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칭찬받은 날은
키다리가 되었다가
야단맞은 날은
난쟁이가 되었다가
하루종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다니며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그림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 속마음을
- 이 성자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전문
내 키는 나도 몰라요
너 키가 몇 센티미터나 되냐?
누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나도 몰라요.
내 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든요.
“몇 번 얘기해야 일어날래? 너 혼자 집에 두고 엄마 출근한다!”
엉덩이를 한대 맞고 일어나는 아침
내 키는 팍 줄어들고요.
“청소한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어질러놓니? 다 갖다 버릴 거야!”
엄마가 내 장난감들을 정말 다 갖다 버릴 듯이 소리 지를 때
나는 내 장난감 인형만큼 작아져요.
느닷없이 엄마가 구구단을 외워보라고 시킬 때
나는 또 작아지고요
엄마 앞에 똑바로 서서 2단을 떠듬떠듬 외워보는 동안
내 키는 자꾸 더 작아져가요.
계속 이렇게 작아지기만 하냐고요?
엄마 뽀뽀를 받고 잠에서 깨어나는 날엔
키가 위로 쑥 자라기도 하고요.
이제 안 갖고 노는 내 장난감 모아서 사촌 동생 가져다주자는 엄마 말씀에
인형, 큰 조각 퍼즐, 도형 맞추기, 고리 걸기
상자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동안 내 키는 부쩍 자라나지요.
잠자고 일어나 한번, 아침 먹고 한번,
점심 먹고 한번, 목욕하면서 한번,
드디어 구구단 2단을 더듬거리지 않고 다 외우고 나니
내 키는 또 커져있어요.
내 키는 이렇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든요?
그러니 내 키가 커 보인다고
늘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키가 작아 보인다고
항상 그렇게 작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by h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