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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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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면에 적힌 한줄평들 중 <뉴욕저널오브북스> 는 이렇게 말했다. '요 네스뵈가 그리는 세상은 황폐하거나 곧 황폐해진다. 그는 자비라곤 없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라고 말이다. 후반부를 읽는 지금 이 문장에 절절히 공감한다.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렇게 독자를 휘몰아치다니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모임에서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결은 다르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를 읽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기도 했다. 


오프가르 농장, 작은 집, 헛간 하나, 외곽의 벌판 몇 군데, 저게 도대체 뭐람? 네 글자로 된 이름, 식구 중 두명이 살아남은 집안의 성(姓). 다른 걸 모두 떼어냈을 때,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천 년동안 가족이 협동의 단위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에? 그래, 그렇지. 아니면 단순히 실용적인 이유 외에 또 다른 것이 있는가? 부모, 형제, 자매를 하나로 묶어주는 뭔가가 핏속에 있는 건가? 사람은 신선한 공기와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두가지가 없어도 절대 살아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는 것. 나는 그것을 느꼈다.

-p734


아. 정말 가족이란 무엇인가. 주인공 로위는 정말 징글징글할 듯... <커커스리뷰>의 한줄평도 옮겨둘 수 밖에 없다. '단란한 가족과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환상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가 철저하게 깨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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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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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다. “



Part2 의 제목은 ‘돈’ 이다. 파트는 또한 ‘투자자’, ‘광고업자’ 의 두가지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골드러시 시대 같은 인터넷 업계의 현재 분위기 때문에라도 인터넷 스타트업 중 상당수는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최대한 빨리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p152)


이렇게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면, 결국 회사 지분의 대부분이 투자자에게 넘어가게 되고,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받게 되면,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거두어야 하는 압박 때문이라도 사생활을 침해하는 맞춤형 광고 등 인터넷의 유해한 면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은 신원 정보와 결제 정보가 중앙집중화된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이 신원 정보와 결제 정보는 온라인 세상의 권력과 지배력(그리고 물론 돈) 을 한 곳으로 모으는 큰 힘이라는 것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결국 이런 정보들을 가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라고 주장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기술 도입을 옹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구상의 다른 슈퍼컴퓨터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들고 다니게 되면서, 사람이 거대 인터넷 기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눈여겨보게 되는 지점이다.


아이폰은 완벽한 슈퍼컴퓨터입니다. (…) 우리가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순간부터 그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같은 앱 제작자를 위해 일합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세계의 다른 모든 슈퍼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는, 엄지 손가락과 두 귀 사이의 생체 컴퓨터만 남은 존재가 됩니다.


- p173


문득 디스토피아 소설 <뉴로맨서>의 세계관도 떠오르고,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또한 맞물리면서 소름이 돋는다. 아직은 데이터만 종속되고 있지만 상상 속 일들이 또한 멀지 않은 미래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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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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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 공격이란,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이 미처 막지 못한 틈, 집으로 예를 들면 잠그지 않은 문이나 창문의 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말한다. "



온라인 세상은 국가, 기업, 해커, 일반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끊이지 않는 분쟁으로 가득차있다. 


온라인 시대를 사는 시민들은 누군가(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광고업자, 그리고 어쩌면 정부)가 자신을 감시하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있다. 그러다보니 개인정보침해에 대한 고발이 이어져도 "또..." 라고 반응하며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미국 NSA와 영국 정보통신본부는 ‘널리 쓰이는 인터넷 암호화 프로토콜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시도’ 한 끝에 ‘대량의 암호화된 인터넷 데이터를 … 열람 가능한 형태로’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p246) 그리고 이 사실에 대해 보도금지 요청을 했다고 한다. '도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할 경찰이 모든 건물의 잠금장치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바로잡기는커녕 잠금장치를 더 약화시키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인터넷은 평화와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21세기 전쟁의 최전선은 인터넷이고, 이 전쟁터에서 정부는 무법적이고 위험한 방식을 선호나는 태도를 보여왔다. 어쩌면 이는 원래 미국 공무원과 학자들로 이루어진 닫힌 네트워크였던 인터넷이, 괴짜들이 모인 비주류 네트워크로, 그리고 자본주의의 밝게 빛나는 희망으로, 그러다 갑자기 사회의 핵심 기반시설로 너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이처럼 빠르게 모습을 바꾸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에 무관심했고, 미래를 내다본 사람은 더더욱 적었다. 

- p268


사생활을 지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없고, 큰 기업과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한 세상, 이것이 광고자본주의가 만든 세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비슷한 무력감에 물들어있을 것 같다. 아니 이미 물들어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는 것일까. 저자의 결론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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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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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랑이라는 게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분이 나타났네요." (...)


"뭐,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요. " 섀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가장 편안한 생존 전략을 찾아 헤매죠. 그러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 전략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비록 조금 덜 편안하더라도 그 사오항에 필요한 다른 전략을 시도하게 되요."


"가장 편안한 전략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사회의 규칙을 따르는 전략이죠. 그러면 제재를 당할 위험이 없으니까요. 다른 말로는 도덕이라고 해요. 그러다 그게 효과가 없으면, 우리가 규칙을 어기게 되는 거예요."


