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 인류 -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리사 이오띠 지음, 이소영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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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점점 덜 사회적이 되고 점점 더 주의가 산만해지며, 우리가 누구인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행동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신경쓰지 않는다. 기억도 없고 관심도 없고 고개를 들 능력도 없으며 더 이상 인내심도, 심지어 미소도 없는 우리는 어떻게 될까? (p21)



8초 인류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8 secondi

리사 이오띠(Lisa Iotti)

미래의 창



픽션의 내러티브 형식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는 TV 장르인 다큐픽션 및 탐사보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리사 이오띠는 디지털 기기의 남용과 디지털 집착의 위협에 대하여 정신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에 대하여 골고루 살피며, 자신의 호기심을 풀기 위한 여정을 이 책  「8초 인류」 에 담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화를 내보이며 운을 떼고, 일화에서 건져낸 주제에 대하여 관련된 자료를 찾아 읽거나 전문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풀어낸다. 복잡한 이론제시나 실험결과를 통한 논증이 담긴 무거운(?) 전문서라기보다는 살짝 진중한(?) 칼럼을 읽는 느낌의 책이랄까.


개인적 일화에 대한 서술은 정경이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덕분에 얼핏 에세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저자는 로마의 한 카페에서 모든 이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의 횡포를 경험한다. 마주한 상대보다 페이스북 알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더 이상 결례로 인식되지 않는다거나, 아무 거리낌없이 삶을 전시하는 이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 삼가함의 미덕을 없앴고 그와 함께 수치심도 사라지게 만들었다.(p32) "



이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연결에 대한 기사들과 책으로부터 면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무시한 채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을 나타내는 새로운 표현을 발견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전화Phone 와 무시Snubbing 을 조합한 '퍼빙phubbing' 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퍼빙은 "사회적 배제의 한 형태"로, 퍼빙을 당할 때 "소속감, 자존감, 성취감 및 조절능력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위협"할 수 있다. 이 퍼빙의 영향이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보니 이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들과 기사들이 검색되어 한참을 인터넷에 머무르게 되기도 했다. 


모바일 기기가 우리에게 단순한 디지털 장치를 넘어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고 삶을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때론 그 무언가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가짜약이거나 잘 때 끌어안고 자는 애착인형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통해 우리의 뇌에서 활성화 되는 영역은 약물을 복용할 때와 동일하다. 이 영역은 중독에 관련된 영역이기도 하다. 게시물에 단순히 하트나 '엄지척'을 누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에 대한 저자의 사색은 어느새 거대한 신경과학 실험실 안으로 이동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읽거나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상호 작용을 좋아하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며, 우리를 사랑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 사람들을 사랑한다. '좋아요' 를 눌러주는 사람에게는 '좋아요'로 보답한다. 그것이 서로 친구임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상호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 그리고 우정, 사랑, 즐거움의 놀라운 보물상자인 이 도파민 고리( 이것을 사로잡은 것이 모든 뉴로 마케팅의 꿈이다 )는 너무나 간단하게 버튼 하나로 활성화된다. '좋아요' 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뇌는 그것을 사회적 보상으로 받아들여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우리가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이 고리는 무한히 자가재생되며 반복된다. 


- 「8초인류」, 5장 '좋아요', p177



'쾌락의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동일한 자극을 주목하고 강화하는 일부 물질이 방출되며, 쾌락의 경험은 기억에 고정되어 특정 경험과 관련된 즐거움을 기억하고, 뇌는 그 경험이 반복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도파민을 방출한다' 라는 요약은 얼마 전 읽은 「도파민네이션」 이라는 책의 내용과 맞물리기도 했다.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p65)'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집중력을 어떻게 흐트러뜨렸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만성적으로 산만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사회는 이를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 「8초인류」, 2장 '8초의 집중력',  p77




멀티태스킹에 강하다고 주장해왔던 나로서는, 멀티태스킹을 많이 할수록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실험결과를 보며 힘이 빠졌다. 사소한 일에 맞게 머리를 단련시켰고 그 결과는 사고의 뒤죽박죽이 된 것이란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 상실과 외부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도파민 중독을 만들어 뇌에 효과적으로 보상한다고!! ( 난 도파민 중독이었던가!!. )


저자가 인용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 The Mind, Explained > 도 찾아 보고 싶게 한다. 다큐 속에서 나온 사자를 만난 멧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 알람으로 긴장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이어 저자는 철학자 한병철의 문장을 발췌하고, 보르헤스의 소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 를 통해 디지털 소화불량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한다. 



