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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서재에 올리는 리뷰이니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쓴다는 것에 대해 너무 사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25년 동안 광고계에 종사했다면 거의 그 분야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을텐데 이 책의 메인 저자인 김 혜경씨가 그렇다. 그녀의 글이 이 책 분량의 반쯤을 채우고 있고 그 이후는 그녀가 소개하는 다른 여덟명의 소위 커리어 우먼들의 글이 조각조각 이어져 나온다.
'안티에이징' 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기획 의도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읽으면서 든 느낌은 여기에 글을 쓴 저자들 조차도 그리 나이 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걷는 동안은 힘들고 지치고 쉬고 싶었지만, 한참을 걸은 후 뒤돌아 보았을 때 자신이 걸어온 행로가 새삼 상당한 거리이며 자취를 남겼다는 생각이 들때 할 수 있는 말의 의미로 붙인 제목일텐데 '나이가 생각보다 맛있다' 라는 말은 너무나 즉흥적이고 가볍게 들린다. 책의 제목을 너무 광고 카피처럼 붙인 것은 아닐까?
여기에 글을 쓴 사람들은 최소한 37세 이상, 대개가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이고 50대 후반인 분이 한분인데 모두 자기의 확실한 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도 꽤 전문적인 분야에서 그만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 젊음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긴장을 풀지 못하고 지낸 그 시간들에 대해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을까. 그런데 이 책은 너무나 가볍게 읽힌다. 어딘가 과장되어 있는 듯 하고 멋지게 쓰려고 애쓴 흔적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울림에서 오는 느낌이 아니라, 활자로 읽혀지는 순간의 느낌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읽는 사람의 공감을 너무나 의식하고 쓴 것 같은 글들은 몇 초 짜리 광고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할지 몰라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읽히기에는 좀 거북했다고 할까.
책 속에 적당히 멋진 사진들도 잔뜩 실려 있어, 별로 집중 안하고도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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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8-2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맛있으려면, 개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싶어요. (ㅋㅋ)

hnine 2009-08-27 20:05   좋아요 0 | URL
무시 못하지요 ^^
 
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멕시코 이민 가족 이야기', 혹은 '멕시코 빈민가 이야기', 이렇게 붙였더라면 어땠을까. <망고 스트리트>라는 제목에서 사람들은 말랑말랑하면서 인간미가 흐르는, 사람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짐작하며 쉽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용은 첫줄에 썼듯이 멕시코에서 미국이란 나라로 이민와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며 어떻게 한번 발 붙이고 살아볼까 애쓰는 가족들이 모여사는 곳, 즉 망고 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이 책의 화자는 누가 들어도 멕시코 계통 이민 출신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에스페란자'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이다. 밑으로 동생이 셋이나 되고, 내가 사는 집이라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을 허름한 집에서 산다. 동생들을 돌보며 학교에 다니고, 이웃 친구들과 뛰어 놀기도 하는 대체로 천진한 소녀이지만, 그러면서도 늘 나만의 친구를 갈망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친구란 내 비밀 이야기를 몽땅 해 줄 수 있는 대상,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농담을 금세 알아들을 수 있는 대상이란다. 그때까지 나는 닻에 매달린 빨간 풍선이라면서 (18쪽). 결국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그들 밖에 없다' 로 시작되는 글에서 그녀가 가리키는 것은 야윈 네 그루의 가로수였다.

   
  이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이곳에 있는 나무 네 그루. 시에서 마지못해 심어 놓은 초라한 네 그루의 가로수. 그들의 힘은 비밀스럽게 감추어져 있다. 거친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잡고 격정적으로 하늘을 물어뜯으며 자신들의 분노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들 중 하나라도 자기 존재의 이유를 잊게 된다면 그들은 화병 속의 튤립처럼 서로에게 나약해진 팔을 걸고 이내 시들어 버릴 것이다. 견뎌야 해. 견디고 또 견뎌야 해. 콘크리트 바닥에서도 삶을 키우는 나무 네 그루. 언제나 발돋음을 하며 어딘가에 도달하기를 잊지 않는 네 그루 나무. 살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가 되는 나무 네 그루 (136쪽)  
   

