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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5
이상기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평점 :
그리스·로마 신화를 학습만화로 먼저 읽은 아이는 올림푸스 신들과 일부 영웅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영어 학습을 하던 중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지문이 나왔는데, 선생님께 잘 안다고 자랑했던 것과는 달리 문제는 틀렸더랬다. "아니~ 그리스·로마 신화, 다 읽었다고 하더니 이 문제는 왜 틀리는데?" 라고 선생님이 놀리셨다고. ( 그리고 그걸 또 자랑스럽게, 깔깔거리며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녀석이라니! )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청소년인문-05
이상기 지음
(주) 자음과 모음
어릴 때는 캐릭터와 줄거리 위주로 파악했을 것이 분명한 독서였기에, 청소년이 된 녀석을 위하여 이 책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를 준비한다. 이 책에는 그리스 신화 중에서 흥미롭게 여겨지는 이야기 10 가지가 실려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그리스 12신으로 헤아릴 수 있는 신들의 가계도를 통해 신화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한 뒤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신화가 가지는 속뜻을 함께 헤아려보게 하는 구성이다.
목차
1장 신의 탄생, 신들의 가계도
2장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명장 다이달로스
3장 운명이라면 피한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다 / 운명의 우편배달부 벨레로폰
4장 운명을 콤플렉스로 만들다 / 비극적 삶을 견디어낸 오이디푸스
5장 질투와 승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다 / 다행과 불행의 경계에 선 멜레아그로스
6장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 예술로 혁명을 이룬 피그말리온
7장 사람은 누구나 제 안에 꽃을 품고 있다 / 꽃이 된 남자들
8장 부족하다는 것은 도전의 원동력 /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나간 페르세우스
9장 아버지를 찾는 것은 나를 찾는 일 / 테세우스의 여정
10장 시련을 이겨낸 사랑은 힘이 세다 / 사랑을 완성한 프시케
처음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자고 했을 때 아이는 ' 왜 남의 나라 신화를 읽어야 하느냐'라는 불평을 했었다. 이에 대하여 '우리것도 모르면서 남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우리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밖에 있는 이웃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소중히 하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p9)' 라고 저자는 여는 글에서 대답한다. 더불어 나는 "네가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는 영화나 애니, 게임 들 속에 녹아있는 신화 중 하나가 그리스·로마 신화거든" 이라며, 아이에게 서양문화를 이해할 때 그리스·로마 신화를 알면 더욱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설명해주었었다.
■ 사람은 누구나 제 안에 꽃을 품고 있다.
- 꽃이 된 남자들
드라마와 영화화 되었었던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 에는 F4 가 나온다. Flower 4인방이라는 뜻인데, 그리스 신화에 먼저 꽃이 된 남자들이 나온다. 꽃에 비유되다 못해 꽃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바람꽃이 된 아도니스', '수선화가 된 나르키소스', '히아신스의 이름이 된 히아킨토스' 가 그들이다. 멋있는 청년들이었기에 신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 덕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기도 한 이들이다.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던 아름다움이 생명을 앗아간 것을 보면 아름다움이란 양날의 칼인 셈이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남의 칭송을 받고 있는 동안은, 그리고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동안은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관심도 갖지 않게 되죠. 그 결과가 이런 불행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사람은 속으로 자랑스러워하되 공연히 드러내서 스스로 질투를 부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최고라고, 드디어 내가 모든 것을 정복했다고 우쭐대다가는 어느 누구의 질투를 부를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 p167, 사람은 누구나 제 안에 꽃을 품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나 이야기들은 화가들의 단골 소재다. 검색을 해보면 많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예술가들이 상상하고 그려낸 '꽃이 된 남자들' 모습을 찾아보았다. 이 신화를 통해 유래된 용어인 '나르시시즘' 이 '자아도취'를 뜻하게 된 이유부터 바람꽃 아네모네의 꽃말이 '사랑의 괴로움'이 된 까닭까지 알게 되는 재미를 더하면서 말이다. 더불어 아이들은 어휘력까지 슬쩍 보탤 수 있기도 하다.
(좌) 사냥가는 아도니스, James Northcote / (우) 나르키소스, Caravaggio
각 장의 마무리에는 [생각 한 뼘 더 키우기] 를 통해 생각을 확장해볼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꽃이 여성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불현듯 나도 궁금해진다. )
■ 시련을 이겨낸 사랑은 힘이 세다
- 프시케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는 세계의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많이 다루는 이야기다. 한번쯤 읽게 되는 '전래'동화 전집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키누코 크래프트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으로 프뢰벨 전집 속 그림책이 남아있다. 오랫만에 꺼내어 함께 읽어본다.
책장 속 「에로스와 프시케」 (Cupid and Psyche) 그림책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에서는 이 신화를 정리하여 들려주고 있는데, 단락별로 요약한 소제목들이 눈여겨볼만 하다. '에로스, 자신의 화살에 상처를 입다', '의심의 이슬비에 젖고 말다' , '프시케, 시련과 만나다' 등의 소제목들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방법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저자에 따라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프시케의 이름의 어원을 통해 '나비가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유' 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에로스적 사랑과 아가페적 사랑을 설명하기도 한다. '사랑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련과 역경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하며 많은 사랑이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랑의 완성은 찬미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고도 전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그리스 신화는 ‘안 읽은 사람이 없지만, 읽은 사람도 없는 작품’이라고들 한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신화의 맛을 제대로 느낀 사람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후 본격적인 독서로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 나, 아폴로도스의 「신화집」 혹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등의 원전으로 확장해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