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아이를 또 한바탕 야단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가 있는 쪽을 보았더니 엎드려서 뭔가를 보면서 아이가 훌쩍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기 때 앨범을 보고 있단다.
아기였을 때 내가 자기를 안고서 웃고 있는 사진, 뭘 먹이고 있는 사진, 엄마와 자기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니까 눈물이 난단다.
더 이상 야단을 칠 수가 없었다. 

그 일이 문득 생각나서 나도 오늘, 예전의 사진들을 다시 보며 한참을 보냈다. 

 



 

 

 

 

 

 

 

 

 

 

 

 

네 살때.
고래 그렸다고 보여주길래 잘 그렸다고 마구 칭찬을 해준 후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 (사진 찍어준다고 하면 정말로 내가 뭔가를 잘 했나보다 생각한다.) 저런 포즈를 지었다. 저 때는 분홍색 내복도 사주면 그냥 입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지금까지, 사진기 앞에서 제대로 표정을 하는 것은 여권용 사진 찍을 때 제외하곤 거의 없었던 듯한데, 그게 그러니까 네 살때 이미 시작되었었나보다.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고 지은 저 표정이, 하나도 안 무섭다. 물론 아이한테는 "아이쿠, 무서워, 다린이 눈 좀 봐~~" 맞장구를 쳐주었던 기억이 나지만. 

 

4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비가 오니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아이가 타고 오는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나를 보시면 꼭 하시는 말씀,
"다린이랑 엄마랑 아주 똑같네~"
 

웃으면서 아이를 맞을 준비! 

 

"앞의 제 페이퍼에 댓글을 주신 친구분들 고맙습니다.
쑥스러워도 글 안 지우고 그냥 둘 것입니다.

정말로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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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2-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은 한개만 갖고 가시지요? 다린이랑 꼭 끌어안고 웃으면서 들어오세요.^^
다린이 네살때 사진보니 울 둘째 모습이... 사진만 찍자고하면 아주 기괴한 표정과 몸짓을 하거든요.ㅎㅎㅎ

hnine 2010-02-10 20:18   좋아요 0 | URL
어, 우리 아파트 옆에서 저 보셨어요? 정말 말씀하신대로 하고 들어왔는데.
농담이고요~ ^^
같은하늘님 둘째 얘기 읽을 때마다 이제 다린이 어릴 때를 연상하면 되겠군요. 엄마를 가만 놔두지 않지만 그러면서 웃음도 주는 재롤둥이, 그렇지요?

하늘바람 2010-02-0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그리네요. 태은이도 이제 4살이 되었는데 저렇게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님 다린이는 엄마를 무척 사랑할거예요.

hnine 2010-02-09 17:4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잘 그렸는지 아닌지 저는 봐도 잘 모르겠던데 자기 나름대로 그려가지고 저러면서 보여주니 칭찬 안해줄 수가 없었어요.
태은이가 바로 저 무렵의 다린이 나이가 되었군요. 그런데 저 사진은 네살 12월에 찍은 것이니 거의 다섯 살 다 되었을 때가 되겠네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 없겠지만 저의 문제는 감정 표현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지요. 일관성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상미 2010-02-0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머쓱해 하는 사진은 너 어릴 때 사진 (남자애 처럼 입었던) 하고 닮았어.ㅋ
눈은 네가 더 컸고 ,토실토실한 볼 부분이.
언제 스캔해서 올려봐.

hnine 2010-02-10 20:18   좋아요 0 | URL
그 사진을 기억하는구나. 정말 기억력 엄청 좋다.
사람들이 많이 그래, 다린이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혹시 다린이 아빠가 서운해할까봐 나는 다린이의 아빠 닮은 면을 부각시켜서 얘기하고는 하지 (이마라든지, 눈썹이라든지...^^).

무스탕 2010-02-0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는 아직 분홍색 폴라티를 입고 학교에 가요.
며칠전에 올해 입학하는 조카 주려고 빨간색 캐릭터 가방을 사 와서는 정성이한테 '너 주려고 샀다' 놀려먹으니 난리를 치더군요. ㅎㅎㅎ
어려서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절로 미소가 지어지요 ^___^*

hnine 2010-02-09 22:44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분홍색도 벌써 거부하는데...
위의 사진도 지금 보여주며 분홍 내복 입고 있는 걸 보라고 했더니 얼굴 표정이 이상해지는데요? ^^

blanca 2010-02-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릴 때 사진 보고 훌쩍였다는 대목이 감동스럽네요. 감정의 기복. 아....제가 다혈질인 것을 저는 아기를 낳고 깨달았답니다. 낳기 전에는 제가 아주 성격 좋은 사람인줄 완전 착각하고 살았었요. 아기를 키우면서 엄마도 같이 성장해야된다는 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hnine 2010-02-09 22:4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사진 보고 훌쩍이는 모습은 엄마인 제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아이 때문에 우는 일은 있어도 아이가 엄마 때문에 우는 일은 없게 하라는 말을 또 떠올렸던 하루였답니다.
blanca님 서재에서 어제 몰래 고호 사진 데려다가 제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해놓았으면서 인사도 못드리고 왔는데 오늘 제 서재에 이렇게 들러주시니...반갑습니다 ^^

울보 2010-02-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감정이 풍부한가봐요,,
류는 좀 차가운지 야단맞고도 조금 있다가 혼자 풀고 나와요,,ㅎㅎ
다린이는 학교에서 늦게 오는군요,
류는 일찍오는데,,어릴적 사진을 보면 본인들도 웃음이나오는지 베시시웃는데 그때 기분 참묘하더라구요,,다린이 참 귀엽네요,

hnine 2010-02-10 07:41   좋아요 0 | URL
류가 차가운게 아니라 쿨~한거죠, 그리고 엄마가 야단쳐도 그게 나를 미워해서 그런게 아니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다린이는 야단맞고 나면 곧잘 제게 물어요, "엄마, 그래서 나 안 사랑해요?" 라고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자주 그런 말을 하네요.
류 사진 보면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시겠어요. 저도 지금 예전 류 어릴 때 사진 떠오르는 것이 몇 개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사진도 부지런히 찍어놓아햐겠지요? ^^
아래 댓글, 감사드려요.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건 엄마인데 그 영향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니, 알면서도 참 안되더라고요.

꿈꾸는섬 2010-02-1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의 네살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ㅎㅎ

hnine 2010-02-11 21:23   좋아요 0 | URL
요맘때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개구장이 짓 할 무렵까지가 제일 귀여웠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2-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hnine님과 아드님, 쓰시는 글이 어찌나 귀여운지욥^^

hnine 2010-02-27 22:3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다시 읽어봐도 저는 잘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