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 가슴이 시키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할리우드 파워피플 10
이경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축구에 재미를 붙일 땐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하고, 노래에 흥미를 붙이면 그새 꿈은 가수로 바뀐다. 이번엔 영화배우란다. 12살이 되면서 비로소 만화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로도 조금씩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학교에서 친구들 영향도 받은 것 같은데 이젠 장래 희망이 영화 배우란다.

모든 문제는 엄마가 어릴 때 아이를 어떻게 대해서 그렇다는 책들이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너는 무슨 변덕이 그렇게 죽끓듯 하냐고 함부로 핀잔도 못준다. 그냥 아이의 희망사항이 그렇게 흘러가나보다 생각하고, 특별히 지지는 못해주더라도 핀잔도 참아야 한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다. 사실 할리우드가 영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한때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 책의 취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서 한번 읽어볼만 하다고 결론을 내려 구입했다. 즉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영화가 한편 나오는데는 영화 배우만 있어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와 관련된 직업이 얼마나 다양한지, 비록 이 책에도 열 명, 열 가지 직업만 소개되긴 했지만 나도 새로이 알고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ABC TV캐스팅 담당 총괄부사장, 영화 제작자, 유명인사 스타일리스트, NBC TV시리즈물 제작 총괄 수석부사장,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영화 <쿵푸팬더2> 감독, 영화배우 (John Cho), 드라마 작가 겸 제작자, 힙합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 멤버,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 이름을 생략하고 그들의 직업 이름만 나열해보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서 어릴 때 이민간 사람도 있고, 이 책의 저자 역시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가족과 함께 이민간 사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말할 것도 없이 일벌레라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 이중에는 높은 보수의 직업을 그야말로 때려치우고 뒤늦게 현재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다. 그 용기와 열정이 있는데 이루지 못할 리가 있겠나 싶다.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이중에서 '바닥부터'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안될 수 있는게 자존심과 허영의 옷을 벗어던지고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 아닐까? 특히 남의 눈과 체면이 중요한 사회에선 더 그럴 것이다.

누구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좋은 시절을 그렇게 일에 치여서, 시간에 쫒기며 사는게 꼭 성공적인 삶은 아니라고.

그럴까?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성공적인 삶인가? 이들은 시간에 쫒기며 사는게 아니라 시간을 휘두르며 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자기 의지에 따라 이렇게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사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와 관련없는 사람도 읽어보면 좋을 책. 특히 영화 관련 직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라는, 필리파 피어스의 널리 알려진 책 제목에서 이 페이퍼의 제목을 따왔다.

 

식물 키우는데 별로 재주가 없기에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오늘 우연히 발견했다, 난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이사할 때 아파트 측에서 집집마다 다 나눠준 난 화분. 내 방에다 놓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고 종종 말걸어 준 것 밖에 없는데.

 

 

 

 

신기해서 이리 보고 저리 보던 중에 꽃대 하나를 또 발견했다. 화분 뒤쪽에서 조그맣게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난 화분 옆에 함께 있는 다육이들도 찍어볼까.

다육식물들은 햇빛 강하고 물 부족한 나름 극한 상황에서, 내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적응한 아이들이라서 그 모양이 정말 가지각색이다. 이유있는 변화이다. 할 말이 많겠지?

 

 

 

 

 

아래 사진은 화분들 바로 옆에 있는 내 앉은뱅이 책상.

분명히 일하다 찍었는데 노트북의 저 화면은 알라딘에서 배송조회를 하고 있었군 ㅋㅋ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외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 앉아서 보낸다.

 

이 사진을 찍어놓은 이유는 내일 모레면 이 책상이랑 이별하기 때문이다. 이제 허리가 아파서 앉은뱅이 책상엔 오래 앉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 큰맘 먹고 한달 넘게 고민하다가 새 책상을 사기로 해서 목요일에 배송이 된단다.

남편이 직접 만든 책상이고 책상 위엔 아이가 어릴 때 해놓은 온갖 낙서들이 다 남아있다.

버리진 않을거고, 마루에 다른 화분들 올려놓는 용도로 쓰려고 한다.

그래도 좀 서운하네...

