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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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시절엔 어서 스무살이 되고 싶었다.

스무살만 되면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스무살이 되었다. 스무살이 되어도 여전히 방황하고 무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서른살이 되면 나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하나 있는 서른살이 되고 보니 도무지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도 못하겠고,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하기도 너무 버거워 내 삶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키우는데도, 직장생활도, 그렇다고 가정생활도 제대로 된게 하나 없이 헤매고만 있었다.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나의 삼십대였다. 어른이 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나이만 먹으면 그냥 어른이 되는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어른의 반열에 서 버렸다. 내가 원한게 아닌 것 같았는데도, 마음은 아직도 아이 같이 두려운게 많은데도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른인가? 글쎄 아직까지도 어른이 덜된 것만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너무나 유명한 란도샘의 책을 솔직히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왜 그렇게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마음속에 있던 고민들이나 마음들을 콕콕 찝어 내어 말씀해 주시는 듯 했다. 란도샘은 이 책의 부제를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라는 부제를 붙이셨다. 학생 신분일때는 미처 몰랐던 어른이 되는 세계,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것. 실수를 해도 관대하게 봐주던 학생 때와는 전혀 다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과 그만큼 냉정하다는 것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보면 더 좋을 책이다. 하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도 이 책은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말씀 한마디에 맞장구를 치며 아직도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딱 맞는 책이었다.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견뎌내는 것이다. 한순간씩, 하루씩 살아가고 버티다보면, 그 징그럽던 운명도 나의 일부로 동화되어 결국 내가 운명의 '동행자'로 서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운명의 굴레가 생명의 수레바퀴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운명에 대한 사랑만이 역경을 삶의 활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이다. 그토록 힘겨울지라도 내 삶은 소중하며, 나는 그 인생을 살아낼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75페이지 중에서)

 

 

란도샘은 첫 직장에 들어간 제자에게, 취업을 준비하지만 잇따라 실패를 하고 있는 제자에게 말을 뛰운다. 라디오 방송에서 멘토 프로그램을 할때 삶에 너무나 지쳐 있는 사람이 삶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간절하게 버티고 싶다는 그에게 란도샘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한다. 솔직히 그 부분을 읽을때 란도샘이 무언가 해결책을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덤덤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다. 그렇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아주 작은 도움과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줄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운명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일. 힘든 삶 속에서도 무언가 희망의 빛을 찾아내는 것도 자신의 일이므로 그렇다.

 

 

 

고독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사실을 알면서도 혼자 있지 못하는 것은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도움없이는, 자신의 존재를 단단하고 올곧게 세울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고독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먼저 자신에 대한 꼿꼿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이 단절의 두려움을 이긴다. 고독은 힘의 샘이다. 당신의 외로움을 사랑하라.  (145페이지 중에서)

 

이미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어른이 되려하는 이들, 어른이 되고 있는 이들 모두가 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따스한 글이다. 아직도 여전히 모든 것에서 흔들리고 있는 나. 그래서 아프기도 하는 나. 란도샘은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마 내가 사는 날까지 계속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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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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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새 책이 나오면 유심히 보아진다.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에 손짓할까. 우리는 또 어떤 것들을 느낄까.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도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그의 작품을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표지에서부터 보이는 책은 왠지 아련함이 먼저 찾아든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소녀의 뒷모습에서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카밀라 포트만. 양어머니인 앤이 죽고 난 뒤 혼자서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양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어릴적 유년시절의 추억이 쌓여있는 여섯 개의 상자가 도착한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기 꺼렸지만 유이치의 제안으로 추억의 물건을 하나씩 꺼낼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여섯 개의 상자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작가가 된 카밀라.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여섯 개의 상자속에서 사진을 자신과 친엄마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한국 남해안에 있는 진남으로 향했다. 열입곱 살에 자신을 낳았고 진남여자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걸 알게 된 카밀라(희재)는 진남여자고등학교로 갔지만 교장으로 있는 신혜숙은 졸업앨범등을 보여주지만 진남여고 학생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 무언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엄마 이름이 정지은 이라는 것. 정지은이 아이를 낳는다면 희재로 이름을 짓고 싶어했다는 것.

