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이 1800원,
아욱 한단 990원,
깻잎이 한 묶음에 500원
삼천 이백 구십원 어치 장을 봐다가
도토리묵은 무치고
아그작 아그작 빨아 씻어
아욱국 끓이고,
깻잎은 양념장 뿌려 살짝 쪄냈다
장조림 한종지, 김치 한보시기 곁들여
차린 저녁상
시장이 반찬이라
부자(父子)가 도란도란 밥 먹는 소리
속이 안좋아 저녁 거르고
방에 앉아있어도
그 소리 듣고 있는 내가 더 배부르구나
사십년하고 조금 더 오래 사는 동안
이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었다 싶네
앞으로도 그저 이 정도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