기술의 참회자(whistleblowers) 라는 단어와 그들과의 인터뷰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의 디지털 집착에 주요 책임이 있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사람들, 즉 우리의 뇌를 빨아들이고 우리를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게 만들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바로 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플레이스테이션도 없는 '사원 같은 학교'(p162)에 보내고 있다는 아이러니 또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캐서린 프라이스는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에서 스마트폰은 '역기능적 관계에 있는 전형적인 파트너로, 나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나를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다. 저자는 이를 '약간의 쾌락이 깃들어 있는 자해' 라고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저자는 '장기적인 보상을 선택하고 단기적인 보상을 포기하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다시 삶의 통제권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보여주기 식이 된 과잉연결의 세상에서 나 자신의 균형과 정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게도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해결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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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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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시리즈 김은주 작가와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에서 콜라보 작업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 성별, 인종, 나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심플한 라인과 채색으로 그려낸 통찰력있는 일러스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과 그림을 엮은 그림책이자 그림 에세이  「기분 좋아지는 책」 을 독자 앞에 슬며시 내민다. 




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 최지원 옮김

허밍버드



그림책을 펼치면 검정색 선으로 그려진 흰색 인물이 자신이 작가인 '워리 라인스' 라고 밝힌다. 그 옆에는 '희망이' 란 이름의 노랑색 인물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걱정이'란 이름의 파랑색 인물이 등장한다. 이 세 명이 작가가 '당신에게 바치는' 즉, 독자에게 바치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인터넷이 아닌 책으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이 책  「기분 좋아지는 책」 에 담겼다. 작가의 출간 프로젝트 기록인 셈이다. 늘 작가의 창의력을 마비시키는 근원이었다는 '불안'은 이번 출간 프로젝트에서도 덮쳐온다. 작가는 심리상담사의 조언대로 이 불안감을 형상화하여 의인화를 시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 속에 '걱정이' 가 태어났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워리 라인스는 걱정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책을 구상하는 초반부터 걱정이는 온갖 걱정을 늘어놓는다. 기회에는 절망과 좌절이 뒤따른다느니, 네가 쓴 책을 읽고 할 사람이 존재하겠냐느니 딴지를 걸어댄다. 워리 라인스는 우선 [헌사 목록]부터 작성하기로 한다. '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 라는 녹색 테두리의 페이지들에는 용감한 걱정꾼에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 나일지도 )에게도, 깜빡깜빡하는 사람( 또 나일지도? ) 들이 소환되어 있다. 단순한 라인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인물의 유머스러운 몸짓과  곁들여진 위트있는 단어들에 웃음이 터진다. 



 


걱정이와 계속 대결하는 워리 라인스. 걱정이는 작가의 [생각에 관한 그림] 원고를 살펴봐주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파란색 테두리의 페이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들이다. 인스타의 한 컷에 올라와있음직한 일러스트들이 한 페이지씩 펼쳐진다. 한 페이지마다 그려진 '생각에 관한 그림' 들에는 각자의 제목들 또한 붙어있다. '생각의 생태계'란 제목의 페이지는 의식적 사고와 무의식적 사고를 표현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이 되는 한 컷이라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빨강 테두리의 페이지에 [감정에 관한 그림] 이 이어진다. '일어나서, 옷을 입고, 스트레스 받고, 우울감에 빠진다' 란 문장의 페이지에서 헛웃음 한번 짓고, '좁아지는 시야' 란 제목의 페이지의 터널 속 장면에서 쓴웃음을 지어보게 되기도 한다. 내게도 이른바 '웃픈' 장면들로 다가오는 그림들이 여럿 있었다.


갈피를 못잡는 워리 라인스. ( 물론 걱정이가 갈피를 못잡는 것이겠지만 )에게 파랑 테두리 페이지의 [걱정에 관한 그림] 을 그린 노트가 열린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자각하고, 존재적 불안에 압도당하기' 라거나, 걱정에 관한 네 가지 선택지는 '싸운다'(빨강) 거나 '도망친다'(노랑) 거나 '얼어붙는다'(파랑) 거나 이 세가지 색을 모두 포함한 일러스트의 '지랄발광한다' 라는 생각.  걱정에 관한 그림을 보며 걱정이는 매우 좋아한다. 워리 라인스가 네가 좋아서 그린 게 아니라 어떻게든 널 없애고 싶어서 연구해본 거라는 말에 잠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활기를 되찾는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걱정이 넌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 


p135




작가가 걱정이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어느새 100여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드디어 [공감에 관한 페이지] 는 걱정이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그때 등장하는 커다란 검정 인영(人影). 그건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종된 종족인 줄 알았던 '독자'!!!! ( 나도 언제 멸종했었던가? ) "조심해야 해. 독자는 눈으로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희귀종이라고 들었어." 라고 서로 속삭이며 독자를 신경쓰던 그들은 슬쩍 [사랑에 관한 그림] , [희망에 관한 그림] 을 내민다. 그리고 첫 페이지 이후 실종된 희망이를 함께 찾아줄 수 있겠느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듣고, 독자들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조금은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


