자가 용서받았다 라고 하는 말에 주인공이 분노하던 장면 생각도 나네요. 이 시가 앞으로도 가끔 떠올려질 것 같아요.
 

처음에 어디서 보고 적어놓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한때는 내 책상 위에 붙어있기도 했고, 식탁 유리 밑에 넣어 놓은 적도 있었고, 현재는 냉장고 문짝에 자석으로 붙여져 있다. 비슷한 글을 많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다.
오랜 만에 그의 책을 읽었는데 이 글이 책 맨 뒤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나의 메모에는 그냥 '이 면우 교수의 자녀교육 10계명'이라고 적혀져 있는데 이 책에는 앞에 한 구절이 더 있다, '세계 지도자를 만드는 자녀 교육 10계명' 이라고. 뭐 어떠랴.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니까.

이 면우 교수의 자녀교육 10계명

1. 자녀를 깍듯이 예우하라.
2. 고집센 자녀를 지원하라.
3. 칭찬을 해도 남과 비교하지 말라.
4. 사소한 성공을 칭찬하지 말고 큰 일에 실패한 자녀를 격려하라.
5. 선택의 자유를 반복 훈련하라.
6. 사람이 주는 상을 탐내지 말고 하늘과 역사가 주는 상을 탐내게 하라.
7.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8. 외로움을 극복하도록 가르쳐라.
9. 전문가가 되도록 당부하라.
10. 부모는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라.

참고로 그는 교육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가 말하는 그의 히스토리를 듣고는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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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1-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심해야할 대목입니다.
특히 고집센 자녀를 지원하라는 대목에서는 반대로 행동했던 것을 반성하게 됩니다.
지나치면 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 인해 그 자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hnine 2008-01-30 21:0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순종하는 자녀를 오히려 주목해야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뜻을 못 펴고 있지 않은가 살펴야 한다네요.

미즈행복 2008-02-0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냉장고에 붙여놔야겠어요. 제 딸은 순종적이어서 정말 손하나 안가게 다 엄마 눈치 봐서 알아서 다 하는데, 아들은 뭐든 제 고집대로만 하려고 해서 매일 제게 혼나거든요. 애들 위주가 아니라 다 제 위주이고, 제 편한대로만 하려고 하고 있네요. 가정내 역학관계상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지요. 아, 반성! 반성!! 또 반성!!!

hnine 2008-02-01 05:55   좋아요 0 | URL
저도 붙여만 놓고 자주 읽어보며 새기고 있지는 못했어요. 이번 기회에 저도 심기일전! ^^

마노아 2008-02-01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번이 특히 인상 깊어요. 요건 별찜했어요!

hnine 2008-02-01 05:55   좋아요 0 | URL
이게 꼭 자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것 같지요...

bookJourney 2008-02-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가슴에 새겨야 할 말들이지만, 전, 4,8,9,10 이 특히 와닿네요.
저도 '찜'해놓고 매일매일 읽어야할 것 같아요.
부모는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라 ... 정말 중요한 일인데, 실천하기는 어찌 그리 어려운지 ... ;;

hnine 2008-02-04 09:07   좋아요 0 | URL
부모가 최후의 안식처가 되라는 말, 읽을 때마다 새롭지요.
'안식처'가 되어주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최후의'라는 말도 그렇고요. 처음부터 자식의 방패막이가 되려고 나서기 보다는, 맨 뒤에서 버티고 있는 그런 안식처 역할이 되어주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꼭 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지요.
 
생존의 W이론 -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면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대학 교수 생활을 하다 보면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때가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이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많이 가르쳐 주려는 것을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수업 중 흥이 나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 학생들로부터 사인이 들어온다. 서로 눈길을 교환한다. '또 시작이다.'...
이런 과정을 겪을 때면 나도 이 생활을 접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 대충 가르치자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배우기 싫어하는데 너무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41쪽)

자기가 선택해서 들어온 전공이라면 어째서 저런 현상이 강의실 전체에 팽배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이럴려고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중학교때부터, 학생 본인은 물론이고 온 가족, 사회, 국가가 그리도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던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곳이 유망하다는 말인가? 이제 정답을 말하겠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이다. 10년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분야보다 평생 마음이 끌릴 분야가 유망한 것 아닌가?...자녀에게 물어야 한다. 자녀가 즉시 대답을 못 하면 시간을 주어야 한다...부모가 자녀의 장래를 위해 유망 산업, 유망 학과, 유망 직종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자녀의 선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81쪽)

자녀의 선택을 대신해주지도 말 것이며, 말은 안할 뿐이지 부모는 이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는 무언의 표시도 내지 말자. 말보다 더 큰 위력으로 자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테니.

