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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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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프루스트 클럽'과 함께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의 반올림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이 경혜 작가는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머물고 있던 2001년 어느 날 한 소년의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후기에 밝히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중3 소년 재진의 일기장 첫 장에 쓰여진 글이다. 이 책을 처음 대하고 제목에 우선 섬찟해진 것이 사실이다. 순진하고 착한 소년 재진. 그늘 없고 천성적으로 남을 배려해 줄 줄 아는 심성을 가진 고운 소년. 이 소설은 그 친구를 사고로 잃은 후 그 죽음의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단짝 친구 유미의 이야기 체로 되어 있으며, 글의 중반부 부터는 나중에 발견된 재진의 일기장을 소개하고 재진을 회상하는 유미의 독백 형식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이야기가 무리없이 펼쳐져서 무난하게 읽히지만, 그러기에 이 책만에서 느껴지는 재미나 감동 같은 것 없이 이야기가 끝나는 감이 아쉽다. 친구의 사고사로 인한 슬픔과 충격을 묘사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이슈가 없다고 할까. 죽음은 어느 세대에게나 슬픔과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작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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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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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일본 소설에 최근에야  발을 들여 놓은 나로서는 이 책이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소설이 되겠다. 우선, 설정이 재미있다. 도둑이 직업이 남자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버림받은 것 맞다, 저자가 그리 비참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중학생 남자 쌍둥이 형제. 쌍둥이 형제의 반 협박에 의해 도둑이 직업인 이 남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하는 것이다. 즉 스텝파더 (stepfather)가 된 것이다. 일곱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생판 모르는 개구장이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 행세를 해야한다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하지만, 나중엔 정이 들어 그들의 진짜 부모가 나타나 헤어지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상상하고 못마시는 술을 퍼마시며 괴로와하는 남자.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바꿔 놓는 것인가. 전직 변호사이면서 이 도둑과 동업자 역할을 하는 그의 아버지가 말한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은 자라지만 오히려 부모는 자라지 않는다고 (127쪽).
여섯 편의 연작 모두 유쾌한 필치로 그려져있지만 아마도 저자는 상식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보다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흔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틀렸다 말해버리고 마는 그런 이 사회의 계층, 현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쉽게 틀렸다, 옳지 않다 라고 말해버리지는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이 도둑이 상대하는 대상들이란 모두 가진 것을 도둑질당해도 될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나름대로 다 달아놓으려고 한 것을 봐도 그렇다. 부모없는 상황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그려놓기 보다는, 아버지를 하나 데려다 앉혀놓음으로써 상황을 타결해나가려는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 나름대로 밝고 착한 천성을 잃지 않고 그들이 의붓아버지와의 관계를 끌고 나가는 것은 소설 속이어서 그런 것인가.
글의 곳곳에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임을 드러내주는 곳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녀의 다른 소설을 필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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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을 지를까 말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이유"라는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저 파란 글씨요..맞는 거 같아요. ^^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hnine 2007-06-24 06:05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작가가 끝까지 이야기를 우울하게 끌지 않고 간 것도 맘에 들어요.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야마다 구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큰나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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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중편이 실려 있는데 제목은 그 중의 한 편의 제목에서 온 것이 아니다. 네 편의 공통적인 주제라고나 할까. 아가씨 같고 싶어하는 아줌마, 또는 아가씨이면서도 어딘지 아줌마 같은 여자 들이 등장 인물이다. 여기 나오는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애인도 없고, 자기를 꾸미는 일에 별 관심이 없으며, 활동 반경이 넓지 않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저지름 경향도 낮다. 반면 '요시노야의 구두'와 '바디 블레이드'에 나오는 기혼 여성들 (아줌마)은 매우 활동적이며, 당당하고, 능력이면 능력, 외모면 외모로 인정받고자 한다. '제곱의 법칙'에 나오는 18년차 전업 주부는 다소 그렇지 않았지만.

이야기 속의 아가씨들이 조용 조용, 나서지 않고 약간은 주눅 들어있는 듯 보이는 것은, 아직 배우자를 못 찾았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결혼을 한 여성의 경우엔 결혼하지 않은 것 처럼, 즉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어서 애를 쓰니...아이러니이면서, 또 현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옮긴이 (김 난주)의 글 중 한 토막,
'아가씨면서 아줌마로 살아가는 여자의 게으름과 아줌마면서 아가씨를 가장하려는 여자의 바지런함에 동시에 일침을 가한다. 결혼을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선으로 아는 여자들의 상식에 가차없는 채찍질을 하기 때문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는 이미 결혼 따위가 아니라, 다소 역할 변화가 있을 뿐,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라고, 그리고 그 여자는 어엿한 인간이라고 외친다'

바로 그것!  아가씨와 아줌마를 경계 짓는 것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발상인가.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이고, 인간인 것을.