가난에서 오는 무기력함과 때로는 절망감, 막연한 곳에의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에스페란자가 기본적으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끄지 않게 하고 늘 세심하게 관찰하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웃들의 이야기 들로 엮어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 자체가 곧 여러 나라로부터의 이민의 역사이기도 하고 지금은 어쨌든 풍요한 자본주의 국가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있지만, 얼마나 많은 '망고 스트리트'가 그 거대한 땅덩이의 곳곳에 보이게 또는 안보이게 진을 치고 있는지. 자기가 숨쉬고 있는 나라의 풍요를 공유할 수 없어서 더 절망스러운 사람들, 고향을 그리워 하면서도 어떻해서든지 고향을 떠나 새로이 시작한 이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보려는 사람들의 힘든 하루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산드라 시스네로스는 시카고의 멕시칸 거주 지역에서, 멕시코계 미국인 아버지와 멕시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7남매 중의 막내로 태어났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긴 했지만 어쩔수 없이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속했던 그녀는 대안학교에서 낙제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이 책 <망고 스트리트>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등단하였고 이 책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 12개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고 한다.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떠올랐다. 그리고 느낌은 좀 다르지만 우리 소설 중의 <원미동사람들>도. 모두 주류로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으로서의 삶이 그려진 소설들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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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8-2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민자,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군요.
망고 스트리트로 이름지어진..
저도 서평도서로 온 '페트로폴리스' 읽고 있는데
러시아 이민자의 미국생활이 담겨있어요. 이상하게 진도가 안 나가고 자꾸 끊겨요.ㅎ

hnine 2009-08-28 05:27   좋아요 0 | URL
자신이 아웃사이더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흔치 않은 경우이고 대부분 아웃사이더로서 산다는 것은, 더구나 빈곤의 문제가 함께 할 때에는 고독하고 고난한 삶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한참 꿈과 희망을 키울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그 감수성까지 더해져서 세상을 보는 어떤 특별한 눈을 키우는 것 같고요. '페트로폴리스'가 그런 내용이군요. 제목이 <망고스트리트>보다 덜 말랑말랑 하네요 ^^
 
아빠를 팝니다 - 무능한 아빠를 부자로 만든 열네 살 샘의 부자 트레이닝
한스 위르겐 게에제 지음, 우상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빠를 팝니다. 가격은 5만 달러'
5만 달러이면 우리 돈으로 6천만원이 좀 넘는 돈이다.
내 아이가 같은 문구를 쓴다면 과연 나의 가격을 얼마나 매겨 놓을까.
이 책에 나오는 아빠 '디노'는 큰 욕심도 없고, 야망도 없으며, 그저 지금처럼 편안하게 살면 만족한다는 주의이고, 아들 '샘'은 아빠가 좀 더 의욕적이고 도전적, 진취적, 미래 지향적이 아닌 것이 불만이다. 도저히 아빠의 생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샘은 각종 자기 계발서, 성공학 책들을 쌓아 놓고 읽어대며 아빠를 어떻게 좀 변화시켜볼까 궁리하는 아이. 그러던 중 아빠가 직장에서 잘리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샘은 앞장 서서 아빠를 새로운 인간형으로 개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부자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 아래, 우선 최고급 의상, 헤어스타일 등으로 외형적인 면부터 부자처럼 보이게 변모시킨다. 사람의 외형이 바뀌면 내면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하루 생활 계획표까지 작성하여 기상시간에서부터 운동, 식사, 필요한 공부를 하는 시간에 이르기 까지, 샘은 아빠를 지도, 조언, 때로는 감시하기 까지, 실로 놀라운 멘토 역할을 하는데, 읽으면서 과연 이런 아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직접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들은 책 속에나 있다고 해도, 왜 우리 집은 좀 더 부자가 아닐까를 종종 생각하고, 그러다가 집의 주요 수입원인 아빠의 생활 태도를 유심히 보는 아이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부모가 볼때 자기 자식이 여러 면에서 좀 더 잘 해주기를 바라게 되듯이, 아이 역시 우리 아빠의 무사 안일성이 못마땅해 보이며, 왜 다른 아빠들 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할까, 그렇다면 아빠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우리 집도 좀 더 부자로 살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할 아이들을 충분히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재테크 교육을 시켜야 하고 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개념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는 덕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점은 그런 것이라기보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언제든지 자신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한다. 학교 교육도 이미 다 마쳤고, 어느 정도 사회 생활 경험도 쌓았으면 이제 더 이상 교육은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언제든 심기 일전, 자기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 있음을 알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꼭 부자가 되기 위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미 모든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성인의 눈으로는 그것이 필요한 순간이 그냥 간과되기 쉬운가보다. 이 책에서처럼 어린 아들에 의해 지적되고 조언을 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의 소설일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기 혁신을 주제로 한 일종의 우화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목이 시선을 끄는 만큼 마음을 끄는 내용은 아니어서 유감이었고, 2시간만에 후딱 너무 가볍게 읽혀서 좀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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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몇달 전 닐 게이먼 각본의 영화 <코렐라인>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그의 신작이 나왔다. 일가족이 모두 살해되는 가운데 그 집의 막내인 아기만이 스스로 침대를 기어나와 살아남는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그 아기가 기어나온 도착지인 공동 묘지가 이후로 줄곧 소설의 주 배경 무대가 된다는 것부터 독자의 눈길을 붙들어 놓는다.
저자가 어릴 적 읽은 동화책 <정글북>과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 저자의 두살 난 아들을 집 근처 공동 묘지에 자주 데려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게 했던 경험을 살려 이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완결되기 까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니, 지금도 닐 게이먼의 머리 속에서 대기중인 작품들이 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리얼리즘 소설이 아니면 별 흥미를 못 느껴, 환타지 소설은 별로 읽은 것이 없었는데, 환타지 속에서 상징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점차 새로운 재미가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해리 포터가 그러했듯이, 이 소설에도 역시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은 어린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 아이는 특별한 환경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 소설의 그 인물의 이름도 재미있다 '노바디'. 노바디는 묘지의 유령들의 손에 자라게 되고, 특별히 '사일러스'라는 가디언의 지도와 보호를 받으며, 완전한 인간으로 자라나기 위한 경험들을 겪어나간다.
서양에서의 공동 묘지가 우리 나라와는 좀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죽음의 이미지가 드리워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묘지도 죽은 영혼들이 주축이 되어 나름대로 하나의 세상을 이루어, 으시시한 분위기만 나는 곳이 아니라 또다른 인간의 세상처럼 그려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은 이런 환타지 소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때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세계가 되기도 하고, 이 세상 사람들 중에서는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사후의 세상이 되기도 하며, 아직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우주 너머 어느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묘지의 담장을 경계로 이승과 저승, 두 세계가 구분이 되는데, 저승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되 이승과는 분명이 구분하여 묘사하고 있다. 제일 큰 차이는 저승의 세계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것. 그래서일까? 갖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묘지 밖 이승에 비해, 오히려 묘지 내의 세계는 안정되고 편안한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구성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하루 하루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험과 도전의 여정임을 생각해보라는 것 아닐까? 몰라서 두려운 죽음,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보면 더 따뜻하고 편안한 곳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라는 것 아닐까. 그래서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너는 아직 살아 있어. 너한테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말이지.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어떤 꿈이든 꿀 수 있고 말이야. 네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면, 세상은 변해. 그게 바로 잠재력이라는 거야. 하지만 일단 죽으면 잠재력은 모두 사라져. 끝나는 거지. 그때는 살아서 한 행동의 댓가를 치르는 거야. 이름만 남지. 너는 이곳에 묻힐지도 모르고 심지어 이곳에서 걸어 다닐지도 몰라. 하지만 죽으면 잠재력은 더 이상 발휘할 수 없어." (200쪽, 사일러스의 말)  
   


