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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야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밤 10시가 다되어 아들 아이가 사진을 찍으러 나가겠다고 했다.
그 시간에 혼자 보낼 수 없어서 같이 나갔다가 나도 사진을 몇장 찍어온 날이다.
우리 아파트가 지어진지 이제 5년 정도 되었고, 그 전에는 어떤 곳이었는지 이사오기 전엔 와본 적 없어 확실히 모르지만 아파트 주변으로 조금 나가보면 짐작이 안되는 바는 아니다. 논이 있고 밭이 있고, 오래 된 집들이 있는 동네가 아직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 가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 썰렁한 곳인데 한밤중에 가보긴 처음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가로등도 켜 있고 분명 사람들이 아직도 사는 동네인데 골목길엔 사람의 자취가 없었다. 사람 자취가 없는데 사람은 분명히 사는 곳이라는 그 느낌이, 아련하게도 하고, 반대로 정신 바짝 들게 하기도 하고,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진에 그런 감정을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은 그러면 내가 프로작가이지 아마츄어겠는가? 위안하면서.
난 12번, 13번 사진이 제일 좋다. 이유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