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Martian child, 2007
제목을 그냥 '화성에서 온 아이'라고 했어도 지금의 제목보다 별로 나아질 것 없었을까?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보다 훨씬 더 볼만 한 영화라는 것이 보고난 나의 생각이다.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꼬마 데니즈는 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 거부감을 감당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자신은 지구인이 아니라 화성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고 살아간다.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과 말도 안하고 커다란 종이 상자 속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은채 조그많게 뚤린 틈으로 밖을 내다볼 뿐이다. 약한 중력을 벗어나 화성으로 올라가게 될까봐 허리에 무거운 쇠허리띠를 차고 있는 아이. 색깔에도 맛이 있다면서 눈감고 입에 넣어준 M&M초코렛의 색깔을 알아맞추는 아이.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SF소설가 데이빗 (John Cusack). 아내가 죽기 전에 입양에 대한 약속을 했었기에 개구장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여동생 (Joan Cusack) 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데니즈를 집으로 데려온다. '너 오늘부터 우리 집에 가서 살자.' 라고 하는 대신, '우리 집에 가서 며칠 지내볼래? 그래보고 괜찮으면 계속 있어도 돼.' 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가 화성에 왔다고 하는 것을 처음부터 바로잡아 주려 하는 대신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사실 화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꼬마에게서 그는 과거의, 혹은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자기의 분신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자기 닮은 꼴에 끌리지 않던가?
야구를 가르쳐주며 열번 중 세번만 공을 쳐내도 대단한 것이며, 거기서 아주 조금만 더 잘 하면 완전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잘 해 냈을 땐 크게 '핫 커피!' 라고 외치는 것이라며.
두려움을 잔뜩 안고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또는 '친구들에게 상냥하게 대해라.' 라고 하는 대신 '그저 너답게 굴어 (Just behave yourself).' 라고 토닥인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동안 마치 장님이 장님을 안내하는 기분을 느낀다는 말.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십대를 혹독하게 보내는 것일까 얘기하다가, 그래야만 하는 시기일거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커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르게 될테니까 라는 말.
기억하고 싶은 대사이다.
'스타트랙', '환상특급'.
오래 전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TV에서 매우 인기리에 방영되던 SF 드라마로 기억하는데 이 드라마의 작가인 데이빗 제롤드가 입양한 아들 션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를 아주 오래 전에,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얼마만에 영화에서 만나는 John Cusack인가. 그의 친여동생 Joan Cusack은 이 영화에서도 그의 여동생으로 나오기도 한다.
누구에게라도 권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