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라는 옷이 보기보다 편하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올 여름 시작하면서부터 원피스를 하나 장만해야지 했었다.

인터넷 포탈 들어갈때 보이는 쇼핑 사이트에서 원피스가 눈에 뜨일때마다 클릭, 클릭 했건만.

맘에 든다 싶으면 너무 비싸고,

이 정도 가격이면 사겠다 싶은건 보기에도 바느질 엉성, 어슬프게 명품 디자인 흉내낸 짝퉁.

백번 쯤 클릭을 했으려나?

그렇게 7월이 가고, 8월이 가고,

가을이 되었네.

내년 여름으로 넘어갔다.

 

 

따뜻한 음식이 몸에 좋은거 알면서도 난 체질적으로 찬 음료, 밥도 찬밥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가 바로 팥빙수. 음식이라기 보다 간식거리지만 이거 먹고 밥을 못먹는 한이 있어도 난 팥빙수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팥빙수가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이즈에, 어마어마한 값이란 말이냐.

하나 시켜서 누구랑 같이 먹을거 아니면 도저히 혼자 못먹겠더라.

좀 작은 사이즈 빙수 파는데 없나?

찾다 찾다 더위 다 가고 가을이 되었네.

나 아직 팥빙수 한번도 못먹었는데!

내년 여름으로 넘어갔다.

 

 

열세살 아들의 장래 희망은 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수.

요즘 기타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런 아들의 꿈이 잠시 '의사'로 바뀐 적이 있는데 몇달 전 자기 목에 원인 모를 작은 멍울을 발견하고서이다.

아무래도 이게 "암"인것 같다는거다.

나한테 목에 생기는 암에 어떤게 있느냐, 이 정도 크기면 고칠 수 있느냐, 폭풍 질문을 해대면서 며칠을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아빠랑 병원에 다녀온 날이다. 자기는 며칠 고민하던 문제를 의사 선생님은 눈으로만 보고 너무나 명쾌한 진단을 내리시더란다. "암이 아니다" 라고. 그 순간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멋있어졌단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저렇게 멋지게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 그날부터 아이의 장래 희망은 '의사'로 바뀌었다.

(3주후 다시 원래 희망으로 돌아옴)

 

 

며칠 수학 공부를 좀 하더니 아이가 그런다, 자기는 수학을 좋아할 수 없다고.

어려워서? 그랬더니 아니란다.

수학은 문제를 풀다가 어느 단계에서 한번 실수를 하면 절대 옳은 답이 안나온단다. 되돌이킬 수가 없단다. 단 한번의 실수로.

반면에 영어나 역사 같은 과목들은 중간에 뭘 좀 틀리게 말한다고 해서 결정적으로 다 틀리진 않는단다. 그래서 자기는 수학을 좋아할 수 없단다.

 

어쩌면 이렇게 다 따박따박 이유가 있는지. 듣고 있으면 그냥 재미있다.

 

 

 

 

 

 

 

 

요즘 살쪘다고 밤마다 이렇게 동네를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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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9-23 21:58   좋아요 0 | URL
많이 컸지요. 중학생인걸요 이제 ^^
가수의 꿈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게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부모가 열심히 벌어야한답니다 ㅠㅠ

야클 2013-09-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봐서는 살을 빼기 보다는 더 먹고 쪄야 할 체형으로 보이는데요? ㅎㅎ
그런데 어딘가요? 저렇게 뛰기 좋은 동네가? 멋진 곳에 사시는 듯. ^^
위에 보이는 사막(맞나요?)도 멋있네요.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 같이 생겼는데.

hnine 2013-10-06 20:34   좋아요 0 | URL
살찐 편이 아니었는데 잠시 엄마의 감시를 벗어나더니 요즘 좀 불었나봐요 ㅋㅋ
위의 하얀 모래 사장은 여행가서 찍어 보내온거고요, 저렇게 뛰고 있는 곳은 '동네' 한바퀴 맞아요.

