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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술 수업 - 한 젊은 아트컨설턴트가 체험한 런던 미술현장
최선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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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사람들은 꿈을 꾸는데서 그치고, 어떤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한다. 또한 꿈을 아예 잊고 사는 어떤 사람들도 있다.
최 선희. 그녀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려서부터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그림에 대한 관심을 아트 컨설턴트가 되는 과정을 한걸음 한걸음 밟아 나감으로써 실천해나간다.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파리에 거주하면서 미술관을 더 가까이 접하게 되고, 이어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 입학하여 미술사 디플로마를 받게 된다. 졸업후 크리스티 경매 본부에서, 또 갤러리에서 일을 해나가면서 아트 컨설턴트의 입지를 다져가는 과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의 수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실제 노트의 일부분까지 소개하면서 자세히 설명하는 성의를 보였으며, 크리스티 경매 본부에서 인턴 사원으로서의 일과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소개해놓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내세우기 보다는, 자신이 밟아간 과정들을 친절하게 소개하는데 더 주력한 듯 보이는 그녀의 문체는 380여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게 한다. 미술 이야기와 더불어 런더너로서의 생활, 런던의 이곳 저곳의 소개, 그리고 런던에서 일과 관련하여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삽입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그림들. 런던에만 해도 수백개에 이른다는 크고 작은 갤러리에 전시되고 나면 그 이후 이들은 어떻게 처분이 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의 차이, 독립 큐레이터, 세일즈 매니저, 전시 디렉터 등의 용어를 이제 구분할 수 있겠다.
미술이 미치도록 좋아 학위도, 경력도 없이 미술 공부를 시작한 그녀. 그래서 이른 곳이 어디이든간에 그녀의 그런 삶의 태도는 또하나의 가르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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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Speaker (Paperback)
이창래 지음 / Riverhead Books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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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은 원서로 시작했으나, 그의 다른 작품인 Gesture of life에서도 그렇더니, 그의 문체나 표현 방식은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정도를 훌쩍 넘어서기에,  우리 나라에 번역본도 나와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망설임없이 이후 내용은 번역본으로 읽었다. 1995년에 출판된 번역본의 이미지 사진이 없어서 영문판 이미지 사진을 넣었는데 한권으로 되어 있는 원서가 번역본은 두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별로 많은 분량의 페이지도 아닌데.
번역본의 제목도 그대로 <네이티브 스피커>.

저자는 실제로 세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세살때이니 아마 한국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으리라.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을 거쳐 현재 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소위 성공한 이민 세대라고 불릴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그러기까지 그가 넘어야 했을 수많은 벽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넘어야 했을 벽도 있었겠지만, 그와 같은 이민 세대들만이 넘어야 했을 벽들도 있었으리라. 그러면서 아마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마음속에 꾹꾹 쌓였을 것같다. 가까스로 넘었다고 생각되던 벽은 그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여전히 앞을 가로 막는 것을 발견하는, 그 벽의 정체가 바로 현대판 바벨탑 같은 것 아니었을까.

