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1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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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철학자이다. 프롬은 의술이나 예술이 그에 관한 기술을 익혀야 하듯이 사랑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별 준비없이 적당한 기회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프롬은 사랑이라는 인간 활동이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독립된 활동, 즉 하고 않고를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님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성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과 맞닿은 문제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당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오채환 지음

(주)자음과 모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두 자매는 서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라면 다 징그럽다면서 싫어했던 동생이 이제는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것을 두고 언니는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멋있는 사람이 생겨서 저절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에리히 프롬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사랑에 빠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번째 실수라고 말하며 그런 것들이 사랑을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언니는 자신이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고 했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두 자매의 시선으로 부모님들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자신들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 상황에 맞추어 아이들의 대화나 생각 속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철학 돋보기] 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 서술하는 내용 중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인 '소유와 존재'에 대한 부분은 「사랑의 기술」 을 읽었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새롭기도 했다. 연애 단계에서 상대방의 환심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는 존재 양식을 유지하지만, 결혼이라는 단계를 넘어가면서 대체로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된다는 것. 사랑이 식었다거나 사라졌다는 것도 실은 사랑이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되기 쉬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을 '존재 양식(being mode)'과 '소유 양식(having mode)'로 구분하면서,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예컨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다가 배를 가르는 것이 잘못된 소유 양식이라면 거위가 건강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 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성애부터 형제애,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애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남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중요한 사실 또한 전해진다. 


사랑에 대해서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세 번째 잘못은,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다'는 영속적인 상태,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머물러 있다'는 상태를 혼동하고 있는 데 있다.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의 설명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에서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던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논제로 끌어올려 함께 생각해보게 이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관심, 정신 집중, 자발적 훈련, 인내심을 들고 있습니다. 이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실천과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란 질문을 함께 나눠보았다. 아이는 '관심' 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예전에는 '관심' 이었는데 요즘은 '인내심' 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라며 웃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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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인형 미운오리 그림동화 2
라리사 튤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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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 베를린에 살던 어느 공원에서 울고 있는 소녀를 만났다. 소녀가 인형을 잃어버린 사실을 카프카는 인형이 편지를 남기고 여행을 떠났다며 이야기를 지어낸다. 카프카는 그날부터 집에서 인형 대신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소녀를 달래려는 카프카의 '대필' 3 동안 이어졌다. 일화는 그의 연인이었던 폴란드 여성 도라 디아만트의 1948 회고록에 나온다. 인형의 주인인 소녀와 카프카의 편지는 아직까지 찾지 못해 이야기는 전설로 남아있다.

소설 캐릭터가 만든 카프카는 "세상 물정 모르고, 신경증이 있으며, 내향적이고, 병든, 섬뜩하면서도 동시에 섬뜩한 것을 만들어내는 남자, 일종의 외계인" 이미지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그의 작품처럼 카프카도 엄숙한 성격이었을거라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유쾌하고 매력적인 카프카의 모습을 말해주는 듯한 일화에 마음이 끌린 글작가 라리사 튤은 인형에게 '숩시'라는 이름을 주고, 카프카의 썼을 편지의 내용을 상상하여 엮는다. 일상의 친근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따뜻한 색채와 동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는 레베카 그린은 친절한 카프카의 모습과 호기심 많은 소녀, 그리고 소녀의 인형을 사랑스럽게 그려내었다. 




베를린의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울고 있는 여자 아이를 만난 카프카. 인형이 사라져서 울고 있는 아이의 이름은 수지다. 그리고 수지의 인형은 숩시라는 이름. 카프카는 아이에게 숩시가 여행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수지에게 편지도 썼다고 말한다. 지금은 깜빡하고 집에 놓고 왔지만 내일 편지를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자신은 인형들의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라고 소개하면서 말이다. 카프카가 배달하는 숩시의 편지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경험한 일들이 가득하다. 


그림에는 숩시의 편지가 등장하고, 이야기의 본문에서는 숩시의 편지에 대해 카프카와 아이가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장면들 속에는 카프카가 손수건을 꺼내 기침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한다. 실제로 카프카는 결핵에 걸려 사망했다. 그림책 편지의 시작은 1923 10, 그리고 마지막 편지는 1923 11. 


