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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희 지음, 박상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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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 한구석에 입양에 관한 관심을 갔고 있던 터라, 여섯살 어린 나이이지만 보통 영아때 입양되는 경우에 비하면 주변 상황을 모두 인지할수 있을만한 나이, 아무것도 모르고 네덜란드로 보내져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후로 그녀가 겪어냈던 그 힘든 여정과 무관하지 않았을 그 이야기가 말이다.
우선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역시 입양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은 국제적인 입양아 수출국. 한국에서 국내, 또는 해외로 아이를 입양보내는 경우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좀 다르다는 것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입양은 극심한 가난이나 부모의 사고로 인한 사망 등,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이유로, 그 부모의 의사에 의해, 부모의 결정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극히 모범답안적인 것이고, 아이를 못키울만큼 극심한 정도의 가난이 아니어도, 적어도 부모중 한 사람은 아이를 키울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가지고 있어도 아이가 원치않는 입양아로 보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이라는 사회가, 사회의 기준과 가치 척도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입양아라는 수단으로 떠나보내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이라든지, 혼외 관계의 결과물이라든지, 또는 혼전 성관계에 의해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혹은 기타 다른 '실수'로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그 아이와 부모에게 평생을 두고 쏟아지는 불신과 매도의 눈초리를 견디며 살기 보다는 차라리 그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방법을 택할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지고 살기 편해졌다고 하면 뭐하나.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아직 이 정도인걸. 그런 사연으로 자신이 입양되어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그 사람의 정신적 방황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함으로써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자기 암시가 늘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었고, 허기가 아닌 사랑의 결핍, 소속감의 결여, 근원을 알 수 없는 외로움 등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불러 일으켜 그녀를 걷잡을 수 없는 어두운 터널로 몰고 갔다. 
제발 날 보내지 말아달라는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공항 게이트 안으로 떠밀어보내졌던 그날 부터 20대, 30대에 이르기 까지 그 내면의 고통, 중독 수준이랄 수 있는 섭식 장애로 인한 시달림 등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이렇게 다 털어놓은 것은, 아마 저자 스스로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완치는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섭식장애의 치유, 자기 수용과 극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용기를 가지고 그녀의 앞으로의 생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길 함께 기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희생자의 위치에서 승리자의 위치로 넘어서자, 하고 결심했다. 희생자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가해자들이 주인공이 된다. 승자의 삶 속에서는 승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가해자는 없었다. 오직 나 자신과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내가 스스ㅗ 만들어가는 영화 속에서 말이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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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05 06:02   좋아요 0 | URL
저도 알아보았더니 그렇더군요. 쉽게 할수 있는 결정이 아닌만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더 다질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아 저는 그건 감수할 수 있었는데 제 경우엔 다른 데서 브레이크가 걸렸어요.
그리고 또 이 책을 읽어보니, 입양아를 키우기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점이 힘들다는 것인지 모르던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도움 말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