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샤바누 사계절 1318 문고 33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슬람 사회의 관습에 대해서는 처음 읽는 것이 아니면서도, 읽는 동안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수 있나 흥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열세살 나이에,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고, 지주는 땅의 주인일 뿐 아니라 그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의 일생까지도 쥐고 흔드는 사회, 자기 아들이 지주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도 땅을 빼앗길까봐, 먹고 살 길이 막힐까봐 항의도 못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사회, 개인의 의지나 행복보다 집안의 명예와 안정이 더 우선하는 사회. 이미 과거로 흘러간 얘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샤바누'는 이제 겨우 열세살난 소녀이지만, 의존적이고 순응적인 언니 '풀난'과는 달리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있고, 시키는대로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이 선택하여 사는 삶을 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의지도 결국 관습과 전통의 압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마는데, 샤바누는 과연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이 어린 소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10여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저자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일상을 어쩌면 이렇게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놀라왔다. 사막에서 낙타들 키우는 유목민 생활, 그들의 혼인 풍습,
종교, 라마단, 가족관계 등등, 잠시 동안의 관찰이나 조사를 통했다기 보다, 이런 책을 내리라 생각하고 그랬는지 평소에 매우 자세한 기록을 해오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샤바누. 언니에 이어 자신마저 결국 추악한 거래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 이 소녀가 선택한 미래는 무엇일까. 선택의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선택'이란 말이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받아들이느냐, 뛰쳐 나가고 마느냐 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샤바누의 모습에서 또 배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어떤 지위와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 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은, 그것이 나의 의지로 선택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 선택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곧 무비판적으로, 주어진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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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8-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 중학교 여학생에게 선물로 줬던 책이네요.
바람의딸,이라 하니 한비야님 생각이 문득 났어요.^^

hnine 2009-08-22 20:12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 보고 한비야님을 떠올렸는데~ ^^
중학교 정도 여학생에게 선물하기 적절한 책인것 같아요.

순오기 2009-08-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서재생활 하기 전에 읽어서 결말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그래도 샤바누는 자기 삶을 잘 헤쳐나갔을거라 생각돼요.^^
한때 뉴베리상 수상작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hnine 2009-08-24 06:33   좋아요 0 | URL
결말이 생각나지 않으실 수도 있겠네요. 왜냐하면 뚜렷한 마무리로 결말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샤바누가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나거든요. 과연 그 결심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지, 이것은 읽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게 되어 있지요.
저는 뉴베리상 수상작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음에도 책을 고르다 보면 뉴베리상 수상작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랑 코드가 맞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