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아이를 또 한바탕 야단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가 있는 쪽을 보았더니 엎드려서 뭔가를 보면서 아이가 훌쩍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기 때 앨범을 보고 있단다.
아기였을 때 내가 자기를 안고서 웃고 있는 사진, 뭘 먹이고 있는 사진, 엄마와 자기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니까 눈물이 난단다.
더 이상 야단을 칠 수가 없었다.
그 일이 문득 생각나서 나도 오늘, 예전의 사진들을 다시 보며 한참을 보냈다.

네 살때.
고래 그렸다고 보여주길래 잘 그렸다고 마구 칭찬을 해준 후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 (사진 찍어준다고 하면 정말로 내가 뭔가를 잘 했나보다 생각한다.) 저런 포즈를 지었다. 저 때는 분홍색 내복도 사주면 그냥 입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지금까지, 사진기 앞에서 제대로 표정을 하는 것은 여권용 사진 찍을 때 제외하곤 거의 없었던 듯한데, 그게 그러니까 네 살때 이미 시작되었었나보다.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고 지은 저 표정이, 하나도 안 무섭다. 물론 아이한테는 "아이쿠, 무서워, 다린이 눈 좀 봐~~" 맞장구를 쳐주었던 기억이 나지만.
4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비가 오니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아이가 타고 오는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나를 보시면 꼭 하시는 말씀,
"다린이랑 엄마랑 아주 똑같네~"
웃으면서 아이를 맞을 준비!
"앞의 제 페이퍼에 댓글을 주신 친구분들 고맙습니다.
쑥스러워도 글 안 지우고 그냥 둘 것입니다.
정말로 고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