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일본 소설에 최근에야  발을 들여 놓은 나로서는 이 책이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소설이 되겠다. 우선, 설정이 재미있다. 도둑이 직업이 남자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버림받은 것 맞다, 저자가 그리 비참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중학생 남자 쌍둥이 형제. 쌍둥이 형제의 반 협박에 의해 도둑이 직업인 이 남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하는 것이다. 즉 스텝파더 (stepfather)가 된 것이다. 일곱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생판 모르는 개구장이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 행세를 해야한다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하지만, 나중엔 정이 들어 그들의 진짜 부모가 나타나 헤어지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상상하고 못마시는 술을 퍼마시며 괴로와하는 남자.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바꿔 놓는 것인가. 전직 변호사이면서 이 도둑과 동업자 역할을 하는 그의 아버지가 말한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은 자라지만 오히려 부모는 자라지 않는다고 (127쪽).
여섯 편의 연작 모두 유쾌한 필치로 그려져있지만 아마도 저자는 상식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보다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흔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틀렸다 말해버리고 마는 그런 이 사회의 계층, 현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쉽게 틀렸다, 옳지 않다 라고 말해버리지는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이 도둑이 상대하는 대상들이란 모두 가진 것을 도둑질당해도 될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나름대로 다 달아놓으려고 한 것을 봐도 그렇다. 부모없는 상황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그려놓기 보다는, 아버지를 하나 데려다 앉혀놓음으로써 상황을 타결해나가려는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 나름대로 밝고 착한 천성을 잃지 않고 그들이 의붓아버지와의 관계를 끌고 나가는 것은 소설 속이어서 그런 것인가.
글의 곳곳에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임을 드러내주는 곳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녀의 다른 소설을 필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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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을 지를까 말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이유"라는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저 파란 글씨요..맞는 거 같아요. ^^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hnine 2007-06-24 06:05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작가가 끝까지 이야기를 우울하게 끌지 않고 간 것도 맘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