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 강신규 옮김 / 가나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도 글을 부탁받아 책 리뷰 글을 한번 써보았는데, 같은 부탁을 또 받아 리뷰를 작성했다. 허접하지만...글은 자꾸 써야지 늘듯 하다.

2010.11.16  인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세계 

최근에 경험한 일을 시작으로 글을 시작할까 한다. 결혼하면서 살기 시작한 아파트에서 얼마 전 이사를 했다. 만으로 약 3년 정도 살았는데 정이 들었는지, 이사할 생각을 하니 좀 아쉽운 마음이 들었다. 이사하기 전까지만. 막상 이사를 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새 집에 적응을 했다.(같은 단지에 조금 큰 평수대의 집으로 이사했다) 새로 이사한 동이 좀 큰 평수라 그런지 전에 살던 동에서는 아이들도 많이 보이고 신혼부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여기는 대부분 50대 이상의 주민들만 보인다. 그리고 아기를 돌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사는 곳에 따라 그곳의 인구 구성원이 다르니 분위기가 다른 것이 당연하겠지만, 동마다 이렇게 차이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 멋쩍은 적이 많다. 예를 들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아주머니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든가 시시콜콜한 애기들을 하는 등 아파트(?)같지 않은 주민들간의 친근한 모습들이 나에게는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근데 문제는 이런 친근함이 어색함을 넘어 불편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주민들간의 ‘협의’ 되었다는 명목하에 아파트 옥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지 말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갈수록 도가 지나치게 경비아저씨가 제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항의하는 건지 따지니, 4층에 사는 사람인데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관리사무소에 가서 따졌더니 관리소장이라는 사람도 뭔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하더라, 내가 보기에는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연히 밤에 쓰레기를 버리려 나왔다가 그 4층에 사는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예전에 주민들간의 합의된 사항이고 주차장에서 애들이 노는데 차들이 왔다 갔다 하면 위험하고, 공기도 나빠진다며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다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1층과 2층 사이 중간층에 엘리베이터 승강장이 있는데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라든가 유모차를 끌고 다닐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이 아주머니한테 애기가 있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 불편하다고 하니, 이 아주머니 왈 “휠체어 타는 장애인들도 다 지하에 주차하고 잘들 다닌다.”, “같이 사는 공동체이니 협조해 달라”라는 것이다. 도무지 약자인 장애인들과 신경쓸 것이 많은 아이 엄마들에게 고통을 당연히 요구하는 그 아주머니의 어긋난 공동체 의식에 난 할 말을 잃어 버리고 흥분하여 대화를 마무리 했다. 비단 이런 일이 이 아주머니 한 사람의 의식차원의 문제일까? 우리 주위에는 사람들의 의식뿐만 아니라 주위의 도시 환경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휠체어, 유모차가 다닐 수 없는 곳들이 너무도 많다. 한번 상상을 해보라 만약 나 혼자 유모차를 끌고 서울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2시간 동안 돌아다닌다면 나에게 어떤 장애물들이 다가올지?