 

 

소설은 1부는 카밀라의 시점으로 나타나고 2부에서는 지은의 시점으로 카밀라를 너라고 칭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처럼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3부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지은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나와 25년 전을 이야기한다.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붉은 동백꽃, 양관의 앨리스 무덤과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리고 검은 모래가 있는 바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을 과거속의 정지은에게로 향한다. 정지은은 왜 자살을 했을까. 카밀라(희재)는 누구의 아이일까. 지은이 찾고자 했던 심연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지만 쉽게 가 닿을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   (274~275페이지 중에서)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285페이지 중에서)

 

 

희재의 친아버지가 누구일까. 그의 정체를 찾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가 않다.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안개속을 헤매듯 나름의 추리를 맡기고 있다. 그야말로 심연 속에 갇힌 느낌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연. 우리는 심연 속에 갇혀 우리들의 자화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 '나'로 시작하는 글에 남자 작가가 쓴 글이면 으레 남자 주인공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마흔이 넘은 김연수 작가가 스물네살의 작가인 희재와 열일곱 살의 지은 또는 지은의 학교 동기들인 영화감독이나 기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상당히 생소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몇 권의 책들 보다는 더 다정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 '심연'이라는 주제와 '희망'의 날갯짓을 이야기하는 이 글이 퍽 다정했다.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되는 희망의 날개가 심연속에서 피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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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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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다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을 때 이웃분의 한 분중에 천문학자가 있었다. 

나는 그 분의 블로그를 상당히 좋아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 분이 블로그에 올려 놓으신 사진들 때문이었다. 각 행성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자료 사진을 해석해 놓은 글들이 많았다. 행성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내 존재가 왜 그리도 작게 보이던지. 광활한 우주속에 내 존재는 티끌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었다.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  달의 표면과 화성의 사진들은 나를 우주의 세계로 인도하고는 했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행성은 토성이었다. 아름다운 고리를 가지고 있는 토성의 사진을 나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바라보곤 했었다.

 

 

프랑스의 자연학자 이자 생태철학자인 이브 파칼레는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티투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오늘날의 책으로 다시 쓴 글로 루크레티우스에 바치는 헌사로 볼 수 있다.  책의 장이 시작될때마다 루크레티우스의 글이 적혀져 있고 또한 책속에서는 끊임없이 루크레티우스를 외치고 있다. 성경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태초에 하나님이 계셔서 이 땅의 우주를 만들고 모든 생명체 까지 만들었다고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브 파칼레는 철저한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의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바라 본 것, 과학이 이미 입증한 것을 근거로 물질과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였는지 그러한 과정들을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은 그의 모든 문학적이고 시적인 언어, 과학적 지식, 신화와 철학적 사상이 망라된 작품이었다. 과학적인 지식이 나오는 책은 읽기전부터 꺼려하고 어렵게 느껴져 지레 포기했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더디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에 관한 철학을 다룬 에세이를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읽을수도 있구나. 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을 읽을 때 색연필을 들고 줄을 그어가며, 플래그를 붙이며 읽게 되었다.

 

 

모래사장에 언덕을 만드는 아이처럼

우주는

은하 뭉텅이를 만드네        (51페이지 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137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겼고 물질과 에너지등이 생겼다고 했다. 그후로 46억 년 전에 태양이라는 불이 생겼다. '외행성' 혹은 '기체 행성'이라고 불리운 네 개의 큰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내행성' 혹은 '고체 행성', '지구형 행성'이라는 불리는 네 개의 작은 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 그외 다른 나라의 신화를 설명하며 각 행성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44억 5천만년전 생명이 깃들수 있는 행성 지구가 등장했다.