 

 

 

 

 

 

 

비가 하루 종일 온다.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댈러웨이 2012-09-0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가을비인가 봐요. 저는요, 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풍경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지만, 사진 모두가 제 나름대로 참 고요해서 넋을 놓았어요. 작업하시는 것도 슬쩍 엿보니 눈이 팽글팽글.

저희 엄마도 화초를 참 잘 키우시고 사랑하시는데 저는 애정이 없는지 정성(?)을 들여서 키운다고 키워도 화초마다 다... --

여기도 비가 좀 왔음 좋겠어요.

hnine 2012-09-05 05:06   좋아요 0 | URL
어제 아침에 운동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이후로 계속, 천둥도 몇번 쳤고, 밤에는 우산 써도 다리가 젖을 정도로 쏟아 부었답니다. 가을비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댈러웨이님 어머니께서 화초 가꾸시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보셨을테니 댈러웨이님도 아마 잘 키우실 수 있을거예요. 저도 친정에서 데려온 식물들이 저희 집으로만 오면 비실비실해지는 것을 보며, 유전과 환경, 무엇이 더 중요하냐! 바로 답이 나오는구나 생각하며 실실 웃기도 한답니다.
거기는 비가 잘 안오나요? 제가 가본적이 없는 곳에 사시니 저는 늘 상상만 합니다 ^^

프레이야 2012-09-0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식물을 못 길러요. 기본적으로 타자를 돌보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같아요.ㅎㅎ 나인님, 저 앉은배이 책상에서 시도 쓰셨군요. 새 책상 오면 자랑해주세요. ㅎㅎ

hnine 2012-09-06 06:46   좋아요 0 | URL
에구, 저도 식물 잘 못기르기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저렇게 꽃대 올라오는 걸 보고 신기해하고 감격하고 그러는거지요.
책상이 오늘 배송된다고 하네요. 의자까지 사느라 좀 과용했어요 ㅠㅠ

파란놀 2012-09-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에 낀 먼지를 씻고
나무들 잘 자라라며
비가 내려요

hnine 2012-09-06 06:48   좋아요 0 | URL
비가 아주 시처럼 내린거네요? ^^
주말엔 또 비 소식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많이 쌀쌀해지겠어요.

비로그인 2012-09-0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을 키우면 비가 와도 덜 외로울 것 같아요. 세 번째 사진의 맨 왼쪽에 있는 화분은 참 귀엽네요. 저도 하나 키워봐야겠어요. 저는 비가 오는 내내 춥다는 생각 밖에는 하지 못했어요.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일찍 곯아떨어졌구요. 오늘은 햇볕이 강하네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오늘도 이별을 앞둔 앉은뱅이 책상과 함께 잘 해내시길...!

hnine 2012-09-06 06:50   좋아요 0 | URL
요즘 일교차가 심해서 몸이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게 최선일지 몰라요. 아니면 감기에 몸살에, 고생할지도 모르니까요.
화분의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체 잖아요? 책상 위에 작은 화분 하나 사서 올려두고 책 읽다가 가끔씩 눈 맞춰 보세요. 그 느낌이...좋을거예요.

블루데이지 2012-09-0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꽃대올라오는 기특한 화분도, 다육이들도..남편분께서 만들어 주신 정든 책상도,
비오는 창문밖 풍경도,, hnine님의 책상위에 놓인 책과 컴퓨터도...왠지 낭만적이고,
멋지고, 아기자기한게 hine님이란분이 잘 느껴지는데요..
멋지게 앉은뱅이 책상과 이별하시고, 새책상과 정들이세요~~좋으시겠어요!

hnine 2012-09-06 06:55   좋아요 0 | URL
저렇게 책상을 창 쪽으로 향하고 앉을 수 있게 된게 올해 초 이 집으로 이사오고 난 후 부터 랍니다. 그 전에 살던 집에선 벽으로 꽉 막힌 방에서, 책상도 벽을 향해 있었지요. 볕이 들지 않으니 화분 하나 갖다 놓을 수 없었고요.
지금 사는 곳은 마루에서 꿩도 보인다고 제가 그랬지요? ^^
책상도 새로 오고 빙빙 돌아가는 회전 의자도 온답니다. 앉은뱅이 책상도 좋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ㅠㅠ)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허리가 아파서 저절로 에구구...소리가 나는거있죠.

