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개떡 같다 

글 쓰는 시간을 준 지 30초되 지나지 않아 11살 민규가 다 썼다고 가져온 시란다. 

"개떡? 그거 맛있는 건데, 근데 개떡이랑 사랑이랑 무슨관계가 있을까?"
이렇게 묻자 민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럼, 쪼끔 더 써볼까요?" 

사랑은 개떡 같다
맛있는 개떡,
달콤한 개떡,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잠시 후 이렇게 완성해왔다고 한다. 부정적이던 한줄 짜리 시가 상담자의 의외의 호기심과 격려에 긍정적인 시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오늘 아침 읽고 있는 책 <독서 치료의 첫걸음>에 나오는 사례이다. 

 책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쏙 잡아 끄는 내용들이기에 몰입하면서 읽다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사람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 보다는 이렇게 숨고르기를 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대할 수 있어야겠다.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훈련이겠지만 말이다. 

 

 

 

 

위의 음악은 슈만 Romance op94.
ㅂ님의 서재에서 모셔왔는데, 급격한 감정의 치솟음보다는 서서히 마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출 효과가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되어 수시로 듣는 음악이다.  

어제도 무척 더웠던 날. 선풍기를 바로 앞에 놓고 앉아 아이는 오전 내내 꼼짝 않고 책을 읽더니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그림을 그리러 화실엘 갔다.
날이 너무 더우니 '에라, 모르겠다. 땀 안 흘릴 생각말고 그냥 땀을 팡팡 흘려버리자.' 이렇게 마음을 탁 놓아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오늘도 땀한바가지 흘릴 각오로 하루를 시작한다. 

 

- 좋은 책 선물해주신 ㅊ님,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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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8-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듣고 픈데 이어폰이 없네요.^^
너무 덥죠

hnine 2010-08-06 08:41   좋아요 0 | URL
이미 회사에 출근하셨다면 차라리 이어폰이 없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요 ^^
빨간 도깨비 뿔 달린 태은이, 귀여워요. 더위때문에 밤에 잠은 잘 자고,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stella.K 2010-08-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규는 누구인가요?
저 시 웃겨요. 아이들이란 역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요.ㅎㅎ

순오기 2010-08-06 20:22   좋아요 0 | URL
민규는 11세 소년으로 저자가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청소년센터에 오는 아이죠.^^

hnine 2010-08-06 21:49   좋아요 0 | URL
민규는 순오기님 말씀대로 저자가 상대한 아이의 이름이고요, 아이들의 생각이 명쾌하면서도 솔직하지요. 우물쭈물함이 없어요.

sslmo 2010-08-0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규가 제 옆에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예요~
제가 민규를 마구마구 '개떡'해 줄 수 있는데...

hnine님,오늘은 음악도 '개떡'버젼인걸요.
쑥이 아주 아주 많이 들어간 개떡~!

hnine 2010-08-06 21:51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음악이 아침에 책상에 앉아 뭔가를 시작할 때 듣는 음악으로 좋더군요.
쑥개떡, 눈에 아른아른거립니다. 먹고 싶어서요 ^^

pjy 2010-08-0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쿡말은 끝까지 들어야되는거죠~~ 글쓰기도요^^

hnine 2010-08-06 21:51   좋아요 0 | URL
그런데 대개 한쿡 사람들이 성질이 급한게 문제이지요. 끝까지 다 듣질 못하니...ㅋㅋ (저부터 그래요)

2010-08-06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8-06 21:52   좋아요 0 | URL
딩동댕~ ^^

비로그인 2010-08-07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큿. "사랑은 개떡같다" 이거 참 재밌는걸요 ^^

hnine 2010-08-07 06:0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개떡 좋아하세요?
11살 짜리의 몇줄 시가 이렇게 명쾌하고 똑 부러질 수 있을까 싶지요 ^^

세실 2010-08-0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규는 과연 개떡은 먹어 본걸까요? ㅎ

hnine 2010-08-08 07:22   좋아요 0 | URL
'맛있는', '달콤한' 이라고 맛으로 표현을 한 것 보니 그냥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떡이 있다는 것을 알고 먹어본 것 같기도 하고요 ^^ 민규는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집중을 못하고 장난만 치는 아이였대요.

꿈꾸는섬 2010-08-08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결님 서재에서 이 음악을 들었죠. 참 좋아요. 아침에 듣기에...
독서치료의 첫걸음 저도 담아가요.^^

hnine 2010-08-08 07:45   좋아요 0 | URL
이 책 리뷰를 쓰려고 지금 다시 책을 펴들었습니다.
바람결님 덕분에 좋은 음악을 참 많이 듣게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