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같은 날씨.
아이 데리고 일주일에 하루 가는 피아노 레슨 가려고 집을 나서다가 오늘이 마침 스승의 날이라는 게 퍼뜩 생각나서 아이 손으로 감사 카드를 쓰게 했다. 꽃이라도 한 송이 사드리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가는 동안 꽃 파는 곳도 눈에 안 띄길래 그냥 카드만 드렸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내년엔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겠다
레슨 마치고, 피아노 선생님께서 벌써부터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던 음악회에 갔다. 청소년 음악회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만 8세 이상이면 입장 가능하여 객석에 아이들이 꽤 많았다. 지휘자가 따로 없고 대신 리더 연주자만 있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분위기를 보니 바이올린 하는 서울대 이 경선 교수가 그 리더 연주자인 것으로 보였다. 귀에 익숙한 곡들을 그림책 영상과 함께 연주하는, 나름 신경은 쓴 기획 공연인데 나레이터가 읽어주는 동화의 내용이 너무 뻔한 내용인데다가 뒤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의 그림도 그다지 보는 사람의 주목을 끌 정도가 아니었고 촛점도 잘 안 맞아 큰 효과는 없어 보었다. 솔직히 약간 지루한 감마저 있었는데 아이도 그랬는지 가지고 온 책을 꺼내어 그 컴컴한 데서 읽으려고 하길래 주의를 주어야했다.
공연장 내에는 'The sound of music' 이라는 이름의 크지 않은 음반 매장이 있다. 거길 들어가보자고 한다. 주로 클래식 음반을 파는 곳인데 둘러보며 이것 저것 꺼내어 살펴 보는 아이의 모습이 웃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아일랜드 음악 CD를 빼서 들고 오더니 그걸 사고 싶단다. 응???
일단 후보로 하고 한번 더 둘러보며 사고 싶은 것이 있는지 보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큼지막한 케이스의 아래 상품을 들고 오길래 이거 혹시 DVD인가? 아니면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지레 겁을 먹고 보았더니 CD두개가 세트로 들어있는 뮤지컬 노래 모음집 CD인데 가격이 20,000 원이 채 안되었다. 아이가 한참 즐겨 듣던 Mammamia 노래의 영향으로 아마 표지의 Mammamia 포스터를 보고 이 CD도 고르게 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엄마는 여기 표지에 있는 이것들 다 봤다~" (우리가 산 것과 아래 사진의 표지가 약간 다르다. 우리가 산 CD 표지에는 AIDA대신에 미스 사이공 포스터가 그려져 있는데.)
"정말요?"
그러더니 하나 하나 이건 무슨 내용이냐 묻기 시작.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틀어준 음악은 뮤지컬이 아니라 영화로 보았던 Annie 에 나오는 노래 Tomorrow.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니 더 쫑긋해서 듣는다. 다 커서 대학생 때였음에도 수첩에 가사까지 적어가지고 다니면서 부르곤 했었다.
이 외에도 평소 귀에 익은 노래들이 잔뜩.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잘 골랐다고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엔 오늘도 어김없이 요즘 일과중 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만 하는 축구를 하러 집 앞 공원에 나갔다. 남자 아이라도 어릴 때 내 남동생은 운동과는 담 쌓고 커서 몰랐는데 내 아이는 정말 아침부터 잠 잘때까지 축구 얘기만 한다. 운동에 대해서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무지할 뿐 아니라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나인데, 자식이 뭔지. 아이와 대화가 안 통하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입한 책,
어, 그런데 이 책 재미있다. 별로 집중하지 않고 페이지를 쓱 쓱 넘기면서도 배우는게 많다.
그래도 이 책 역시 주문한 나보다는 아이가 더 열심히, 자주 읽고 있긴 하다.
"여기 제목 안 보이니? '여자'들이 읽는 책이란 말야. 엄마 책이니 이리 내놔."
이보다 더 유치한 대화도 한다.
"너 박 지성 선수 좋아하지? 원래 박 씨들이 축구를 잘 하거든 (hnine의 본명은 박 xx). 게다가 엄마는 박 지성 선수랑 이름도 비슷하잖아? (가운데 자만 다르다) "
그러면 아이 (김 씨)가 얼마나 약 올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