2012-09-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06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글픔이란 물체는 지뢰처럼

어디에나 깔려 있어

걷다가 발에 밟히고

더듬다가 손에 걸리고

눕다가 머리와 부딪힌다

 

 

창 밖엔 보름달

높이 안맞는 앉은뱅이 책상

그 앞에 졸음 참고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면서도

온기 찾아 기어오르는

강아지란 짐승

너를 보며 드는 서글픔

네가 오늘의 지뢰이구나

 

 

 

- 2012.9.1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놀 2012-09-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보름달을 보셨군요.
어디에 있더라도
보름달 바라보는 눈은
한결같으리라 느껴요

hnine 2012-09-03 06:19   좋아요 0 | URL
달력을 보니 정확하게는 어제밤이 보름이었던데 전 하루 전 달을 본 셈이지요.
구름에 가려서 아주 밝은 달은 아니었어요.
다음 보름달을 보게 될 때는 벌써 추석이 되겠네요.

2012-09-02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9-03 06:25   좋아요 0 | URL
전 너무나 자주, 너무나 쉽게 우울해서, 이젠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려니 하지 않고 늘 옆에 있는 친구이려니 (좋게 봐주면), 늘 주위에 있는 지뢰 같은 것이려니 (심술맞게 봐주면), 그렇게 생각하고 삽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그렇게 그냥 accept하게 되더라고요. accept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지요 ^^
공감해주시니 감사하긴 한데, 오래 우울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신나고 즐겁고 살맛나게 하는 일들도 여전히 또 다른 지뢰의 형태로 우리 주위엔 있을테니까요. 우리 이번엔 그런 지뢰를 좀 밟아 봤으면 좋겠어요 ^^

프레이야 2012-09-0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ᆢ 나인님 너무 좋아요. 서글픔이 폭삭하게 느켜지는 이유가 뭘까요. 눈시울이 괜스레 붉어져요. 저, 좀 서글펐나 봐요.^^

hnine 2012-09-03 06:2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무슨 일이 있으셨나봐요? 해가 뜨는 것을 봐도 뭉클하고 지는 것을 봐도 뭉클하고...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때가 있었다는데 저는 무엇을 봐도 심각하고 뭉클하고 더 나아가면 서글퍼지고 그렇네요.
옆에다가 담요를 깔아주어도 굳이 불편한 제 무릎 위로 기어올라 기대고 자려고 하는 강아지를 보면서도 서글퍼졌으니까요.
또 아침입니다. 늘 6시 반에 아이를 깨워요. 이젠 꽤 선선하니, 가을 같지요?

블루데이지 2012-09-0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뒤에 찾아온 맑은 밤하늘 보름달이어서 그런지...
제 감정도 극과 극을 막 달리더라구요.
저도 보름달 물끄러미 보다 페이퍼 한장 썼었어요..
저도 이렇게 함축적으로 심장진동울리게 썼다면 좋았을것을...
hnine님 토닥토닥~

hnine 2012-09-03 06:34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의 그 페이퍼 저도 읽었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저도 달을 더 유심히 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달이 마치 제 얼굴 같더군요. 얼룩덜룩 기미 낀 제 얼굴...^^
서울엔 창덕궁 같은 고궁에서 달빛기행, 그런 프로그램도 있던데 해보면 특별한 느낌이겠다 싶어요.
저에게 달을 보고 끄적거리게 해주신 블루데이지님께 감사를~

하늘바람 2012-09-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함이 느껴져요
고요함 적막 속에 느껴지는 서글픔은 배가 되잖아요
저도 툭하면 우울해져서
요즘은 더 단순해질려고 노력해서인지 너무 단순해져 버렸지만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옛 생각이 나고 그러네요

hnine 2012-09-03 19:17   좋아요 0 | URL
저걸 언제 끄적거렸냐하면요, 고요한 장소도, 혼자 있지도 않았어요. 식구들과 모두 함께였고요, 어느 까페였답니다.
...
웃기죠? ^^
 
