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무얼 구워본지 오래.

일요일 아침으로 뭘 먹고 싶은지 어제 물으니 요즘은 왜 카스테라를 안 해주냐고 그런다.

우유도 없고 꿀도 없고, 그래서 나중에 해주겠다고 말해놓고선.

 

식구들은 아직 자고 있는 오늘 아침, 창 너머로 봄비 오고 있는 것을 내다보고 있자니

카스테라를 만들고 싶어진다.

아무튼 내마음은 이렇게 예측불허, 종잡을수 없단 말이다.

 

우유 없는 대신 그냥 물, 꿀 없는 대신 유자청으로 대치.

오븐 180도 예열부터 시작!

 

1시간 정도 후에 큰 틀로 하나, 미니 틀로 하나가 나왔다.

 

 

 

 

 

 

 

저렇게 단면을 깨끗하게 하느라 깎아낸 가장자리 조각들, 이건 평소 내 차지인데, 이것까지

한 조각도 남김 없이 남편과 아이가 다 먹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제일 기분 좋은 경우이다.

완판을 선포하는 쇼핑호스트라도 된 양.

 

설겆이까지 마치고 들어와 책상에 앉았는데

창 밖을 보니 여전히 봄비가 보슬보슬.

맛은 못봤지만 카스테라 맛도 아마 그렇게 보슬보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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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3-09 12:29   좋아요 0 | URL
기포빼기를 잘 못했는지 구멍이 송송 보이긴 하지만 제 수준에선 저 정도면 준수하지요.
우유가 안 들어가서 덜 부드럽다는 말에, 한번 째려보니 잠잠해지더군요 ㅋㅋ

nama 2014-03-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테라하면 떠오르는 옛 일 하나.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는 식구 중에 누군가 몸이 아파서 밥을 잘 못 먹을 때 카스테라를 사다주시곤 했지요. 심지어 기르던 똥개가 몸이 아파 밥을 굶을 때에도 카스테라를 사다가 조금씩 떼어주시곤 했답니다. 그러면 식구도 똥개도 아픈 게 낫곤 했어요. 그렇게 사 먹던 카스테라를 직접 구우시다니...맛이 궁금합니다.

hnine 2014-03-09 15:43   좋아요 0 | URL
카스테라가 보들보들하기도 하고 평소에 안 먹던 것이니 밥이 잘 안 넘어갈때 오히려 입맛을 부를때가 있어서 어머님께서 그러셨나봐요. 뭐라도 먹이시려고...개에게 카스테라 손으로 떼어먹이시는 모습 상상하니 마음이 찡 하네요. 전 식구들 위해서도 그런 정성으로 만들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달사르 2014-03-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잘 하시는 분 보면 되게 존경스러워요. 특히나 저렇게 오븐을 이용해서 빵을 만드시는 거는 더더욱요.
ㅎㅎ 군침 도는 포스팅입니다. ^^

hnine 2014-03-09 15:47   좋아요 0 | URL
잘 하지 못해요. 저 혼자 살던 때가 3년 넘게 있었는데 그동안 밥을 직접 해먹은게 열번도 안 되었을 정도니까요. 제가 책임질 식구들이 생기니까 달라지더군요.
카스테라는 계량만 정확하게 하면 발효 같은 과정도 필요없고 재료도 간단한, 아주 간단한 빵이랍니다.
맛있어 보인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파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 사이 맛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빵이 또 카스테라이지요.

2014-03-0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0 0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qualia 2014-03-10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에 읽어본 알라딘 최고 글 셋 가운데 하나입니다.
알라딘에 글 많이 올라오지만, hnine 님 글 같은 최고는 넘 드물어요.
글 읽고 저도 정말 흡족해지는 거 있죠.
와, 남편 분하고 아드님 최고 좋겠다~
아아 부럽다 부러워~~
저도 옛날에 빵틀에다가 빵 많이 만들어 먹었다는~^^
hnine 서재에서 풍겨나오는 카스테라 향에
옛날 추억에 빠져듭니다.
정말 감사하네요. ^^*

hnine 2014-03-10 05:18   좋아요 0 | URL
qualia님 칭찬에 카스테라를 매일이라도 굽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니지, 너무 자주 굽는것보다 오랜만에 구워주니 식구들이 더 맛있게 먹더라고요^^
달걀, 밀가루, 설탕이 따로 있을 땐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것이, 함께 섞어 구우면 그렇게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의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재미있지요.
앞에 댓글 주신 분들도 그렇고 qualia님께서도 그렇고, 카스테라에는 그냥 입으로만 먹을 수 없는 추억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qualia님 빵 많이 만들어드신 경력자라니, 갑자기 위의 사진을 다시 보게 되는데요? 고수 앞에 내어놓기 부끄러운 실력 아닌가 해서요. 언제 qualia님의 빵 얘기도 좀 들려주세요.