혹시 저처럼 가끔씩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저 몇 페이지 뒤에 가있는 것 뿐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아. 이 한 문장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책의 제목이 완성된 순간이다. 독자로서의 내게 「기분이 좋아지는 책」 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생각과 감정, 걱정, 공감에 대한 삶의 모습을 위트있는 일러스트와 희망찬 나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매료되버리게 되기도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되어 작가와 차 한잔 앞에 두고 수다를 떨며 후련하게 감정을 털어낸 기분이다. 작가가 '당신을 위한 책(This book is for you)' 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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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적 디자인
이드리스 무티 지음, 현호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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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이나 신제품의 개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우수성이 입증된 디자인 씽킹에 대하여 저자는 비즈니스와 디자인의 교집합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포괄적인 개념보다는 컨설팅 측면에서 실제 적용될 방법론적 절차(프로세스)를 먼저 접했다. 아이데오(IDEO)의 6단계 디자인씽킹 프로세스, 스탠포드대학교 D스쿨의 5단계 디자인씽킹 프로세스 등 4~7단계로 제시되는 프로세스를 테일러링하고, 이에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기반의 절차 등이 함께 적용된 프로세스를 실무에 적용해보며 사람의 '니즈'를 깊이 '공감'하여 비즈니스화 하는 방법론이자 도구라고 배웠다. 이는 이성보다는 감성, 분석보다는 공감에 가까우며 고객의 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와 니즈를 포착하여 반복적 실행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라고 외웠다. ( 이해한 것이 아니라 외웠다.. 라는 것이 포인트... )

이렇게 막연하게 아이디어 발상법이나 디자인 과정 혹은 도구로서만 이해했던 디자인 씽킹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더욱 폭넓게 다시 이해하게 되는 중이다.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스쿨이 기업 경영자들을 위해 개설한 디자인 씽킹 프로그램을 책으로 배울 수 있도록 재구성한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디자인 씽킹은 비즈니스와 예술, 시스템과 혼란, 직관과 논리, 콘셉트와 실행, 재미와 형식, 그리고 통제와 권한 사이에서 마법과 같은 균형을 찾아내는 것'(p66) 이기에 전략적 혁신에 대한 인간 중심 접근법의 프레임워크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 프로세스보다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면한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프레임워크, 업무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비즈니스 디자인' 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 없는 미래의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과 기존의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리디자인하는 것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통계적 접근이나 재무적 지표를 통해 비즈니스 현안에 접근했다면, 디자인 씽킹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대상을 파악한다. 이는 사용자 경험 분석에 관한 학습과 경험이 축적되면 더욱 좋다고.

1장과 2장에서 디자인 씽킹에 대해 풀어 소개한 후, 3장에서 경영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씽킹을 상세히 풀어내는데, 디자인 씽킹 활용에 필요한 비즈니스와의 교차점과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생각의 기준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내용은 직관적이고, 내용을 담고 있는 페이지의 편집은 감각적이라 더욱 눈에 들어오며 집중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씽킹 솔루션을 비즈니스의 도전과 연결시킨 4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 도전과제로서의 '표준화' 를 디자인 씽킹 솔루션에서 '인간화' 로 매핑한다. 이 '표준화'란 것은 효율화를 추구하는 대신 자칫 혁신의 적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는 부분이지 않던가. "인간다움의 본질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며 '디자인 씽킹을 하는 이들은 회사나 파트너, 브랜드 대표, 그리고 최종 고객과 상의하는 방식으로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대화하도록 장려'해야한다고 설명한다. 디자인 씽커들은, 제품 혹은 서비스나 브랜드의 결과로 나타나는 심오한 순간으로, 그러한 감정들을 격려하고 키우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지점에도 민감해야 한다고 전한다. 훌륭한 디자인은 고객경험에 있어 더욱 부드럽고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측면들에 유리하도록 표준화를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조직에 디자인 씽킹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풀어낸다. 이를 위해 우선 전략과 기획이 무엇이 다른지 여러 측면으로 설명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서두를 열고, 현재의 문제점과 여러가지 미래의 도전과제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장기적 기획에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적용하는 법, 비즈니스의 핵심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씽킹 전략 등에 대한 힌트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해보게 되는 책이다. 조직들이 디자인의 원리들을 내재화하는 법을 실용적으로 설명하여 전통적으로 일하는 방식 뒤에 숨겨져 있던 기회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게 해주는 등, '디자인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디자인 씽킹 기반 비즈니스 혁신의 주도자'로 이끄는 책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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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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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회(2003년 하반기) 나오키상 수상작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를 펼친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1891~1934)의 업적을 기려, 대중 문학(순수문학과 대칭되는 의미의)의 신인에게 주는 상이다. 원래는 신인상이었으나, 지금은 신인상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중견 작가의 수상이 많다. 



세련된 표현으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어 반갑기도 한 시간.