사진을 바꾼 사진들 -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시선, 20명의 사진가를 만나다
최건수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 사진 작가 20명과 그들의 사진 작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역시 중견 사진작가인데 책을 시작하는 글을 읽자마자 대번 그의 글쓰기가 보통 수준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 소개를 보니 사진 평론으로도 꽤 많은 활동을 해온 분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나라 사진 작가라면 김아타, 배병우 정도가 고작인데 여기에 소개된 20명의 사진 작가 대부분은 처음 보는 이름들이었다. 그들의 작품과 작품 세계에 대해 읽으며 사진이라는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진의 기능, 즉 기록과 재현에 중점을 둔 사진을 '스트레이트 사진 (straight photo)', 찍는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해석이 다양한 기법으로 표출되는, 즉 예술 사진이라고 하는 것을 '만드는 사진 (Making photo)' 라고 한다는 것. 예전에는 사진을 잘 찍는 비법으로서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요즘 사진은 머리로 찍는다고 한다. 물론 위의 '만드는 사진'의 경우에 해당하겠지만, 작가의 작업 노트에서 사진의 절반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는데, 현대 사진은 더 이상 김삿갓처럼 세계를 대책없이 떠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찍기 전에 대상에 대한 이해, 경험, 인식과 같은 사유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김병걸. 그는 동일한 사진을 아주 미세하게 잘라 붙임으로써 하나의 사진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기법을 Optical art라고 한다고 하고 작가는 특별히 '흔들기 (shake)' 라고 부른단다.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마를린 몬로의 사진과 모택동의 사진을 세로로 잘게 잘라 번갈아 붙여 작품을 만들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유현미의 경우는 조각을 전공했다가 사진으로, 이제는 영화까지 시도하는 중인데 본인의 조각 작품을 찍어서 유명해진 사진가인 바바라 카스텐 (Barbara Kasten)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해오고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사진 작가가 되기로 하고 사진을 전공한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조각, 건축, 심지어 임양환 같은 사진작가는 공학박사 출신이다. 그의 논문 제목은 '중크롬산 젤라틴의 사진적 특성'이었다나. 줄곧 고전적인 인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데 이것은 특히 어둠과 아침이 교차하는 magic hour (촬영에 필요한 일광이 충분하면서도 인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명 혹은 황혼 시간대)를 담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정동석은 드물게 현실참여 사진가로서 한때 미행되고 도청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작품 Full Empty 289-267, 두개의 달이 겹쳐서 떠있는 듯한  Dreamscape 225-1을 보면 그를 따뜻한 통찰의 작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천경우 작품이다. 보다시피 흐릿한 초상 사진.

고남수의 제주오름 사진은 없는 듯 있는 듯 드러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깔끔한 디자인적 명암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배병우의 오름과 차이점을 보인다.

구본창의 작품중 '숨'이라는 작품은 작가 아버지의 임종 사진. 숙연해지기도 하고, 이 순간 카메라를 들 생각을 했던 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도 언급을 하고 있다. 그에게 카메라를 들지 못할 순간이라는건 따로 없는 것이다.

김대수는 다양한 매체를 하나의 콜라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유행을 거슬러 만드는 사진에서 스트레이트 포토로, 실험에서 전통 사진으로 역전환을 했다.

노순택의 사진은 얼마전 대전시립미술관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기획전에서 낯이 익었다. 대추리를 찍은 작품마다 흰색 공이 들어가 있었고, 당시 도슨트가 저 공이 무엇인지 알겠느냐고 관람객을 향해 질문을 던졌었다. 그 흰공 같이 생긴 물체의 정체는 레이돔 (Radome)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레이더. 우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보호의 명분 아래 정찰되고 있는 것이다.

 

스무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 다른 경로를 통해 사진 작가가 되었다. 처음부터 사진 작가가 되기로 작정한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그건 사진 작가의 경우에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뭔가 이렇게 자기 세계를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특징이 아닐까. 이것이 아니다 싶었을 때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쪽으로 삶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용기와 주관이 있었다는 것.