아무개 2014-03-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외갓집에서 얹혀 살때
외할머니가 전기 프라이판에 해주시던 노랗고 두툼한 카스테라가 생각나네요.
30년전 그 옛날...강원도 원주 촌할머니가 그런거 만드는걸 어떻게 아셨는지.
역시나 카스테라는 추억을 부르는군요. ^^


hnine 2014-03-10 13:50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남편과 그 얘기 했네요. 옛날에 오븐 없던 시절에 카스테라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을까 에 대해서요. 그때는 먹기만 했지 만드는 방법을 눈여겨보지 못했고, 물어볼 분들은 이제 안계시니 말입니다. 아무개님은 만드는 과정을 보셨군요. 전기프라이판에... 요즘도 전기밥솥을 이용해서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달걀 휘젓기는 손으로 하셨겠지요? 그거 손 무지 아픈데...
카스테라에 얽힌 추억담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

하늘바람 2014-03-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넘 맛나보여요 저도 함 도전해볼까봐요

hnine 2014-03-10 13:5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아이들 먹이기에 특히 좋아요. 해보세요. 재료도 간단하고요.

여울 2014-03-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슬


보슬보슬


보슬보슬....참 좋은 말입니다. 봄에도 입에도...그리고 마음에도

hnine 2014-03-10 13:51   좋아요 0 | URL
보슬빵이라고 부를까요 이제부터? ^^
봄인데 전 왜 여전히 스웨터를 두르고 지내는지...노화의 현상이려니 합니다 ㅠㅠ

세실 2014-03-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유가 없어도, 꿀이 없어도 카스테라 가능하구나......
나가사키에 직접 가서 먹어본 카스테라, 참 맛있던데요. 왠지 나인님 카스테라도 비슷한 맛 일듯^^

hnine 2014-03-10 13:56   좋아요 0 | URL
박력분이 아니라 강력분으로 만들어 질감은 좀 거친듯 하면서도 더 폭신하게 만드는게 나가사키 카스테라라고 하더군요 (지금 막 검색해본 결과 ^^). 저는 그냥 집에 있는게 박력분이면 박력분으로, 중력분이면 중력분으로, 강력분이면 강력분으로. 그때 그때 가진 재료가지고 만들어요. 어제는 중력분으로 만들었지요. 설탕이 들어가니 꿀은 단맛보다는 달걀 특유의 냄새 잡는 목적으로 넣어주는 것 같아요. 우유도 두 숟가락 양만 들어가도 되어서 가볍게 무시해버렸지요. 카스테라의 미국 버젼이 스폰지 케잌이라네요. 이것도 방금 검색하다가 알았어요.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카스테라와 스폰지 케잌이 도대체 뭐가 다를까 하고요.

무지개모모 2014-03-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모양이 빵집에서 파는 빵처럼 예뻐요!
만화 <닥터 슬럼프>에서 음식 사진을 넣으면 그대로 음식이 나오는 밥통이
슬럼프 박사 발명품으로 나오는데 지금 저에게 그 물건이 필요합니다ㅠ.ㅠ

hnine 2014-03-10 22:44   좋아요 0 | URL
이렇게 재미있는 댓글이라니요 ^^
그 만화의 닥터 이름이 "슬럼프"라니 맘에 들어요. 제 이름 하고 싶은데 한발 늦었네요 ㅠㅠ
그건 그렇고 전 지금 언젠가 무지개모모님 서재에서 본 케이크가 눈 앞에 어른거려요.

무스탕 2014-03-1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집에 오븐이 있다는게 신기;;하고
집에서 그 오븐을 이용해서 빵을 만들어 낸다는게 더 신기하고
그렇게 만든 빵을 한 조각도 못 드셨다는 나인님대신 제가 슬퍼요 ㅠㅠ
맛있는건 꼭 뺏어 먹어야 더 맛있는건데 그걸 못하셨다니.. ㅠㅠ
완판을 외치는 쇼호스트라니, 빵- 터졌어요. ㅎㅎㅎ


hnine 2014-03-10 22:48   좋아요 0 | URL
오븐은 이 아파트에 이사오니 전자렌지겸 오븐이라는 물건이 부엌에 강제로(!)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식구들이 잘 먹어서 제가 먹을게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 즉 아무도 안 먹어서 제가 만들어놓고 저혼자 며칠에 걸쳐 다 먹어는 경우보다 백배는 더 나아요. 얼마나 비참한지 ㅠㅠ (이런 경험도 많아요).
제가 정말 만들고 싶은 빵은 식빵, 즉 발효빵인데 아직도 자신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