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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Speaker (Paperback)
이창래 지음 / Riverhead Books / 1996년 3월
평점 :
읽기 시작은 원서로 시작했으나, 그의 다른 작품인 Gesture of life에서도 그렇더니, 그의 문체나 표현 방식은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정도를 훌쩍 넘어서기에, 우리 나라에 번역본도 나와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망설임없이 이후 내용은 번역본으로 읽었다. 1995년에 출판된 번역본의 이미지 사진이 없어서 영문판 이미지 사진을 넣었는데 한권으로 되어 있는 원서가 번역본은 두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별로 많은 분량의 페이지도 아닌데.
번역본의 제목도 그대로 <네이티브 스피커>.
저자는 실제로 세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세살때이니 아마 한국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으리라.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을 거쳐 현재 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소위 성공한 이민 세대라고 불릴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그러기까지 그가 넘어야 했을 수많은 벽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넘어야 했을 벽도 있었겠지만, 그와 같은 이민 세대들만이 넘어야 했을 벽들도 있었으리라. 그러면서 아마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마음속에 꾹꾹 쌓였을 것같다. 가까스로 넘었다고 생각되던 벽은 그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여전히 앞을 가로 막는 것을 발견하는, 그 벽의 정체가 바로 현대판 바벨탑 같은 것 아니었을까.
어떤 사회의 언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구사할 수 있다고 해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점. 특히 미국은 말이 중요한 사회 아니던가. 저자도 글 중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곳은 말의 도시이다. 우리는 이런 곳에 살고 있다. 거리에서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중략)...모든 사람들이 화가 난 것 같고 연극을 하는 것 같다. 완전히 시간을 벗어나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사 주기를 원하거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팔기를 원하며, 그렇지 않으면 꺼져 버리기를 원한다. 그 계속적인 외침 소리는 우리가 이 곳에 속해 있거나, 아니면 우리 자신을 이 곳에 속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소통이 가능한 대상을 찾아 두리번 거리면서 우리는 자기 정체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저자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했던 동기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사설탐정이라는 글 중 주인공의 특이한 직업 (detective 라기보다는 spy 라고 해야 할), 또한 이중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언어치료사라는 그 부인의 직업 등이 작픔의 독창성을 더해주면서 주제와도 잘 통하는 것 같았고, 장황하지 않으면서 가볍지 않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이 책 한권으로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 작가가 한국에서는 그닥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그러고보니 내가 읽은 이 창래의 소설 두권 모두 국내가 아닌 외국 서점의 진열대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것들이다.
미국이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인 이민 세대가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단계란, 영어를 모국어처럼 말한 수 있는, 그러나 영어가 모국어가 될 수는 없는 그런 사람인가.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방황에 대해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사람일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자신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진지하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