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아름다운 청소년 4
이성숙 지음 / 별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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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정도 나이 되는 아이들 넷이 모여서 땅끝 마을로 여행을 간다. 관광 목적은 아니고 죽으러 가는 길.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은 나름의 어떤 이유때문에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난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이 같은 목적 한가지로 약속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이 어린 아이들이.  

'우리는 ~로 간다'는 제목. 좀 더 참신한 제목이었으면 좋았을 것이 다. 비슷한 제목에 독자들이 이미 익숙하다는 것 외에도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드러내보인다. 읽기 시작할 때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떨어뜨린다. 글의 중반까지 정말 그랬다. 부모와의 원만한 관계 맺기가 안되고 있는 아이,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이, 성정체성으로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한 아이, 외계인과 접선을 해야한다는 아이. 이런 설정 역시 새롭지는 않다. 땅끝 마을로 가는 길에 생겨나는 소소한 에피소드 역시 놀라울 일 없이, 무난하게 진행된다.  

금방 읽을 수도 있는 분량의 책을 지지부진하고 있다가 중반을 넘어,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건 나중에 밝혀진다) 여자 아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기절하여, 마을의 침 놓는 할아버지 댁에 잠시 머무르는 대목부터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전 내용은 너무 공식대로 진행되는 듯 하다가 여기 부터는 그래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 여자아이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1번부터 100번까지 쓴다. 사실은 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았던 것. 매사에 시큰둥, 날선 반응만 보이던 남자 아이 기한이 사이에 따뜻한 감정이 흐르기 시작하고, 기한이 집안의 모르던 사실이 밝혀지고, 마음이 달라지고 계획이 달라진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는 미리 말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 마흔 다섯의 나이로
그 시절 외로움에 아파하던 제 자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살아 줘서 고맙다고.
참으로 고맙다고.
더불어,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기에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라고.

끝까지 갔으면 그 지점이 곧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겐들 없으랴. 이렇게 길을 나서볼 수도 있고, 평소에 안가던 곳을 가보고, 안하던 행동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곧 죽으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살려는 움직임이다.
안정된 구성, 작가의 목소리가 분명한 것은 좋았으나 좀 더 독창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방송작가 출신의 작가라니 어딘가 좀 다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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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1-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주어 고마운 사랑을 살포시 담는다면
어느 문학이든 참 아름다우리라 믿어요.

hnine 2011-11-30 06:56   좋아요 0 | URL
저자를 직접 한번 뵌 적이 있는데 활달하고 잘 웃고 말씀도 잘 하셔서 위의 작가의 말을 읽고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든 살다보면 어려운 고비를 넘는다는 것을, 내가 힘든 순간에는 잘 잊는 것 같아요.
 

  

 

 

 

시란, '느낌'의 산물이 아니라 '사유'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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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사유의 산물... 저번에 신경림 시인 특강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어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시를 쓰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걸 보면 사유의 산물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시를 읽을 때는 사유하기가 참... 곤란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런걸 보면 시는 느낌의 산물 같기도 하구요. 잘 모르겠네요 ㅎㅎ;

hnine 2011-11-29 13:05   좋아요 0 | URL
제가 어느 사이트에 올린 시를 보고 어느 시인께서 평에 그렇게 써주셨더라고요. 사유의 굴곡이 더 드러나게 썼으면 좋겠다고요.
직감이나 느낌이 시를 쓰는 시작점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되겠구나, 자기 성찰과 사유가 들어가야 하는구나, 저는 그렇게 해석을 했답니다. 느낌의 산물이자 사유의 산물. 이렇게 말해야 더 맞겠네요.