상미 2013-09-2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의 진로 정하기 넘 귀엽다 ㅎㅎㅎ
보고 싶지?
수학에 대한 견해 ... 일리있다.

hnine 2013-09-23 22:47   좋아요 0 | URL
다린이 덕분에 요즘 인기있는 가수들 이름 많이 배운단다. 오늘은 Austin Mahone라는 열여섯살된 가수에 대해 알게 되었지 ㅋㅋ
수학엔 그런 면이 있다는걸 나도 다린이 말 듣고 새삼 알았어.

무스탕 2013-09-2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얼마나 정확한 이유들인지요. ㅎㅎㅎ
정성인 꽤 오랫동안 장래 희망이었던 과학자를 포기한지 오래에요. 요즘엔 하고싶은게 없대요 ㅠㅠ
근데 수학은 재미있대요. 새로운거 배우는것도 재미있고 문제 푸는것도 재미있대요.
수학은 재미있는데 뭐 할 지는 저도 모르겠대요. 가르쳐 줄수도 없고 정해줄수는 더 없고.. 참..;

hnine 2013-10-06 20:35   좋아요 0 | URL
과학자를 왜 포기했을까요? 수학을 좋아한다면 과학을 피해가기 힘들텐데...^^
전 중학교3학년때 수학선생님께서 첫시간에 칠판에 "수학은 神의 학문" 이라고 쓰시는 순간 수학이 너무 좋아져서 열심히 하느라고 했고 고등학교때 겁없이 이과를 선택하기까지 했는데...저는 신이 아니라 인간인지라 ㅠㅠ, 성적은 정말 좋지 않았어요. 지금도 수학을 잘 하는 사람, 이과 과목중에서도 물리를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잠시 넋 잃고 본답니다.

icaru 2013-09-2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 때였지 싶은데,,, 목에 멍울이 잡히고, 감기걸렸을 때는 그쪽이 아픈 거 같고,, 그즈음 어른들이 연주창으로 돌아가신 일가친적이야기하고 그랬거든요. 암인거 같아, 혼자 심각해져서~ 왜 엄마나 어른들에게 말할 생각도 못하고,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ㅎㅎ 나중엔 그게 임파선이 부어 그렇다는 걸 알았지만요.
다린이도 당시 혼자 많이 심각했었을 거란 게 짐작되어요~


hnine 2013-09-24 18:53   좋아요 0 | URL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하...icaru님도 그때 소심하셨나봐요.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는 얼마나 심각했겠어요. 그 걱정에 다른 일들은 눈에도 안들어왔을거예요. 우린 지금 어른이지만 몸의 어디가 이유없이 이상하면 불안해하잖아요.
다린이는 지금도 어디가 조금만 이상하면 저에게 즉각 보고합니다. 정말 아파서 그러는지 애정 확인받고 싶어 그러는지 궁금할때가 있어요 ^^

BRINY 2013-09-2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원피스 편하더라구요. 저도 여름에 내내 원피스 입고 다녔네요.
정장식으로 벨트 매고 그러는 건 불편한데, 적당히 여유있는 원피스는 완전 편하고 시원해요.

hnine 2013-09-24 18:56   좋아요 0 | URL
그쵸? BRINY님. 벨트 매는 그런 원피스말고, 에이 라인 원피스요. 벨트 안 매도 되고 바람 잘 통하는 원피스요. 함께 맞춰 입을 옷 고르지 않아도 되고 한벌로 끝나는 원피스, 참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너무 가격 착한 원피스만 고르려고 했는지 결국 못 사고 여름을 났어요. 한 겨울에 사면 좀 저렴하려나...ㅋㅋ

마노아 2013-09-2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철학적인 면모가 보여요.
사진도 감탄하게 만드네요.
이러다가 나중에 슈스케 같은 데에 기타 들고 나오는 것 아닌가 몰라요.^^

hnine 2013-09-24 18:59   좋아요 0 | URL
철학적은요 뭘 ㅋㅋ 이런 저런 자기만의 이유를 설명하는 게 엄마 보기에 재미있어서 그렇지요. 제 조카는 다섯살때부터 장래희망이 "의사"인데, 왜 의사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불쌍한 사람들을 고쳐주기 위해서라고 하거든요.
수학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를 저렇게 대다니, 저 역시 수학을 잘 못했지만 저는 다 제가 못나서 수학을 못한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사진은 다린이 아빠가 찍었어요. 제가 사진 크기를 줄여서 올렸는데 크게 찍은 원본을 보니 멋있더군요.