어떤 사회의 언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구사할 수 있다고 해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점. 특히 미국은 말이 중요한 사회 아니던가. 저자도 글 중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곳은 말의 도시이다. 우리는 이런 곳에 살고 있다. 거리에서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중략)...모든 사람들이 화가 난 것 같고 연극을 하는 것 같다. 완전히 시간을 벗어나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사 주기를 원하거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팔기를 원하며, 그렇지 않으면 꺼져 버리기를 원한다. 그 계속적인 외침 소리는 우리가 이 곳에 속해 있거나, 아니면 우리 자신을 이 곳에 속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소통이 가능한 대상을 찾아 두리번 거리면서 우리는 자기 정체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저자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했던 동기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사설탐정이라는 글 중 주인공의 특이한 직업 (detective 라기보다는 spy 라고 해야 할), 또한 이중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언어치료사라는 그 부인의 직업 등이 작픔의 독창성을 더해주면서 주제와도 잘 통하는 것 같았고, 장황하지 않으면서 가볍지 않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이 책 한권으로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 작가가 한국에서는 그닥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그러고보니 내가 읽은 이 창래의 소설 두권 모두 국내가 아닌 외국 서점의 진열대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것들이다.
미국이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인 이민 세대가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단계란, 영어를 모국어처럼 말한 수 있는, 그러나 영어가 모국어가 될 수는 없는 그런 사람인가.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방황에 대해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사람일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자신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진지하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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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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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0-16 00:02   좋아요 0 | URL
이민2세대의 작품들에 관심이 많아서 찾아서 읽는 편이어요. 어떤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저희 부모님 세대나 이민 1세대 들은 그야말로 어메리칸 드림 세대이지만, 그 다음 세대인 우리 세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는 성공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 아닐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은 그와는 아주 다른데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누가 보든지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만한 이 작가의 경우에도 이런 작품에서 그의 감춰진 갈등과 성공의 댓가가 진하게 녹아 있는 것을 저는 느꼈답니다.
 
다녀왔습니다
윤주희 지음, 박상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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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 한구석에 입양에 관한 관심을 갔고 있던 터라, 여섯살 어린 나이이지만 보통 영아때 입양되는 경우에 비하면 주변 상황을 모두 인지할수 있을만한 나이, 아무것도 모르고 네덜란드로 보내져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후로 그녀가 겪어냈던 그 힘든 여정과 무관하지 않았을 그 이야기가 말이다.
우선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역시 입양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은 국제적인 입양아 수출국. 한국에서 국내, 또는 해외로 아이를 입양보내는 경우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좀 다르다는 것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입양은 극심한 가난이나 부모의 사고로 인한 사망 등,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이유로, 그 부모의 의사에 의해, 부모의 결정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극히 모범답안적인 것이고, 아이를 못키울만큼 극심한 정도의 가난이 아니어도, 적어도 부모중 한 사람은 아이를 키울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가지고 있어도 아이가 원치않는 입양아로 보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이라는 사회가, 사회의 기준과 가치 척도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입양아라는 수단으로 떠나보내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이라든지, 혼외 관계의 결과물이라든지, 또는 혼전 성관계에 의해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혹은 기타 다른 '실수'로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그 아이와 부모에게 평생을 두고 쏟아지는 불신과 매도의 눈초리를 견디며 살기 보다는 차라리 그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방법을 택할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지고 살기 편해졌다고 하면 뭐하나.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아직 이 정도인걸. 그런 사연으로 자신이 입양되어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그 사람의 정신적 방황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함으로써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자기 암시가 늘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었고, 허기가 아닌 사랑의 결핍, 소속감의 결여, 근원을 알 수 없는 외로움 등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불러 일으켜 그녀를 걷잡을 수 없는 어두운 터널로 몰고 갔다. 
제발 날 보내지 말아달라는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공항 게이트 안으로 떠밀어보내졌던 그날 부터 20대, 30대에 이르기 까지 그 내면의 고통, 중독 수준이랄 수 있는 섭식 장애로 인한 시달림 등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이렇게 다 털어놓은 것은, 아마 저자 스스로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완치는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섭식장애의 치유, 자기 수용과 극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용기를 가지고 그녀의 앞으로의 생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길 함께 기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희생자의 위치에서 승리자의 위치로 넘어서자, 하고 결심했다. 희생자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가해자들이 주인공이 된다. 승자의 삶 속에서는 승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가해자는 없었다. 오직 나 자신과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내가 스스ㅗ 만들어가는 영화 속에서 말이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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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05 06:02   좋아요 0 | URL
저도 알아보았더니 그렇더군요. 쉽게 할수 있는 결정이 아닌만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더 다질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아 저는 그건 감수할 수 있었는데 제 경우엔 다른 데서 브레이크가 걸렸어요.
그리고 또 이 책을 읽어보니, 입양아를 키우기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점이 힘들다는 것인지 모르던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도움 말씀 감사드려요.
 