프레이야 2011-11-2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사유의 산물! 공감되는 말이에요.
그래서 시 쓰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어려워요. 그래서 전 엄두도 못 낸답니다.
나인님의 시는 참 좋던데요 전. 사유의 굴곡이 더 드러나게라..좋은 어드바이스 같아요.

hnine 2011-11-30 06:5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공감해주시는군요.
순간 떠오른 느낌을 짧은 글로 나타낸 글, 단순히 시를 그렇게 알고 있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씀을 듣고 썼어요. 생각의 깊이, 사유의 굴곡이 더 드러나게 썼으면 좋겠다는 평이요. 수필을 쓸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파란놀 2011-11-2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낳은 선물, 참 좋은 말이에요.

hnine 2011-11-30 07:00   좋아요 0 | URL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데, 전 대체로 쓸데 없는 생각, 마무리 짓지 못하는 생각을 주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ㅋㅋ
 
생명과 약의 연결고리 - 약으로 이해하는 바이오 시대, 생명과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7
김성훈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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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우리 나라 생명과학 연구분야에서 매우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저자의 이름이 먼저 눈에 띄었고, 책의 내용을 훑어 보니 읽어볼만 했다. 

이 책의 목적
약과 관련된 일반적 상식을 설명하고, 일반인도 약의 구성, 개발, 적용, 부작용 및 중독 등에 대한 이해를 얻음으로써 약으로 빚어지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13쪽).
약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하지만 약이 작용하는 기작, 약의 종류 등 자칫 일반인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은 별로 들어가있지 않다. 즉, 약 자체에 대한 지식을 주기보다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몇가지 바로잡아 줄 수 있고 약과 기업, 약과 사회라는 시점에서 약의 의미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사람의 몸은 단순계가 아닌 복잡계 (complex system)이다
각종 세포, 조직, 기관들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고도로 복잡한 것이 사람의 몸이다. 외부 환경에 대해 여러 구성요소들이 연락을 주고 받고 서로 도와 다양하게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 우리 사람의 몸이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복잡계', '네트워크'란 낱말은 모두 이런 사람의 몸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이 모든 시스템들은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경로가 막히면 다른 경로를 사용하여 시스템 전체가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는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동시에, 시스템 내부의 작은 변화가 무시할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시스템을 이루는 각 하위 구조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시스템 전체에서 새로게 나타나기도 한다. 복잡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위험, 고수익의 신약 개발 산업
우리 나라는 선진국에서 제조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세계 시장을 점령한 독창적  신약을 개발해본 경험이 아직까지 한번도 없다. 대부분의 오랜 투자와 연구,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장기간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익이 보장되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독창적인 신약 개발은 대부분 미국을 포함하는 극소수의 선진국에서만 '독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특수 산업'이다. 

하드웨어 연구 시대에서 소프트 웨어 연구 시대로
지난 50년 동안 생명과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핵산 등의 하드웨어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이해하는 데 집중되었다면 현재의 생명과학은 이렇게 발견된 구성 성분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즉 생명 현상의 하드웨어 연구시대가 가고 소프트 웨어 연구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조합의약의 필요성
네트워크의 특성은 그 구성 부분들이 결코 고립된 섬과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한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곧 그와 관련된 다른 부분에도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혈합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은 심장박동 완화, 혈관 확장, 이뇨작용을 통해 혈액의 압력을 다양한 경로로 낮춰준다. 피부질환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약이 위나 장에 지나친 자극을 주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질환을 낫게 하는 약과 함께 위나 장을 보호해줄 수 있는 약도 함께 먹는다. 우리가 하나의 이름을 가진 질병에 대해 여러 가지 약을 먹는 이유다.
최근 인간의 유전자 지도와 단백질 및 대사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축적되어, 합리적 조합의약의 개발이 현실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조합의약들을 '의도적으로 개발'하려는 바이오테크 회사와 제약회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양약과 한약
과학적인 사고와 관련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진다. 관심의 대상을 잘게 부수어 부분들의 정체성과 그 관계를 이해함으로서 부분의 합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는 '환원주의적 접근 방법', 그리고 부분의 디테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대상의 현상 그 자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전일주의적 관점'이다.
현대 생명과학은 생명 현상을 더욱 잘게 나누어 분석하여 그 지식을 확장시켜 왔다. 하지만 그렇게 나뉜 부분들을 다시 합치게 되었을 때 생명 현상의 실제적 상호아과는 크게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환원주의를 방법론적 이념으로 삼는 분자생물학의 연구 기조는 개별 연구자들에게 점점 더 전문적 영역에만 집중하도록 했으며 결과적으로 생명과학자들 간의 대화의 벽을 가로막았다. 그 결과 생명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생명 자체에 대한 이해는 더욱 적어지는 아이러니를 낳고 말았다.
양약과 한약은 약물의 개발과 임상 적용에 있어서 기본적인 개념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서양의 약물들은 개인의 유전학적, 병리적, 환경적 차이를 고려한 소위 '맞춤의약'이라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한방에서 환자의 체질에 따라 같은 질환에도 다른 처방을 적용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오던 한방의 재료들로부터는 새로운 많은 약물이 분리 정제되어 서양 의약에서도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하나의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론적 배경에서 진화해온 양방과 한방, 혹은 환원주의와 전일주의라는 두 패러다임이 그 반대의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현대 의학은 발전하고 있다. 

