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전 다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을 때 이웃분의 한 분중에 천문학자가 있었다. 

나는 그 분의 블로그를 상당히 좋아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 분이 블로그에 올려 놓으신 사진들 때문이었다. 각 행성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자료 사진을 해석해 놓은 글들이 많았다. 행성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내 존재가 왜 그리도 작게 보이던지. 광활한 우주속에 내 존재는 티끌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었다.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  달의 표면과 화성의 사진들은 나를 우주의 세계로 인도하고는 했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행성은 토성이었다. 아름다운 고리를 가지고 있는 토성의 사진을 나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바라보곤 했었다.

 

 

프랑스의 자연학자 이자 생태철학자인 이브 파칼레는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티투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오늘날의 책으로 다시 쓴 글로 루크레티우스에 바치는 헌사로 볼 수 있다.  책의 장이 시작될때마다 루크레티우스의 글이 적혀져 있고 또한 책속에서는 끊임없이 루크레티우스를 외치고 있다. 성경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태초에 하나님이 계셔서 이 땅의 우주를 만들고 모든 생명체 까지 만들었다고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브 파칼레는 철저한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의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바라 본 것, 과학이 이미 입증한 것을 근거로 물질과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였는지 그러한 과정들을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은 그의 모든 문학적이고 시적인 언어, 과학적 지식, 신화와 철학적 사상이 망라된 작품이었다. 과학적인 지식이 나오는 책은 읽기전부터 꺼려하고 어렵게 느껴져 지레 포기했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더디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에 관한 철학을 다룬 에세이를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읽을수도 있구나. 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을 읽을 때 색연필을 들고 줄을 그어가며, 플래그를 붙이며 읽게 되었다.

 

 

모래사장에 언덕을 만드는 아이처럼

우주는

은하 뭉텅이를 만드네        (51페이지 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137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겼고 물질과 에너지등이 생겼다고 했다. 그후로 46억 년 전에 태양이라는 불이 생겼다. '외행성' 혹은 '기체 행성'이라고 불리운 네 개의 큰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내행성' 혹은 '고체 행성', '지구형 행성'이라는 불리는 네 개의 작은 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 그외 다른 나라의 신화를 설명하며 각 행성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44억 5천만년전 생명이 깃들수 있는 행성 지구가 등장했다.

 

 

우리는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재 지구의 대양에는 14경톤의 물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 질량의 0.025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물부족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물이 없다고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지구를 잘 물려줄 수 있을까 싶다.

 

 

생명은 선택을 해야만 할 때에는 가차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명은 적자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인정사정없이 처단했다. 생명은 가장 뛰어난 설계, 성공한 생물들을 남기고, 편들어주고, 호라성화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낙서, 실패작, 범작, 환경 조건에서 더이상 들어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아이디어는 진화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526 페이지중에서)

 

 

이브 파칼레는 철학자의 호기심과 과학자의 논증으로 인간에게 제기된 3대 질문 중 두 가지에 답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를 썼고 앞으로 그는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화두로 두번 째 권 『인간의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 그의 철학적 장편 서사시라고 할 수 있었다.이렇게 큰 우주 속에서 티끌보다도 더 적은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지구. 지구속의 인간인 우리는 우주에 비하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이런 책을 읽게 되어서 좋다. 이브 파칼레가 했던 아래의 마지막 말을 나도 되새기고 싶다.

 

 

나는 생명은 아름답고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다시 한번 루크레티우스를 인용하면서, "죽음에는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고, 존재하지 않으면 불행해질 수도 없으며, 태어남과 영영 태어나지 않음 사이에는 아무 차이도 없음을 분명히 알자." (561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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