여울 2013-09-2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ㅎㅎ 많이 컸군요. 귀엽구 똑똑하구요.

hnine 2013-09-24 19:02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저도 여울마당님 글 올리실때마다 늘 읽는데, 감히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도 부끄러워서요 ..

2013-09-24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4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9-25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아주아주 멋집니다. 다린이가 많이 컸어요, 위의 사진은 좀 통통해보이긴 하네요. ㅎㅎ 자기관리 철저하고 감성과 이성이 조화로운 다린이, 멋지게 자라고 있군요. 원피스 진짜 편해요. 전 다른 계절은 별로 안 그런데 여름엔 원피스를 자주 입어요. 옷 입기 간편하고 시원하고ㅎㅎ 친구 왈, 너무 뻗쳐입은 것 같아서 자긴 잘 안 입는다나요? 뻗쳐입은 거 아닌데ᆞᆢ 가을원피스 하나 살까하고 있어요. 요샌 여름 원피스에 얇은 카디건 걸치면 딱 좋지요. 어느새 시월이 코앞이에요. 멋진 계절 보내세요, 나인님^^

hnine 2013-09-25 08:31   좋아요 0 | URL
다린이 나이에 자기관리 철저할거라 기대하지도 않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답니다 ㅠㅠ 부모의 어느 정도 잔소리는 꼭 필요하다고 오늘 아침에도 남편과 얘기했네요. 어른들이라도 자기 하기 싫은 일은 피하고 미루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만 하라고 그냥 두면 알아서 할 아이가 몇이나 되겠냐고요. 남편 말에 의하면 다린이는 하라고 옆에서 푸쉬를 해야 그나마 반 정도 한다나요.
늘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자식을 키우는 과정의 대부분은 그거 고민하는 시간인것 같습니다.
프레이야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그래도 궁금했어요. 하지만 뭘 하시든 걱정되는 분은 아니니까요 ^^ 그냥 기다리고 있답니다.

2013-09-25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5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9-2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중학생들은 멋을 부린다고 밥을 많이 안먹는데요,이건 남녀 구분이 없다고 하는데 한참 자라는 시기에 안먹으려 키가 크지 않을텐데 걱정이 되는군요.
그나저나 저도 팥빙수가 먹고 싶었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탓에 올해도 그냥 넘겨보렸어요ㅡ.ㅜ

hnine 2013-09-26 04:39   좋아요 0 | URL
중학생들이라면 밥은 제대로 먹고 고칼로리 간식을 줄여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카스피님도 팥빙수 좋아하시는군요. 어릴때 동생들이랑 집에서 만들어먹던 팥빙수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요. 부엌 바닥 어질러 놓았다고 할머니에게 야단맞으면서도 재미있었어요.

金慶子 2013-09-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을 보내면서 느껴지는 엄마와 아들, 넘넘 재밌게 읽었어요.

가버린 여름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찾아온 이 가을만큼은 멋지고 이쁜 옷 입고,
낙엽지는 가을길에서 멋진 장면 한 컷을 한방에 날리시길 바랍니다.

hnine 2013-09-29 20:33   좋아요 0 | URL
김경자님, 안녕하세요? 저의 일상의 한 컷인데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댓글에 써주신것처럼 이 가을에도 멋진 장면 많이 많이 붙잡아 둘수 있도록 귀 열고 눈 열고 마음 열고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비 하루 종일 내린 날, 그리고 어린이책에 관심 많으신 또 한분의 이웃을 만나 반가운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