약물의 새로운 타깃 찾기
인간이 발현하는 3만여개의 기능성 단백질들은 모두 이론적으로는 어떤 종류이든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약물의 작용 대상, 즉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임상적으로 상용되고 있는 수천 종의 약물들은 우리 몸의 겨우 500여 타깃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단백질만을 고려한다면 더 적은 수다. 이것은 전체 인간 단백질의 1% 정도밖에 약물 개발에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약물들이 병원이나 약국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지만 약물 대부분은 극소수의 타깃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 타깃들은 심각하게 남용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계속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병 관련 타깃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이것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다. 백혈병이 유발되는 경우 염색체 22번에 존재하는 bcr유전자가 염색체 9번에 존재하는 abl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유전자에 옮겨 붙어 변형된 bcr/abl 효소가 만들어진다. 이 변형된 효소는 늘 활성화되어 있어 세포가 조절을 벗어나 계속적으로 증식하게 된다. 글리벡은 이 효소 활성을 억제하여 암을 억제한다. 비슷한 방법으로 개발된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실패했음도 주목해보자.  

'오믹스 (Omics)' 시대의 등장
20세기생명과학은 DNA의 분자 구조를 규명한 웟슨과 크릭 이후 새명 현상을 물리, 화학과 같은환원주의적 방법으로 접근하여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세분화는 총체적 이해를 어렵게 하고 생명과학자들을 자기 전문 영역에 갇혀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는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되어 가고 있다. 세포를 연구하면 개체를 알지 못하고 단백질을 연구하면 세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안과 의사는 환자의 눈만 보게 되고 산부인과 의사는 뇌 영역의 문제가 점점 생소해진다. 이런 생명과학의 비현실적인 분할 현상은 21세기에 와서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함으로써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유전자나 단백질의 움직임을 전체적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소위 '오믹스'시대라고 하는데 생명 현상을 분할하여 연구하던 환원적 방법론으로부터 시스템적 수준에서 바라보는 전일적 관점의 연구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 생물학: 시스템 관점에서 구성 인자들간에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 작용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물학의 연구 방법.)

