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얽힌 이야기.
미국의 어느 대학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던 때였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보통의 미국 사람들이라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그런 명절에, 학교 아파트에 남아 있는 가족들 (주로 타국에서 온)끼리 모여 음식도 먹고 얘기도 나누는, 그런 간단한 파티가 학교 측에 의해 주최되곤 했다.
추수감사절 며칠 전, 아파트 여기 저기에 포스터가 붙었다. 추수감사절 축하 파티가 몇월 몇일 몇시, 어디에서 있을 예정이니 참석하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써 있는 것이 Bring your own dish. 그때 한국에서 엄마도 잠시 여행차 와계셨고 이웃들과 얼굴도 익힐 겸 나는 엄마를 모시고 그날 그 장소에 가기로 했다. '음식은 제공 되나보다, 자기가 먹을 접시는 들고 오라네~'
엄마를 모시고 빈 접시 두개를 들고 파티 장소에 간 나는 담박에 알아차렸다.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는 파티였음을. own dish! 이말 분명히 예전에 배운 적이 있는데 실전에서는 전혀 떠올려지지가 않았던 것.
들어오자 마자 빈 접시 들고 도로 나갈 수도 없고, 슬쩍 접시를 한 구석에 밀쳐 놓고 불편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떠들다 왔다. 우리가 가져갔던 깨~끗한 접시는 나중에 파티가 다 끝난 후에 가서 찾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와 얼마나 박장대소를 했는지.
Bring your own dish. 아마 이 뜻은 앞으로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