 

 

우리는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재 지구의 대양에는 14경톤의 물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 질량의 0.025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물부족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물이 없다고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지구를 잘 물려줄 수 있을까 싶다.

 

 

생명은 선택을 해야만 할 때에는 가차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명은 적자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인정사정없이 처단했다. 생명은 가장 뛰어난 설계, 성공한 생물들을 남기고, 편들어주고, 호라성화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낙서, 실패작, 범작, 환경 조건에서 더이상 들어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아이디어는 진화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526 페이지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철학자의 호기심과 과학자의 논증으로 인간에게 제기된 3대 질문 중 두 가지에 답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를 썼고 앞으로 그는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화두로 두번 째 권 『인간의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 그의 철학적 장편 서사시라고 할 수 있었다.이렇게 큰 우주 속에서 티끌보다도 더 적은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지구. 지구속의 인간인 우리는 우주에 비하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이런 책을 읽게 되어서 좋다. 이브 파칼레가 했던 아래의 마지막 말을 나도 되새기고 싶다.

 

 

나는 생명은 아름답고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다시 한번 루크레티우스를 인용하면서, "죽음에는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고, 존재하지 않으면 불행해질 수도 없으며, 태어남과 영영 태어나지 않음 사이에는 아무 차이도 없음을 분명히 알자." (561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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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죽다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린다 웰스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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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요리를 다룬 소설책을 보면 로맨스 물이 많다.

달콤한 요리와 함께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 또한 제목에서처럼 달콤한 요리를 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케이블 TV에서 요리 강좌를 하게 된 델라 카마이클. 그녀는 이 요리 강좌가 성공을 해야 빚이 지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 첫 요리 생방송 날.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시식을 권한다. 시식을 하게 된 사람은 미미 본드라는 여자로 델라의 방송 전임 진행자다. 요리마다 술을 넣어 짤리게 된 그녀는 초콜릿 무스 케이크 시식자로 나섰다. 델라를 노려보며 시식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죽어버린다. 이 모든 게 생방송으로 나가버렸다. 졸지에 생방송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델라. 집에서 만들어온 케이크와 직접 요리를 했을 뿐인데 누군가 미미를 죽이려고 한게 아닐까 싶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던 미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델라의 무스 케이크에다 땅콩을 버무려 놓았던 것이다. 그녀를 누가 죽인걸까? 무슨 이유로 죽인걸까?

 

 

황금가지에서 나온 블랙로맨스클럽 시리즈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인데 뭔가 독특하다.

살인사건을 다루었어도 여느 추리소설보다는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발랄한 소녀같은 느낌이랄까. 요리와 로맨스와 미스테리가 합쳐진, 무겁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다. 기분좋은 미스터리 소설을 뜻하는 '코지 미스터리물'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죽임을 당해도 그리 심각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로맨스를 나누는 여자 주인공으로서 델라 카마이클은 젊은 나이가 아니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47살의 나이다. 영어 교사를 하다 요리 강사를 하고 있는 델라는 그 나이에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미미가 죽고, 미미의 보조 요리사를 했던 룰루마져 갑자기 죽어버리고,자신이 용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추리를 하고 있다. 경찰이었던 남편 때문에 누가 무엇때문에 자신마저도 살인 명단에 올려놓았을까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더불어 델라를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와의 로맨스도 거부할 수 없다. 자신의 일도 똑부러지게 하고 살인범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마음에 든 사람과의 로맨스도 끝내주는 것이다. 귀여운 아줌마 스타일.

