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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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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의 유명 기자이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이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비만'을 일종의 유행병이라고 판단, 그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비만 문제를 파헤쳐 보고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이 책의 저술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그가 발견한 사실은 비만의 심각성 자체보다, 그 뒤에 감춰진 복합적인 사회 현상임이 드러나, 비만은 이제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생활 습관병이 아니라, 썩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정치, 상업 주의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드러나는 비만 인구의 증가는 빙산의 일각이었고, 감춰진 빙산은 따로 있는 것이었다.

비만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탓인지, 몇 년전에 비해 1인당 섭취하는 열량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비만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을 경고하는 한 편에서 여전히 눈 감고 비만을 부추키는 사회가 있다. 비만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여, 비만 관련 의료 사업 뿐 아니라, 각종 미용 성형, 비만자를 위한 새로운 잡화 개발과 판매 등, 미국에서 매년 비만 관련 질환에 사용되는 돈만 해도 450억달러라고 한다. 물론 이 돈은 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이다.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년 비만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죽어감에도 이 문제에 관해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한 국가의 속셈은 무엇인가. 비만과 관련된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이 선거때마다 정치인들에게 펑펑 쏟아붓는 기부금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제약회사의 가장 큰 재능은 '연구개발'이 아니라 '마케팅'임을.

실제로 저자는 미국을 '비만을 부추키는 사회' 라고 이름 붙이고, 미국의 식품산업을 낱낱이 파헤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의 식품 산업은 거대기업과 정치계가 좇는 어마어마한 돈벌이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고 간파하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1970년대, 미국의 곡물 시장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닉슨 행정부는 농민들의 불만을 가라 앉히기 위해 소련과의 비밀 협정으로 막대한 양의 밀을 수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엔 미국의 밀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고, 따라서 미국의 식료품 가격과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미국내 식품 생산을 소수 거대 농업 위주로 중앙 집권화 한 것이다. 이것은 소수 거대 식품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이로써 미극의 식료품 시장은 훨씬 더 수월하게 국가의 조절하에 움직이게 되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식품가는 당초 목적대로 저렴해졌고, 남아도는 수백만의 저렴한 곡물들을 처치할 필요성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이때  발맞춰 개발된 것이 우리가 액상과당이라고 부르는 HFCS (High fructose corn syrup). 설탕을 만들려면 사탕수수를 수입해와야 하는데 반해, 액상과당은 당시 미국에 남아도는 옥수수를 재료로, 옥수수 전분을 가수분해하여 포도당 시럽을 얻어내는 방법으로서, 설탕보다 보존 기간이 길고 혼합하기 쉬우며 생산비가 적게 들어, 공산품으로써 만들어지는 식품에 제격이었고 남아도는 옥수수 처치에도 그만이었다. 이 액상과당은 햄버거, 잼, 과일주스, 케첩, 통조림, 과자, 냉동식품, 비타민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료품 뿐 아니라, 1978년에는 코카콜라를 위시해서 각종 탄산음료의 단맛을 내는데 쓰이게 된다. 이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단맛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빅 사이즈의 콜라, 무한 리필, 하나 사면 하나 더 주기 등, 마구 주어지는 음식물. 사람들의 건강은 어디로 향하여 가고 있는가. 설탕과 달리 액상과당은 비슷한 단맛을 내지만, 체내에서 설탕이 하는 것 처럼 신경전달체계를 활성화시키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와 렙틴의 생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같은 양의 단맛이 들어와도 정상적인 조절 작용이 체내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체중은 자꾸 불어날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은 더욱 단 맛에 길들여지게 된다.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식품, 내 아이가 먹는 식품의 뒷면의 성분란을 살펴 보면, 어렵지 않게 액상과당이란 단어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

코카콜라 회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초등학교는 교내 여기 저기에 콜라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고, 미국의 유수한 의과대학의 한 연구실에서는 '신경마케팅' 이라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기업에서 제공된 연구비를 가지고 소비자의 구매욕에 영향을 주는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한 일을 하는 것. 자원자들의 뇌에 일정한 자극을 준 다음 어떤 반응이 오는지 MRI장치로 관찰하는 실험이 이루어진다. 그 실험 결과가 후에 어떻게 이용될 지. 확실한 것은 어떻게서든지 '이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과 관련한 목적으로.

