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이자 한식이었던 어제.
해마다 운을 띄어보지만 늘 시큰둥이었던 남편에게 올해는 내가 꾀를 내었다.
"여보, 한식인데 아버님 산소에 다녀올까? 아니면 일요일마다 하던대로 등산갈까?"
운동을 즐기지 않아 몇 주일째 일요일마다 산에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은 채 동참했던 남편, 그 소리 듣자 얼른 산소엘 가자고 한다 (아이에게 뭔가 하라고 권유할때 내가 잘 쓰는 방법인데, 남편이나 아이나 크게 다르지 않구나 ~ ^^ )
추석과 설의 그 밀리는 도로가 아닌, 한적한 도로를 달려 아버님 산소엘 다녀왔다. 
근처의 평택호에도 들러보고.  

 



 

 

 

 

 

 

 

 

 

 

 

 

바다인 줄 알았는데 동서 말이 바닷물을 막아서 만든 호수란다. 그래도 물을 보니 역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라 좋았고, 사촌들끼리 좋아서 이리 저리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보니 그것도 좋았다. 아이들의 일상이라는 것이 매일 저렇게 뛰어 놀다 배고프면 먹고, 지치면 자고, 그러는 것 아니었나? 나 어릴 때만 해도 말이다. 지금은 동네에 저렇게 함께 뒤어 놀 친구들이 없다. 그러니 엄마 보고 놀아달라고 아이는 조르고, 나이 든 엄마는 힘들고, 끙~ 



 

 

 

 

 

 

 

 

 

 

 

 

 

 

 

 

 

 

근처 공원에 이런 설치물이 있었는데, 금속이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져있었다. 소녀가 손에 들고 쳐다보고 있는 것은 '새'.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 뒷뜰에서 내 눈에 들어온 진달래. 꽃잎 한장 한장이 참 섬세하다.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온 수술들 까지도. 

집에 돌아와 저녁 먹으며 아이와 이런 저런 얘기. 다린이는 엄마가 무슨 말 할 때 제일 속상하냐고 물었더니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할 때 라고 한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안 듣거나, 허락 안 할 것 알면서 수시로 해도 되냐고 물어올 때 (예를 들면 컴퓨터 게임이라든지) "그럼 네 맘대로 해." 내가 곧잘 그러니까. 그리고 엄마가 한숨 쉴때 란다.  

그래, 새겨 들으마.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날 때 나는 수시로 아이가 볼 만한 곳에 이렇게 쪽지 붙여 놓는 것을 좋아한다.  

 




  

 

 

 

 

 

 

 

 

  

되도록 책은 빌려서 봐 주었으면 좋겠는데, 꼭 사서 보고 싶은 책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만들었다. 빌려 온 열 다섯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처음엔 서른 권이라고 아이가 정한 것을 심한 것 같아 내가 열 다섯권으로 고쳐 주었다.) 한 권씩은 직접 사주기로.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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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06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 많은 데만 다녀서 아주 정신 없는 일요일이었어요.. 그래도 hnine님 사진을 보니 제 마음도 시원해지네요. 첫 사진은 호퍼 그림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책 사달라는 아이는 기특하지요? hnine님처럼 쪽지 붙여주는 엄마가 있는 다린이는 좋겠어요 ^^

hnine 2009-04-06 09:48   좋아요 0 | URL
날씨가 어제 참 좋았어요. 집에서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날씨였지요. 사람 많은데만 다니셨다니 어디일까?? ^^
쪽지 쓰기는 딸들의 반응이 더 좋다고 그러던데요. 남자 아이들은 이제 조금 크면 엄마, 그것 좀 그만 할 수 없냐고 그런다고 해서 모인 사람들이 모두 웃었어요.

