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가 들려주는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5
최종규 지음, 호연 그림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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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인지 몰랐다. 말레이지아 아이들이 자기 나라 말은 있으면서 글자틀이 없어 알파벳을 빌어다가 자기 나라 말을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보기 이전엔. 한국이라하면 중국 옆에 있는 작은 나라이니 중국 글자를 함께 쓰고 있지 않을까 하던 외국인에게 우리의 고유 글자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깜짝 놀라는 것을 보기 전까지.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한자 이름이 아닌 우리 말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보기 전에는. 특히 우리 시, 소설 등에 관심이 커지면서 내가 얼마나 우리글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최근에 내가 쓴 어떤 글을 읽으시고는 '~적'이란 말을 다 빼고, '~의'란 말도 되도록 쓰지 말고 글을 써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만해도 왜 쓰지 말라고 하는지 금방 이해를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평소에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이란 말재주가 아니라, 내 삶을 일구는 하루하루를 곱게 들려주는 이야기,
글이란 글솜씨가 아니라, 내 꿈을 이루는 어제오늘을 예쁘게 나누는 이야기

우리글 이름을 왜 한글이라고 하나?
훈민정음이라고 하던 것을 '한힌샘'이라는 이름을 따로 쓰면서 살았던 주시경 님이 새로 빚은 이름이다. (39쪽) '한'은 토박이말로 우리 겨레한테 붙는 이름.

짱, 레알, 즐과 같은 언어를 써도 되나?
써야 한다,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할 수 없다. 남들이 이런 말을 하든 저런 말을 하든, 내가 무슨 말을 쓰는지 알고, 나 스스로 사랑할 만하다고 여기는 말을 쓰는게 중요하다.

'ㅋㅋㅋ'같은 말을 쓰는 것은 괜찮은가?
서로서로 쓰고픈 말을 써야 좋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쓰면 좋은 말이 될 수 없다. ㅋㅋㅋ 든 ㅎㅎㅎ 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이면 된다. 그것을 곰곰이 살펴보고 쓰자.

한자말을 쓰면 안되는가? 외국어를 쓰면 안되는가?
한자말은 한자말을 써야 하는 자리에서만 써야 한다. 영어는 영어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만 써야 한다. 일본말을 습관처럼 아무 데에서나 쓰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 네덜란드말이나 핀란드말을 아무 곳에서나 쓰는 것이 이상한 것과 같다. 한자나 영어에서 우리가 쓰기 알맞다 싶어 받아들인 낱말들이 있다. 학교, 학생, 교과서 같은 말들이 그것이다.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말은 곰곰이 살펴 받아들일 수 있으나 내 지식이나 정보를 자랑하려고, 한글로만 써도 얼마든지 알아듣는 낱말은 한자로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하여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은 좋다. 영어로 쓰여진 글을 읽어 지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좋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잘 살펴볼 일이다.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하나?
양반만 이름을 지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양반이 쓰는 글자인 한자로 이름을 지었다. 양반 계급과 권력이 무너지고 누구든지 이름을 지을 수 있음에도 이름은 의례히 한자로 지어왔으나 굳이 한자로 이름을 지어야 할 까닭이 없다. 내 아이를 위한 이름을 어버이로서 아름답게 지어 붙여주는 것이 좋다. 

'그녀', '그남자'란 말
우리말에는 나와 너 외에 그녀, 그남자 등의 3인칭을 가리키는 일이 거의 없다. 사람, 짐승, 풀, 물건의 이름을 들어 3인칭을 나타낸다.  

'-의'
우리말에서는 '-의'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사이시옷(ㅅ)이 있다. '나뭇가지'라고 하지 '나무의 가지'라고 하지 않는다. '나의', '너의'도 우리말이 아니다. 

 

띄어쓰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없었다. 알파벳을 쓰는 서양에서 쓰는 글법이다. 띄어쓰기 방법에 얽매이기보다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잘 알아보도록 알맞게 띄자고 생각하면 좋다. 