2010년 대한민국은 온통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애기들로 넘쳐나지만 막상 실질적으로 왜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바야흐로 인구문제가 ‘진짜 문제’인 시대인 것이다. 오늘 소개할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는 일본의 일간신문 니혼게이자이 기자들이 인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인구가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책으로 2005-2006년 같은 신문에 연재된 기사들을 정리한 책이다. 책은 1장 ‘국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인구문제’, 2장 ‘사회적 불균형과 왜곡’, 3장 ‘대이동 시대의 빛과 그림자’, 4장 ‘저출산의 충격’, 5장 ‘비즈니스 지각변동’, 6장 ‘인구에 농락당하는 국가와 세계’ 총 6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챕터마다 ‘데이터로 읽는 미래’와 전문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인구가 곧 정치’라는 명제를 가지고 취재한 해외 각국의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터키의 EU 가입 문제이다. “2005년 10월부터 유럽연합 가입에 나선 터키의 인구는 7400만 명 가량이다. ‘인구는 앞으로 20년 동안 약 25퍼센트 늘어날 것’”이다. “유럽연합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터키의 출산율은 2006년 2.35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14세 이하 비율도 대략 30퍼센트로 유럽연합 확대 전인 기존 가입국 15개국보다 2배나 높다. 35세 이하는 63퍼센트에 달한다. 이에 반해 2006년 말 기준으로 유럽연합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약 8270만 명) 독일은 출산율이 1.33에 지나지 않아 2년 연속 전년도 인구를 밑도는 감소 국면에 들어서 있다. 빠르면 2010년대에는 전체 인구에서 터키가 독일을 앞지를 것이다.” 위와 같은 인구 변화는 단순히 수적인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면 새 가입국 터키는 유럽연합 내의 의사 결정에서 독일과 똑같은 14퍼센트 가까운 투표권을 쥐게 되며, 유럽의회에서 12퍼센트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가 정치 주도권을 지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구 변화는 정치적 역학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살자 수 연간 5만 명’, 어느 나라 일까? 우리와 가까운 러시아의 애기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1000명 당 자살 건수를 나타내는 ‘자살률’ 상위 10개국에 속하는 나라는 러시아를 비롯하여 옛 소련 제국 7개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한 후 급속히 진전된 경제·사회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사람들이 ’외상성 신경증’에 빠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과 증가하는 자살률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러시아는 정치적 급변과 사회·경제적 특징으로 인해 증가하는 자살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남의 나라 애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와 좀 다른 부분도 있다. “러시아에서 자주 일어나는 자살의 특징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6배나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50대 이상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한창 일할 나이인 남성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보드카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전통과 민족성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자살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빈곤’을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3000만 명에 이른다는 알코올 의존자의 남녀 비율은 6대 1이며, 교통사고 사망자는 30세까지 남성의 비율이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 평균 수명이 59세로 짧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참고로 2010년 현재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수명 75.9세이다) 이 밖에도 미국의 인구 이동 특징,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까지 나서 해외에 인력을 송출하는 필리핀이 두뇌 유출로 오히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 이민자들의 선거권이 국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지구촌 모습들이 도표와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읽기 편한 책의 크기와 정감 가는(개인적으로 약간 누런색의 용지를 좋아한다, 필기하기도 좋고 종이에 연필 스치는 느낌이 너무 좋다) 종이 재질도 장점 중 하나라고 애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국가별 단편적인 내용만 나열했을 뿐이며, 나열한 인구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은 전무한 편이다. 5장 ‘비즈니스 지각변동’을 보면 “농산물을 놓고 자동차 연료와 식량이 서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폰 브라운 소장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같이 움직이면서 양자의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시대에 돌입했다’고 경고했다. 그로 말미암아 농산물 발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이른바, ‘에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에 대한 현실 인식은 표피적인 수준에 국한되어 있다. 에그플레이션을 식량과 에너지문제로만 또한 세계의 식량 수급 문제를 단순히 브릭스 국가의 인구 증가에만 두기에는 현실의 다국적 곡물 기업의 횡포와 파워가 너무도 큰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군데군데 번역의 어색함이 보이는 부분들도 있다. 년도를 표기하는데 있어, 1797년을 정조 21년이라고 애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런건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데이터로 읽는 미래-세계 인구의 3분의1이 이슬람교도’ 부분에서 이슬람교도수를 두고 설명하는 부분에서 내용의 앞뒤 그리고 그림 설명이 매치되지 않는 부분들은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교양적 수준에서나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인구와 관련된 기초지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ps :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의 인터뷰 중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안이 있어 옮겨 적는다. “가정 내에서의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거쳐 남녀평등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가정 내 남녀 평등은 옛 전통과 남녀의 역할에 관한 인식 차이 때문에 뒤처져 있다. 그렇지만 남성도 집안일과 아이 그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남녀평등 문화를 실현해야 여성이 육아 부담을 덜어 편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남자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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