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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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장편소설

열린책들



심장병이 악화되어 죽음이 가까워지자,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은 한 철도 공무원이 등장한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하나씩 삶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유년기와 학창시절, 대학을 중퇴하고 철도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때와 결혼, 가정 생활이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된다. 매우 일반적이고 큰 우여곡절은 없는, 주변에서 다들 경험했음직한 인생 궤적이 펼쳐진다.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그런데 주인공의 내면에서 또 다른 자아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정말 평범한 인생이냐고. 주인공은 자신이 써놓은 것들이 온전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는 독자에게도 인간의 삶이란 결코 겉으로 보이는 평범함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대체 얼마나 많은 경우의 인생이 있었던 건가. 넷, 다섯, 여섯, 여덟? 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삶이 있었다. 내게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고, 조금 더 맑은 정신이 든다면 일련의 또 다른 삶들을 발견하게 되겠지. (...) 다른 상황이 주어졌더라면 내게서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영위했을 수도 있다.


주인공은 다시 생을 되짚어간다. 앞에서 묘사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다른 시선에서 표현된다. 그는 스스로에게 평범한 인간, 억척스러운 인간, 우울증 환자 라는 자아들이 있었음을 깨닫고, 계속해서 자신도 알지 못했던 다른 자아들을 마주한다. 때로는 낭만주이자가, 때로는 영웅적인 자아가 등장하는 식이다.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내면에 존재하며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다중인격이나 정신분열이 아닌 '평범'한 일이지 않을까. 나 또한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자아가 공존한다. 가끔 난 스스로에게 '카멜레온 같은' 이란 수식어를 붙이고는 했으니 말이다. 


인생은 여러 상이하고 가능한 삶들의 집합이며, 그중에서 단지 하나 또는 몇 개만이 실현되는 반면, 다른 삶들은 단편으로서나 가끔 발현되든지,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은 또한 자기 내면의 모든 자아들은 다 어떤 순간을 계기로 어떤 사람의 영향으로 생겨난 경우들이라는 것 또한 깨닫는다. 나와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되뇌이기도 하고, 그 많은 자아들을 조상들의 흔적과 연결시켜 보기도 한다. 즉 ‘나’라는 한 사람은 단독자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상들의 일부의 총합 혹은 그것들이 여러 조합으로 모인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네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걸 잘 보라. 주의를 기울여 보면 그 각각의 속에서 네 자신의 일부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놀랍게도 너의 이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어쩌면 우리 각자는 세대에서 세대를 통해 불어나는 사람들의 총합인지 모른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이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내면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다시 타인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평범해 보이는 하나의 삶에 숨겨져 있는 다양하고 섬세한 면면들이 새삼 놀랍다.


'내면의 모든 존재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곧 타인을 관찰하는 것이다.' 라는 것은 카렐 차페크가 다른 작품에서도 강조하는 휴머니즘이다. 「평범한 인생」 이 카렐 차페크 작품 들 중 휴머니즘의 정수라고 말해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면이 아닐까. ‘나’ 혼자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으며 모두가 ‘우리’ 라는 것.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무수히 많은 자아들로 이루어졌으며 그 자아들은 사람들끼리 서로 비슷한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평범하다' 는 뜻은 어떤 뜻일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예사롭다.(흔히 있을 만하다.)' 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대나 문화에 따라 평범함이란 정의는 달라지지 않던가.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평범한 인생' 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다른 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 또한 완성되어가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인공의 입을 빌어 전하는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평범한 인생이고 우리 모두의 인생이라고 외치는 듯 하다. 



「평범한 인생」 은 「호르두발」, 「별똥별」 에 이은 차페크의 ‘철학 3부작’ 소설의 마지막 작품이며, 세 소설은 각자 독립적인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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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봄호 - 73호
공원국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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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 봄호, 통권 73호

나비클럽



미스터리 문학 전문 잡지 「계간 미스터리」 가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했다. 미스터리라는 단일 장르의 잡지가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20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다. 다양한 OTT 서비스 채널을 통해 여러 컨텐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여러 컨텐츠의 원작이 되기도 하는 장르소설에 대한 호기심과 친숙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K-드라마, K-웹툰 뿐만 아니라 이제 K-미스터리 또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길에는 수준 높은 한국 추리문학을 즐길 수 있는  「계간 미스터리」 가 함께 하고 있다. 



