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무얼 구워본지 오래.
일요일 아침으로 뭘 먹고 싶은지 어제 물으니 요즘은 왜 카스테라를 안 해주냐고 그런다.
우유도 없고 꿀도 없고, 그래서 나중에 해주겠다고 말해놓고선.
식구들은 아직 자고 있는 오늘 아침, 창 너머로 봄비 오고 있는 것을 내다보고 있자니
카스테라를 만들고 싶어진다.
아무튼 내마음은 이렇게 예측불허, 종잡을수 없단 말이다.
우유 없는 대신 그냥 물, 꿀 없는 대신 유자청으로 대치.
오븐 180도 예열부터 시작!
1시간 정도 후에 큰 틀로 하나, 미니 틀로 하나가 나왔다.


저렇게 단면을 깨끗하게 하느라 깎아낸 가장자리 조각들, 이건 평소 내 차지인데, 이것까지
한 조각도 남김 없이 남편과 아이가 다 먹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제일 기분 좋은 경우이다.
완판을 선포하는 쇼핑호스트라도 된 양.
설겆이까지 마치고 들어와 책상에 앉았는데
창 밖을 보니 여전히 봄비가 보슬보슬.
맛은 못봤지만 카스테라 맛도 아마 그렇게 보슬보슬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