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이  1800원,
아욱  한단   990원,
깻잎이 한 묶음에  500원 

삼천 이백 구십원 어치 장을 봐다가  

도토리묵은 무치고
아그작 아그작 빨아 씻어
아욱국 끓이고,
깻잎은 양념장 뿌려 살짝 쪄냈다  

장조림 한종지, 김치 한보시기 곁들여
차린 저녁상
시장이 반찬이라
부자(父子)가 도란도란 밥 먹는 소리

속이 안좋아 저녁 거르고
방에 앉아있어도
그 소리 듣고 있는 내가 더 배부르구나

사십년하고 조금 더 오래 사는 동안
이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었다 싶네  

앞으로도 그저 이 정도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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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0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0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6-1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이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었다 싶다니...
저는 이번주 들어 저녁밥은 신경 안써도 돼요.
막내도 학교에서 야간독서실 운영하면서 저녁밥까지 줘요.
아들이야 11시에 오니까 당근 먹고 오고, 울남편은 들쑥날쑥이라~ ^^

hnine 2010-06-11 05:02   좋아요 0 | URL
막내가 벌써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는군요.
그러니 이렇게 식구들 밥상 차리는 일도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은 아닌 것이겠지요.
저 혼자 살때에는 밥하고 반찬 갖춰서 상에 차려 저녁을 먹어본 것이 일년에 서너 번도 안 되었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6-1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위에..철이 없어 늘 고개가 쉬이 위로 올려지지 않았던 차에..

뭔가 마음속에 있었던 느낌이 다시 나오네요~

hnine 2010-06-11 05:0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이제 슬슬 여름이 실감되는 날씨가 되고 있지요?
바람결님 마음 속에는 많은 이야기 소스들이 들어있다가 그것이 음악으로, 때로는 글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울보 2010-06-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욱이 참 저렴하네요,,아 갑자기 아욱국 먹고 잡네요,,
그렇지요 이런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데 잘 안될때가있어요,,ㅎㅎ

hnine 2010-06-11 05:07   좋아요 0 | URL
국내산 아욱이라는데 저 정도면 저렴하지요? 주부 입장에서야 값이 싸면 좋지만 농사 짓는 분들 생각하면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작은 행복이라 할지라도 한번 잃어보고나면 그것이 참 소중한 것이었구나 금방 깨닫게 될텐데, 저도 참 자주 잊고 삽니다.

하늘바람 2010-06-1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살림꾼이시군요.
전 깻잎 찌는 줄도 몰랐어요.
부럽네요 그런데 전 순오기님도 부럽네요 아 밥하기 싫어라 하는 전 저녁안하는게 가장 좋더이다. 사실 살림엔 넘 소질이 없어서요

hnine 2010-06-11 05:11   좋아요 0 | URL
깻잎 씻어서 그릇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후 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등등으로 만든 양념장 뿌린 후 전자 렌지에 1분만 돌려보세요. 쉽지요?
살림에 소질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음식 만드는 것보다 청소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특히 쭈그리고 앉아 걸레질 하는 것이요.

하늘바람 2010-06-16 01:54   좋아요 0 | URL
가르쳐 주신대로 한번 해 봐야겠네요. 전 청소하는 것도 무지 싫어해요 사실 자고 먹는 것만 좋아하고 널부러져 있는 거 혼자 앉아 공상하는 것만 좋아한다죠

hnine 2010-06-16 05:24   좋아요 0 | URL
저도 청소 쐉이어요. 그러면서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은 왜 나는지...ㅋㅋ
깻잎은 사다가 한번 해보세요.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밑반찬으로 만들어놓기에 좋답니다.

카스피 2010-06-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안빈낙도의 삶이시네요.그나저나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명퇴바람이 다시 분다니 참 세상살기 걱정이네요^^

hnine 2010-06-11 20:39   좋아요 0 | URL
안빈낙도의 삶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데...

2010-06-14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0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6-1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행복이 묻어나는 한편의 시 같아요.
그런데 아욱이 한단에 990원? 그럼 10원 거슬러 주나요? ㅎㅎ

hnine 2010-06-15 00:13   좋아요 0 | URL
맨 처음에는 시 처럼 써보자고 시작한 글이었어요 ㅋㅋ

도넛공주 2010-06-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혼자는 외로워요.흑.아욱이나 된장은 상상도 못하는 이곳에서 침만 꼴깍 넘깁니다.

hnine 2010-06-15 00:18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지금 도넛공주님 서재 들러보고 오는 길이어요. 참 사랑스런 분이시던데요? '아니어요, 알고보면 안 그래요!' 이러실려고 그러죠? ㅋㅋ
저도 외지에서 혼자 지내본 경험이 있어요. 3년 좀 넘게요. 지금 도넛공주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욱이나 된장, 정말 꿈 속의 음식이지요.

세실 2010-06-1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쓰려고 앉았는데 이 글 보니 배 고파요.
깻잎 먹고 싶네요.
행복이 이곳까지 전해져 옵니다^*^

hnine 2010-06-15 06:26   좋아요 0 | URL
깻잎은 나이 들어가면서 더 좋아져가는 반찬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만들어놓으면 다린이는 손도 안대고 남편은 잘 먹고, 그렇지요.
저런 시간, 저런 작은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자주 느끼면 잘 모를꺼예요.

전호인 2010-06-1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이며 아욱이며 모조리 제가 좋아라하는 반찬들이네요.
특히 깻잎의 은근한 향이 너무 좋아요.^^
꾸울꺽!
갑자기 시장끼 몰려옵니다. 이런....

hnine 2010-06-15 17:2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미남스타 전호인님이 오셨군요 ^^
저 그래서 깻잎 찔때 미리 쪄 놓지 않고 식구들 있을 때 찝니다. 그때 집안에 풍기는 깻잎 냄새가 얼마나 식욕을 자극하는지...
깻잎은 몸에도 좋으니 많이 드시어요.
제가 무슨 깻잎 전도사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