대체식품이 개발됨에 따라 식료품값은 내려가고, 저렴해진 사료값과 육류 소비의 증가, 끊임없이 우유를 생산하면서 병에는 덜 걸리는 유전자변형 소의 개발 등으로 지구상에 넘쳐 나는 가축과 가축의 배설물을 비롯한 오물들은 다시 인간의 땅을 오염시키고 인간을 오염시킨다. 호르몬제를 1회 주입하는데 드는 가격은 1달러를 겨우 넘는 반면, 이렇게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얻는 수입은 30~4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의 '입'이 아니라, 공장의 편의를 위해, 수익과 편리성을 위해 개발된 트랜스 지방의 문제하며,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 과연 살기 위해 먹는 것들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수익이라는 제단 위에 우리의 건강은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막을 수 있는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 일으킨 이 흐름을. 이제 우리는 매일 먹는 세끼 식사를 투표하듯 선택해야 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음식들은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시대는 가고, 환경과, 건강, 윤리를 생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구입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나마 이런 인식이 널리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사고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좋겠다.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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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2008-08-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요 나인님.. 그래서 오래전부터 '두레생협'이라는 곳을 이용하는데요. 여기물건은 소비자 각자가 조합원이 되어서 생산자들과 직접 연계망을 맺어 샌산과 판매를 공동 관리 하는 곳이랍니다.
당연히 우리농산물이고 친환경제품들을 판매하고 있구요.
매년 소비자들이자 조합원들이 시골 각각의 생산지들을 찾아가요.. 어떻게 생산되고 배달되어지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관리해가는 것이죠.

먹거리에 대한 생각..그건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인데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이유러 갈길이 먼게 사실이예요...
제작년부터인가요.. 두레생협에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 반대를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써주신바대로 식품이라는 것에까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들어간 결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의 몫이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음식재료들과 기타의 공산품을 구입하는데 사실 제가 몸도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많이 건강해진걸 보면 여기 덕이 큰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음식...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정말 좋은 음식들을 장기적으로 섭취해보니까 더욱 실감이 나더라구요..
우리가 할일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린군의 세대.. 제 아이의 세대를 위해서라두요

hnine 2008-08-05 15:59   좋아요 0 | URL
두레 생협, 저도 알지요. 제 아이 경우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얼마나 심했던지, 그래서 제가 더욱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우리들 모르게 이루어지는 정치적인 뒷거래, 물질 만능주의 등에 의해 우리의 먹거리가 농락당하고 있음을,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네요.
 
보미야 꽃다지에게 물어 보렴
김용택 / 생활성서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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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 사이에 묻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어떻게 어제는 내 눈에 들어왔을까.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라는 작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조그마한 책을 나는 읽지 않은 채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둘수가 없었다.
김용택, 안도현, 채인선, 곽재구, 공선옥, 한승원, 임철우, 박완서, 양귀자, 문순태, 김지원, 김태정, 박범신. 대부분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이 쓴 동화 열 세편으로 채워져 있다. 이 중에는 김용택님의 <보미야, 꿏다지에게 물어 보렴>이나 김태정님의 <안 보여줘>처럼,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있지만, 채인선님의 <어떤 여행>, 곽재구님의 <하얀 배>처럼 어른에게 더 권해주고 싶은 동화도 있다. 공선옥님의 <엄마, 어렸을 적에>는, 작가가 아이를 재우며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작가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아이의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엄마가 아잇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준 이야기였다. 곽재구님의 <하얀배>는 결말이 슬프게 끝을 맺어, 어젯 밤 실제로 아이를 재우며 읽어 주었더니 직접적으로 주인공 아이의 죽음이 말로 표현되어 있지 않음에도 "엄마, 그 아이 죽는거예요?" 하고 물어본다. "그래, 슬프지?"  채인선의 <어떤 여행>은 단순한 이야기 이지만,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이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특별한 삶이겠지만, 몇 대를 지내보면 사람의 한살이란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어떤 철학적인 느낌까지 전해져오는 이야기였다. 박완서님의 <보시니 참 좋았다>는 역시 통찰력있는 노작가의 원숙함이 느껴지는 동화였으며, 김지원의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명찰을 달고 살기 위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의 이야기로서, 역시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동화이다. 박범신님의 <새떼들의 동구길>은, 시선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 향해 있을 새파란 젊음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다른 생명체에까지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와 겸손, 그리고 통찰의 나이가 되어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있다.

