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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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는 과정은 늘 모든 것에 가로막힌 상태에서야 가능한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래된 연인과는 설레는 감정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는 시간 속에 갇힌 상태.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오래된 연인. 주변에서는 결혼과 아이를 말하지만 그 또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의 작가 제시 버튼이 새로운 판타지를 제공할 여성들의 이야기  컨페션으로 돌아왔다. 1980년 스무 살의 엘리스와 2017년 서른다섯 살의 로즈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다른 시대인 만큼 서로 다른 인물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1980년의 엘리스도, 2017년의 로즈도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 어딘가에 기댈 데도 없고 엄마에 대한 애정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소설은 엘리스가 우연히 서른여섯 살의 여자 코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그녀의 보호 아래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하나다. 다른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어딘가로 사라졌던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로즈는 아빠로부터 비로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아빠는 콘스탄스 홀든이라는 작가의 책 두 권을 주었다.  밀랍 심장  초록 토끼라는 소설을 쓴 작가와 엄마가 연인이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수많은 질문을 건네지만 아빠는 말이 없다. 로즈 스스로 찾기를 바랐다. 콘스턴스 홀든이 쓴 소설을 읽고 소설 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았다. 작가를 찾으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전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콘스턴스 홀든의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걸 보고 로라 브라운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코니를 만났다. 두 가지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2017년의 로즈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코니와 일하게 된 로즈를 응원하고 조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길 바랐다물려받은 유산의 반을 갈라 조의 사업에 투자했지만 비전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수동적인 여성에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기를 바랐던 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왜 조의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참는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엘리스와는 다르지 않는가

 

 

로즈는 코니를 만난 후에야 조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조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자아는 영원히 갇히고 말 것 같았다. 드디어 자신의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별을 통보하고 새로운 삶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로즈는 코니에게 엄마의 소식을 묻지 못한다. 그저 코니가 쓰고 있는 소설  변심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유추할 뿐이었다. 코니는 로즈에게 마음을 열어 지난날의 감정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준다. 산후 우울증이 찾아와 힘들었을 때 엘리스가 선택한 것도 여행이었고, 로즈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던 것도 여행이었다. 삶에 있어 아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나의 선택이 마음이 드는지, 내가 행복한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짐을 꾸려야 할 때다. 그 곳이 어디든 우리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안에 갇힌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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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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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라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단어로 사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여 작성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전의 뜻풀이를 비교해가며 보았던 적이 없는 거 같다.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직접 말을 모아 자신의 특색이 들어간 사전을 만든 두 사람의 만남과 결별, 그리고 사전 편집자 적인 시선으로 화해의 시도를 하는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글로 표현했다. 일본의 TV에서 방영되었고 그 조사과정을 책으로 엮은 게 바로 이 책이다.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만든 야마다 다다오와 산세이도 국어사전를 만든 겐보 히데토시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꽤 많이 팔린 사전으로 처음엔 함께 사전 편찬을 했으나 어떤 이유로 갈라져 자신의 개성을 넣은 사전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사전에 필자의 개성이 들어있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전 속 말의 뜻풀이를 보니 바로 드러났다.

 



 

야마다 다다오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3판의 연애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라고 나와 있다. 반면 겐보 히데토시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에서는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 이라고 나와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연애뜻을 볼까.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두 사전에 가리키는 연애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아닌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반면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서로 사귀는 관계를 나타낸다.


 

야마다 다다오와 겐보 히데토시는 왜 결별했을까. 마치 추리형식의 소설처럼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종합해 그 이유를 찾아가는 형식의 글이었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와 핍 윌리엄스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라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사전은 국어학을 전공한 사전 편집자가 출판사에 소속되어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국어학자들이 각자 말과 용례를 모아 만들고 있었다. 한 사람의 개성보다는 보편적인 시각이 필요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사전에 들어갈 말과 그 뜻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은 지금까지 흔히 광대한 바다로 비유되었다. 항해의 키잡이나 배가 사전이고 편찬자라고도 말해왔다. (중략)

그러나 취재를 통해 내게 떠오른 의 이미지는 모래였다.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 말은 항상 변화한다고 겐보 선생은 말했다.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바람에 의해 모래 표현에 생기는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문‘. (190페이지)

 