마지막 편지와 공책을 건네며 카프카는 아이에게 "어딜 가든 공책과 연필을 가지고 다니렴. 그러면 모험이 영원히 남을 거야" 라고 말한다. 사람의 따뜻한 숨결이 차가운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간다. 하나의 숨은 즐거운 놀이와 모험을 찾아갔지만 나머지 하나의 숨은 오래지 않아 꺼지고 말았다. ( 카프카는 이듬해인 1924 사망했다. )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있는 여자 아이의 성장한 모습은 인형의 편지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감동을 준다. 아이의 가방 속에 카프카의 소설이 담겨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변신(Metamorphosis) 카프카가 건넨 빨간 표지의 공책이 담겨있다. 카프카가 건넨 말을 잊지 않고 어딜 가든 '공책과 연필' 가지고 다니는 모습. 카프카의 여행은, 카프카와 아이의 인형의 여행은 이제 성장한 아이의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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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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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에 나온 것들을 살핀다. 표지에서 아는 것들을 많이 발견하는 아이는 이집트에 대해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이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앞 표지에서는 미이라, 스카라베, 앙크, 투탕카멘, 아누비스 등의 키워드를 찾아낸다. 뒷 표지에서는 토트,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 잘 모르는 아이들이라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앞 뒤 표지를 살피며 아는 것 찾기를 해보는 독후활동을 해봐도 재미있을 듯 하다.



60여페이지에 걸쳐 30여개의 테마로 분류된 이집트에 관한 지식들이 채워져있다. 펼침면 기준으로 두 페이지에 하나의 주제가 담기는 구성으로 짜임새 있는 글과 제임스 데이비스의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가 가득하다.


신전에 세워지는 신상에 진지한 얼굴로 낙서하고 있는 듯한 이 장면에 웃음이 터진다. 게다가 '메롱' 하는 표정의 일러스트라니. 아이들은 그림 곳곳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금방 찾아낸다.


각 페이지의 제목은 오른쪽, 왼쪽에 세로로 나와있으며, 각 페이지마다 페이지를 구성하는 프레임 장식을 다르게 구성해놓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이는 재럴드 맥더멋의 그림책 「다시 살아난 오시리스」 를 좋아했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동물 머리를 한 이집트 신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한 일러스트들이 귀엽다. 이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나오는 동물 미라 편 등에서 다시 나온다. 개나 자칼의 모습을 한, 죽은 사람을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라던가 다리가 긴 따오기의 미라를 만들어 지혜의 신인 토트에게 바쳤다는 이야기로 연결되는 식이다. 악어는 풍요의 신인 세베크와 태양의 신인 라에게 바쳤다고 한다.


중2 역사 교과서의 밤톨군 흔적을 슬쩍 확인해았더니 「고대 이집트」 표지의 투탕카멘의 황금관도 보이고, 녀석이 동그라미 쳐놓은 피라미드, 사자의 서, 파피루스 등이 모두 똑똑 세계사 「고대 이집트」 속에도 담겨있다. 초등학교 때 배경지식을 쌓아둔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고대 이집트의 신과 신전, 삶과 예술, 건축과 발굴의 역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담겨있는 이 책을 읽으며 고대 이집트의 '거의 모든 역사' 를 만나본다. 마지막 페이지의 연표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마무리!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테마는 다른 책이나 검색을 통해 지식을 확장해보아도 좋을 듯. ( 학부모들의 흔한 농담으로 물 들어올때 노를 저어야 하므로! )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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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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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며 그리스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웠던 아이는 똑똑 세계사 시리즈의 「고대 그리스」 도 재미있어한다. 이번에도 표지부터 살핀다. 앞표지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 아테네는 특징으로 곧 알아챌 수 있고, 맨 오른쪽의 인물은 책을 읽고 나니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뒷표지에는 제우스, 트로이 목마와 메두사가 그려진 아이기스 방패, 파르테논 신전 등이 그려져 있다. 표지부터 시작해보는 책읽기 시간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신전에서부터 그리스 사람들의 삶과 예술, 철학과 전쟁의 역사까지 다루고 있는 초등세계사 책이다. 지식정보책으로서 초등 중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함께 한다. 일러스트 속 말풍선은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도 하는데, 「고대 그리스」 에서는 만화형식으로 프레임이 분리된 페이지도 등장한다.


말풍선 속의 '이집트 유행' 같은 설정에서 웃음이 난다. 같은 시리즈에 포함된 「고대 이집트」 를 자연스럽게 펼쳐보게 된다. 「고대 그리스」 의 테마 중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것도 있는데, 「고대 이집트」 에서도 이집트를 정복한 인물로 나온다. 세계사의 경우 이렇게 나라별로 비슷한 시기의 사건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연표도 들여다보게 습관화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스하면 철학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마침 타 출판사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를 아이와 함께 읽고 있었는데, 네 명의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읽을 책 목록으로 뽑아둔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이라는 뜻이다. 초등 중학년 즈음에 읽는 책들은 이렇게 관련된 책으로, 영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아이의 흥미가 어떤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똑똑 세계사 「고대 그리스」 의 테마들이 앞으로 어떤 부분의 배경지식이 될 지 교과서와도 연계해서 읽어본다. 물론 지식을 쌓는 것보다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유지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일테지만 말이다.