간간히 들어 있는, 많지 않은 삽화마저 정겨운 책이었다. 삽화를 그린 화가중 '이우범'이란 이름과 그림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예전 어릴 때 읽던 동화책에서 많이 보던 그림, 그리고 이름이다.
작지만 충분히 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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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식인마을 25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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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열로 대학에 갓 입학한 남동생의 책꽂이에서 어느 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라는 책을 보았다. "이런 책도 읽냐?" 했더니 누나는 그 책 읽었냐고 한다. 안 읽었다는 나의 대답에 동생은 어떻게 과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이 책도 안 읽어볼수 있냐면서 그 책에 소개된 '패러다임'이란 것에 대해 몇 마디 했던 것을 기억한다. 며칠 전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면서 그 때 생각이 잠깐 났었다.

과학을 공부한다, 과학적이다, 등의 말에 포함된 '과학'이라는 말. '문학'이나 '예술'이라고 말 할 때와 어딘가 다른 느낌. 그 정체는 무엇인가? '과학'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그 권위와 힘, 최고의 지식 활동을 연상시키는 그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질문인 것 같지만, 과학철학이란 분야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과학철학자들이 벌인 논쟁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주로 미국의 토마스쿤과 영국의 칼 포퍼의 사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학이 다른 분야와 구별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검증될수 있거나 (verifiable), 반증될 수 있어야(falsifiable) 한다. 반증가능성은 포퍼의 반증주의가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서, 귀납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던 그당시 주류 사상이던 비트겐슈타인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뒤이어 미국의 토마스 쿤은 어느 주어진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으로서 '패러다임 (Paradigm)' 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과학이란 과학자 사회가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를 받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벌이는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통 패러다임이 깨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현상을 과학혁명이라고 보았다. 이 책에서, 과학철학의 양대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사상에 대한 지지, 혹은 반박, 그리고 그 근거들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불안하지 않은 지식 수준과 글 쓰는 능력 덕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영화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를 생각하며 붙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저자는 딱딱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가려고 애쓴 흔적이 보여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 잘 쓰여진 책, 공 들여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정작 과학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좀처럼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좀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도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조류학이 새에게 유용한 만큼만 과학철학은 과학자에게 유용하다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문학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실제로 과학자들이 어떠한 종류의 지적 활동을 하는지를 메타적인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철학자들이라고 저자는 비유하여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는 커리큘럼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과학철학.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질문을 세련되게 할 수 있도록 생각을 훈련시키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답변도 판에 박힌 것 같지 않고 참신한 나름 대로의 풀이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이력을 몇 번씩 들춰보게 되었다. 탄탄한 지식과 그에 부합하는 해설과 구성 능력, 이 책을 나의 장서 중 하나로 포함시키기를 주저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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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8-08-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칼 포퍼, 토마스 쿤, 비트겐슈타인,.....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멋진 이름들.....
예전에(한 20여 년 전에), 이공 계열 학문들("과학")과 인문사회 계열 학문들 사이에 거의 전혀 "교류 없어 왔음"을 발견(?)하고, 개탄하고(자기가 뭐라고 개탄까지... 헐헐...), 한심해하던 기억이 스물스물.....
그러던 중 "과학철학"이라는 생소한 작업(?)이 어디선가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기도.....
이젠 모두 참 오래된, 빛바랜 이야기들.....