말의 뜻은 자꾸 변한다. 쓰임새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들어가고 사양 단어는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야마다 보다는 겐보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애한 것 같았다. 겐보 선생은 평생 말의 뜻을 찾고 그 용례를 찾은 사람이다. 말을 모으는 작업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족과 여행을 가서도 늘 신문과 잡지의 새로운 단어를 쓸 쪽지 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새로운 단어를 찾아 동행을 잊어버리는 일도 다수였다. 다니던 국어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단어 찾기에 매진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져 방영된다면 꽤 센세이션 할 것 같다. 언젠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도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뿐이다.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잘 알지는 못하다. 필요에 따라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바로 그 뜻이 나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의 열정과 수고에 의해 우리가 편하게 단어의 뜻을 찾고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가 말이다. 말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어야 할 때 우리는 모르는 단어 혹은 헷갈리는 단어를 검색하여 그 뜻을 찾는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던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겐보와 야마다 선생처럼 각자의 인격과 강한 개성이 드러난 사전을 만들었던 그들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시간이 흐른 뒤 사전 속 단어의 뜻풀이에 후회하는 마음 혹은 사과의 마음을 담아 쓴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전 편찬자만이 할 수 있는 화해의 방법이었다. 이처럼 격렬했던 마음을 담았던 단어의 뜻도 시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들이 후회의 마음을 담아 그 뜻을 적었던 것처럼.

 


어떤 단어를 쓰는가. 모르는 단어의 뜻이 궁금할 때 찾아보는 사전은 사전 편찬자의 깊은 노고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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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에 저자의 개성이 들어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굉장히 신선하네요. 그러고보면 사전도 사람이 쓰는 것인데 그 당연한 것을 왜 무조건적으로 객관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을까 싶네요. 오늘 Breeze님 글 덕분에 또 새로운 편견을 하나 깼습니다.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고독한 안식처, 생폴드모졸에서의 1년
마틴 베일리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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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중 가장 사랑을 받는 그림은 아마 별이 빛나는 밤이 아닐까. 우리가 들었던 팝 중 돈 맥클린의 <Vincent>에서도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말하고 있다.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빈센트 반 고흐의 생폴 요양원 시절을 다룬 책이 발간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림 등 가장 많은 그림이 수록되어 있었다. 생폴 요양원의 풍경과 그 시기를 보냈던 인물들의 사진들을 수록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테오는 남다른 형제였다. 빈센트가 입원하게 된 계기도 테오가 요하나 봉어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 자신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가 결혼으로 인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발작이 일어났을 거로 보았다. 빈센트는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그런 까닭에 요하나와 결혼하게 되면 태어날 아이와 함께 부양해야 할 가족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안했을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에서 보낸 반 고흐의 시간을 가리킨다. 요양원 생활 중에 반 고흐가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표현했다. 요양원 내부에서 창문 밖의 풍경을 보고 그렸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이 그림은 수많은 별을 보고 그린 그의 경험이 묻어난 그림이다. 푸른색을 써 밤의 풍경이 더 빛나 보이고 어쩌면 그의 삶도 별처럼 밝게 빛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빈센트의 사이프러스는 시각적으로 극적일 뿐 아니라 심오한 상징성을 지녔다. 사이프러스는 과거에는 죽음과 애도를 뜻했지만 영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빈센트에게 사이프러스는 죽음과 불멸을, 화려하지만 짧게 피는 해바라기는 삶의 기쁨을 상징한다. 반고흐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풍경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포함한 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와 두 여인, 사이프러스가 있는 길은 사이프러스 나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자화상을 빼놓을 수 없다. 빈센트는 발작에서 벗어난 후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에게 있어 자화상은 동료 환자, 직원, 가족 그리고 자신에게 향한 메시지의 의미가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화가라는 천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그림이 팔레트를 든 자화상이다.

 

 


 

 

그림 아몬드꽃은 빈센트가 조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발작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에 대한 기쁨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활짝 피어 있는 아몬드꽃에서 넘치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으며 색감에서도 빈센트의 기쁨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카는 사랑스러웠으나 조카의 존재는 빈센트를 매우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테오의 약혼과 결혼, 조카의 탄생이 발작이 일어난 시기와 겹친다. 그가 귀를 잘랐던 것도 테오의 약혼식이 있었던 시기라는 건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사람은 요하나 봉어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사이프러스 나무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노란색과 파란색을 많이 쓴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생의 아름다움 혹은 희망에 찬 감동이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또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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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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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알기 때문에 과거의 나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과거의 나에게 보낸다는 것.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조우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시절의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직장인 태희는 사는 게 버겁다. 직장에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애인은 바람을 피우고도 태연하게 아무 사이도 아니며 정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 통보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그저 답답할 뿐이다.