꿈꾸는 정원사의 사계 소박한 정원
오경아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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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것들이 하고 싶다, 어디에 가고 싶다, 무엇을 배우고 싶다 등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많으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디오 방송작가 출신인 저자는, 새로 이사간 집의 정원 가꾸기에서 뜻하지 않은 마음의 평화로움을 얻고는 정원에  대한 공부를 해보겠다고 영국으로 떠난 것이 3년 전, 현재 영국의 한 대학에서 정원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이 책은 그래서인지 제목도 '소박한 정원'이다. 읽다보니 정원 일 자체는 그 강도로 보아 전혀 소박한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뜻 일것 같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만큼이나 영국에 많은 정원들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수 있는 런던 외곽의 큐 가든 (kew garden)에서 일하면서 겪은 자잘한 일상들, 느낌, 나무와의 교감 등을 잔잔히 써내려간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정원이나 나무가꾸기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매우 편하게 읽혀진다. 오히려 읽으면서 점점 더 감정이입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은 영국 사람들의 정원 사랑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것, 이 책의 글들이 쓰여지게 된 큐가든이라는 곳을 나도 몇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것 외에도, 뜻하지 않게 부닥치는 이런 한줄의 문장 때문이었다.

새벽은 춥지만 생각보다 깊고, 푸르고, 분주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런던 행 기차를 타고 일터로 가면서의 느낌이라고 하는데 내가 느끼는 새벽과 어쩌면 이리 비슷할까.
읽으면서 덤으로  꽃나무에 얽힌 여러 가지 상식을  얻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우리 나라의 개나리, 진달래 만큼이나 영국에서 흔하게 아무데서나 볼수 있는 꽃 수선화는, 그 수액 속에 칼슘 옥살레이트가 함유되어 있어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수 있고 주변의 다른 식물들을 잘 자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 유럽의 고딕 성당에 있는 둥근 원형 창을 '로즈 윈도우 (rose window)' 라고 부르는 까닭은 장미가 기독교에서 아름다움과 순결, 번영의 상징이자 성모 마리아를 뜻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궁금해 하고 있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풀렸다. 인공적으로 전혀 물을 주지 않고 자연 상태의 비로만 유지되는 정원을 '드라이 가든 (dry garden)'이라고 부른다는 것, 우리가 흔히 포플러 라고 부르는 나무는 사시나무, 미루나무, 일반적으로 포플러라고 부르는 진한 검은 색의 나무, 이렇게 세 종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낙엽은 색이 변한 것이 아니라 색이 빠진 것이고 나뭇잎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이 말하면 나무가 잎을 잘라내는 것이라는 것은, 원리상으로 볼때 맞는 말이어서 기억해두기로 했고, 좀 전문적인 이야기이지만 식물의 프로퍼게이션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씨를 통한 것이고, 또 하나는 부모의 잎, 줄기, 뿌리 등의 일부를 잘라 재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과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읽었다. 정원에 대한 공부는 단순히 실습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이론적 바탕을 함께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큐가든에는 3년 과정의 코스가 있는데 입학 경쟁율이 꽤 높다고 하는 것에서도, 이럴 때의 가든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정원'에 덧붙여 '학교'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흙을 만지며 느끼고 배우게 되는 것은 잘은 몰라도 종이나 돈, 기계를 만지며 느끼고 배우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우리가 로봇이나 기계, 무기에서 느끼는 공포와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나 자연 재해를 보고 느끼는 두려움이 다르듯이.
40대 나이에 자신의 꿈을 향해 땀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저자의 결단력과 용기때문에, 내가 영국에 가서 학교 밖으로 기차 타고 혼자서 처음 나가본 곳인 큐가든, 그 이후로도 몇 번 모두 혼자서였던 그 곳 생각에, 그리고 수선화 생각에, 다 읽고도 자꾸 눈길이 가서 들춰 보게 되는 책이다.