- p341




도덕과 규칙을 어기게 되는 상황에 대한 섀넌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함께 대화를 나누던 이가 딱히 편안한 방법이 아닌데도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반박에 섀넌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부도덕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불쾌해져서 결정을 내릴 때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투명 인간이라서 어떤 행동을 해도 잃을 것이 없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될 거예요. 사실 우리는 모두 생존과 유전자 증진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회주의자들이에요. 그러니 영혼도 기꺼이 팔아넘길 수 있는 거죠. 다만 몇몇 사람들이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것뿐이에요.



역시 다시 반박이 이어진다. " 이 나라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올바른 도덕적 가치를 위해 목숨을 희생했어요. " 라며 나치에 대항하다 희생당한 이들을 언급한다. 그에 대한 섀넌의 대답.


그 열두 명은 도덕적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볼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은 조국을 위해, 자기들 마음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한 거예요. 만약 히틀러가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독일과 똑같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면, 역시 여기서도 권좌에 앉았을 거예요. 그리고 중수공장을 파괴한 그 사람들은 히틀러를 위해 싸웠겠죠. 



행동의 동인으로서 도덕이 인간 사회에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섀년. 이 주장은 작가가 촘촘히 엮어 숨겨놓은 복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칼이 형인 로위에게 "나한테는 형뿐이야." 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과, 로위가 칼에 대해 계속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의 목적에 맞는 도덕을 형성해요. 모든 역사에 등장하는 가문 간의 유혈 복수극과 종족 학살을 저지른 범인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처럼 자기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었어요.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충성을 바치고, 그다음에 그 집단의 필요에 맞게 변화하는 도덕에 충성합니다.


프롤로그에서 형제의 아빠가 로위에게 엄마가 칼보다는 '우리'가 강인하다며 '우리가 그 둘을 보살펴야 한다. 항상.' 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제목의 킹덤은 이 가족들의 왕국인 것일까.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 p13,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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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2 (일러스트 특별판) - 단 하나의 마음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2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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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빛을 삼키면,

어둠은 사라지고 너는 나를 잊으리라



아리석을 없애고자 했던 그라우잠이 루나에게 건넨 쪽지에 쓰인 메모. 빛과 나란히 할 수 없었던 존재들의 운명이 서글픈 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라우잠은 어떤 생명체던가.




고양이달

단 하나의 마음

박영주 글, 김다혜 그림

아띠봄



과거에 우주의 해적 크루델들이 어둠별을 침공하여 별의 주인인 그라우잠을 몰아냈다. 평소 음침하고 우울한 기질 때문에 이웃별과 교류 없이 살았던 그들을 받아주는 별이 없었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금세 쫒겨나는 것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더 굳게 닫아버린 그라우잠들은 우연찮게 아리별에 흘러들어 왔고, 몸도 마음도 지친 나머지 아리별에서 숨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유일한 인물이 루나였다.


2권 초반, 루나와 그라우잠의 모습




2권의 초반, 루나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던 그라우잠의 이야기는, 2권의 후반에서 다시 톱니바퀴가 맞물린다. 아리별 사람들은 그라우잠이 아리석을 빼앗고 아리별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한 번이라도 루나를 다시보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지하세계의 땅장군들이 부르는 남색의 노래 가사는 아리별의 짝인 그림자별의 주인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그라우잠의 상황과도 미묘히 맞물리며 여운을 남긴다.




깊은 밤 지나

오늘 밤도 무사히 지나

나 그대에게 줄 선물을 고이 다듬네

그대 내게 오는 사이 잃어 버릴까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지고

그대에게 전할 날만 기다리네


- p325, 남색의 노래 중에서




집으로 돌아온 노아는 링고에게도 간다. 그리고 링고에게 운명을 믿냐고 묻는다. 링고의 대답을 들으며 곧바로 밑줄을 친다. 「고양이달」 속의 철학자는 링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운명을 믿어, 단 내가 믿는 운명은 누군가의 삶 전체를 쥐고 흔들 만한 그런 초월적인 힘은 아니야. (...)


일기장 같은 거? 내가 오늘 한 선택과 그로 인한 경험이 차곡차곡 기록된 일기장.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고, 오늘은 어제,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니 어제의 나를 보면 오늘의 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잖니. 그런 걸 두고 정해진 운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사실은 과거의 내가 정해 놓은 미래인 줄도 모르고, 우주에 존재하는 별과 생명이 무수히 많은데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해도 모두의 미래를 일일이 정해 놓을 수는 없잖니.


결국 운명이란 건 지금껏 자신이 해 온 선택의 결과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구나.


- p328, 아리석의 전설 편, 링고의 말 중에서



아리별의 운명의 상대는 따로 있다는 말에 계속 슬퍼하는 노아에게 링고는 커다란 조언을 남긴다. 링고 또한 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기에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선택받는 건 아니란다. 네가 선택했다 해도 상대는 아닐 수 있어. 그건 그 사람이 결정할 일이니까.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잖니?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되, 넌 너대로 그 선택을 이어 가면 돼


- p329, 아리석의 전설 편, 링고의 말 중에서



마레를 좋아하는 노아, 노아를 좋아하는 모나, 그리고 모나에게 마음이 빚이 있는 마레.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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