우리는 약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아무리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약이 드러내는 여러 한계성, 즉 내성, 부작용, 중독성 등등의 특성을 나타내지 않는 기적의 약물은 개발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체의 기본적인 특성'에 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명에 대해 그리고 인체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완전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때도 있다. 우리가 생명의 모든 비밀을 다 알아서 생명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창조한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상황일까? 우리 몸이 이렇게 복잡한 네트워크로 되어 있는 이유가 우리 몸을 너무 쉽게 이해해 그 교만함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오류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약의 진화
흔히 우리는 '약'이라고 하면 캡슐이나 정제 형태 내지 마시는 약 등을 연상한다. 경구 투여용 약은 가장 편리한 형대다. 약의 성분이 주로 화합물이거나 혹은 천연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약물의 소재는 유전자, 단백질, 또 최근에는 세포호까지 확대되고 있다.
화합물에 의존하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제는 생물학적 제제를 주로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테크와 손을 잡기 시작했으며 이 두 가지 연구 체제는 상호 경쟁과 협력을 통해 게속해서 인간 질병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치료는 3P의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개인 맞춤형 (personalized), 예방형 (preventive), 예측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 (predictive)는 의미다.
약은 육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을 상실한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 내부에 있는 방범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절제된 생활과 적절한 운동, 과식이나 과도한 피로를 피하는 것 등 상식 수준에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항들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약의 필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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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라도 내용을 정리해본다는 것이 길어졌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
이 책에 담지 못한 더 많은 내용들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겉핥기 식이라는 느낌도 살짝 들었으나 그렇게 내용을 추려 담기 위해 저자는 아마도 길게 쓰는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도 이 책을 쓰면서 아마 많은 것들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연구 방식이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일찍 보아버렸다. 알량한 자기의 전문 분야 지식 한가지로 복잡의 극치인 생명 현상을 모두 설명하려 드는 사람들을 보고 회의가 일었다. 지금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차라리 한 분야에 그렇게 몰두하여 한 쪽의 결과를 쌓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알량한 정도나마 나의 확실한 분야를 만들었다면 그 이후 진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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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4 17:49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가 들려주는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5
최종규 지음, 호연 그림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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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인지 몰랐다. 말레이지아 아이들이 자기 나라 말은 있으면서 글자틀이 없어 알파벳을 빌어다가 자기 나라 말을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보기 이전엔. 한국이라하면 중국 옆에 있는 작은 나라이니 중국 글자를 함께 쓰고 있지 않을까 하던 외국인에게 우리의 고유 글자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깜짝 놀라는 것을 보기 전까지.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한자 이름이 아닌 우리 말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보기 전에는. 특히 우리 시, 소설 등에 관심이 커지면서 내가 얼마나 우리글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최근에 내가 쓴 어떤 글을 읽으시고는 '~적'이란 말을 다 빼고, '~의'란 말도 되도록 쓰지 말고 글을 써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만해도 왜 쓰지 말라고 하는지 금방 이해를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평소에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이란 말재주가 아니라, 내 삶을 일구는 하루하루를 곱게 들려주는 이야기,
글이란 글솜씨가 아니라, 내 꿈을 이루는 어제오늘을 예쁘게 나누는 이야기

우리글 이름을 왜 한글이라고 하나?
훈민정음이라고 하던 것을 '한힌샘'이라는 이름을 따로 쓰면서 살았던 주시경 님이 새로 빚은 이름이다. (39쪽) '한'은 토박이말로 우리 겨레한테 붙는 이름.

짱, 레알, 즐과 같은 언어를 써도 되나?
써야 한다,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할 수 없다. 남들이 이런 말을 하든 저런 말을 하든, 내가 무슨 말을 쓰는지 알고, 나 스스로 사랑할 만하다고 여기는 말을 쓰는게 중요하다.

'ㅋㅋㅋ'같은 말을 쓰는 것은 괜찮은가?
서로서로 쓰고픈 말을 써야 좋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쓰면 좋은 말이 될 수 없다. ㅋㅋㅋ 든 ㅎㅎㅎ 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이면 된다. 그것을 곰곰이 살펴보고 쓰자.

한자말을 쓰면 안되는가? 외국어를 쓰면 안되는가?
한자말은 한자말을 써야 하는 자리에서만 써야 한다. 영어는 영어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만 써야 한다. 일본말을 습관처럼 아무 데에서나 쓰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 네덜란드말이나 핀란드말을 아무 곳에서나 쓰는 것이 이상한 것과 같다. 한자나 영어에서 우리가 쓰기 알맞다 싶어 받아들인 낱말들이 있다. 학교, 학생, 교과서 같은 말들이 그것이다.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말은 곰곰이 살펴 받아들일 수 있으나 내 지식이나 정보를 자랑하려고, 한글로만 써도 얼마든지 알아듣는 낱말은 한자로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하여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은 좋다. 영어로 쓰여진 글을 읽어 지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좋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잘 살펴볼 일이다.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하나?
양반만 이름을 지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양반이 쓰는 글자인 한자로 이름을 지었다. 양반 계급과 권력이 무너지고 누구든지 이름을 지을 수 있음에도 이름은 의례히 한자로 지어왔으나 굳이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할 까닭이 없다. 내 아이를 위한 이름을 어버이로서 아름답게 지어 붙여주는 것이 좋다. 

'그녀', '그남자'란 말
우리말에는 나와 너 외에 그녀, 그남자 등의 3인칭을 가리키는 일이 거의 없다. 사람, 짐승, 풀, 물건의 이름을 들어 3인칭을 나타낸다.  