이번 봄호에서는 특집으로 <세계 속의 한국 추리 소설> 편으로 한류의 다음 물결로 장르문학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 해외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 사례들이 제시되면서, 앞으로 한국 미스터리가 매혹시켜야 할 대상은 세계 출판시장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 특집  <황세연을 읽다> 는 '지독한'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자신의 '철두철미한' 변증법적 사고의 여과지를 통과한 단어들을 흩뿌려놓는다는 추리소설 작가 황세연에 대한 작가론이다. 또한 작가론에 나온 이야기들을 확인해볼 수 있는 특집 <내가 죽인 남자> 가 수록되어 있다. 작가론과 함께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 단편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계간 미스터리」 는 매 호마다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추리와 그 하위 장르의 중단편 작품이 대상이다. 이번 호의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은 최필원 작가의 <바그다드>가 수상했다. '이국적인 배경을 담고 있으며 인종차별, 군대 내 폭력이라는 주제 의식이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물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없어 미스터리한 요소가 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현실적인 주제와 디테일한 전투 장면 묘사, 안정된 문장과 범인의 심리 묘사를 활용해서 서술 트릭을 펼쳐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라는 심사평 또한 이어진다. 기울어진 글씨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루다가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지며 범인이 밝혀진다. 심사평에서 언급한 서술 트릭은 '의도적으로 편향된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고의적으로 정보를 오인하도록 만드는 수법' 인데, 나 또한 1인칭 서술의 범인이 소설의 배경인 이라크의 반군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빌어먹을 양키 놈들. 내가 오늘 다 쓸어버리겠어' 라고 나오니 그럴 수 밖에! 



기성작가의 작품으로는 홍정기 작가의 <무구한 살의>, 박상민 작가의 <무고한 표적>, 박소해 작가의 <겨울이 없는 나라>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가 흥미롭게 읽혔는데, 문화평론가 박인성의 〈하드보일드와 느와르, 내면의 분투 혹은 후까시로의 승화〉 에서 하드보일드라는 이 미스터리의 하위장르가 어떻게 ‘개인’과의 대결을 ‘도시’로 확장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하드보일드는 이미지 중심으로 특정한 정서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집중한다. (...) 하드보일드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개인 범죄자의 정체를 백주대낮에 명명백백 밝혀내는 장르가 아니라, 도시의 어둠 자체를 응시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는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비일상과 비이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도 일상적인 도시의 단면이자 현대사회의 명백한 일부분이다. 범죄는 개인의 비이성과 혼란 때문에 생겨나는 거싱 아니라 전체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시대적 현상이자 사회 구조적 변화의 결과물이다. 


- p350



미스터리 신간에 대한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들의 한줄평도 꼼꼼히 훑어본다. 읽었던 책들에 대해서 다른 이의 시선을 느껴보며 반가워하고,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한 한줄평을 읽어보며 호기심이 이는 책들을 메모해보기도 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2035 SF 미스터리」 에 대한 궁금함이 가장 크게 쌓이기도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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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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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파수꾼』 는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는 45세의 도로시 시모어와 그녀의 차에 치인 아름다운 청년 루이스의 기묘한 동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에 흔히 나타나는 환각제(LSD), 위스키, 경주용 고급자동차, 파티 등의 소재들은 여전히 등장한다. 사강은 일부러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비난하는 것들만 골라 썼다고도 한다. 40대의 주인공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젊은 여주인공이 나왔던 전작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음의 파수꾼

Le garde du coeur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도로시와 그녀의 연인인 영화사 대표 40세의 폴이 함께 탄 차에 어느 날 루이스란 이름의 한 젊은 청년이 LSD에 취해 뛰어든다. 루이스를 보살피기 위해 도로시는 루이스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의무로 시작한 이 관계에 점점 미묘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약혼을 생각해보고 있는 연인도 있고 나름의 사회적 성공도 이룬 40대 여성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내보이는 청년이라니. 그러나 그 둘 사이에 성적인 관계는 없다. 젊음을 유지하면서도 나이와 세월을 의식하는 도로시와 그녀와의 정신적 사랑을 갈망하는 20대 젊은 남자 루이스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다. 


