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꼬마 백만장자 삐삐 (스페셜 에디션) ㅣ 로렌 차일드가 그린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2월
평점 :
삐삐의 본명이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위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티 롱스타킹’ 이라는 것을 아는가? 이를 처음 알게 된 아이는 깔깔 거린다.
꼬마 백만장자 삐삐
Pippi Langstrump Gar Ombord (1946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로렌 차일드 그림
시공주니어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삐삐. 어떤 아이들에게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를 그대로 그려냈다는 배우 잉거 닐슨의 이미지가 더욱 친숙할지도 모른다.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
오리지널 그림인 일리드 방 니만의 일러스트 또한 소설 삽화는 물론이고, 팬시나 굿즈의 이미지로 또한 마찬가지다.
일리드 방 나만 그림의 소설
각 창작물의 삐삐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뽐낸다. 로렌 차일드가 그려낸 삐삐의 모습은 더욱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특유의 패턴과 옷감을 사용한 콜라쥬가 특징적인 로렌 차일드의 일러스트는 과거의 삐삐를 현대로 소환한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삐삐의 패션에 더욱 눈이 가게 된다.
로렌 차일드의 삐삐
그나저나 어린 시절 마냥 동경하고 사랑했던 삐삐의 모습을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함께 읽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어릴때 그렇게 동경했던 자유로움이 어른의 시선으로 보니 온통 지적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다. ( 나는 괜찮지만 내 아이는 위험하다라는 심리다. ) 물론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삐삐의 아빠가 삐삐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내 모습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삐삐는 아빠가 준 금화가 여행 가방에 꽉 차있어서 혼자서도 남부럽지 않게 산다. 게다가 말을 번쩍 들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힘이 세다. ( 어른이 된 나는 이 대목에서, 힘이 세니 안전도 보장되고, 돈이 많으니 경제력도 있으니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며 딴지를 걸어본다. 부러워서 그렇다. ) 주근깨와 짝짝이 양말, 발 크기 두배의 구두, 그리고 양갈래 머리는 삐삐의 트레이드 마크다. 어른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뒤흔들고, 자기만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펼쳐 보이는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로, 성격은 자유분방하며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연극공연을 보다가 이야기를 진짜로 생각하고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 정도( 장터의 스타 삐삐 편 )로 순수하기도 하며, '시간이 있을 때는 거짓말을 하기도'(p159, 배불뚝이 선장님 편) 한다. 거짓말을 한다고 인정하는 삐삐에게 아니카는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토미는 나쁜 뜻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으라고 하는 거라며 삐삐를 두둔한다. 그런 토미에게 "넌 이따금 똑똑한 소리를 한단 말이야. 장차 위대한 사람이 될까 걱정이야" 라고 말하는 삐삐.
호랑이의 해에 감상해보는 로렌 차일드 표 호랑이. 삐삐는 이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다룬다. ( 장터의 스타 삐삐 편 )
「꼬마 백만장자 삐삐」 에는 '식인종 나라 공주', '근검절약은 나빠', '내가 나한테 보내는 편지', '멋진 아가씨가 되기 위한 조건', '장터의 스타 삐삐', '로빈슨 크루소 놀이', '배불뚝이 선장님', '이별이란?', '아니나 다를까' 의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삐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해방감과 통쾌함을 대신 맛보곤 했었다. 이제는 내 아이도 삐삐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