'-의'
우리말에서는 '-의'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사이시옷(ㅅ)이 있다. '나뭇가지'라고 하지 '나무의 가지'라고 하지 않는다. '나의', '너의'도 우리말이 아니다. 

 

띄어쓰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없었다. 알파벳을 쓰는 서양에서 쓰는 글법이다. 띄어쓰기 방법에 얽매이기보다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잘 알아보도록 알맞게 띄자고 생각하면 좋다. 

우리말을 배우고 쓴지 몇년인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제목에 '10대와 통하는'이라는 말이 들어가있다. 출판사에서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왔기 때문에 붙은 말머리이지만 내가 쓰고 있는 말과 글을 되돌아 살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한두해 탐구, 조사, 집중하여 한권의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책을 쓰기 위한 목적만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공부하고 조사하여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은 말과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입으로 내 뜻을 말할 수 있고, 글로 나타낼 수 있으니 우리는 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셈. 곱고 사랑이 담긴 말, 진심이 담긴 말과 글을 쓰기에 힘쓰는 것은 충분히 ('충분히' 대신 어떤 말을 권한다고 읽었는데 그새 잊었다. 찾아봐야지.) 가치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임
1. 저자께서 이 책의 내용을 쓰실 때 참고하신 다른 자료들은 없으셨는지, 이를테면 참고문헌 말이다. 그런 것들이 책 뒤에 덧붙여 있으면 좋았지 않을까.
2. '리플'을 우리말로 '덧글'이라고 했는데 (179쪽) 덧글은 덧붙이는 글, 즉 한자로 '추신'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댓글' 혹은 '답글'이 어떨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대'와 '답'이 한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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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군요,,,
저도 빨리 읽어봐야겠는데.
제가 바른 우리말에 대해서 정말 무지한 것 같아요.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고 나서,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랍니다. 예전 하던 일에서는
제가 가장 철자랑 문법도 잘 맞게 쓰는 편이었거든요! ^^

hnine 2011-11-25 19:45   좋아요 0 | URL
우리말이라서 그런지, 모르던 것을 알아가면서도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어요. 제가 좀 뻔뻔한가요? ^^
책 속 한줄 한줄에 우리말, 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바람 2011-11-2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많이 되는 책 같네요
님의 리뷰는 읽어본 느낌처럼 생생해서 참 좋아요

hnine 2011-11-26 05:04   좋아요 0 | URL
하루도 말을 하지 않고 사는 날이 없고 글도 심심치 않게 쓰고 있는 이상 한번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말하고 글쓸때 이제 의식이 되더라고요. 습관이 있어서 고쳐지기 쉽지 않지만 조금씩 노력해보려고요.

파란놀 2011-11-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느낌글을 써 주셨군요~~~~ ^___^

그나저나, '의례히'는 잘못 쓰는 말이에요. 우리 말은 '으레'예요.

참고문헌으로 삼을 만한 책을 따로 들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나라에는 아직 추천할 만한 어른국어사전도 어린이국어사전도 없거든요.

http://blog.aladin.co.kr/hbooks/4580268 (국어사전 빌려주기)
http://blog.aladin.co.kr/hbooks/4585982 (어린이 국어사전)

요 두 글에서 우리네 국어사전 슬픈 얼굴을 살짝 적었어요.
이 글에서처럼 참말 추천할 만한 다른 좋은 우리 말 이야기책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다만, 한글학회 일을 보는 정재도 님이 쓴 <국어사전 바로잡기>는
여러모로 읽을거리가 많아요. 남영신 님이 엮은 <우리말 분류사전>은
갈래에 따라 잘 나눈 토박이말을 살필 수 있어 좋고요.