hnine 2008-08-03 08:11   좋아요 0 | URL
리뷰에 등장하시는 분이시로군요 ㅎㅎ...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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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분야로서 보통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열거하지만, 생물학은 자연 과학의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특이한 점이 있다. 1 더하기 1 이 반드시 2 가 되지 않는다는 점. 경우에 따라 3 이 될 수도 있고 4 가, 또는 5 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은 1 더하기 1 하면 무엇이 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 2 가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3 이 되는지, 이렇게 되도록 조절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 각각의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내었다고 해서, 그 부분들이 모여 이룬 전체가 완벽하게 설명되어지지 않는다는 점, 생물학을 이야기하라면 고작 이렇게 밖에 운을 떼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책이 안겨주는 놀라움과 감동은 각별하다.
생물이 무생물과 구별되는 특성은 무엇인가. 보통 일반생물학을 가르칠 때 첫 시간에 다뤄지는 내용인데, 가르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저 기계적으로 첫째, 둘째, 번호 붙여가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여져 전달되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이 문제를 진진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종 3D직종의 하나라고도 하고, 이 책에도 표현되었듯이 실험실의 노예라고 자칭하면서도 밤낮없이 실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어떤 주제에 대한 '호기' 때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것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이 이중나선 구조가 갖는 엄청난 의미를 알고 생명 현상에의 경외감을 가져볼 수 있어야 한다. 
1952년, DNA구조가 밝혀져 발표되기까지 드러난 영웅,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 생물학은 철저히 물리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을거라고 본 슈뢰딩거 이야기, 생명은 대사의 계속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한 쉰하이머의 '동적 평형' 개념에 의해 새로운 생명관이 탄생하는 이야기, 제한된 공간을 왔다갔다 하며, 실험에 이용되는 실험용 쥐와 다름없는 실험자 자신의 생활 등,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들을 사사로운 이야기와 적절히 섞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하였다. 특히 경탄해 마지 않았던 것은, 저자의 뛰어난 비유력이다. 세포막과 막 단백질, 새로운 단백질 등을 바닷가의 모래성과 풍선, 풍선을 쥐고 있는 아이들 등으로 비유한 것이나, 세포를 3차원 직소 퍼즐에 비유하여 세포생물학은 위상기하학이라고 표현한 것등, 한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사람의 통찰력과 지식의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면서도, 대단한 발견이나 발명은 순간적인 직관이나 번뜩임의 산물이 아니라 그것에서 비롯되긴 하지만 결국엔 끝까지 실험대 옆을 지켜내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의 말미에, 자신이 오랜 기간 연구해오던 단백질 유전자의 녹아웃 마우스가 그동안의 기대,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생물체와 기계가 다른점, 즉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를 설명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계의 조립 과정과 생명 현상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생물의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며, 한번 접히고 나면 다시 펼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생물임을. 결론적으로,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자 그가 알려주는 메시지 이다.

최근, 사람들의 가치관과 판단력을 능가하여 앞서 발달해가고 있는 생명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이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 별 다섯개를 주고도 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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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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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읽기 시작해서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읽어버렸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2004년인데, 2007년에 139쇄를 펴냈다.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런 마음으로 읽게 될줄 몰랐다. 연기인 김혜자님이 10년간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일하면서 보고 겪은 것들의 얘기니 안 읽어도 알겠다고 지레 짐작했었다.

   
 

9.11테러때문에 3천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케냐에서는 에이즈로 78만명이 숨졌고, 현재도 190만명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9쪽)

 
   

190만명.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190만명 이라니. 이중 상당수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란다.
굶주림에 지쳐,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 아이들.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듯한 아이들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호화로운 저택이 있고, 날씨가 더워 입지는 못하고 어깨에 가볍게 모피 코트를 두르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산다.
환각 작용을 하는 약을 먹인 후 총을 들리고 전쟁터로 보내지는 소년병들. 그들은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어미의 눈 앞에서 아기를 사살하고, 자식으로 하여금 그 부모를 죽이게 하는 일 쯤은 보통으로 일어나는 현장에서, 인간 존엄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나는 것. 살아있는 것이 처참한 고문인 삶을 사는 사람들.

그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삶은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아니, 삶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아니,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존엄스러운 것인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보호와 떠받듬만을 받으며 살았다고 고백하는 저자에게,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목격하며 받았을 충격들이 책을 읽으며 그대로 전해져 온다.

중년을 훌쩍 넘어, 이 세상 사는 것이 덧 없고, 그저 홀연히 사라지고만 싶었던 그녀에게,  어떻해서든지 살아서 해야할 일들이 있다고 맘 먹게 해준 것은 드라마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었다.

   
 

임종의 순간에 이르러 인간은, 얼마나 소유했고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는다. (228쪽)

 
   

가슴 아파함이나 탄식과 눈물이 출발점이 될수는 있지만, 소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행동으로써 얻어야 한다고. 자신의 목숨이 허락하는 한 행동으로써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더 이상 인생이 허무할 수가 없다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얼마나 감사해야할 자리인가. 그리고 또 가만히 정체될 수 없는 자리인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이들, 우리가 마음과 손을 내밀어야 할,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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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6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7-26 18:02   좋아요 0 | URL
예, 추천해드릴만합니다.

2008-08-10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10 08:50   좋아요 0 | URL
실제로 자신은 공주처럼 살아왔다고 글 중에 솔직하게 썼더군요. 그래서 이런 일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남다른 느낌과 자각이 왔던 것 같아요. 이 책 나온지 꽤 되었는데, 뻔한 내용이겠지 하고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날은 무슨 생각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읽기를 잘했다 생각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