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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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이 양들은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해.
무리가 커지면 맨 마지막에 따라가는 양들은 뜯어 먹을 풀이 거의 없게 되지.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좀더 앞으로 나아가서,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기 전에 자기도 풀을 먹으려고 하겠지. 그 와중에 또 제일 뒤에 처진 양들은 역시 먹을 풀이 없게 되니, 앞의 양들보다 조금더 앞으로 나서려 할 테고.(중략)
뛰어, 뛰어 정신없이 뛰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해안 절벽에 다다르면. 앗, 절벽 하지만 못 서지.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굉장한 속도로 달려왔기 때문에 앞에 바다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가속도, 알지? 설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게 되는 거지.-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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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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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피곤하면 가끔 그런다. 두꺼비집 퓨즈 나가는 것 한가지지.건강하다는 증거니까 걱정말거라.-43쪽

수렵인의 후예로 태어나 수무직 노동자로 일하기가 쉽지 않아.-45쪽

기억은 뜨겁거나 차갑고 뽀족하거나 거칠었다-97쪽

할아버지는 언제 어른이 되었어요?
처음 고래를 잡았을 때 그랬지 싶다. 쿠우슈우 근해였는데 어쩌자고 처음 쏜 작살이 급소를 맞혔다. 잠시 후 고래가 꽃을 피워 올리는데 아, 이제 됐구나 싶더라.-102쪽

고래가 꽃을 피울 때는 고래 영혼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103쪽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 가는 것도 같고 맘 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137쪽

여전히 벽에 기대앉은 채 나는 잃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했다. 예전에 탔던 노란 자전거가 몹시 그리울 때, 어린 시절 곰인형을 다시 안고 싶을 때, 작년에 내린 눈을 다시 한번 만지고 싶을 때, 그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마다 누군가 가슴을 한 삽씩 퍼가도록 내버려둬야하는지.-138쪽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을 때마다 마음이 꼬이고 날카로워지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저마다 이상해 보이는 이유도 그들이 잃어버린 것들 때문인 듯했다. 상실과 이상함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왜 고래배를 내주기를 망설였는지도 짐작할 것 같았다.-144쪽

어른들이 잃어버린 것들 때문에 이상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느라 이상해지는 것 같다. 아빠가 어린 시절 낙원을 거듭 이야기했던 것,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던 것, 고래사냥을 노래할 때 심하게 과장하던 것이 모두 아빠 나름으로 슬퍼하는 방법이었구나 싶었따.엄마가 이십년간 울지 못했던 것, 할머니가 고양이와 강아지 들을 돌보는 것, 할아버지가 뒷산에 나무를 심는 것까지.나도 이제 나만의 슬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이상한 방법을-157쪽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슬퍼하는 방법들을 가진 것 같다. 평생 우유나 식용유만 마시고 사는 사람, 산꼭대기에 홀로 돌담을 쌓는 사람, 십년 이상 나무를 깎고 다듬어 높은 정자를 짓는 사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기인들도 그런 습관이 생기기 전에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주인 무덤을 찾아가 눈물 흘리는 송아지나 사시사철 우편배달부를 쫓아다니는 강아지까지.-201쪽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펴다 버린다-208쪽

더이상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은 우산을 쓰지 않고 비내리는 거리를 걷는 것과 비슷할 듯했다.불편하고 불쾌하고 감기에 걸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빗방울이 얼굴에 닿는 서늘한 감촉, 머리카락 끝에맺히는 물방울, 젖은 옷이 등에 달라붙는 칙칙한 느낌을 알게 될 것이다.-210쪽

얼마나 아팠으까 엄마 아빠는
내면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도록 놀랐다. 나는 그동안 한번도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나를 다 키워주지 않고 가버렸다면서 부모를 원망하고,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 떄문에 슬퍼했다.단 한 번도 떠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고가나던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 다친 채 길바닥에 누워 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영원히 떠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슬펐을까. 남겨진 자식 떄문이 아니라 덜 살고 남겨둔 저마다의 삶 때문에 슬펐을 것이다.-213쪽

언니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우해 정해둔 규칙 같은 건 있어. 징징거리징 않기, 변명하지 않기.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그 네가지만 안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가하지."-220쪽

나도 지금 이 시간들을 특별하게 기억하여 나중에 저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그리고 이제 죽음 같은 건 리코더 연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223쪽

제가 팔 것은 무형의 물건입니다.한 달간 매일 한 통씩 문자메씨지를 보내드리고, 한 달 후에는 두 통의 엽서를 보내드리는 상품입니다. 매일 여러분께 희망과 기쁨이 되는 메쎄지, 살과 뼈가 되는 메씨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서른 통이 문자와 두 통의 엽서, 이것이 제가 팔 상품입니다.-224쪽

나는 주어를 바꾸어 다시 생각했다. 나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살 것이다. 나는 혼자 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고 결혼할 것이다. 엄마아빠 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휴가여행을 떠날 것이다. 주어를 바꾸자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마음속에 이상한 힘이 생기며 등이 똑바로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힘의 느낌을 잘 기억해 두기로 했다. 엄마아빠, 걱정하지 마, 나도 괜찮을거야.그 생각을 하자 다시 눈물이 흘렀지만 등의 힘은 그대로 였다.-229쪽

