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치자면, 이 세상에 빵이나 쿠키, 케잌 만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밥은 몸을 위해 먹고,
빵은 오로지 감각을 위해 가끔씩 보너스처럼 만들고 또 먹는다.
반죽하는 동안 손에 느껴지는 재료의 감촉, 그리고 한 입 뜯어먹을 때 손 끝에 느껴지는 촉각, 굽는 동안의 온 집안을 채워오는 냄새로 만족되는 후각,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혀를 거쳐 온 몸에 퍼지는 부드러움과 풍미는 내 미각뿐 아니라 처져 있는 마음까지 달래주는 것 같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빵은 이렇게 가끔씩 주어지는 선물처럼 먹어주는 것이 좋다.
오늘도 우울한 기분을 달래보고자 카스테라를 구웠다. 흰자 머랭을 빳빳하게 세웠더니 굽고 나서 덜 가라앉았다. 굽기 시작한지 10분 쯤 후에 온도를 조금 낮춰서 계속 구웠더니 다 구워지고 난 후 표면이 너무 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레시피에 있는 것보다 설탕을 줄여서 넣었지만 맛에는 아무 이상 없다. 카스테라 만드는데는 계란이 많이 들어가므로, 집에 계란이 많이 남아있을 때 만들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