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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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209페이지)


 

추울 때 동물을 끌어안아 본 적 있는가. 털로 뒤덮인 동물과 몸이 맞닿아 있으면 저절로 온기가 생긴다. 개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덮어 보호하려고 한 경우도 많다. 추운 밤, 개를 끌어안고 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을 생각해보게 되고, 여기, 개 다섯 마리의 밤이 필요한 주인공들이 느꼈을 추위 혹은 고통을 생각해보게 된다.


 

 

 

박혜정은 폐가에서 진행된 살인 재연 장면을 보고 아이들에게 친절했던 권 사범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의문이다. 권 사범이 죽인 아이들은 모두 박혜정의 아들 세민을 심하게 괴롭혔던 아이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알비노인 세민을 못살게 굴었다.

 


알비노에 대한 것들을 아이들을 통해 전하는 사람이 세민과 같은 반, 안빈의 엄마였다. 안빈엄마는 백화점에서 일할 때 박혜정을 알게 되었으며, 그녀를 안쓰럽게 여겨 가까이 지냈다. 동네 아파트가 비었을 때 이사까지 하게 했으나 몇 달 가지 않아 뼛속 깊이 후회했다. 세민과 안빈이 같은 반이 되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아들이 자꾸 세민에게 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예회 때 연극을 하기로 했는데 세민이 대본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장인 안빈을 제쳐두고 감독까지 한다고 하니 교사까지 싫었다.

 


안빈엄마는 자기가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해 아이는 어떻게든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살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가진 자들을 질투했고, 안빈 보다 더 나을 게 없다고 여겼던 세민을 미워했다. 안빈엄마는 아들을 닦달하고 자매 같았던 박혜정과도 멀어졌다.


 


 

 

소설은 학교 폭력, 허위사실 유포, 성폭력, 종교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아픈 언니를 두고 엄마가 했던 행동에 왜 박혜정은 가만히 있었는지. 누구보다 그 상황에서 탈출해야 했음에도 그 집에서 머물렀는지 답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될 수 없었다. 언니만 아프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삶도, 자기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지 고민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기억일 뿐이었다.

 


세민이 요한이라고 부르는 권 사범이 속한 종교도 그의 어머니도 또 다른 폭력의 역사다.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 아이가 죽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자 형의 현신이라며 대하면 누구라도 힘들어했을 것이다. 세민이 그들이 찾는 성별자임이 틀림없다고 여기는 것이나 휴거나 구원을 기다리는 그들의 종교는 그저 폭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성별자가 변제할 어린 양이라는 사실을 감쪽같이 감추고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려고 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녀는 손바닥을 살짝 오므렸다. 피가 손금을 따라 진득하게 흘러 내려와 손바닥 한복판에 고여 들었다. 그녀는 물끄러미 그 피를 쳐다보았다. 엄마에게 그 질문을 던지던 순간 아들이 떠올렸던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꼭 한 가지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세민은 무엇을 없애고 싶을까. 그 나이에, 열두 살밖에 안 된 나이에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 싶은 걸 곰곰이 궁리했을 아들을 떠올리자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39페이지)


 

박혜정이 아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어떻게든 보상받을 줄 알았다. 물론 여기에서 보상은 정신적인 것을 가리킨다. 세민이 종교인들을 손님이라며 환대했던 것처럼, 그들이 구원을 바랐던 것처럼, 박혜정에게도 어떤 영향이 미칠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 아들에게 모든 걸 말할 줄 알았다. 아들에게 진실을 말하므로써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것 같다.


 


 

 

작가는 상당히 냉정했다.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찾아온 고통만큼이나 그것을 겪게 했다. 구원이란 그들에게는 너무 멀었다. 작은 온기마저 내주지 않았다. 그게 슬펐다.


 

. 인터넷 서점에서 보이는 카드뉴스는 상당히 참신했다. 소설의 내용을 아우르면서도 지금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다른 아이를 험담하고 아들을 닦달하는 어떤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게 했다. 여태까지 보았던 어떤 홍보보다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카드뉴스는 없었다....’로 시작하는 유행어가 떠오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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