이동 표적의 시대에는 오로지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변화를 주도해 나갈 창의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126쪽)

지금은 고정 표적의 시대가 아니라 이동 표적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정해진 한 가지 표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오차를 줄이려고 노력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표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부모 자식간의 대화는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 집 분위기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학교 갔다 돌아온 자녀가 부모 있는 곳으로 오는가. 부모를 피해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가? 부모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갔을 때 거실에 있던 자녀가 방으로 들어가는가, 방에 있던 자녀가 거실로 나오는가?...대화 능력은 부모만이 가를칠 수 있다. (193쪽)

이 세상에는 부모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부모로부터만이 배워지는 것이 있다.

공부도 중요하고, 대학 입시도 중요하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것은 서로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고, 할 말이 많고, 좋아하고, 잘 했다고 칭찬하고, 잘 될거라고 서로를 성원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대화의 선결 사항인 것이다. (194쪽)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의견을 한 걸음 양보하고, 상대의 얘기를 듣고 존중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

저자를 'W이론'으로 처음 알게 되던 15년 전부터 그의 팬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정도의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조금 더 많아질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새로운 교육개혁안으로 술렁이는 요즘, 더욱 가슴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들에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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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한 결정 중에는 소신있는 결정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소신없이 결정한 이유는 대부분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식해서였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바는 이것일 것이라든지, 나는 집에서 맏이니까 이러해야 한다든지.

소신있는 결정: 1. 결혼 2. 첫번 째 직장 3. 퇴사 4. 퇴사 후의 생활
소신없이 한 결정: 1. 고등학교때 문, 이과 선택 2. 음악을 그만 둔 것 3. 세번째, 네번 째 직장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떠한 결정이었든 간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 나름대로 거기서 얻은 것이 있었을테니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결정의 순간을 대하며 살아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더 소신있는 결정 쪽으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시간을 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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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1-3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님
전 그렇지 못한 거 같아요
저도 님처럼 앞으로 더 소신있게 살아야겠어요

hnine 2008-01-30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별로 그러질 못했어요.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2008-01-30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8-02-0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그래서 나이가 드는게 좋아요. 더 나아지고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가 퇴보하고 있다는 징조보다는 많이 보여서요. 다만 이렇게 너무 자신하다가 고집세고 제 잘난줄만 아는 늙은이가 되지는 말아야겠죠.

hnine 2008-02-01 06:03   좋아요 0 | URL
앗! 마지막 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08-02-0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오면 '잠언'을 종종 만난다니까요. 그런데 어떤 음악 하셨어요? 궁금궁금!!

hnine 2008-02-01 06:06   좋아요 0 | URL
아이구~ '잠언'은요 뭘...
음악은, 피아노를 참 좋아했었고 오래 배웠는데, 음악은 취미로만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그만. 흑 흑...음악도 참 힘든 길이지만요.
 

영어와 얽힌 이야기.
미국의 어느 대학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던 때였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보통의 미국 사람들이라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그런 명절에, 학교 아파트에 남아 있는 가족들 (주로 타국에서 온)끼리 모여 음식도 먹고 얘기도 나누는, 그런 간단한 파티가 학교 측에 의해 주최되곤 했다.
추수감사절 며칠 전, 아파트 여기 저기에 포스터가 붙었다. 추수감사절 축하 파티가 몇월 몇일 몇시, 어디에서 있을 예정이니 참석하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써 있는 것이 Bring your own dish. 그때 한국에서 엄마도 잠시 여행차 와계셨고 이웃들과 얼굴도 익힐 겸 나는 엄마를 모시고 그날 그 장소에 가기로 했다. '음식은 제공 되나보다, 자기가 먹을 접시는 들고 오라네~'
엄마를 모시고 빈 접시 두개를 들고 파티 장소에 간 나는 담박에 알아차렸다.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는 파티였음을. own dish! 이말 분명히 예전에 배운 적이 있는데 실전에서는 전혀 떠올려지지가 않았던 것.
들어오자 마자 빈 접시 들고 도로 나갈 수도 없고, 슬쩍 접시를 한 구석에 밀쳐 놓고 불편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떠들다 왔다. 우리가 가져갔던 깨~끗한 접시는 나중에 파티가 다 끝난 후에 가서 찾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와 얼마나 박장대소를 했는지.
Bring your own dish. 아마 이 뜻은 앞으로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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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3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포트럭 파티 음 전 잘하는 요리가 없는데 에휴....

hnine 2008-01-31 00:56   좋아요 0 | URL
요리가 부담가면 사와도 된답니다. 저처럼 빈 접시 들고 가는 것만 아니면 다 돼요 ^^

마노아 2008-02-0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렸군요. 아아 난감했겠어요^^;;;
우리도 이런 식의 파티가 있음 좋겠어요. 서로 부담 안 되게 말이에요. ^^

hnine 2008-02-01 06:06   좋아요 0 | URL
그 당시는 창피해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던 얘기를 지금은 이렇게 웃자고 풀어놓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