「고대 그리스」 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고대 로마」 편도 궁금해진다. 고대 로마는 어떤 테마를 다루고 있을까.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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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55
강용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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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이야기』에서 시작한 여정은 『발터 벤야민이 들려주는 복제이야기』를 지나 이제, 『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까지 왔다. 맥락없이 흘렀던 과정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연결하게 된 것이다. 흥미롭다. 



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강용수 지음

(주)자음과 모음


'금세기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라 불리는 캐나다 출신의 문화 비평가 마셜 맥루한(Herbv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의 생활과 감각을 얼마나 바꾸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인물이다. 

인류 역사에서 동굴 안에 모여 몸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고대의 사람들에게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여 책이 보급되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혼자 책을 읽는 것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개인주의가 생겨났다. 그 후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책보다는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 스마트폰이 생활화되는 시대를 맞이한다. 맥루한은 이 과학기술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 기술이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디어(media)의 뜻을 무엇일까. 단어의 뜻만 보면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하면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 등의 대중 매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맥루한은 미디어란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모든 것미디어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 미디어가 아닌 것들이 별로 없게 되는 셈이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주인공 우현이는 아빠와 목욕을 하면서 자신의 여자 친구 이야기와 자신이 휴대전화중독인 것 같다는 상담을 한다. 엄마에게 들었던 미디어와 맥루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며 '미디어는 몸의 확장이다' 란 말에 대해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아빠에게 묻기도 한다. 아빠는 엉뚱한 사람이이기도 했던 맥루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팔과 다리, 우리의 감각을 연장시킨 것' 이라는 주장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우리 몸을 확장해서 만든 미디어가 다시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나간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의 감각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 감각을 발전시켜 새로운 미디어를 다시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우리의 몸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인지는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 란 말도 남겼다. 맥루한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보다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느냐 하는 형시을 중요시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미디어가 달라지면  사람들은 모두 다른 내용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주인공의 아빠는 " 모든 미디어는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단다. 다시 말해서 미디어가 전달하는 것은 그 내용과는 전혀 다른 미디어 자체의 특질이라는 거야. 우리는 그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지'(p91) 라며 형식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인류의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한다. 특히 네번째 단계에서는 텔레비전이 촉각을 되살리는 매채라는 것에 주목했다. 인쇄술이 발전하던 시대에는 시각과 함께 선형성(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것)이 요구되었다면, 전자 시대의 매체에서는 촉각성(tactility)이 강조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각에서 벗어나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원시 시대로 회귀했다고 말하며 인간이 시간과 공간이 넘어 하나가 되는 세상, 즉 지구촌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첫번째 단계 :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던 원시 부족 시대, 인간은 모든 감각을 사용할 수 있다.

두번째 단계 : 문자가 발명되면서 말보다 글을 읽기 위해 눈을 사용하는 소수의 사람이 생겨나던 시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바뀐다.

세번째 단계 : 손으로 쓰던 책(필사본)을 인쇄로 찍게 되면서 큰 변화를 맞은 시대, 개인주의와 민족주의가 발전한다.

네번째 단계 : 전기 매체의 시대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의 사용이 중요해진 시대



주인공은 아빠가 빌려준 맥루한의 <맥루한과 미디어> 란 책을 읽으며 '차가운 미디어(쿨 미디어)'와 '뜨거운 미디어(핫 미디어)' 의 개념에 대해서도 배운다. 뜨거운 미디어는 고밀도로 만들어져서 자료가 충분히 충족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과 만화 중에서는 사진이 뜨거운 미디어에 속한다.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 신문등도 뜨거운 미디어에 속한다. 만화도 책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만화책에 있는 그림은 사진에 비해 정보가 적기 때문에 차가운 미디어에 속한다.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를 나누는 또 다른 기준은 참여도다. 뜨거운 미디어는 대중의 참여도가 낮고, 차가운 미디어는 대중의 참여도가 높다. 예를 들어 책은 뜨거운 미디어고, 회화는 차가운 미디어다. 책은 그 내용을 읽고 혼자 이해하면 되지만 회화는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을 종합하여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 상상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미디어는 정보에 충실하기 때문에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차가운 미디어는 능동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구분은 상대적인 것이며 뜨거운 미디어가 차가운 미디어로도 변하거나, 그 반대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와 직접 미디어를 만든다면 어떤 것을 생각할 있을지도 이야기해보고,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에도 좋다. 이미 아이에게 익숙한 '미디어' 것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보면서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 문화에 일으키는 영향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책의 부록인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나와있는 논제들을 활용하면 생각을 확장해보기에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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