나는 그가 사랑에 대해 정말이지 이상한 개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의 개념은 지금껏 내가 상상해온 개념들과 닮은 데가 전혀 없었다. 그가 가진 사랑의 개념에는 배타성이 개입되어 있었다. 


- p145




마치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각인하고 따라다니듯, 루이스는 도로시에게 집착한다. 그 집착의 끝은 도로시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사랑이란 미명하에 살인을 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루이스의 이 일그러진 표현은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극단적 상황에 몰린 이들 주인공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도로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살인의 공범자가 된 것 같은 느낌에 괴로워한다. 


도덕관념이란 기묘한 것이어서, 지나치게 유동적인 경향이 있다. 나는 죽기 전까지 굳건한 도덕관념을 결코 형성할 수 없을 것 같다. 


- p141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이 청년은 최고의 팜므 파탈인 도로시 시모어의 품안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완벽한 시민이었다. 도로시 시모어가 그를 네 번이나 살인으로 몰아넣었다. 당황스러운 사실이었다. 


- p159




다른 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바랐지만 순수한 선의로 자신을 대한 사람은 도로시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도로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루이스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맹목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처음에는 이 둘의 관계를엄마와 아들의 관계처럼도 생각해 보게도 되었으나, 루이스가 도로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도로시가 루이스를 '아들'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전에 당신에게 말했잖아요, 도로시. 당신을 알기 전에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고 외로웠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그걸 보호하려고 할 뿐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 p163



 『마음의 파수꾼』 에서는 이야기의 진행과는 별도로 나는 사강 특유의 통찰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더욱 많이 발견하고 밑줄을 그어둔다. "다음 날인 월요일이면 우리는 보수를 받는 정확하고 일상적인 일의 세계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잠을 자게 해주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른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세계로 돌아갈 터였다. 그러나 제기랄, 나는 때때로 삶과 그 연쇄적인 순환의 고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그건 우스꽝스러웠다. 내가 그래왔듯이,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p87) 라던가 "삶이 내손안에서 빠져나가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같은 표현들. 이런 문장에서 문득 첫 소설 이후 나이가 든 사강의 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이 1968년에 나왔으니, 1935년에 태어난 사강은 33살 즈음에  『마음의 파수꾼』 을 발표한 셈이다. ( 물론 그래도 책 속 여주인공보다는 열 살 정도 어리지만 )



루이스는 도로시의 도움으로 영화배우로 성공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로시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도로시, 폴, 루이스의 기묘한 동거로 이야기를 맺는다. 국내에서는 『마음의 파수꾼』 을 원작으로 하여 1992년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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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UX 라이팅 - 사용자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작성법
토레이 파드마저스키 지음, 김경애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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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 대하여 '마케팅 전문가, 테크니컬 라이터,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오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 하나의 직종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라고 단언한다.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난 저자가 말한 역할 중 적어도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읽는 책은 더욱 꼼꼼하게 읽게 된다.  




전략적 UX 라이팅

사용자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작성법

토레이 파드마저스키 지음, 김경애 옮김, 현호영 감수

유엑스리뷰



UX 라이팅은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UX 에 쓰이는 표현, 즉 타이틀, 버튼, 라벨, 지시, 설명, 알림, 경고, 컨트롤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용자가 확신을 가지고 다음 단계 경험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설치 정보, 첫 실행 경험, 하우투 how-to 콘텐츠도 여기 포함된다. 표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우리는 표현을 어떻게 선택할까? 그리고 표현이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략적 UX 라이팅』 은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여 조직이 사용자를 얻고, 관계를 맺고 지원하며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또한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전반에서 통일된 보이스를 체계화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정리해놓고 있다.  공통된 UX 텍스트 패턴을 적용하여 누구나 쉽게 UX 라이팅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UX 콘텐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4장의 UI 에 관련된 요소별로 UX 텍스트 패턴을 적용해보는 장은 실무에 매우 유용하다. 타이틀, 라벨, 컨트롤, 텍스트 입력 필드에서부터 알림과 에러 메시지까지 아우르며 실제 사례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5장의 편집에 관한 장 또한 내게 매우 유용했다. 편집은 텍스트가 목적에 맞고, 간결하며, 구어체이고, 경험 사용자에게 분명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반복해 수정하는 과정이다. 


