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e-learning 에서 더 나아가 u-learning 이란 말 까지 나왔더라는 얘기를 남편과 내가 하고 있었다. u-learning의 'u'가 'ubiquitous (유비쿼터스)'에서 온 것이라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고 있는 중 옆에서 듣고 있던 다린이가 갑자기 험상궂은 표정이 되더니 끼어든다.
다린 "아빠!"
남편 "응?"
다린 "아빠가 매일 집에 늦게 오는게 바로 그 유비쿼터스 때문이지요? 다 알아요"
남편 (유비쿼터스와 조금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는 하다) "좀 관련이 있기는 하지."
다린 "나 그 유비쿼터스라는것 싫어요!"
유비쿼터스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아이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빠를 붙잡아 두는 것은 무엇이든 아이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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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이미 어두워졌는데 나가서 축구를 해야겠단다. 요즘 축구에 빠져 있는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축구 얘기만 한다. 한때는 그것이 레고 얘기였었고 스타워즈 얘기였었고 해리 포터 얘기였었는데.
대전 시티즌이 이번 시즌에 몇위라는 얘기는 하도 들어서 이제 알겠는데, 어느 선수의 400m 기록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어느 선수가 왜 그 팀을 떠났는지 아느냐 는 등, 정말 스포츠엔 전혀 무관심한 내가 상대하기에 버거운 얘기만 줄곧 해댄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것도 컴컴한 저녁 때 아이와 공을 들고 집 앞 공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원 바로 옆에는 모 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는데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진 곳이 많은 것을 보고 내가 아이에게 말했다.
"다린아, 저기 연구소에도 환하게 불 켜 있는 것 보이지? 아빠만 늦게 까지 일하는 거 아냐. "
그랬더니 바로 돌아오는 대답은,
"저 연구소에 지금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은요,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요즘은 웬만큼 어설프게 말해서는 아이의 공감을 얻어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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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린이를 따로 학원에 보내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놀리는 편도 아니다. 워낙 학교에서 숙제도 조금 내주기 때문에 집에서 숙제 외에 매일 수학 문제집 몇 페이지, 받아쓰기 열 문제, 그리고 일기는 하고 자도록 하고, 틀린 문제는 가르쳐 주고 비슷한 문제를 내주어 확인하는 식으로, 매일 일정 시간 조금씩은 공부를 하고 자도록 하고 있는데, 일기야 워낙 쓰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매일 따로 얘기 안해도 쓰고 있지만, 수학 문제집과 받아쓰기는 꼭 좀 잔소리를 해야 펼쳐든다. 그런데 요즘은 다린이가 부쩍 이 잔소리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 나와 충돌이 잦아졌다. 네가 알아서 잘 하면 왜 잔소리를 하느냐, 알았다, 하면 되지 않느냐, 막 하려던 참이다, 매일 똑같은 설전이 왔다 갔다, 야단도 쳐봤지만 그 야단이라는 것도 잔소리의 다른 이름 아니던가? 그래서 지난 번에 미설님께서 댓글로 하신 말씀도 생각나고 해서, 아이를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겠다고 생각. 매일 하는 잔소리를 안 하기로 했다. 대신 아이에게 표만 하나 만들게 했다. 세로로 날짜를 쭉 쓰고, 가로 칸에는 수학, 받아쓰기, 일기, 숙제 칸을 만들어서, 했으면 그 칸에 체크 표시를 하라고 했다. 나에게 보여줄 것도 없고 자기가 볼 수 있도록 책상 앞에 붙여 놓게 했다. 그리고는 잔소리 끝.
엄마의 잔소리로 아이가 이루어내는 것은 엄마의 성취감을 채우는 것이지 아이의 성취감과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잔소리 줄이기 프로젝트'
요즘 내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