제목에서 통속적인 내용만을 연상했다면, 생각보다 더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심각하고 깊이있는 내용이라기보다, 아주 괜찮은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일어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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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9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6-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편견이 곧 벽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아가씨일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줌마같이 행동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 책도 재미나요 ^ ^
속삭이신님, 휴...저도 그런 스트레스 제대로 받아본 사람이랍니다. 누가 나이 묻거든 기냥 스물 셋이라고 하세요~~ ^ ^
 
하리하라의 세포여행 봄나무 과학교실 9
이은희 지음, 박양수 그림 / 봄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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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 시리즈는 다루는 주제는 제일 광범위한 '과학'에 되기도 하고, 과학 중에서도 저자의 전공분야인 '생물'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 생물 분야 중에서도 더 범위를 좁혀서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주제이다. 생명의 기본단위이면서 생명의 거의 모든 사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포. 책의 표지엔 복잡한 세포의 모습이 만화식으로 반 쪽 쯤 그려져 있고 그 위에 길 떠나는 여행자 차림의 소녀가 지도를 손에 쥐고 웃으며 세포위에 서 있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 이런 것은 이렇게 설명하면 좋겠군...' 하면서 밑줄 그으며 읽은 책. 사실 내가 읽은 하리하라 시리즈 책 중에서 쪽 수도 가장 적고, 글자 크기도 가장 커서 아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씌어진 책이 아닐까 싶은 책이다.

겉씨 식물과 속씨 식물에 대한 설명, 세포의 분화를 손오공의 변신술에 비유하여 설명한 것, 콩을 먹으면 좋은 이유로 시작한 뿌리혹 박테리아에 대한 설명, 세포의 각 소기관이 하는 일에 따라 붙인 별명 등, 역시 저자의 개성과 재기가 숨김 없이 발휘된 책이었다.

지금 읽고 있는 저자의 다른 책 '과학 읽어주는 여자' 역시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니, 팬이 다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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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6-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필요할 때 읽었기 때문에 더 열광(^ ^)하고 있나봐요 제가...

2007-06-19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루스트 클럽 반올림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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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주인공 윤오, 여자 고등학교생으로 회사일로 일본에 가계시는 아빠와 중학교 수학선생님인 엄마, 그리고 오빠를 가족으로 둔, 비교적 평범한 가정을 가지고 있으나 친구 없이 학교 생활을 하며 혼자의 생각 혼자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가, 우연히 도서관 가는 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간판을 단 까페를 발견하고 친구 나원을 만나게 된다.

나원, 학교에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휴학을 하고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낸다. 반대하는 결혼을 한 엄마 밑에서 자라고 있으나 윤오와 달리 사람 사귀는 것을 별로 힘들어 하지 않으며 소신있는 아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 윤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나 외삼촌이 계시는 캐나다로 떠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효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윤오의 반 여학생. 윤오와 나원 둘이서 만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독서 모임인 프루스트 클럽에 뒤늦게 가담하지만 잘 어울려 지내나 어두운 가정 환경을 가지고 있다.

오데뜨, 프루스트 클럽의 아지뜨가 된 까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여주인. 소설에 나오는 여자 이름을 따서 윤오와 나원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윤오, 나원, 효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며 조언자 역할을 기꺼이 해주나 오데뜨 자신에 대한 것들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이상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이다. 오랫동안 나의 보관함에 담겨 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이백 육십 여 페이지에, 글자도 큼직해서 역시 하루만에 다 읽었다. 김 혜진이라는 작가, 처음 들어보는데 바람의 아이들이라는 출판사가 펴내는 청소년 책 시리즈 중의 한 권이며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 도서라고 한다. 후기를 보니 작가의 경험이 여기 저기 분산되어 들어 가 있으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고 있다.

흔히 성장 소설이라고 부르는 소설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세상과 담을 쌓고 혼자만의 세계 (이런 경우 책 속에 빠져 지내는 것이 대부분)에 살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그와 다르게 세상과 잘 소통하고 타협하며 자신감 있어 보이는 제2의 인물 (주인공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극단적인 결정이나 결말을 맞이하는 인물의 등장,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주인공, 뭐 이렇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섣부른 생각이지만.

"난 벗어날 곳도 없어, 묶여 있지 않으니까, 풀 것도 없어. 아무 제약이 없는 것 같은데 또 거미줄로 둘러싸인 것 같다. 그게, 더 답답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나원이 윤오에게 한 말이다. 벗어날 곳 없어 오는 답답함. 아무튼 십대는 진통한다. 그 당시에 본인이 알고 지나가든, 모르고 지나가든 간에. 나의 경우도 그랬지만 말이다.

표지의 저 비밀스러워 보이는 문은 책중에 소개된 까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입구의 묘사와 일치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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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6-19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하네요. 평론가 같은 서평 멋집니다.

hnine 2007-06-19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제가 책을 좀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 내내 이런 성장소설 류를 읽고 있네요. 이 경혜 작가의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도 지금 책상 위에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누에 2007-08-1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십대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을 이제야 알게 되네요. 정말 벗어날 곳이 없다고 느끼며 살았던 시절인데.. 안타까워라.

hnine 2007-08-19 16:41   좋아요 0 | URL
누에님도 소설같은 십대를 보내셨나요? 벗어날 곳이 없다고 느껴질때의 막막함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