 


 

반면 십 대의 태희는 좀 더 어른스럽다. 엄마와 아빠가 별거 상태에 들어가며 외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자신에게 한마디쯤 물어보았으면 싶지만 통보다. 중학교에 들어간 태희는 자기와는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태희는 이모의 방에 얹혀살지만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자기에게 무심한 부산의 아빠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 매주 주말마다 찾아오던 엄마도 어느새 찾아오는 횟수가 뜸하다.

 


십 대의 태희는 어른이 되어 버렸고 정작 어른인 태희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던 태희는 카페 안의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써넣는다. 1년 후의 나에게 보내준다는 우체통이었다. 현재의 답답한 마음을 써 내려갔던 편지는 공교롭게 외할머니 집에 살던 십 대의 태희에게 도착한다.

 


십 대의 태희와 직장인 태희의 이야기는 각자 다르다. 과거의 회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린 시절의 태희는 자기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고, 태희만큼 자기를 아는 사람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떤 글을 보내도 이해해 줄 사람. 또 다른 자기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미루고 있었던 일에 관한 결정도 그 아이라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어른도 아이의 가녀린 어깨에 기대고 싶은 것처럼. 마음 써주지 않는다고 해서 더이상 슬퍼할 태희가 아니었으므로 자기에게 어깨를 내줄 것 같았다.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나에게는 할 수 있다. 곤란한 상황이나 비참한 상태에서도 나에게는 말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므로. 그때 왜 그렇게 아파했는지. 과거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과거도 현재도 나는 나다.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99페이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건 현재의 나 보다 과거의 어떤 시간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시간을 사는데 거기 누가 들어오는 거야. 그런다고 내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해가 뜨고 진다고 시간이 가는 거겠나. 내가 알고 살아야 그게 시간이지. (22페이지) 외할머니의 말씀처럼 부모들이 어떻든 나는 나만의 시간을 살면 된다. 어른 태희는 어렸을 적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내세울 게 별거 없는 태희에게 친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거. 어른들이 힘들었지만 자기만의 잣대를 가졌던 태희가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어른인 것은 아니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인 경우가 많다. 나는 편지가 과거의 태희에게 도착한 게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과거의 태희는 서울의 이태희라는 여자에게 해답을 주고 답장을 받은 현재의 태희는 비로소 자기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나로 살 수 있는 길. 그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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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19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찻잔과 티컬러가 예술입니다!!^^

scott 2021-04-1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홍차랑 마카롱! 브리즈님 리뷰 배경사진은 항삼 멋집니다^ㅅ^

scott 2021-05-0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이달의 당선
축하!!

그레이스 2021-05-07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서니데이 2021-05-07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5-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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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0 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 낭독을 한 어맨다 고먼의 시집 스페셜에디션을 만나 보자샛노란 옷을 입고 축시를 읊는 어맨다 고먼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퇴행할 뻔했는지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미국의 모습은 이 세계의 모습과도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빛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 우리상실의 섬에서 새로운 빛새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And yet the dawn is ours before we knew it.

Somehow, we do it.

Somehow, we’ve weathered and witnessed

A nation that isn’t broken, but simply

unfinished.


 

하지만 새벽은 우리도 모르게 이미 우리의 것이다.

어떻게든우리가 새벽을 연 것이다.

어떻게든우리는 견뎌왔고 또 지켜봐왔으니

깨지지 않는 나라를다만 미완인 하나의

나라를. (16~17 페이지)


 


 


미국이라고 한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 코로나 -19 의 시대와도 맞닿아있다 .

갈 곳 잃은 우리의 마음을 다잡는 듯하다.

 


지금은 다만 구원의 시대.

처음엔 그게 두렵기도 했어.

이처럼 끔찍한 시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 느꼈기에.

하지만 그 안에서우리는 힘을 찾았지.

새 역사의 장을 직접 쓰고,

우리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게 될 힘을. (35 페이지)


 


 

When day comes, we step out of the shade,

Aflame and unafraid.

The new dawm blooms as we free it,

For there is always ligh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see i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be it.

 

하루가 다가오면 우리는 어두움에서 걸어 나와

두려움 없이 타오르리니.

우리가 해방시킨 새로운 새벽이 밝아오네.

항상 빛은 존재하기에,

우리가 그 빛을 바라볼 용기만 있다면,

우리가 그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48~49 페이지)

 


이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작년과 올해 코로나 -19 를 겪어오며 깨닫지 않았나다소 불편했지만 참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우리에게도 곧 희망의 빛이 올 것이므로그 때를 위하여 잠시 기다리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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