이들은 모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찍지 않는다. 찍기 전, 혹은 찍은 후 제2의 작업을 통해 사진을 사진 이상의 무엇이 되도록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로 대상에 대한 이해, 경험, 인식과 같은 사유능력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저자가 말하는 아마추어적 시각이란? 소재를 선택할 때 남의 관심을 끌만한 대상, 시각적 힘이 강한 사진을 추구하는 것. 그것들을 한 장의 사진에 담고자 하는 명작 의식.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이있게 사진 관련 일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2-09-0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사진평론은 '사진'을 다루지 않아요.
이 책도 그러한 책인데,
사진기를 쓰는 사람들 스스로 '사진'을 찍는지 '예술'을 하는지
경계가 흐릿하거든요.

요즈음에는 '사진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사진기를 써서 '예술'을 하고 '문화'를 하고, 또는 '문학'을 하거나
'자기주장'을 하면서 바깥으로는 '사진 창작'을 한다고들 이야기해요.

사진찍기란, 모름지기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하면서 이녁 삶을 '짓는(메이킹)'
일이기 때문에 "만듦사진"이란 갈래나 "스트레이트사진"이란 말은
할 수 없답니다...

hnine 2012-09-03 05:51   좋아요 0 | URL
이책 읽으셨군요.
기록의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자기 주장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도, 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사진을 찍기 전 후에 사진 찍는 행위 외의 다른 작업이 들어가는 경우에 '만드는 사진'이라고 분류하더라고요. 가끔 다른 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게 과연 사진일까?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이런 효과가 날 수 있을까? 의아했던 적이 있거든요.
전 이책 나름대로 유익했답니다.
 

원제는 Martian child, 2007

 

제목을 그냥 '화성에서 온 아이'라고 했어도 지금의 제목보다 별로 나아질 것 없었을까?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보다 훨씬 더 볼만 한 영화라는 것이 보고난 나의 생각이다.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꼬마 데니즈는 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 거부감을 감당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자신은 지구인이 아니라 화성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고 살아간다.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과 말도 안하고 커다란 종이 상자 속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은채 조그많게 뚤린 틈으로 밖을 내다볼 뿐이다. 약한 중력을 벗어나 화성으로 올라가게 될까봐 허리에 무거운 쇠허리띠를 차고 있는 아이. 색깔에도 맛이 있다면서 눈감고 입에 넣어준 M&M초코렛의 색깔을 알아맞추는 아이.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SF소설가 데이빗 (John Cusack). 아내가 죽기 전에 입양에 대한 약속을 했었기에 개구장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여동생 (Joan Cusack) 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데니즈를 집으로 데려온다. '너 오늘부터 우리 집에 가서 살자.' 라고 하는 대신, '우리 집에 가서 며칠 지내볼래? 그래보고 괜찮으면 계속 있어도 돼.' 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가 화성에 왔다고 하는 것을 처음부터 바로잡아 주려 하는 대신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사실 화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꼬마에게서 그는 과거의, 혹은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자기의 분신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자기 닮은 꼴에 끌리지 않던가?

 

야구를 가르쳐주며 열번 중 세번만 공을 쳐내도 대단한 것이며, 거기서 아주 조금만 더 잘 하면 완전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잘 해 냈을 땐 크게 '핫 커피!' 라고 외치는 것이라며.

두려움을 잔뜩 안고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또는 '친구들에게 상냥하게 대해라.' 라고 하는 대신 '그저 너답게 굴어 (Just behave yourself).' 라고 토닥인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동안 마치 장님이 장님을 안내하는 기분을 느낀다는 말.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십대를 혹독하게 보내는 것일까 얘기하다가, 그래야만 하는 시기일거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커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르게 될테니까 라는 말.

기억하고 싶은 대사이다.

 

'스타트랙', '환상특급'.

오래 전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TV에서 매우 인기리에 방영되던 SF 드라마로 기억하는데 이 드라마의 작가인 데이빗 제롤드가 입양한 아들 션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를 아주 오래 전에,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얼마만에 영화에서 만나는  John Cusack인가. 그의 친여동생 Joan Cusack은 이 영화에서도 그의 여동생으로 나오기도 한다.

 

누구에게라도 권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