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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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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무려 11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기다렸던 만큼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반려견 이시봉이다. 작가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에게 역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견의 이름도 다름 아닌 이시봉이다. 이시봉이라는 이름은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나왔던 인물이다. 새로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그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시봉은 이시습의 반려견이다. 도로에 뛰어든 이시봉을 구하려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아빠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시봉을 무시하고 이시습 또한 이시봉에게 애정을 주지 못한다. 다만 새벽에 이시봉을 데리고 야산으로 산책을 나간다. 목줄 없이 산책을 나가려면 그 시간이어야만 했다.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중에 이시봉이 뛰어갔다. 누군가 죽이려는 고양이를 이시봉이 구했다. 그 영상을 찍고 있던 리다가 SNS에 올린 후 앙시앙 하우스에서 거래를 제안해왔다. 이시봉을 그들에게 팔라고 했다. 이시봉의 혈통이 프랑스의 귀족 비숑 프리제라고 하면서 말이다.

소설은 세 가지의 갈래로 이시봉을 향한다. 그 첫 번째는 앙시앙 하우스의 정채민 대표와 파리에서 만난 김상우, 박유정이며 두 번째는 프랑스 혁명 시기의 스페인 왕국 고도이와 알바 공작부인 그리고 마리아 루이사 왕비 이야기로 향한다. 다른 하나는 이시봉을 데려다 키운 아버지가 회사의 파업에 참여한 노조 간부로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희망 퇴직원을 내는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낸다.
이기호 작가의 작품은 유머러스하고 휴머니즘을 다룬다. 물론 이 작품은 인간적인 것보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말한다. 인간과 교류하는 동물을 보라. 특히 반려견은 인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인간을 돌보고 인간을 따른다. 비록 죽음이 다가온다고 해도 말이다. 개처럼 영리한 동물이 없는 것 같다. 산책을 가자고 하면 현관에 미리 가서 인간을 기다린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달려오고 인간의 기분을 살핀다.
인간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 산다. 희망,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과시했던가! 개들은 보이지 않는 희망에 들뜨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희망만 면밀히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래서 그 희망이 좌절되었을 때도 서로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204페이지)
이번 작품에서 특별했던 점은 작가가 살았던 지역과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가 태어나고 자랐던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작가가 현재 머무는 광주광역시와 근교 나주가 그곳이다. 시습의 아버지가 처음 이시봉을 데려왔던 장소가 나주였고, 시습과 시봉이 살고 있는 장소 또한 광주다. 친숙한 지역이 거론되어 반가움마저 든다.
이시봉이 개 농장에 맡겨지기까지의 과정은 정채민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시습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조 간부가 된 인간 이시봉와 김태형의 등장은 새로운 전환점이다. 이야기가 확정되어 시습과 시봉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 죽음의 책임을 이시봉에게 전가하고 보살피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이시봉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키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
인간이 곁에 있는 개나 고양이를 왜 반려동물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반려인으로서 동물이 주는 위로를 알고 있다. 시습의 아버지가 ‘우리집 막내’라고 했듯 우리집에서도 고양이는 ‘우리집 막내’다. 가족 모두 엄마, 아빠, 형, 누나로 불린다. 우연찮게 우리집에 온 고양이는 가족이 되었다.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개를 보면 반갑고 예쁘다. 책이 출간되기 전,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인스타에 방문했더니 이시봉이 달리고 있었다. ‘이시봉, 이리와!’ 소리에 달려오고, 달리는 이시봉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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