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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2 (일러스트 특별판) - 단 하나의 마음 ㅣ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2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어둠이 빛을 삼키면,
어둠은 사라지고 너는 나를 잊으리라
아리석을 없애고자 했던 그라우잠이 루나에게 건넨 쪽지에 쓰인 메모. 빛과 나란히 할 수 없었던 존재들의 운명이 서글픈 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라우잠은 어떤 생명체던가.
고양이달
단 하나의 마음
박영주 글, 김다혜 그림
아띠봄
과거에 우주의 해적 크루델들이 어둠별을 침공하여 별의 주인인 그라우잠을 몰아냈다. 평소 음침하고 우울한 기질 때문에 이웃별과 교류 없이 살았던 그들을 받아주는 별이 없었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금세 쫒겨나는 것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더 굳게 닫아버린 그라우잠들은 우연찮게 아리별에 흘러들어 왔고, 몸도 마음도 지친 나머지 아리별에서 숨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유일한 인물이 루나였다.
2권 초반, 루나와 그라우잠의 모습
2권의 초반, 루나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던 그라우잠의 이야기는, 2권의 후반에서 다시 톱니바퀴가 맞물린다. 아리별 사람들은 그라우잠이 아리석을 빼앗고 아리별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한 번이라도 루나를 다시보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지하세계의 땅장군들이 부르는 남색의 노래 가사는 아리별의 짝인 그림자별의 주인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그라우잠의 상황과도 미묘히 맞물리며 여운을 남긴다.
깊은 밤 지나
오늘 밤도 무사히 지나
나 그대에게 줄 선물을 고이 다듬네
그대 내게 오는 사이 잃어 버릴까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지고
그대에게 전할 날만 기다리네
- p325, 남색의 노래 중에서
집으로 돌아온 노아는 링고에게도 간다. 그리고 링고에게 운명을 믿냐고 묻는다. 링고의 대답을 들으며 곧바로 밑줄을 친다. 「고양이달」 속의 철학자는 링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운명을 믿어, 단 내가 믿는 운명은 누군가의 삶 전체를 쥐고 흔들 만한 그런 초월적인 힘은 아니야. (...)
일기장 같은 거? 내가 오늘 한 선택과 그로 인한 경험이 차곡차곡 기록된 일기장.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고, 오늘은 어제,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니 어제의 나를 보면 오늘의 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잖니. 그런 걸 두고 정해진 운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사실은 과거의 내가 정해 놓은 미래인 줄도 모르고, 우주에 존재하는 별과 생명이 무수히 많은데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해도 모두의 미래를 일일이 정해 놓을 수는 없잖니.
결국 운명이란 건 지금껏 자신이 해 온 선택의 결과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구나.
- p328, 아리석의 전설 편, 링고의 말 중에서
아리별의 운명의 상대는 따로 있다는 말에 계속 슬퍼하는 노아에게 링고는 커다란 조언을 남긴다. 링고 또한 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기에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선택받는 건 아니란다. 네가 선택했다 해도 상대는 아닐 수 있어. 그건 그 사람이 결정할 일이니까.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잖니?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되, 넌 너대로 그 선택을 이어 가면 돼
- p329, 아리석의 전설 편, 링고의 말 중에서
마레를 좋아하는 노아, 노아를 좋아하는 모나, 그리고 모나에게 마음이 빚이 있는 마레.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