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것이 아름답다
이희경 / 녹두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시간 관리 컨설턴트가 쓴 책이지만, 특별히 시간 관리 컨설팅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 아이를 키으며 일도 하는 워킹맘들이 읽어 보면 공감을 많이 할 내용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간간히 생활의 팁을 건네 주는, 요즘 차고 넘치는 류의 책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나, 위킹맘들은 알리라. 그 어느 책도 읽어서 손해볼 것 없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어떤 팁도 감사히 받을 정도로 이들의 생활은 힘에 부친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과 아이 둘을 키우기 사이에서 부대낌 끝에 어느 하나도 충실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서 그만 둔 직장, 그리고 전업 주부로서의 4년의 시간 끝에 다시 직장으로 향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이니, 어느 한 쪽의 생활만 해본 사람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그녀는 한마디로 전업 주부라는 명칭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직업을 가지라고 부추키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안주하지 말고 '사회적'이 되라는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을 가질 형편이 못된다는, 대부분의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닥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이 곧 사회로부터의 물러나 앉음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잠시 속도를 늦출지언정, 방법을 달리할지언정 늘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어야 하고, 소통해야한다고. 남들이 으례히 생각하는대로의 행로에서 벗어나면 이제 그것으로 끝인줄 아는 것도 어쩌면 획일화 사회의 한 단면인지도 모르나, 우리는 '차선책'이라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 두기에 익숙하지 않다. 살다보면 알게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하지만 계획은 그대로 맞춰 살려고, 통제된 삶을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상 시나리오로서 의미가 있는 것임을,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가용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주변의 여건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미래의 시간대 위에 배치해 보는 시나리오라고 일깨워 준다. 이것이 곧 시간 관리와 통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시간 관리란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일을 앞두고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일상에서든 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프로주부란 없다 라는 말도 백배 공감. 언젠가 다른 책에서 읽은, 이 세상에 수퍼 우먼은 없다라는 말에도 혼자 박수를 쳤듯이. 프로주부, 또는 수퍼 우먼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환상을 쫓아, 무리한 일들을 혼자, 아무  군소리 없이, 뼈가 부서져라 감수하려고 하는 무모함을 그만 두라는 것이다.
한 번쯤 인생을 베팅해보려는 도전 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며, 도전하는 만큼 성숙하리라는 말. 20대에 할 가장 중대한 일은 결혼이 아니라 자립이라는 말도 기억해두었다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리라 생각했다.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얼굴에만 주름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정신에 생기는 주름살을 없애기 위해 일년에 한번쯤 혼자 여행하는 시간들 꼭 가지라는 말도 허황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이런 류'의 책,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다니까.
저자는 40대에 이런 책을 '쓰고',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으로 142쪽에 소개되어 있는 아이젠하워의 우선 순위 결정 방법을 메모해둔다.

142  우선 순위를 찾는 방법으로는 아이젠하워의 원리가 있다. 긴급도와 중요도를 기준으로  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활동을 A, 긴급하고 중요한 활동을 B,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활동을 C,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활동을 D 라고 할때, A -> B-> C-> D의 순서로 하는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긴급한 일 중에 중요한 일은 없고, 중요한 일 중에 긴급한 일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올바른 우선 순위란 당장 긴급한 일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긴급하지 않은, 즉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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