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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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읽기 시작해서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읽어버렸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2004년인데, 2007년에 139쇄를 펴냈다.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런 마음으로 읽게 될줄 몰랐다. 연기인 김혜자님이 10년간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일하면서 보고 겪은 것들의 얘기니 안 읽어도 알겠다고 지레 짐작했었다.

   
 

9.11테러때문에 3천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케냐에서는 에이즈로 78만명이 숨졌고, 현재도 190만명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9쪽)

 
   

190만명.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190만명 이라니. 이중 상당수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란다.
굶주림에 지쳐,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 아이들.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듯한 아이들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호화로운 저택이 있고, 날씨가 더워 입지는 못하고 어깨에 가볍게 모피 코트를 두르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산다.
환각 작용을 하는 약을 먹인 후 총을 들리고 전쟁터로 보내지는 소년병들. 그들은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어미의 눈 앞에서 아기를 사살하고, 자식으로 하여금 그 부모를 죽이게 하는 일 쯤은 보통으로 일어나는 현장에서, 인간 존엄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나는 것. 살아있는 것이 처참한 고문인 삶을 사는 사람들.

그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삶은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아니, 삶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아니,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존엄스러운 것인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보호와 떠받듬만을 받으며 살았다고 고백하는 저자에게,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목격하며 받았을 충격들이 책을 읽으며 그대로 전해져 온다.

중년을 훌쩍 넘어, 이 세상 사는 것이 덧 없고, 그저 홀연히 사라지고만 싶었던 그녀에게,  어떻해서든지 살아서 해야할 일들이 있다고 맘 먹게 해준 것은 드라마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었다.

   
 

임종의 순간에 이르러 인간은, 얼마나 소유했고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는다. (228쪽)

 
   

가슴 아파함이나 탄식과 눈물이 출발점이 될수는 있지만, 소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행동으로써 얻어야 한다고. 자신의 목숨이 허락하는 한 행동으로써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더 이상 인생이 허무할 수가 없다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얼마나 감사해야할 자리인가. 그리고 또 가만히 정체될 수 없는 자리인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이들, 우리가 마음과 손을 내밀어야 할,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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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6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7-26 18:02   좋아요 0 | URL
예, 추천해드릴만합니다.

2008-08-10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10 08:50   좋아요 0 | URL
실제로 자신은 공주처럼 살아왔다고 글 중에 솔직하게 썼더군요. 그래서 이런 일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남다른 느낌과 자각이 왔던 것 같아요. 이 책 나온지 꽤 되었는데, 뻔한 내용이겠지 하고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날은 무슨 생각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읽기를 잘했다 생각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