 

 

실제로 이 글을 쓴 작가도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책의 뒷면에 보면 책속에 나온 요리의 레시피가 들어있다. 한국음식 요리만 겨우 하는 나에게 '델라의 킬러 무스' 를 비롯한 다른 요리들의 이름도 무척이나 생소하다. 더군다나 서양식 요리는 더 자신이 없어서 요리 이름들이 외계어처럼 마구 떠돌아 다녔다. 내가 우리집에서 내세울수 있는 요리 하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들어가는 재료도 적게 들고 그나마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하나 선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잘하는 사람이 정말 부럽단 말이지. 자신의 요리 강의를 하면서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말이다.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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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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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에서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춘의 시절인 20대를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돌아가고 싶은 때가 20대 일수도 있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 가장 아쉽고 그리워하는 시절이 20대 시절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20대를 좀더 잘 보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지금의 삶이 싫은 건 아니다. 별탈 없이 살아오고 있는 게 좋다. 아이들 키우느라, 직장생활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30대 시절은 그러고 보면 너무 짧았다. 생각해보면 짧았던 시기는 30대 뿐만 아니고 20대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나의 서른아홉. 이제 곧 마흔이 된다는 생각에 굉장히 우울했었던 때였다.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시간을 잊고 싶었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 사십이 넘고 보니 우울해 했던 서른아홉도 그리운 시절이 아닌가.

 

 

서른아홉 살의 남녀가 여름이 끝나는 무렵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한 여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차를 태워준 사람의 머리칼을 깎아주는 사람, 키미코. 한 남자는 초 엘리트인 은행원이었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휴양차 어머니 집으로 내려온 사람, 테쓰지다. 앞으로 6주간의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될 미와시로 가는 차를 구하는 키미코는 테쓰지의 차를 얻어타게 된다. 그가 듣고 있었던 피아노곡에 관심을 보이게 된 그녀. 미와라는 카페에 내린 그녀는 키미코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곶의 어머니 집에 있다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해안가를 거닐던 중 바닷물에 이끌려 바다속으로 점점 이끌려가다가 무언가가 자신을 잡아채는 걸 느끼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와시까지 차를 태워준 여자였다. 자신이 걱정되었던지 여자는 곶의 어머니집으로 자신을 데리고 와 보살펴 주려 한다. 어머니가 죽은 후 모든 집안의 물건들은 다 헝겊에 씌여져 있고 정원은 잡풀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걸 보게 된 키미코는 테쓰지를 아침까지 돌봐준 후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켜 달라고 한다. 대신에 어머니 집안 일을 정리해주고 정원을 정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런 후 둘은 조금씩 마음을 터놓게 된다.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그는 잠을 자지 못한다.

자신도 한때 아들을 바닷가 소용돌이에 잃어버리고 남편도 멀리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로 테쓰지처럼 마음의 감기를 앓았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어느 누구보다도 이해한 키미코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 주게 된다.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를 위로한다.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을 그의 딱딱한 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키미코가 굳어 있는 등을 어루만져 주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 그는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그렇게 마음속에 감기를 앓는, 또는 앓았던 그들은 서로에게서 위로를 주고 위안을 받는다. 스스로 아줌마라고 칭했던 키미코의 마음에서 어느새 그를 남자로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아줌마로 생각했던 그도 어느새 키미코에게로 마음이 향한다.

 

 

 

 

그에게 음악들을 배우는 키미코.

키미코에게는 피아노를 잘 치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듣고 싶어했던, 많이 들었던 곡들을 그에게서 배운다. 글렌 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도무지 무슨 음악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그와 함께 들었던 '라 트라비아타'.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지만 음악을, 오페라 까지 들으며 '라 트라비아타'의 여자 주인공 춘희의 마음에 어느새 다가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다. 더불어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가장 마음이 약해져 있을때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온 마음속을 채워주는 것 같다.

서른아홉, 이제 붉은 열매를 얼마 맺지 못할거라며 생각해왔던 키미코에게도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도 붉은 여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40대가 되어도 마음은 붉은 여름이라고 생각할수 있지 않을까. 음악을 매개로 수줍은 사랑을 나누는 이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들은 서른아홉이 되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들. 이들은 여름이 끝날 무렵에 만났지만 다음 계절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작가 이부키 유키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는데 굉장히 느낌이 좋은 작가로 다가왔다.

왠지 마음을 막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그런 마음의 충만함을 느꼈다.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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