우리말을 배우고 쓴지 몇년인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제목에 '10대와 통하는'이라는 말이 들어가있다. 출판사에서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왔기 때문에 붙은 말머리이지만 내가 쓰고 있는 말과 글을 되돌아 살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한두해 탐구, 조사, 집중하여 한권의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책을 쓰기 위한 목적만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공부하고 조사하여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은 말과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입으로 내 뜻을 말할 수 있고, 글로 나타낼 수 있으니 우리는 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셈. 곱고 사랑이 담긴 말, 진심이 담긴 말과 글을 쓰기에 힘쓰는 것은 충분히 ('충분히' 대신 어떤 말을 권한다고 읽었는데 그새 잊었다. 찾아봐야지.) 가치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임
1. 저자께서 이 책의 내용을 쓰실 때 참고하신 다른 자료들은 없으셨는지, 이를테면 참고문헌 말이다. 그런 것들이 책 뒤에 덧붙여 있으면 좋았지 않을까.
2. '리플'을 우리말로 '덧글'이라고 했는데 (179쪽) 덧글은 덧붙이는 글, 즉 한자로 '추신'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댓글' 혹은 '답글'이 어떨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대'와 '답'이 한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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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군요,,,
저도 빨리 읽어봐야겠는데.
제가 바른 우리말에 대해서 정말 무지한 것 같아요.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고 나서,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랍니다. 예전 하던 일에서는
제가 가장 철자랑 문법도 잘 맞게 쓰는 편이었거든요! ^^

hnine 2011-11-25 19:45   좋아요 0 | URL
우리말이라서 그런지, 모르던 것을 알아가면서도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어요. 제가 좀 뻔뻔한가요? ^^
책 속 한줄 한줄에 우리말, 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바람 2011-11-2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많이 되는 책 같네요
님의 리뷰는 읽어본 느낌처럼 생생해서 참 좋아요

hnine 2011-11-26 05:04   좋아요 0 | URL
하루도 말을 하지 않고 사는 날이 없고 글도 심심치 않게 쓰고 있는 이상 한번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말하고 글쓸때 이제 의식이 되더라고요. 습관이 있어서 고쳐지기 쉽지 않지만 조금씩 노력해보려고요.

파란놀 2011-11-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느낌글을 써 주셨군요~~~~ ^___^

그나저나, '의례히'는 잘못 쓰는 말이에요. 우리 말은 '으레'예요.

참고문헌으로 삼을 만한 책을 따로 들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나라에는 아직 추천할 만한 어른국어사전도 어린이국어사전도 없거든요.

http://blog.aladin.co.kr/hbooks/4580268 (국어사전 빌려주기)
http://blog.aladin.co.kr/hbooks/4585982 (어린이 국어사전)

요 두 글에서 우리네 국어사전 슬픈 얼굴을 살짝 적었어요.
이 글에서처럼 참말 추천할 만한 다른 좋은 우리 말 이야기책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다만, 한글학회 일을 보는 정재도 님이 쓴 <국어사전 바로잡기>는
여러모로 읽을거리가 많아요. 남영신 님이 엮은 <우리말 분류사전>은
갈래에 따라 잘 나눈 토박이말을 살필 수 있어 좋고요.

청소년과 학부모와 교사한테 읽히는 책으로 삼았기에 참고도서를 안 적기도 했지만,
좋은 말글을 지식으로 더 배우기보다는 삶을 헤아리면서 스스로 사랑할 꿈을 돌아보면서
새 좋은 말을 내 좋은 새 나날에서 깨닫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덧붙이는 글이라 덧글이 되기도 하고, 대꾸하는 글이라 이 글 또한 덧글이라 할 수 있어요.
댓글로 써도 좋고, 다 좋아요 ^^;;;;; '대답'은 한자말이지만 '대꾸'는 토박이말이에요~

@.@

충분히 가치있는 일 => 참 값있는 일 / 아주 좋은 일 / 더없이 뜻있는 일 ... (뭐 이렇습니다~)

hnine 2011-11-26 05:14   좋아요 0 | URL
이사짐 정리하는 가운데 틈틈이 읽는데도 술술 잘 읽혔어요.
따로 참고문헌이 없으셨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 생각을 모으고 써놓으셨을까요. 시간과 애정이 들어간 것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더군요.
'대꾸'가 토박이말인데 왜 '대꾸'라는 말은 옳은 말을 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많이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말씀들어보니 '리플'에 대한 우리말로 '덧글'도 괜찮겠어요. 남이 하는 말에 대해 덧붙이는 글이라는 뜻으로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