무스탕 2009-04-0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달래도 있고 새랑 소녀도 있고, 다린이랑, 사랑을 수시로 보여주는 엄마랑..
편안한 마음으로 볼수 있는 소설책 같아요 ^^

hnine 2009-04-06 09:5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그런가요? 혼자서는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것도 괜찮은데 모처럼 식구들이 다 있을 때에는 좁은 집 안에서 치고 받고 (?) 하는 것 보다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진달래가 있던 곳은 배경이 영 아니어서 저렇게 진달래 독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4-0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들과 나들이 좋으셨겠습니다.
책달력 너무 귀엽네요 ^^ 저도 저런걸 붙여놓고 스스로를 독려해야 할듯 합니다.
요즘 공부가 소걸음이라..
저는 이런저런 결혼식이며 경조사 다니느라 이 봄도 자유가 없어 울적합니다~~~

hnine 2009-04-06 10:1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의 친구분 결혼식 페이퍼 저도 읽었어요. 결혼을 할 때 즈음이면 웬만한 생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보던 때는 이제 전설 속의 얘기가 되어버렸어요. 늦은 결혼을 한 저도 그렇지 못했고요.
그래도 울적함을 한번 떨어내보세요. 저는 이번 주 영화는 무조건 웃기는 영화를 골라서 보겠다, 작정하고 있답니다 ^^

순오기 2009-04-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역시 아들이나 같아요~ ㅋㅋㅋ
빌려온 책 읽으면 책 하나 사주기도 좋은 방법이네요.^^

hnine 2009-04-06 14:06   좋아요 0 | URL
동의하시죠? ㅋㅋ
사고 싶은 책마다 다 사기 시작하면,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이지만, 보관 문제도 있고 해서요.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귀뜸 좀 해주세요 ^^

하늘바람 2009-04-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호
넘 멋지네요.
저 쪽지 참 부러운데요 태은이도 빨리 커서 저랑 쪽지 편지 하고 싶어요.^^

hnine 2009-04-06 14:06   좋아요 0 | URL
금방입니다 ^^

2009-04-06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4-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리스트는 스크랩 해두었다가 시집 가서 애기 낳고 살면 써먹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저도 저 사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에요. 글씨가 엄청 예쁜네요. 15권에 책 한 권, 좋은 거래인걸요. 아, 나도 사둔 책 한 권 다 읽어야 새 책 하나 사기...뭐 이런 계획을 잡아야지 싶어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ㅠ.ㅠ

hnine 2009-04-06 19:37   좋아요 0 | URL
자식과도, 남편과도, 가끔은 그 '거래'라는 것이 필요하더라구요. 일종의 '협상'이지요. 이걸 잘 해야하는데, 감정이 앞서면 거래고 뭐고 버럭, 소리부터 높아지지요 ^^
마노아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내 책 사기가 더 힘들어져요. 지금 가능한 범위에서 맘껏 사서 보시와요 ^^

2009-04-0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7 0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4-0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사진 찍으니 정말 멋지네요. 저도 요즘 애들 책 사주는거 좀 자제해야 하지 않나 싶어져요. 책도 너무 아쉬운 것 없이 사주지 않았나 싶어서요. 뭐든 아쉬운게 있어야 더 잘하는 법이거늘... ^^

hnine 2009-04-07 06:14   좋아요 0 | URL
책만은 주머니가 허락하는 한 사주자, 이랬다가, 아니야, 책이라고 예외가 아니지, 이랬다가...일관성 없는 엄마가 바로 접니다 ^^

프레이야 2009-04-0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호, 그렇군요. 잔잔하니 좋으네요.
아이랑 메모지대화 하시는군요. 역시 나인님이세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요즘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요.
전 어제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을 다녀왔는데 예전과 달리
양쪽으로 무슨무슨 음식점, 잡화상, 소음에... 완전 엉망이더군요.
사진 한 장 멋있게 찍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ㅜㅜ

hnine 2009-04-07 09:20   좋아요 0 | URL
아침에 보니 라일락도 피기 시작했더군요. 라일락까지 피었으면 이젠 내복을 벗어야하는데~ ㅋㅋ
사람들이 좀 모인다 싶은 곳은 음식점, 잡화상, 소음이 함께 모이지요. 사실 저도 그래서 저 위의 진달래 사진을 나무 전체가 아닌 꽃 한송이 독사진으로 찍을 수 밖에 없었어요. 배경을 못 잡겠더라구요 ^^

하양물감 2009-04-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많이 읽는 아이가 있으면 책값도 장난이 아니겠어요.
저도 어릴 때, 엄마가 무척이나 고생하셨다는...(^^)

hnine 2009-04-07 21:04   좋아요 0 | URL
책 값도 그렇고, 보관해둘 곳도 없고요. 이래 저래 저는 빌려서 읽는 주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