 

 

 

 

 

 

 

 

 

 

  

 

-- 이번 호 '행복이 가득한 집' 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퍼온 저자의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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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9-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어떻게 생긴 분일까 궁금했어요. 영국의 저 장화는 너무 낯익은 모습이지요? 후후

hnine 2008-09-25 15:36   좋아요 0 | URL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 나오는 잡지이죠 ^^
우리가 장화라고 부르는 저 신발, '웰링턴 부츠' 라고 했던가요? 집집마다 식구 수대로 갖춰놓고 있는~ ^^
 
느린 것이 아름답다
이희경 / 녹두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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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 컨설턴트가 쓴 책이지만, 특별히 시간 관리 컨설팅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 아이를 키으며 일도 하는 워킹맘들이 읽어 보면 공감을 많이 할 내용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간간히 생활의 팁을 건네 주는, 요즘 차고 넘치는 류의 책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나, 위킹맘들은 알리라. 그 어느 책도 읽어서 손해볼 것 없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어떤 팁도 감사히 받을 정도로 이들의 생활은 힘에 부친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과 아이 둘을 키우기 사이에서 부대낌 끝에 어느 하나도 충실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서 그만 둔 직장, 그리고 전업 주부로서의 4년의 시간 끝에 다시 직장으로 향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이니, 어느 한 쪽의 생활만 해본 사람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그녀는 한마디로 전업 주부라는 명칭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직업을 가지라고 부추키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안주하지 말고 '사회적'이 되라는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을 가질 형편이 못된다는, 대부분의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닥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이 곧 사회로부터의 물러나 앉음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잠시 속도를 늦출지언정, 방법을 달리할지언정 늘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어야 하고, 소통해야한다고. 남들이 으례히 생각하는대로의 행로에서 벗어나면 이제 그것으로 끝인줄 아는 것도 어쩌면 획일화 사회의 한 단면인지도 모르나, 우리는 '차선책'이라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 두기에 익숙하지 않다. 살다보면 알게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하지만 계획은 그대로 맞춰 살려고, 통제된 삶을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상 시나리오로서 의미가 있는 것임을,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가용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주변의 여건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미래의 시간대 위에 배치해 보는 시나리오라고 일깨워 준다. 이것이 곧 시간 관리와 통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시간 관리란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일을 앞두고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일상에서든 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프로주부란 없다 라는 말도 백배 공감. 언젠가 다른 책에서 읽은, 이 세상에 수퍼 우먼은 없다라는 말에도 혼자 박수를 쳤듯이. 프로주부, 또는 수퍼 우먼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환상을 쫓아, 무리한 일들을 혼자, 아무  군소리 없이, 뼈가 부서져라 감수하려고 하는 무모함을 그만 두라는 것이다.
한 번쯤 인생을 베팅해보려는 도전 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며, 도전하는 만큼 성숙하리라는 말. 20대에 할 가장 중대한 일은 결혼이 아니라 자립이라는 말도 기억해두었다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리라 생각했다.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얼굴에만 주름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정신에 생기는 주름살을 없애기 위해 일년에 한번쯤 혼자 여행하는 시간들 꼭 가지라는 말도 허황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이런 류'의 책,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다니까.
저자는 40대에 이런 책을 '쓰고',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으로 142쪽에 소개되어 있는 아이젠하워의 우선 순위 결정 방법을 메모해둔다.

142  우선 순위를 찾는 방법으로는 아이젠하워의 원리가 있다. 긴급도와 중요도를 기준으로  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활동을 A, 긴급하고 중요한 활동을 B,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활동을 C,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활동을 D 라고 할때, A -> B-> C-> D의 순서로 하는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긴급한 일 중에 중요한 일은 없고, 중요한 일 중에 긴급한 일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올바른 우선 순위란 당장 긴급한 일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긴급하지 않은, 즉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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