기억하는 일은 왜 중요해요?
그것을 잘 떠나보개기 위해서지.잘 떠나보낸 뒤 마음속에 살게 하기 위해서다.-236쪽

고등학교 일학년 때 멘토링에 대해 알려주신 가정 선생님이 "닮고싶은 사람에게 편지쓰기"라는 숙제를 낸 적이 있었다.나무는 서태지에게 , 미유는 마돈나에게, 우리반 반장은 마더 테레사에게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닮기에는 너무 컸다.나는 테레사 수녀처럼 인생을 모두 희생하면서 봉사할 자신이 없었다. 마돈나처럼 옷을 조금만 입고 전세계 관객을 향해 섹시한 춤을 출 자신도 없었다. 무엇보다 나느 서태지와 같은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다. 유관순 언니에게 편지를 쓸 수도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겁쟁이였다.결국 나는 숙제를 하지 못해 손바닥을 맞았다.그때 영호언니를 알았더라면 언니에게 편지를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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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절판


아버지는 꼭 허클베리네 아버지 같아요
광야를 달리는 말이 마구간을 돌아볼 수 있겠느냐?
아버지는 광야를 달린 것이 아니고, 달릴 곳 없는 시대의 황무지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몸을 갈고 있었던 것이었다.-27-28쪽

아버지는 자상하지 않았고 가정적이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가난했고 거칠었으며 늘 울분에 차 있었다. 아버지에게 광야란 없었다. 아버지는 그 불모한 시대의 황무지에 인간의 울분과 열정을 뿌리고 갔다.나는 언제가 그런 아버지의 편이었다.-29쪽

딸아이는 어렸을 떄 침을 많이 흘렸고, 늘 젖을 토했다. 두 돌이 다 지나도록 털 밑에 수건을 매달았다. 안아 주면 늘 삭은 젖 냄새가 났다. 나는 그 젖 냄새에 늘 눈물겨워했다. 이것이 내 혈육이고 내가 길러야 할 내 어린 자식의 냄새로구나. 내가 배반할 수 없는 인류늬 냄새로구나-33쪽

이 글은 솔 풀판사가 토지를 완간하고 나서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는 여러 문인들의 글을 모아 간행한 수정의 메아리에 수록되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가시고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인 내 글 조각이 남아 있으니 민망하다. 다시 고쳐쓰지 못한다.-94쪽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언어적 비극은 듣기가 안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채팅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듣기가 안 되니까, 청각장애인들이 다 모여 있는 거죠. 인간의언어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말하기,듣기,읽기, 쓰기 입니다. 말하기는 쓰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드러내 보이느 ㄴ행위죠. 그리고 듣기는 읽기입니다. 이것은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언어는 말하기와 듣기 두 가지가 있는 것입니다.-148쪽

거기 이락사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이순신이 바다로 떨어져 죽은 사당인데, 그 이름도 참 이순신답죠. 아무런 수사학이 없고 떨어질 '락' 자를 써서 이가 떨어진 바다라는 뜻이죠. 난 전국 사당 이름 중에서 이락사가 제일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이가 죽은 바다다. 이런 단순성이 온갖 슬픔보다 더 거대한 슬픔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저는 요즘 이런 명석성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습니다.-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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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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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나는 이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 어미가 어린 너에게 시켰던 연극때문에 결국 이런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네 모습은 꼭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 같구나.-144쪽

아우비츠 수용소 개소기념 1940년 6월-162쪽

나는 완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 그런데 둘 중에 어떤 게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어. 네 것과 우리 아버지 것 중에 어떤 게 더 멋질까?-199쪽

쉬뮈엘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브루노는 그 이야를 알 수 없었다. 쉬뮈엘의 이야기는 특별히 슬픈 이야기도 아니었다. 부르노도 아우비츠로 억지로 이사를 오기까지 쉬뮈엘과비슷한 과정을 겪었다.-205쪽

브루노는 사람들이 왜 한결같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브루노가 아는 한, 행진은 그런 표정을 지을 만큼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브루노는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령관인 아버지가 해가 될 만한 일을 시킬 리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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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할머니
아델하이트 다히메니 글, 하이데 슈퇴링거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느림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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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누가 날 풀어주나요?
기다려봐. 손목에 감겨 있는 털실로 멋진 음악을 연주해 줄게. 이털실로는 높은음, 낮은음, 게다가 파르르 떨리는 소리까지 낼 수 있거든-30쪽

나는 슬그머니 발끝을 양동이 쪽으로 가져갔지요.그러고는 할머니 발 옆에다 발을 담갔어요-31쪽

나는 마법의 털실을 손목에걸고 이리저리 잡아당겨 보았어요. 그리고 새롭고 이상한 모양들을 자꾸 만들어 보았지요. 다음 주 목요일에 할머니가 다시 오면 내가 만들어낸 얽히고 설킨 모양들을 보고 깜짝 놀라겠지요? 할머니는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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