청소년과 학부모와 교사한테 읽히는 책으로 삼았기에 참고도서를 안 적기도 했지만,
좋은 말글을 지식으로 더 배우기보다는 삶을 헤아리면서 스스로 사랑할 꿈을 돌아보면서
새 좋은 말을 내 좋은 새 나날에서 깨닫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덧붙이는 글이라 덧글이 되기도 하고, 대꾸하는 글이라 이 글 또한 덧글이라 할 수 있어요.
댓글로 써도 좋고, 다 좋아요 ^^;;;;; '대답'은 한자말이지만 '대꾸'는 토박이말이에요~

@.@

충분히 가치있는 일 => 참 값있는 일 / 아주 좋은 일 / 더없이 뜻있는 일 ... (뭐 이렇습니다~)

hnine 2011-11-26 05:14   좋아요 0 | URL
이사짐 정리하는 가운데 틈틈이 읽는데도 술술 잘 읽혔어요.
따로 참고문헌이 없으셨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 생각을 모으고 써놓으셨을까요. 시간과 애정이 들어간 것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더군요.
'대꾸'가 토박이말인데 왜 '대꾸'라는 말은 옳은 말을 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많이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말씀들어보니 '리플'에 대한 우리말로 '덧글'도 괜찮겠어요. 남이 하는 말에 대해 덧붙이는 글이라는 뜻으로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내가 시험 못 본 날
부모님 나란히 앉아
나를 혼낸다. 

   

화가 난 어머니
무심코 하신 말  

 

야,
너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학교 가지 말고 농사나 지어.  

 

이십 년째
농사밖에 모르는 아버지
뚱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더니 

 

차라리 나를 혼내지 그려,
아무리 그렇다고. 

 

- 윤  일호 -

   

개미의 장례식 

 

 

녹은 아이스크림에 쓸려
개미들이 까무룩 죽어 있습니다. 

 

두나랑 채린이가
도란거리며 지나갑니다. 

 

자전거 탄 관호가
쌔앵 달려갑니다. 

 

장 봐 오는 한나 엄마도
바삐 걸어갑니다. 

 

바람이 혼자
나뭇잎 한 장 가져다
가만히 덮어줍니다.  


- 박  소명 -

 

이사한 주소로 처음 받은 우편물은 정기 구독하는 어린이 동시 격월간지. 

잡지에 실린 동시를 읽다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작품이 있어 옮겨 놓는다.

"바람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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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1-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제가 받은 문자네요
이사 잘 하셨어요?

hnine 2011-11-24 05:03   좋아요 0 | URL
문자로 시를 받으셨다는 말씀??
염려해주신 덕분에 이사는 잘 마쳤습니다. 정리만이 남아있답니다. 오늘 책장 주문한 것이 들어오고, 액자들을 자리 찾아 걸고 나면 좀 정리가 될 것 같아요.

2011-11-24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4 0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1-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 몸살 나지 않게 조금씩 정리하세요!
오늘도 바람이 차서 다들 감기 조심해야겠어요.

저도 가끔은 남편한테 하고픈 말을 아들에게 하고 있더라고요.^^

hnine 2011-11-25 06:02   좋아요 0 | URL
몸살날만큼 바지런히 정리도 못하고 있어요. 몸이 마음을 못따라가는지 느릿느릿, 어수선한대로 벌써 나흘밤을 새집에서 보냈네요.
동시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줄 것 같은 시들이 많아요. 위의 시들도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뽑은 시라네요. '동시마중'이라는 동시 격월간지에 실린 시랍니다.

마녀고양이 2011-11-2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잘 하셨군요.
날이 차지기 전에 하셔서 다행이예요.

"차라리 나를 혼내지 그려", 요즘 FTA의 농어민 시위와 관련해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제가 음식물을 공급받는 언니네텃밭의 언니들이 엄청 걱정하시는걸 들었거든요.... ㅠㅠ

hnine 2011-11-25 06:05   좋아요 0 | URL
이사는 잘 했는데 이사후 정리를 아직 다 못했어요.
예전 집이 무척 추운 집이어서 이곳은 밖의 기온을 잊게해줄만큼 따뜻해서 좋아요.
FTA를 반대하는 것도 우리, 결국 염려하던대로 흘러가는 세태를 타고마는 것도 우리, 속는 것도 우리, 속이는 것도 우리...에효...

2011-11-24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5 0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1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의 장례식.. 뭉클해서 읽고 또 읽고 세 번 읽고 갑니다.(그래도 외워지진 않아요.ㅠㅠ)
아직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엄청 추워요. 따뜻한 집으로 가셨다고 해서 정말 정말 잘됐어요.^^


hnine 2011-11-25 11: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대전 오실 일 있으시면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