텍스트는 다음의 4가지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 


· 목적성 Purposeful

· 간결성 Concise

· 대화성 Conversational

· 명료성 Clear



라이팅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UX라이터는 경험을 사용할 사용자의 목표와 경험을 제공하는 조직의 목표부터 정의해야 한다. TAPP 이라는 시스템을 예시로 하여, 한 알림을 통해 목적성이 분명한 텍스트로 수정해가는 과정은 여느 시스템의 개발, 혹은 개선 과정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조직의 목표와 메시지가 사용자의 경험과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지불 방법이 만료되었습니다' 라는 알림이 충족해야 할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계속 탑승하려면 신용카드 만료일을 업데이트하세요' 라던가 '월 정기권의 지불 방법을 업데이트하세요' 라는 등의 알림이 확실히 더욱 직관적이고 사용자를 움직이게 만든다. 거기에 더하여 보이스( 콘텐츠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겪은 경험과 관련된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특징들의 집합, p30 ) 콘셉트를 추출한 예시 또한 유용하다. 그에 따라 '지불 방법이 만료되었습니다. 업데이트하고 제시간에 도착하세요' 라는 수정이 가능해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라도 지불방법을 업데이트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자는 아미크로소프트 애저 Microsoft Azure, 데브옵스 DevOps, 지라 Jira, 트렐로 Trello 같은 워크 아이템, 버그, 티켓을 트래킹하는 시스템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하면서, 툴이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며 기술팀, 디자인팀, 지원팀, UX 콘텐츠팀이 동일 시스템을 사용하며 업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툴은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있다. 



구글의 첫 UX 콘텐츠 전략가로서 활동하는 저자는 UX 콘텐츠가 왜 중요한지,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와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해 경험을 나눈다. UX 콘텐츠를 창조하는 저자의 체계와 툴, 방법을 읽다보면 '사람들을 돕는 경험을 만드는' 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솟는 것 같다. UX 에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 뿐만아니라 디자인, 비즈니스, 법률, 기술, 제품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건전하고, 창의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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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 M&A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방송문화진흥총서 218
이창훈 지음 / 넥서스BIZ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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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이창훈 지음

넥서스BIZ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미디어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라는 파괴적 혁신 기업들에 맞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전쟁을 Part 1에서 Part 3에 걸쳐 다룬다.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이 어떤 위기를 맞이했었고,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해 나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자세히 분석해주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구축해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끊임없이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더 많은 트래픽과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선순환을 이루었다. 유튜브의 광고 수익은 한국 방송 산업 전체보다 크다고 한다. 이제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가 어디까지 확장하고 레거시 미디어 업계를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 것인지 또한 미디어 업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 또한 그렇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92개 기업 중 46개가 경쟁 기업이라는 분석이 있다.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 인수를 통해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였고 넥스트스톱(Nextstop), 고왈라(Gowalla), 벨루가(Beluga), 라이트박스(Lightbox) 같은 경쟁 서비스는 사들여 제거해 버렸다. 적수가 없는 SNS제국 페이스북의 행보 또한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새롭게 열릴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독과점을 꿈꾸고 있다니 살짝 질리기도 한다. 메타버스 세상을 페이스북은 어떻게 장악해나가려는가. 


Part 5와 Part 6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대응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도 미디어 공룡이 되지 못하면 글로벌 미디어 공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하는 저자는 한국의 미디어 공룡을 꿈꾸는 CJ ENM와 통신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사례를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동향이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라인과 제페토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그동안 글로벌 진출에 성과를 내지 못했었는데, 최근 게임과 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슈퍼 IP 유니버스 프로젝트' 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에 대해 먼저 살핀 저자는 이제 시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공할지,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 미디어 공룡의 전철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한다. 



저자는 또한 어느 기업이 미디어 공룡에 등극하고, 또 밀려나게 될지, 여기에 미디어 산업의 경쟁 구도는 어떻게 재편될 지 예측해 보고 있기도 하다. 기업합병 사례에 있어 AT&T나 타임워너, 바이어컴CBS처럼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로 돌아간 나쁜 사례와 아직 결과를 명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디즈니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매우 흥미롭다. 비싼 몸값의 폭스를 인수한 효과는 디즈니+ 의 목표달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니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듯 하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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