울 준비는 되어 있다

號泣する準備はできていた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작품에 대하여 ‘단편집이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주머니’라고 전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는 2003년 발표한 12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별이 남기는 아쉬움과 슬픔, 관계의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그린 단편들은 사랑의 끝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맛 사탕으로 모아져 담겨있다.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라고 독백하는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의 나츠메는 시어머니인 시츠코와 해마다 가는 온천 여행을 떠난다. 여행동안 나츠메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루이를 떠올린다. 사랑에 빠졌었고, 그 사랑에 자기를 잃어버릴 만큼 애를 태웠고, 그리고 이제는 그 사랑이 떠났다는 것을 생각한다. 남편이 아닌 다른 이를 떠올리는 여행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아들이자, 나츠메의 남편인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를 계속 이야기하고, 나츠메는 '가슴 속에는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데, 이렇게 시즈코와 둘이 바다를 보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었다.(p118)' 라고 생각한다. 홀로 밤바다를 바라보며 '루이를 잃었고, 그보다 오래전에 남편을 잃었다(p123)' 이라는 마지막 독백은 큰 여운을 남긴다.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사랑은 서글프다. 



우리가 읽었던 동화들은 서로 사랑했던 이들이 결혼하면서 끝이 난다. 그렇기에 어릴 적에는 사랑의 완성은 결혼인 줄 알았다. 결혼하면 다들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애틋하고 불타오르던 사랑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혼하기로 한 시호와 히로키 부부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히로키 부모의 집을 방문한다. 이혼하기로 했기에 이미 마음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시호는 시댁 식구들과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히로키에게 그들이 지긋지긋 했다고 터놓는다. 시호가 남편에게 이어 이야기하는 말들은 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 (p88)


우리는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 단편 <골>



어느 순간 중요한 무언가를 잃었지만 울지 않는 이들.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한 감정들을 꾹꾹 누른채 생을 지속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들을 떠올렸는데 작가 또한 사강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인간 모두가 자기 의지대로 커다란 몸짓으로, 자기 인생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렷하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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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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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이 철학서와 소설을 함께 수록하여 '죽음' 이라는 주제로 직접 비교해 읽어보며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을 읽어본다.  



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플라톤, 프란츠카프카

스타북스



B.C.399년, 소크라테스는 신을 부인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아테네 정부로부터 고소당했으며, 자신의 사상을 버리거나, 독약을 마시고 죽는 사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은 당시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과 전체 아테네 인들을 향해 한 연설을 제자인 플라톤이 재구성한 책이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선택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만일 당신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죽느냐 사느냐의 위험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일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선한 사람이 할 일인가, 악한 사람이 할 일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049



소크라테스는 트로이 전쟁에서의 죽은 영웅들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냐며 반론하면서, 아킬레우스의 예를 든다.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살게 될까 걱정하였던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원수를 갚고 곧바로 죽임을 당해도 좋습니다. 살아남아 땅 위의 짐이 되어 뱃머리가 굽은 배에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어떤 자리에 있든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욕 외에는 다른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여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죽음을 두려워한 내가 신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지혜가 없는데도 지혜로운 자를 가장한다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자로 마땅히 법정에서 소송을 받아야 옳은 줄 알겠습니다. 나는 신탁을 믿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지혜가 없으면서도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죽음을 알지 못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의미에서 죽음은 최대의 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이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죄악 중 최대의 죄악이라 믿고 있습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지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일반 사람들과 이 점 역시 같지 않을 것이므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저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점일 것입니다. (...) 따라서 나는 세상에서 악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선할지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을 것 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대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신념을 지키고, 시민 상호 간의 합의된 약속인 법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하는 의무도 이행한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사실 카프카의 작품에서 죽음에 관한 주제를 건져올리려면 「변신」 한 권 만으로는 어려운 감이 있다.  「변신」 에서의 죽음은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가 죽는 결말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는 죽음만이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곤 한다. 죽음, 존재의 불안, 운명의 부조리성은 카프카의 문학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들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죽음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적기도 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란 제목으로 더욱 알려진 카프카의 편지글 문장인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의 의미 속에 또한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했던 카프카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큰 고통을 가져다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으로부터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과 같은 느낌을 주는”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표면적으로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생겼던 상처가 심해져서 죽는다. 그러나 타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레고르 스스로가 죽음을 받아들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스스로의 존재를 지운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조차 경제적 이해타산이 얽히면 그 관계가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비판을 담았다고 해석되면서  「변신」 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소설로도 읽혀지고 있다. 가족과 직장으로부터 외면당한 한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벼랑에서 삶을 놓아버린 듯한 결말... 이런 그레고르의 모습은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살고 있을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문득 '인간이란 무엇으로 사는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란 질문이 연이어 떠오르기도 한다. 작품 속 죽음을 분석하며 삶을 생각하게 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책을 지원받고 읽은 후 직접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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