작가의 상상력과 스토리 구성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천부적인 재능의 환타지 작가라는, 닐 게이먼에 대한 세간의 평판에 이의를 달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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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샤바누 사계절 1318 문고 33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슬람 사회의 관습에 대해서는 처음 읽는 것이 아니면서도, 읽는 동안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수 있나 흥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열세살 나이에,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고, 지주는 땅의 주인일 뿐 아니라 그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의 일생까지도 쥐고 흔드는 사회, 자기 아들이 지주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도 땅을 빼앗길까봐, 먹고 살 길이 막힐까봐 항의도 못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사회, 개인의 의지나 행복보다 집안의 명예와 안정이 더 우선하는 사회. 이미 과거로 흘러간 얘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샤바누'는 이제 겨우 열세살난 소녀이지만, 의존적이고 순응적인 언니 '풀난'과는 달리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있고, 시키는대로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이 선택하여 사는 삶을 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의지도 결국 관습과 전통의 압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마는데, 샤바누는 과연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이 어린 소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10여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저자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일상을 어쩌면 이렇게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놀라왔다. 사막에서 낙타들 키우는 유목민 생활, 그들의 혼인 풍습,
종교, 라마단, 가족관계 등등, 잠시 동안의 관찰이나 조사를 통했다기 보다, 이런 책을 내리라 생각하고 그랬는지 평소에 매우 자세한 기록을 해오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샤바누. 언니에 이어 자신마저 결국 추악한 거래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 이 소녀가 선택한 미래는 무엇일까. 선택의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선택'이란 말이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받아들이느냐, 뛰쳐 나가고 마느냐 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샤바누의 모습에서 또 배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어떤 지위와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 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은, 그것이 나의 의지로 선택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 선택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곧 무비판적으로, 주어진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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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8-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 중학교 여학생에게 선물로 줬던 책이네요.
바람의딸,이라 하니 한비야님 생각이 문득 났어요.^^

hnine 2009-08-22 20:12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 보고 한비야님을 떠올렸는데~ ^^
중학교 정도 여학생에게 선물하기 적절한 책인것 같아요.

순오기 2009-08-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서재생활 하기 전에 읽어서 결말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그래도 샤바누는 자기 삶을 잘 헤쳐나갔을거라 생각돼요.^^
한때 뉴베리상 수상작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hnine 2009-08-24 06:33   좋아요 0 | URL
결말이 생각나지 않으실 수도 있겠네요. 왜냐하면 뚜렷한 마무리로 결말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샤바누가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나거든요. 과연 그 결심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지, 이것은 읽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게 되어 있지요.
저는 뉴베리상 수상작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음에도 책을 고르다 보면 뉴베리상 수상작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랑 코드가 맞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